[이슈&한반도] 북미협상 정체 속 물밑 ‘줄다리기’

입력 2018.10.27 (07:49) 수정 2018.11.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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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발언들이 최근 미국 내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기 개최를 희망해 온 북한 입장에선 고민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북한은 최근 미국의 고위급 회담과 실무 접촉 요구에 대해 일절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또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협상의 돌파구가 될까요? 아니면 장기전의 시작점이 될까요?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매년 12월, 한국과 미국 전투기 2백여 대가 참가해 벌이는 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에이스’지난해,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는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A 등 북한의 핵심시설 타격이 가능한 최신 전략무기들이 대거 동원됐습니다.

[조선중앙TV /2017년 12월 : "미제는 12월 4일부터 괴뢰들과 야합해서 남조선에서 우리를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를 사상 최대 규모로 벌려놓았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일, 올해는 이 훈련을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두 차례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이어 4번째로 대규모 한미 훈련이 중지, 혹은 연기된 겁니다.

북한에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겠다는 게 미국의 설명, 연기 제안도 우리 정부가 아닌 미국이 먼저 꺼냈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표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화 의지가 여전함을 보이고, 협상 동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시간을 무기로 한 대북 압박도 동시에 벌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방문한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2차 북미정상회담은 내년으로 넘어갈 거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북한 문제는) 잘 될 것입니다. 서두를 것 없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없고 억류됐던 미국인들도 돌아왔습니다."]

연내 개최를 바라던 북한의 뜻과는 달리, 시간 게임은 하지 않겠다며 협상 속도를 조절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언급과 궤를 같이 합니다.

성과에 급급해 섣불리 회담하지 않겠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도 만족스런 수준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북한에 재확인시키는 차원으로도 여겨집니다.

때문에, 협상이 당초 기대보다 장기화될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우정엽/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 : "지금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 본인들이 원하는 의제에 맞는 협상이 잘 안되기 때문에 지금 언제 어디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 것인지에 대해서 합의를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앞으로 실무회담이나 고위급회담 등에서 미국이 원하는 바를 보다 더 북한에게 요구를 하고 이러한 것들이 충족될 때에 2차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내 종전선언은 물론 김정은 원장의 서울 방문도 뒤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부관계자는 정상회담이 내년에 열리더라도 종전선언은 올해 안에 가능하다면서, 북미 간 합의의 진전을 전제 조건으로 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말 제안한 북미 고위급회담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7일 4차 방북 당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만족감을 표하며 협상에 중대진전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10월 7일) : "북한 방문은 상당히 좋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습니다."]

금방 뒤따를 것 같던 실무 협상은 하지만, 방북 보름이 넘도록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다시 고위급 회담을 갖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멀지 않은 회담 날짜도 제시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10월 19일) : "저는 여기서 열흘 뒤쯤 북한 측 카운터파트와 고위급회담을 갖기를 희망합니다."]

실무협상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일단 대화의 동력을 끊기지 않게 하려는 방편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장소가 미국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는데,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에 대한 북미 양측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회담이 열린다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김여정 부부장은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에 배석을 했기 때문에 상황을 잘 알고는 있지만 그 자체가 협상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동행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협상을 담당해왔던 김영철 통전부장이나 또는 리용호 외무상이 동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저런 예측에도, 북한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여태껏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고위급회담이 아직도 날짜와 장소를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미국은 준비돼 있는데 북한이 답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큰 원칙에 합의했던 1차 정상회담에 비해 그 이행방안을 조율해야 하는 2차 회담은 북미 간 셈법이 복잡한 상황, 이를 준비할 고위급 회담과 실무협상에 대해 북한도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견햅니다.

일단 북한의 준비가 끝나야 고위급 회담과 실무협상이 선후 개념 없이 상호보완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우리 정부 관계자는 내다봤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지금 북한이 요구했던 제재 완화에 대해서 미국이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선뜻 고위급회담을 할 경우 오히려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의 언질이 있기를 기다리면서 고위급 회담의 날짜를 확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깊어지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 갈등이 북한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중거리 미사일의 폐기를 약속했던 중거리 핵전략 조약을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수 년 동안 조약을 위반해 왔습니다."]

그동안 러시아가 조약을 제대로 지켜오지 않은 건 물론, 미국이 조약에 묶여 배치하지 못한 미사일을 다른 나라들은 마음껏 생산하고 배치해왔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과 북한을 겨냥해 거론했습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 이란, 북한 등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한 상당한 진전을 이뤘습니다."]

중국, 러시아와 미국 간의 군사경쟁을 예고하는 듯한 이런 양상은 북핵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으로 북핵 문제가 미국 대외정책의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미국이 조약 파기와 함께 핵 군비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주저하게 만들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 : "미국이 지금 동북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인식, 다시 말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아주 부정적인 인식은 북한,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 평화적인 방법론의 사용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열려있을 수는 없다는 그런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미국이 아직까지는 북한에 대해서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하고자 할 때, 북한의 비핵화가 빨리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의 이익에 맞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국무회의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모두 비준한 것도 이런 움직임의 하나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10월 23일, 국무회의) : "남북 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했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 동의를 아직 받지 않았는데도, 그 이행 성격이 강한 평양선언을 먼저 비준한 건 흔들림 없는 남북관계를 대내외에 확인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미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먼저 속도를 내 답보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 : "남북관계 개선을 보다 더 제도화할 수 있는데 있어서 우리 정부가 노력을 보이게 되면 북한이 그에 상응해서 앞으로 좀 더 우리 정부의 요구에 맞는, 그리고 국제사회의 요구에 맞는 비핵화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어떠한 평가를 받을 것인가는 조금 더 후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행동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의 진전도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지난 22일 열린 평양공동선언의 첫 후속회담인 산림협력회담. 10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담을 끝낸 북측 단장은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김성준/북한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 : "(이런 형식으로 진행되면 앞으로) 북남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 기대를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북 제재에 저촉받을 수 있는 부분이 예상보다 많아 북한의 기대만큼 합의가 진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북측은 태양광 시설 등을 갖춘 현대식 양묘장을 짓는데 남측이 협조해주길 바랐지만, 남측은 파이프 등 대북 제재에 걸리는 물품들이 필요해 어렵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안건인 소나무 재선충 방제도 철재가 들어가는 장비 반입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약품 제공만 합의됐습니다.

남북 간 합의를 진전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를 실행하는 것도 결국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 여부와, 이에 연동될 대북 제재 완화에 달렸음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미국이 북미 협상에서 호흡 조절 모드로 돌아선 가운데, 장고에 들어간 북한의 침묵도 길어지는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외교 등을 통해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공을 들여온 북한이 과연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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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북미협상 정체 속 물밑 ‘줄다리기’
    • 입력 2018-10-27 07:52:32
    • 수정2018-11-19 1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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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발언들이 최근 미국 내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기 개최를 희망해 온 북한 입장에선 고민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북한은 최근 미국의 고위급 회담과 실무 접촉 요구에 대해 일절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또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협상의 돌파구가 될까요? 아니면 장기전의 시작점이 될까요?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매년 12월, 한국과 미국 전투기 2백여 대가 참가해 벌이는 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에이스’지난해,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는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A 등 북한의 핵심시설 타격이 가능한 최신 전략무기들이 대거 동원됐습니다.

[조선중앙TV /2017년 12월 : "미제는 12월 4일부터 괴뢰들과 야합해서 남조선에서 우리를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를 사상 최대 규모로 벌려놓았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일, 올해는 이 훈련을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두 차례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이어 4번째로 대규모 한미 훈련이 중지, 혹은 연기된 겁니다.

북한에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겠다는 게 미국의 설명, 연기 제안도 우리 정부가 아닌 미국이 먼저 꺼냈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표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화 의지가 여전함을 보이고, 협상 동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시간을 무기로 한 대북 압박도 동시에 벌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방문한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2차 북미정상회담은 내년으로 넘어갈 거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북한 문제는) 잘 될 것입니다. 서두를 것 없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없고 억류됐던 미국인들도 돌아왔습니다."]

연내 개최를 바라던 북한의 뜻과는 달리, 시간 게임은 하지 않겠다며 협상 속도를 조절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언급과 궤를 같이 합니다.

성과에 급급해 섣불리 회담하지 않겠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도 만족스런 수준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북한에 재확인시키는 차원으로도 여겨집니다.

때문에, 협상이 당초 기대보다 장기화될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우정엽/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 : "지금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 본인들이 원하는 의제에 맞는 협상이 잘 안되기 때문에 지금 언제 어디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 것인지에 대해서 합의를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앞으로 실무회담이나 고위급회담 등에서 미국이 원하는 바를 보다 더 북한에게 요구를 하고 이러한 것들이 충족될 때에 2차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내 종전선언은 물론 김정은 원장의 서울 방문도 뒤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부관계자는 정상회담이 내년에 열리더라도 종전선언은 올해 안에 가능하다면서, 북미 간 합의의 진전을 전제 조건으로 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말 제안한 북미 고위급회담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7일 4차 방북 당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만족감을 표하며 협상에 중대진전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10월 7일) : "북한 방문은 상당히 좋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습니다."]

금방 뒤따를 것 같던 실무 협상은 하지만, 방북 보름이 넘도록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다시 고위급 회담을 갖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멀지 않은 회담 날짜도 제시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10월 19일) : "저는 여기서 열흘 뒤쯤 북한 측 카운터파트와 고위급회담을 갖기를 희망합니다."]

실무협상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일단 대화의 동력을 끊기지 않게 하려는 방편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장소가 미국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는데,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에 대한 북미 양측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회담이 열린다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김여정 부부장은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에 배석을 했기 때문에 상황을 잘 알고는 있지만 그 자체가 협상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동행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협상을 담당해왔던 김영철 통전부장이나 또는 리용호 외무상이 동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저런 예측에도, 북한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여태껏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고위급회담이 아직도 날짜와 장소를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미국은 준비돼 있는데 북한이 답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큰 원칙에 합의했던 1차 정상회담에 비해 그 이행방안을 조율해야 하는 2차 회담은 북미 간 셈법이 복잡한 상황, 이를 준비할 고위급 회담과 실무협상에 대해 북한도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견햅니다.

일단 북한의 준비가 끝나야 고위급 회담과 실무협상이 선후 개념 없이 상호보완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우리 정부 관계자는 내다봤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지금 북한이 요구했던 제재 완화에 대해서 미국이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선뜻 고위급회담을 할 경우 오히려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의 언질이 있기를 기다리면서 고위급 회담의 날짜를 확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깊어지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 갈등이 북한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중거리 미사일의 폐기를 약속했던 중거리 핵전략 조약을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수 년 동안 조약을 위반해 왔습니다."]

그동안 러시아가 조약을 제대로 지켜오지 않은 건 물론, 미국이 조약에 묶여 배치하지 못한 미사일을 다른 나라들은 마음껏 생산하고 배치해왔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과 북한을 겨냥해 거론했습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 이란, 북한 등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한 상당한 진전을 이뤘습니다."]

중국, 러시아와 미국 간의 군사경쟁을 예고하는 듯한 이런 양상은 북핵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으로 북핵 문제가 미국 대외정책의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미국이 조약 파기와 함께 핵 군비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주저하게 만들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 : "미국이 지금 동북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인식, 다시 말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아주 부정적인 인식은 북한,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 평화적인 방법론의 사용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열려있을 수는 없다는 그런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미국이 아직까지는 북한에 대해서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하고자 할 때, 북한의 비핵화가 빨리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의 이익에 맞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국무회의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모두 비준한 것도 이런 움직임의 하나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10월 23일, 국무회의) : "남북 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했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 동의를 아직 받지 않았는데도, 그 이행 성격이 강한 평양선언을 먼저 비준한 건 흔들림 없는 남북관계를 대내외에 확인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미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먼저 속도를 내 답보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 : "남북관계 개선을 보다 더 제도화할 수 있는데 있어서 우리 정부가 노력을 보이게 되면 북한이 그에 상응해서 앞으로 좀 더 우리 정부의 요구에 맞는, 그리고 국제사회의 요구에 맞는 비핵화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어떠한 평가를 받을 것인가는 조금 더 후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행동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의 진전도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지난 22일 열린 평양공동선언의 첫 후속회담인 산림협력회담. 10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담을 끝낸 북측 단장은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김성준/북한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 : "(이런 형식으로 진행되면 앞으로) 북남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 기대를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북 제재에 저촉받을 수 있는 부분이 예상보다 많아 북한의 기대만큼 합의가 진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북측은 태양광 시설 등을 갖춘 현대식 양묘장을 짓는데 남측이 협조해주길 바랐지만, 남측은 파이프 등 대북 제재에 걸리는 물품들이 필요해 어렵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안건인 소나무 재선충 방제도 철재가 들어가는 장비 반입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약품 제공만 합의됐습니다.

남북 간 합의를 진전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를 실행하는 것도 결국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 여부와, 이에 연동될 대북 제재 완화에 달렸음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미국이 북미 협상에서 호흡 조절 모드로 돌아선 가운데, 장고에 들어간 북한의 침묵도 길어지는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외교 등을 통해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공을 들여온 북한이 과연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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