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 국경 앞에서 좌절…캐러밴의 앞날은?

입력 2018.12.01 (21:40) 수정 2018.12.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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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온 사람들.

중남미 이민자 행렬 '캐러밴'이 미국 국경에 다다르자마자 국경수비대에 가로막혔습니다.

고국의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해 새 삶을 살아보려는 이들의 꿈,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요?

여전히 막막한 캐러밴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지 짚어보겠습니다.

보도본부 국제부 연결합니다.

남종혁 기자.

[리포트]

네, 캐러밴은 본래 사막과 초원에서 무리를 지어서 이동하는 상인들을 뜻합니다.

요즘은 중남미의 이민자 행렬을 가리키죠.

한 달 전쯤, 이들은 미국행 1차 관문인 멕시코 땅에 진입하는 데 성공합니다.

철책을 무너뜨리고, 담장을 넘기도 하고, 또 일부는 목숨을 담보로 강물로 뛰어든 결과입니다.

다시 한 달 동안 이들은 3천여 킬로미터를 이동해 접경도시에 도착했고, 마지막 관문인 미국 진입을 시도합니다.

멕시코 접경도시 티후아나.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콘크리트 수로를 넘어 미국 국경을 향해 갑자기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국경순찰대는 최루탄을 쏘며 막아섭니다.

망명신청을 빨리 받아달라며 시위를 벌이던 수백명이 국경에 접근하면서 충돌이 빚어진 겁니다.

[미르야 리셋 아마야/온두라스 출신 : "우리에게 최루탄을 쐈어요. 현장에 있던 많은 어린 아이들이 기절했어요. 제 딸도 가스를 마셨어요."]

한 엄마는 어린 두 딸의 손을 잡고 황급히 달아나지만, 최루 가스를 피하지 못합니다.

맨발에 티셔츠만 걸친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립니다.

[마리아 멘자/온두라스 출신 : "아이들이 있는데 최루탄을 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슬프고 두렵고 울고 싶어요. 딸들과 도망치면서 최루 가스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미국 당국은 이 과정에서 국경을 넘어온 40여 명을 연행했습니다.

또 국경검문소에서의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한동안 차단했습니다.

[우고 베탄고트/샌디에이고 주민 : "많은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으려 해서 7시간 동안 국경이 폐쇄됐어요. 지금 다시 열려서 방금 넘어왔어요."]

미국 입국을 연이어 시도하는 중남미 이민자들의 꿈은 오직 하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에 정착하는 겁니다.

아메리칸드림을 실현시키겠다며 극도의 피로와 무더위, 배고픔도 견뎌왔습니다.

[올만 마르퀸/온두라스 출신 : "우리는 모두 일꾼들입니다. 땀 흘려서 돈을 벌고 싶어요. 누구를 해치거나 물건을 훔치지 않아요. 일하고 싶을 뿐이어요."]

[엘레나 마르티네스/엘살바도르 출신 : "큰 아들이 길거리에서 갱단의 살인 현장을 목격했어요. 그래서 살해 협박을 받아 그 곳에서 살 수가 없어 떠나왔어요."]

기나긴 고행 길을 뚫고 티후아나에 새롭게 도착한 중남미 출신 이민자는 무려 5천이 넘습니다.

하지만 기존 대기자만도 3천여 명이나 돼, 망명 신청을 하는데만 석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국경검문소가 하루에 100건 미만의 망명 신청만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조엘 칼라도/이민자 행렬 대표 : "트럼프 대통령에게 입국 허용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싶어요. 그러면 우리가 이런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여요."]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망명 신청자의 미국 체류를 허용하는 현행법과 상관없이 망명 승인 전까지는 이민자들의 입국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입장입니다.

국제사회의 어떠한 비난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국경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만약 멕시코쪽 국경이 통제 불능이 되면 우리는 국경을 폐쇄할 겁니다."]

미국의 태도가 완강한 이상, 망명 승인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됩니다.

때문에 오히려 밀입국 시도가 증가하면서 국경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둥지를 찾겠다는 이들의 꿈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캐러밴의 운명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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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 이슈] 국경 앞에서 좌절…캐러밴의 앞날은?
    • 입력 2018-12-01 22:15:45
    • 수정2018-12-21 20: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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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온 사람들.

중남미 이민자 행렬 '캐러밴'이 미국 국경에 다다르자마자 국경수비대에 가로막혔습니다.

고국의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해 새 삶을 살아보려는 이들의 꿈,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요?

여전히 막막한 캐러밴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지 짚어보겠습니다.

보도본부 국제부 연결합니다.

남종혁 기자.

[리포트]

네, 캐러밴은 본래 사막과 초원에서 무리를 지어서 이동하는 상인들을 뜻합니다.

요즘은 중남미의 이민자 행렬을 가리키죠.

한 달 전쯤, 이들은 미국행 1차 관문인 멕시코 땅에 진입하는 데 성공합니다.

철책을 무너뜨리고, 담장을 넘기도 하고, 또 일부는 목숨을 담보로 강물로 뛰어든 결과입니다.

다시 한 달 동안 이들은 3천여 킬로미터를 이동해 접경도시에 도착했고, 마지막 관문인 미국 진입을 시도합니다.

멕시코 접경도시 티후아나.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콘크리트 수로를 넘어 미국 국경을 향해 갑자기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국경순찰대는 최루탄을 쏘며 막아섭니다.

망명신청을 빨리 받아달라며 시위를 벌이던 수백명이 국경에 접근하면서 충돌이 빚어진 겁니다.

[미르야 리셋 아마야/온두라스 출신 : "우리에게 최루탄을 쐈어요. 현장에 있던 많은 어린 아이들이 기절했어요. 제 딸도 가스를 마셨어요."]

한 엄마는 어린 두 딸의 손을 잡고 황급히 달아나지만, 최루 가스를 피하지 못합니다.

맨발에 티셔츠만 걸친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립니다.

[마리아 멘자/온두라스 출신 : "아이들이 있는데 최루탄을 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슬프고 두렵고 울고 싶어요. 딸들과 도망치면서 최루 가스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미국 당국은 이 과정에서 국경을 넘어온 40여 명을 연행했습니다.

또 국경검문소에서의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한동안 차단했습니다.

[우고 베탄고트/샌디에이고 주민 : "많은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으려 해서 7시간 동안 국경이 폐쇄됐어요. 지금 다시 열려서 방금 넘어왔어요."]

미국 입국을 연이어 시도하는 중남미 이민자들의 꿈은 오직 하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에 정착하는 겁니다.

아메리칸드림을 실현시키겠다며 극도의 피로와 무더위, 배고픔도 견뎌왔습니다.

[올만 마르퀸/온두라스 출신 : "우리는 모두 일꾼들입니다. 땀 흘려서 돈을 벌고 싶어요. 누구를 해치거나 물건을 훔치지 않아요. 일하고 싶을 뿐이어요."]

[엘레나 마르티네스/엘살바도르 출신 : "큰 아들이 길거리에서 갱단의 살인 현장을 목격했어요. 그래서 살해 협박을 받아 그 곳에서 살 수가 없어 떠나왔어요."]

기나긴 고행 길을 뚫고 티후아나에 새롭게 도착한 중남미 출신 이민자는 무려 5천이 넘습니다.

하지만 기존 대기자만도 3천여 명이나 돼, 망명 신청을 하는데만 석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국경검문소가 하루에 100건 미만의 망명 신청만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조엘 칼라도/이민자 행렬 대표 : "트럼프 대통령에게 입국 허용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싶어요. 그러면 우리가 이런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여요."]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망명 신청자의 미국 체류를 허용하는 현행법과 상관없이 망명 승인 전까지는 이민자들의 입국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입장입니다.

국제사회의 어떠한 비난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국경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만약 멕시코쪽 국경이 통제 불능이 되면 우리는 국경을 폐쇄할 겁니다."]

미국의 태도가 완강한 이상, 망명 승인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됩니다.

때문에 오히려 밀입국 시도가 증가하면서 국경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둥지를 찾겠다는 이들의 꿈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캐러밴의 운명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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