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하와이, 지상낙원의 두 얼굴

입력 2018.12.01 (21:45) 수정 2018.12.0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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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와이'하면 푸른 바다와 산호초, 서핑 낭만적인 음악까지 떠오르는데요.

'태평양 한가운데 지상낙원'이라는 하와이의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노숙자'라는 사실, 믿어지십니까?

관광 산업에 위협이 된다며 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하와이의 두 얼굴을 정아연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과 파란 바다, 지상낙원으로 통하는 미국 하와이입니다.

그중에서도 와이키키 해변은 하와이의 대표 관광집니다.

[루카스/오스트리아 관광객 : "일 년 내내 좋은 날씨와 맛있는 음식, 경치 모든 게 마음에 들어요. 하와이는 파라다이스죠."]

하지만 어둠이 내리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밤이 되자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 거리를 배회하며 쓰레기통을 뒤지고 공원에서 술판을 벌이기도 합니다.

바로 노숙자들입니다.

해변, 공원 아무 데서나 잠을 자고 아침이면 식당을 돌아다닙니다.

[마리안/호주 관광객 : "아이들과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노숙자들이 가게 안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좀 불편했어요. 편하지는 않았죠."]

차이나타운은 시내 중심가에서 노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대낮인데도 약에 취한 듯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가게 앞에 드러누워 있기도 합니다.

[차이나타운 가게 주인 : "노숙자들 때문에 여기 상권이 죽었어요. 노숙자가 많은데다 흉기 들고 싸움도 많이 하고, 마약도 하고 골치입니다."]

노숙자들의 천막은 아예 인도를 점령했습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와 공원에 텐트를 치는 건 불법입니다.

경찰이 단속에 나서고는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시내 중심가의 한 공원,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숙자들이 짐을 챙깁니다.

마약 소지 여부도 확인합니다.

[노숙자 단속 경찰 : "어떤 노숙자들은 주사기를 갖고 다니죠. 약물을 투약하는 거예요. 주삿바늘이 공원 여기저기 떨어져 있기도 해요. 이 공원은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공원인데도요."]

그러면서 주의를 당부합니다.

[노숙자 단속 경찰 : "노숙자들은 일단 조심하는 게 좋아요. 밤에는 이런 공원에 절대 혼자 다니지 마세요."]

하지만 경찰이 돌아간 뒤, 노숙자들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차이나타운 순찰 대원 : "노숙자들을 쫓아내도 다른 지역으로 잠깐 옮겼다가 다시 돌아오거든요. 끝이 안 나는 싸움이죠."]

더 심각한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지난 10월 호놀룰루의 한 주택가, 무언가에 취한듯한 노숙자와 경찰이 30분 넘게 실랑이를 벌입니다.

[노숙자 : "왜 나를 추적한 거야? 왜 쫓아왔는데?"]

[경찰 : "당신을 추적한 게 아니에요."]

[노숙자 : "왜 날 쫓아왔냐고? 내가 뭘 했다고?"]

[경찰 : "그냥 무슨 일인지 보러 온 거라고요."]

노숙자가 갑자기 흉기를 집어 드는 순간,

["내려놔."]

32살의 노숙자는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약에 취한 노숙자의 돌발행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올해 초 기준으로 하와이의 노숙자는 6천5백여 명.

인구 천 명당 5명꼴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이 때문에 하와이 관광산업까지 위기를 맞게 되면서 정부는 결국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릭 에그드/와이키키 상가번영회장 : "관광지 어디에나 노숙자들이 점령했으니까요. 상인들, 정부, 주민들 모두가 노숙자를 하와이 '넘버원 이슈'라고 했죠."]

하와이에 노숙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뭘까?

[이반/노숙자 : "주택 대여비도 오르고, 가스비도, 전기 요금도... 하와이에서는 매년 모든 가격이 올라요."]

집값은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8십만 달러, 9억 원을 넘습니다.

방 한 개짜리 아파트 월세도 우리 돈으로 160만 원 정도입니다.

[스캇 모리시게/하와이 주정부 노숙자 정책조정관 :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비슷할 겁니다. 하와이는 집값이 매우 비싸고, 빡빡한 주택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토지가 제한되다 보니 주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죠."]

노숙자 대책이 주택 정책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해만도 노숙자 임대주택 건설에 2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제이슨 에스페로/노숙자 쉼터 운영자 : "공공 임대주택은 현재 만 명 정도가 대기 상태입니다. 노숙자 전용 임대주택에 들어가려면 2년에서 최대 5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그 어떤 처방도 듣지 않는 하와이에서 최근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노숙자 해결에 앞서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자는 '공존'입니다.

호놀룰루에서 차로 30, 40분 거리의 와히아와, 이 지역 사회복지사인 조셉이 퇴근 후 바삐 향하는 곳이 있습니다.

[조셉 아코스타/노숙자 지원단체 사회복지사 : "저런 곳도 누군가 다 살고 있는 거예요."]

도심에서 단속으로 쫓겨난 노숙자들입니다.

[조셉 아코스타/노숙자 지원단체 사회복지사 : "시 당국과 군대가 도시에서 노숙자를 쓸어버리니까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옮겨온 거죠."]

조셉이 매일 이 천막촌을 찾는 이유는 친분 쌓기입니다.

[쿠카가/노숙자 : "조셉이 음식이나 담요, 위생용품 같은 걸 자주 가져다주죠. (바나나도요.) 맞아. 나 바나나 좋아하잖아."]

이런 웃음이 바로 공존의 시작입니다.

노숙자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전제조건이기도 합니다.

[조셉 아코스타/노숙자 지원단체 사회복지사 : "노숙자 문제는 정부와 시민, 기업 모두가 함께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한 사람 또는 정부 부처 한 곳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상낙원의 어두운 그림자 노숙자, 하와이는 이제 공존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하와이에서 정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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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하와이, 지상낙원의 두 얼굴
    • 입력 2018-12-01 22:20:28
    • 수정2018-12-01 22:25:03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하와이'하면 푸른 바다와 산호초, 서핑 낭만적인 음악까지 떠오르는데요.

'태평양 한가운데 지상낙원'이라는 하와이의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노숙자'라는 사실, 믿어지십니까?

관광 산업에 위협이 된다며 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하와이의 두 얼굴을 정아연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과 파란 바다, 지상낙원으로 통하는 미국 하와이입니다.

그중에서도 와이키키 해변은 하와이의 대표 관광집니다.

[루카스/오스트리아 관광객 : "일 년 내내 좋은 날씨와 맛있는 음식, 경치 모든 게 마음에 들어요. 하와이는 파라다이스죠."]

하지만 어둠이 내리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밤이 되자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 거리를 배회하며 쓰레기통을 뒤지고 공원에서 술판을 벌이기도 합니다.

바로 노숙자들입니다.

해변, 공원 아무 데서나 잠을 자고 아침이면 식당을 돌아다닙니다.

[마리안/호주 관광객 : "아이들과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노숙자들이 가게 안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좀 불편했어요. 편하지는 않았죠."]

차이나타운은 시내 중심가에서 노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대낮인데도 약에 취한 듯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가게 앞에 드러누워 있기도 합니다.

[차이나타운 가게 주인 : "노숙자들 때문에 여기 상권이 죽었어요. 노숙자가 많은데다 흉기 들고 싸움도 많이 하고, 마약도 하고 골치입니다."]

노숙자들의 천막은 아예 인도를 점령했습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와 공원에 텐트를 치는 건 불법입니다.

경찰이 단속에 나서고는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시내 중심가의 한 공원,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숙자들이 짐을 챙깁니다.

마약 소지 여부도 확인합니다.

[노숙자 단속 경찰 : "어떤 노숙자들은 주사기를 갖고 다니죠. 약물을 투약하는 거예요. 주삿바늘이 공원 여기저기 떨어져 있기도 해요. 이 공원은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공원인데도요."]

그러면서 주의를 당부합니다.

[노숙자 단속 경찰 : "노숙자들은 일단 조심하는 게 좋아요. 밤에는 이런 공원에 절대 혼자 다니지 마세요."]

하지만 경찰이 돌아간 뒤, 노숙자들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차이나타운 순찰 대원 : "노숙자들을 쫓아내도 다른 지역으로 잠깐 옮겼다가 다시 돌아오거든요. 끝이 안 나는 싸움이죠."]

더 심각한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지난 10월 호놀룰루의 한 주택가, 무언가에 취한듯한 노숙자와 경찰이 30분 넘게 실랑이를 벌입니다.

[노숙자 : "왜 나를 추적한 거야? 왜 쫓아왔는데?"]

[경찰 : "당신을 추적한 게 아니에요."]

[노숙자 : "왜 날 쫓아왔냐고? 내가 뭘 했다고?"]

[경찰 : "그냥 무슨 일인지 보러 온 거라고요."]

노숙자가 갑자기 흉기를 집어 드는 순간,

["내려놔."]

32살의 노숙자는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약에 취한 노숙자의 돌발행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올해 초 기준으로 하와이의 노숙자는 6천5백여 명.

인구 천 명당 5명꼴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이 때문에 하와이 관광산업까지 위기를 맞게 되면서 정부는 결국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릭 에그드/와이키키 상가번영회장 : "관광지 어디에나 노숙자들이 점령했으니까요. 상인들, 정부, 주민들 모두가 노숙자를 하와이 '넘버원 이슈'라고 했죠."]

하와이에 노숙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뭘까?

[이반/노숙자 : "주택 대여비도 오르고, 가스비도, 전기 요금도... 하와이에서는 매년 모든 가격이 올라요."]

집값은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8십만 달러, 9억 원을 넘습니다.

방 한 개짜리 아파트 월세도 우리 돈으로 160만 원 정도입니다.

[스캇 모리시게/하와이 주정부 노숙자 정책조정관 :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비슷할 겁니다. 하와이는 집값이 매우 비싸고, 빡빡한 주택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토지가 제한되다 보니 주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죠."]

노숙자 대책이 주택 정책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해만도 노숙자 임대주택 건설에 2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제이슨 에스페로/노숙자 쉼터 운영자 : "공공 임대주택은 현재 만 명 정도가 대기 상태입니다. 노숙자 전용 임대주택에 들어가려면 2년에서 최대 5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그 어떤 처방도 듣지 않는 하와이에서 최근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노숙자 해결에 앞서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자는 '공존'입니다.

호놀룰루에서 차로 30, 40분 거리의 와히아와, 이 지역 사회복지사인 조셉이 퇴근 후 바삐 향하는 곳이 있습니다.

[조셉 아코스타/노숙자 지원단체 사회복지사 : "저런 곳도 누군가 다 살고 있는 거예요."]

도심에서 단속으로 쫓겨난 노숙자들입니다.

[조셉 아코스타/노숙자 지원단체 사회복지사 : "시 당국과 군대가 도시에서 노숙자를 쓸어버리니까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옮겨온 거죠."]

조셉이 매일 이 천막촌을 찾는 이유는 친분 쌓기입니다.

[쿠카가/노숙자 : "조셉이 음식이나 담요, 위생용품 같은 걸 자주 가져다주죠. (바나나도요.) 맞아. 나 바나나 좋아하잖아."]

이런 웃음이 바로 공존의 시작입니다.

노숙자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전제조건이기도 합니다.

[조셉 아코스타/노숙자 지원단체 사회복지사 : "노숙자 문제는 정부와 시민, 기업 모두가 함께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한 사람 또는 정부 부처 한 곳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상낙원의 어두운 그림자 노숙자, 하와이는 이제 공존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하와이에서 정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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