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속았을까”…끊이지 않는 권력층 사칭 사기 이유는?

입력 2018.12.22 (06:35) 수정 2018.12.2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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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속아 거액을 송금했다 재판에 넘겨진 전직 시장, 아직도 권력과 뒷돈의 힘을 믿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입니다.

대체 왜 속을까, 싶지만 이런 사기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권력 사칭에 속은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방준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어릴 적 친구라고 소개한 70대 여성, 전직 대학교수 윤 모 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습니다.

[윤○○/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제의를 받고 서울에 가서 만났거든요. 너무 마음에 들어 한다면서 (청와대) 수석 비서관으로 발령이 날 거다..."]

식성까지 거론하며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대통령 측근 사칭 사기범/2015년 2월 : "(대통령) 생일이라고 오라고 하는데 안 갈 수가 없잖아. 우거지, 돼지 삶은 물에다 우거지 넣은 걸 그렇게 좋아해요."]

이후 대통령 한복값, 청와대 회식비 등을 내야 한다며 뜯어간 돈이 1억 9천만 원.

의심도 들었지만, 상대방 큰소리에 오히려 움츠러들었습니다.

[윤○○/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확인한다는 건) 상대를 못 믿기 때문에 하는 얘기 아니예요. 그걸 보여 달라고 하면 '나 못 믿느냐' 하니까."]

금괴 사진과 층층이 쌓인 현금 영상, 사기범이 대통령 비자금이라고 사업가 안 모 씨에게 보낸 겁니다.

관리 비용을 대주면 5천억 원을 준다는 말에 깜빡 속았습니다.

[안○○/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게 비자금인데 이걸 수면 위로 끌고 와서 작업을 해주면 공로가 돼서 분배해주고."]

사칭 사기를 조심하라는 청와대 기자회견에 놀라 신고했지만, 이미 5억 5천만 원을 잃은 뒤였습니다.

[안○○/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경찰청에서 '안가'가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네 안방을 '안가'라 그랬다는 거예요."]

사기범들은 대담한 거짓말로 '설마' 하는 심리를 노렸습니다.

[지자체장 A씨/권양숙 여사 사칭범 접촉 : "뭐 지역 전 국회의원, 시장 들먹거리면서 누구는 뭐고, 누구는 뭐고 이렇게..."]

속았다는 수치심에 차마 신고하지 못하는 점도 먹잇감입니다.

[윤○○/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부끄럽고 창피스러운 일이고 어떻게 보면 당하고도 쉬쉬할 수밖에 없는. 그러다 보니까 세월이 많이 흘렀고."]

권력에 기대 한 몫 챙겨보려는 욕심이 화근이었다고 피해자들은 털어놓습니다.

[안○○/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이렇게 피해를 본 것도 하나의 욕심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한 사람으로서 족하고, 저 같은 피해자들이 안 생겼으면 해서."]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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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속았을까”…끊이지 않는 권력층 사칭 사기 이유는?
    • 입력 2018-12-22 06:36:07
    • 수정2018-12-22 08: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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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속아 거액을 송금했다 재판에 넘겨진 전직 시장, 아직도 권력과 뒷돈의 힘을 믿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입니다.

대체 왜 속을까, 싶지만 이런 사기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권력 사칭에 속은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방준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어릴 적 친구라고 소개한 70대 여성, 전직 대학교수 윤 모 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습니다.

[윤○○/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제의를 받고 서울에 가서 만났거든요. 너무 마음에 들어 한다면서 (청와대) 수석 비서관으로 발령이 날 거다..."]

식성까지 거론하며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대통령 측근 사칭 사기범/2015년 2월 : "(대통령) 생일이라고 오라고 하는데 안 갈 수가 없잖아. 우거지, 돼지 삶은 물에다 우거지 넣은 걸 그렇게 좋아해요."]

이후 대통령 한복값, 청와대 회식비 등을 내야 한다며 뜯어간 돈이 1억 9천만 원.

의심도 들었지만, 상대방 큰소리에 오히려 움츠러들었습니다.

[윤○○/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확인한다는 건) 상대를 못 믿기 때문에 하는 얘기 아니예요. 그걸 보여 달라고 하면 '나 못 믿느냐' 하니까."]

금괴 사진과 층층이 쌓인 현금 영상, 사기범이 대통령 비자금이라고 사업가 안 모 씨에게 보낸 겁니다.

관리 비용을 대주면 5천억 원을 준다는 말에 깜빡 속았습니다.

[안○○/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게 비자금인데 이걸 수면 위로 끌고 와서 작업을 해주면 공로가 돼서 분배해주고."]

사칭 사기를 조심하라는 청와대 기자회견에 놀라 신고했지만, 이미 5억 5천만 원을 잃은 뒤였습니다.

[안○○/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경찰청에서 '안가'가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네 안방을 '안가'라 그랬다는 거예요."]

사기범들은 대담한 거짓말로 '설마' 하는 심리를 노렸습니다.

[지자체장 A씨/권양숙 여사 사칭범 접촉 : "뭐 지역 전 국회의원, 시장 들먹거리면서 누구는 뭐고, 누구는 뭐고 이렇게..."]

속았다는 수치심에 차마 신고하지 못하는 점도 먹잇감입니다.

[윤○○/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부끄럽고 창피스러운 일이고 어떻게 보면 당하고도 쉬쉬할 수밖에 없는. 그러다 보니까 세월이 많이 흘렀고."]

권력에 기대 한 몫 챙겨보려는 욕심이 화근이었다고 피해자들은 털어놓습니다.

[안○○/사칭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이렇게 피해를 본 것도 하나의 욕심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한 사람으로서 족하고, 저 같은 피해자들이 안 생겼으면 해서."]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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