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꿈 대신 ‘빚’ 짊어지는 대학생들

입력 2018.11.26 (18:06) 수정 2018.11.2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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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고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빚을 내서 대학 생활을 하는 이른바 '캠퍼스 푸어' 문제가 최근 심각하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는 대학생들이 많은데요.

문제는 졸업을 해도 취직이 안 된다는 겁니다.

결국 남는 건 빚뿐,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상당수인데요.

그런데 우리니라와 달리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부는 미국에서도 대학생들이 빚더미에 앉은 채 졸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대에 다니고 있는 이 여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학자금 4천5백만 원을 빌렸습니다.

하지만 매 학기마다 드는 실습비와 재료비가 만만치 않아 추가로 돈을 빌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빌린 돈이 모두 1억7천만 원입니다.

[아나 마티네즈/대학생 :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야간 근무가 끝나면 바로 강의실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결국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빚을 갚기 위해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남학생은 졸업 후 자신이 원하던 직장에 가는 걸 포기했습니다.

1억3천만 원이 넘는 대출금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마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제라치/대학생 :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곳에 취직도 하겠지 했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어요."]

[앵커]

미국의 학자금 부채 규모, 어느 정돕니까?

[답변]

미 연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의 학자금 대출은 1조5천3백억 달러, 우리돈 천7백조 원이 넘습니다.

대졸자 한 명이 평균 4천4백만 원의 빚을 지고 졸업하는 건데, 심각한 건, 10년이 지나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스턴에 거주하는 이 여성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습니다.

매달 33만 원씩, 앞으로 10년은 더 갚아야합니다.

[아네테 펠라에즈/64살 : "매달 월세 620달러와 관리비 그리고 학자금 대출 1,000달러까지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요."]

올해 65세인 이 여성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은퇴는 꿈도 못 꿉니다.

10년 전 아들의 학비를 내기 위해 빌린 8천만 원 때문입니다.

[낸시 쿠케이/65살 : "제가 원하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어요."]

미 언론에 따르면 학자금 부채를 떠안은 60세 이상 미국인은 3백만 명으로, 이들 중 70% 이상이 자녀 또는 손자들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이렇게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등록금이죠?

[답변]

그렇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려면 엄청난 돈이 듭니다.

일부 사립대학의 경우 한 명이 졸업할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30만 달러, 우리돈 3억4천만 원이 든다고 합니다.

[앵커]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유럽에서 등록금을 내지 않는 나라도 있는데, 이곳 학생들 주머니 사정은 좀 나은 편인가요?

[답변]

맞습니다.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학생회비 등으로 학기당 2,30만 원 정도만 내면 됩니다.

미국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하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집세입니다.

파리 시내의 원룸 평균 임대료는 126만 원, 베를린 대학가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는 110만 원에 육박합니다.

여기에 식비, 교통비 등 필수 지출 항목들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학생들 생활은 더 팍팍해졌습니다.

[사라 골드릭랩/템플대학교 교수 : "학교를 다니는데 실질적으로 주머니에서 나가는 비용(net price)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독일의 경우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현지 매체에 따르면 10명 중 7명꼴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학생들이 빚더미에 앉으면서까지 졸업장을 따려는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답변]

직종별로 다르긴 하지만, 대학 졸업 이후 보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학사 학위 소지자의 평균 연봉은 7천4백만 원, 고등학교 졸업자의 평균 연봉은 4천만 원 수준입니다.

고졸과 대졸 취업자간 받는 돈이 월로 따지면 270만 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겁니다.

[앵커]

학비나 생활비 때문에 민간 대출업체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매년 140만 명의 대학생들이 개인 대출 기관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7%대가 넘는 높은 이자율에 부채 상환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멜로디 호프트 : "학자금 대출을 해준 개인업자들이 전액을 갚으라며 제 어머니에게 전화하고 괴롭혀요. (전부를요?) 네, 아직 기한이 남았는데도 벌써 전액을 갚으래요."]

중국에서는 온라인 대출 중개, P2P 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학생증만 있으면 돈을 빌릴 수 있는데요.

법정 이자율을 넘어 수백%대의 고금리를 받는 모두 불법 대부업체들입니다.

이들은 특히 학생들에게 성매매나 신체포기 각서를 쓰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쯔워 쉉가오/인터넷금융법 전문가 : "(학생들은) 학생증을 손에 들고서 나체로 찍은 사진을 업자들에게 제공합니다. 업자들은 교내와 인터넷 상에 그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방식을 이용하여 학생들 스스로 돈을 갚도록 만들게 하는 것입니다."]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가 관리 감독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관련 시장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중국의 온라인 P2P 대출 규모가 내년을 전후로 3조7천억 위안, 우리돈 6백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미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졸업 이후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질 경우, 결국 나라 경제에 폭탄이 될 수도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는데요.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한 빚더미에 눌린 학생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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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꿈 대신 ‘빚’ 짊어지는 대학생들
    • 입력 2018-11-26 18:14:05
    • 수정2018-11-26 22:31:13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고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빚을 내서 대학 생활을 하는 이른바 '캠퍼스 푸어' 문제가 최근 심각하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는 대학생들이 많은데요.

문제는 졸업을 해도 취직이 안 된다는 겁니다.

결국 남는 건 빚뿐,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상당수인데요.

그런데 우리니라와 달리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부는 미국에서도 대학생들이 빚더미에 앉은 채 졸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대에 다니고 있는 이 여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학자금 4천5백만 원을 빌렸습니다.

하지만 매 학기마다 드는 실습비와 재료비가 만만치 않아 추가로 돈을 빌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빌린 돈이 모두 1억7천만 원입니다.

[아나 마티네즈/대학생 :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야간 근무가 끝나면 바로 강의실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결국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빚을 갚기 위해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남학생은 졸업 후 자신이 원하던 직장에 가는 걸 포기했습니다.

1억3천만 원이 넘는 대출금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마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제라치/대학생 :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곳에 취직도 하겠지 했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어요."]

[앵커]

미국의 학자금 부채 규모, 어느 정돕니까?

[답변]

미 연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의 학자금 대출은 1조5천3백억 달러, 우리돈 천7백조 원이 넘습니다.

대졸자 한 명이 평균 4천4백만 원의 빚을 지고 졸업하는 건데, 심각한 건, 10년이 지나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스턴에 거주하는 이 여성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습니다.

매달 33만 원씩, 앞으로 10년은 더 갚아야합니다.

[아네테 펠라에즈/64살 : "매달 월세 620달러와 관리비 그리고 학자금 대출 1,000달러까지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요."]

올해 65세인 이 여성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은퇴는 꿈도 못 꿉니다.

10년 전 아들의 학비를 내기 위해 빌린 8천만 원 때문입니다.

[낸시 쿠케이/65살 : "제가 원하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어요."]

미 언론에 따르면 학자금 부채를 떠안은 60세 이상 미국인은 3백만 명으로, 이들 중 70% 이상이 자녀 또는 손자들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이렇게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등록금이죠?

[답변]

그렇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려면 엄청난 돈이 듭니다.

일부 사립대학의 경우 한 명이 졸업할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30만 달러, 우리돈 3억4천만 원이 든다고 합니다.

[앵커]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유럽에서 등록금을 내지 않는 나라도 있는데, 이곳 학생들 주머니 사정은 좀 나은 편인가요?

[답변]

맞습니다.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학생회비 등으로 학기당 2,30만 원 정도만 내면 됩니다.

미국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하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집세입니다.

파리 시내의 원룸 평균 임대료는 126만 원, 베를린 대학가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는 110만 원에 육박합니다.

여기에 식비, 교통비 등 필수 지출 항목들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학생들 생활은 더 팍팍해졌습니다.

[사라 골드릭랩/템플대학교 교수 : "학교를 다니는데 실질적으로 주머니에서 나가는 비용(net price)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독일의 경우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현지 매체에 따르면 10명 중 7명꼴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학생들이 빚더미에 앉으면서까지 졸업장을 따려는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답변]

직종별로 다르긴 하지만, 대학 졸업 이후 보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학사 학위 소지자의 평균 연봉은 7천4백만 원, 고등학교 졸업자의 평균 연봉은 4천만 원 수준입니다.

고졸과 대졸 취업자간 받는 돈이 월로 따지면 270만 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겁니다.

[앵커]

학비나 생활비 때문에 민간 대출업체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매년 140만 명의 대학생들이 개인 대출 기관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7%대가 넘는 높은 이자율에 부채 상환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멜로디 호프트 : "학자금 대출을 해준 개인업자들이 전액을 갚으라며 제 어머니에게 전화하고 괴롭혀요. (전부를요?) 네, 아직 기한이 남았는데도 벌써 전액을 갚으래요."]

중국에서는 온라인 대출 중개, P2P 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학생증만 있으면 돈을 빌릴 수 있는데요.

법정 이자율을 넘어 수백%대의 고금리를 받는 모두 불법 대부업체들입니다.

이들은 특히 학생들에게 성매매나 신체포기 각서를 쓰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쯔워 쉉가오/인터넷금융법 전문가 : "(학생들은) 학생증을 손에 들고서 나체로 찍은 사진을 업자들에게 제공합니다. 업자들은 교내와 인터넷 상에 그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방식을 이용하여 학생들 스스로 돈을 갚도록 만들게 하는 것입니다."]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가 관리 감독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관련 시장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중국의 온라인 P2P 대출 규모가 내년을 전후로 3조7천억 위안, 우리돈 6백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미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졸업 이후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질 경우, 결국 나라 경제에 폭탄이 될 수도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는데요.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한 빚더미에 눌린 학생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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