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발 밑이 불안하다

입력 2018.12.06 (07:44) 수정 2018.12.0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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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성 해설위원]

발밑이 불안하고 걱정스럽습니다. 갑자기 지하에서 뜨거운 온수가 터져 나와 사상자가 발생하는가하면 통신선이 불타 사회관계망이 마비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하가 불안한 것은 도심 지하에는 통신선뿐 아니라 전력선ㆍ가스관ㆍ상하수도 등 지하시설물이 뒤엉켜 매설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하시설물은 대부분 매설한 지 삼사십년이 지나며 노후돼 사고 위험이 큽니다.

지난 4일 밤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열 수송관이 파열돼 섭씨 100도의 뜨거운 물이 도로에 쏟아졌습니다. 이 사고로 69살 손모씨가 숨지고 23명이 다쳤습니다. 지난달 24일에는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대에 통신이 끊어져 교통, 안전, 금융 시스템이 마비됐습니다. 심지어 유사시 전쟁을 지휘하는 군합동지휘통제체계와 군사정보통합시스템 국방망 등이 일시에 무력화됐지만 군은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또 이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도시를 마비시킨 기반시설 사고는 그동안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1994년 동대문역 인근 지하 KT 통신구 화재, 1997년에는 마포구 공덕동에서 굴착작업 중 발생한 도시가스관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상수도관을 건드려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대형 싱크홀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관리가 안되는 게 가장 큰 문젭니다. 시설물마다 관리주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민간이 설치한 지하시설물은 아예 관리 사각지대입니다. 최근 건설된 신도시 말고는 복잡하게 얽힌 통신과 전기·가스·상하수도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조차 없습니다.

곧바로 지하시설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예산을 수반한 실효성 있는 제도와 방지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지하시설물 전체에 대해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 감독을 해야 합니다. 지하 도시 기반시설 사고는 생활서비스의 불편을 넘어 행정과 국방, 국가 시스템마저 일시에 마비시킵니다. 발밑 불안은 이제 안전을 넘어 안보차원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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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발 밑이 불안하다
    • 입력 2018-12-06 07:48:05
    • 수정2018-12-06 07: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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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성 해설위원]

발밑이 불안하고 걱정스럽습니다. 갑자기 지하에서 뜨거운 온수가 터져 나와 사상자가 발생하는가하면 통신선이 불타 사회관계망이 마비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하가 불안한 것은 도심 지하에는 통신선뿐 아니라 전력선ㆍ가스관ㆍ상하수도 등 지하시설물이 뒤엉켜 매설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하시설물은 대부분 매설한 지 삼사십년이 지나며 노후돼 사고 위험이 큽니다.

지난 4일 밤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열 수송관이 파열돼 섭씨 100도의 뜨거운 물이 도로에 쏟아졌습니다. 이 사고로 69살 손모씨가 숨지고 23명이 다쳤습니다. 지난달 24일에는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대에 통신이 끊어져 교통, 안전, 금융 시스템이 마비됐습니다. 심지어 유사시 전쟁을 지휘하는 군합동지휘통제체계와 군사정보통합시스템 국방망 등이 일시에 무력화됐지만 군은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또 이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도시를 마비시킨 기반시설 사고는 그동안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1994년 동대문역 인근 지하 KT 통신구 화재, 1997년에는 마포구 공덕동에서 굴착작업 중 발생한 도시가스관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상수도관을 건드려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대형 싱크홀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관리가 안되는 게 가장 큰 문젭니다. 시설물마다 관리주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민간이 설치한 지하시설물은 아예 관리 사각지대입니다. 최근 건설된 신도시 말고는 복잡하게 얽힌 통신과 전기·가스·상하수도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조차 없습니다.

곧바로 지하시설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예산을 수반한 실효성 있는 제도와 방지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지하시설물 전체에 대해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 감독을 해야 합니다. 지하 도시 기반시설 사고는 생활서비스의 불편을 넘어 행정과 국방, 국가 시스템마저 일시에 마비시킵니다. 발밑 불안은 이제 안전을 넘어 안보차원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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