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국내 A매치’…갈수록 후퇴하는 여자축구, 왜?

입력 2018.11.27 (21:46) 수정 2018.11.2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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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8년 전 17세 월드컵 우승과 20세 월드컵 3위 등 전성기를 누렸던 여자축구가 갈수록 후퇴하고 있습니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우루과이 17세 이하 월드컵 성적이 불안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박주미, 박선우 기자가 몰락해가는 한국여자 축구의 현실을 심층진단합니다.

[리포트]

1무2패, 초라한 귀국 모습은 여자축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불과 8년 전 17세 대표팀 귀국 땐 달랐습니다.

피파 주관대회 첫 우승에 여자축구 황금기가 시작됐다며 들떴습니다.

[여민지/2010 FIFA U17 월드컵 우승 주역 3관왕 : "너무 신기했어요. 청와대 가서 만찬도 하고. 그래서 여자축구활성화되고 (선수 육성도 되고) 기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때 뿐이었습니다.

17세 대표팀은 우승 이후 3개 대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20세 대표팀은 올해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을 냈습니다.

성인대표팀의 경쟁력도 걱정입니다.

대표팀 베테랑 지소연은 언제부턴가 A매치 기간이 괴롭습니다.

[지소연/첼시FC 레이디스 : "(동료들은 각자 나라로 가고) 전 항상 혼자 팀에 남아 있어요. 동료들도 Ji(지)는 어느 나라랑 경기해? 그럼 전 경기 없는데? 그럼 왜 매번 경기가 없냐고 물어요. 그럴 때마다 할 말이 없어요."]

2011년부터 6년간 여자대표팀의 연평균 A매치 횟수는 불과 7경기.

특히 연간 국내 A매치는 0.5 게임에 불과합니다.

중국과 비교하면 15분의 1, 미국에 비하면 무려 2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팀에 비해 지원도 부족했습니다.

[지소연/첼시FC 레이디스 : "(선수촌에 묵은 다른 종목 선수들도 그렇지만) 물갈이하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거기 음식 먹고 배탈나는 선수도 많고."]

축구협회는 여자축구 발전 방안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하는데 목표 설정과 실행은 제대로 되고 있는 걸까요?

박선우 기자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 WOW팀 ‘유명무실’…여자 선수 양성은?

축구협회는 여자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일궈낸 2015년 말 여자축구 발전 전담팀을 출범합니다.

WOW팀이라 불리는 전담팀은 올해부터 정식 부서로 승격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합니다.

직원은 단 2명에 연간 예산이 천만 원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고, 역할도 온라인 홍보 등 한정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협회의 장기발전 계획인 '비전 해트트릭 2033'은 2033년까지 만 명의 여자 선수 육성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실업과 대학 팀들의 잇따른 해체 속에 등록 선수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더 줄었습니다.

또 얇은 선수층에 초중고 선수 수가 거의 비슷한 항아리형 구조라 선수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대업/대한축구협회 대표지원실장 : "조금 미흡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희는 좀 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나 정책을 수립하는 등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축구협회의 형식적인 행정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사이 여자축구 선수 저변은 더 취약해졌습니다.

[한준희/KBS 축구 해설위원 : "경쟁을 유도하고, 좋은 국가대표팀을 꾸리는데 있어서도 상당히 큰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자축구) 선수층을 피라미드 모양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중고 학교 스포츠클럽과 연계해 여자 축구 선수 자원을 확충하고 팀 창단을 유도하는 등 획기적인 대안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KBS 뉴스 박선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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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7 21:50:46
    • 수정2018-11-27 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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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17세 월드컵 우승과 20세 월드컵 3위 등 전성기를 누렸던 여자축구가 갈수록 후퇴하고 있습니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우루과이 17세 이하 월드컵 성적이 불안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박주미, 박선우 기자가 몰락해가는 한국여자 축구의 현실을 심층진단합니다.

[리포트]

1무2패, 초라한 귀국 모습은 여자축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불과 8년 전 17세 대표팀 귀국 땐 달랐습니다.

피파 주관대회 첫 우승에 여자축구 황금기가 시작됐다며 들떴습니다.

[여민지/2010 FIFA U17 월드컵 우승 주역 3관왕 : "너무 신기했어요. 청와대 가서 만찬도 하고. 그래서 여자축구활성화되고 (선수 육성도 되고) 기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때 뿐이었습니다.

17세 대표팀은 우승 이후 3개 대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20세 대표팀은 올해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을 냈습니다.

성인대표팀의 경쟁력도 걱정입니다.

대표팀 베테랑 지소연은 언제부턴가 A매치 기간이 괴롭습니다.

[지소연/첼시FC 레이디스 : "(동료들은 각자 나라로 가고) 전 항상 혼자 팀에 남아 있어요. 동료들도 Ji(지)는 어느 나라랑 경기해? 그럼 전 경기 없는데? 그럼 왜 매번 경기가 없냐고 물어요. 그럴 때마다 할 말이 없어요."]

2011년부터 6년간 여자대표팀의 연평균 A매치 횟수는 불과 7경기.

특히 연간 국내 A매치는 0.5 게임에 불과합니다.

중국과 비교하면 15분의 1, 미국에 비하면 무려 2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팀에 비해 지원도 부족했습니다.

[지소연/첼시FC 레이디스 : "(선수촌에 묵은 다른 종목 선수들도 그렇지만) 물갈이하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거기 음식 먹고 배탈나는 선수도 많고."]

축구협회는 여자축구 발전 방안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하는데 목표 설정과 실행은 제대로 되고 있는 걸까요?

박선우 기자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 WOW팀 ‘유명무실’…여자 선수 양성은?

축구협회는 여자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일궈낸 2015년 말 여자축구 발전 전담팀을 출범합니다.

WOW팀이라 불리는 전담팀은 올해부터 정식 부서로 승격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합니다.

직원은 단 2명에 연간 예산이 천만 원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고, 역할도 온라인 홍보 등 한정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협회의 장기발전 계획인 '비전 해트트릭 2033'은 2033년까지 만 명의 여자 선수 육성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실업과 대학 팀들의 잇따른 해체 속에 등록 선수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더 줄었습니다.

또 얇은 선수층에 초중고 선수 수가 거의 비슷한 항아리형 구조라 선수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대업/대한축구협회 대표지원실장 : "조금 미흡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희는 좀 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나 정책을 수립하는 등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축구협회의 형식적인 행정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사이 여자축구 선수 저변은 더 취약해졌습니다.

[한준희/KBS 축구 해설위원 : "경쟁을 유도하고, 좋은 국가대표팀을 꾸리는데 있어서도 상당히 큰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자축구) 선수층을 피라미드 모양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중고 학교 스포츠클럽과 연계해 여자 축구 선수 자원을 확충하고 팀 창단을 유도하는 등 획기적인 대안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KBS 뉴스 박선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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