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K] 현대차 10년 넘게 ‘알박기 갑질’…법도 인권도 무시

입력 2019.01.03 (21:18) 수정 2019.01.0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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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대자동차 그룹 사옥 앞에서 10년 넘게 수상한 집회가 매일 열리고 있습니다.

매일 집회를 열고 신고하는 사람들은 현대차가 고용한 사람들입니다.

이른바 알박기 집회죠.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현대차에 대한 비판을 사전 봉쇄하기 위해, 특정 장소를 봉쇄한 것이죠.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재벌그룹이 돈으로 막은 겁니다.

이건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끈질긴K가 파헤쳤습니다.

[리포트]

['알박기 집회' 참가자 : "(이런건 현대차에서 하는거에요?) 아니, 저는 잘 모른다니까요?"]

['알박기 집회' 참가자: "(아니 근데 현대차 사옥 앞에 계시니까...) 아니 모른다고요. (소속도 모르세요?)"]

두 달전, 끈질긴K에 제보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알박기 집회의 실체를 낱낱이 알리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집회에 동원된 전직 용역업체 직원이었습니다.

[전직 용역업체 직원/음성변조 : "그냥 서있기만 한다고 하긴 하는데, 의경들이 막지 못하면 2선에서 저희가 막는 역할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현대가 직접 돈을 주고 고용하는 시스템인가요?) 하청에 하청에 하청이죠."]

하지만 신변의 위협을 느꼈는지, 제보자는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끈질긴K가 직접 잠입해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알박기 집회에 동원된다는 A 경비업체의 구인광고, 회사 위치는 서울 관악구인데 현대차 근처 마트로 면접을 보러오라고 합니다.

[A 경비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간략하게 설명을 하면 경호, 경비예요. 지금 현장으로 잡고 있는게 현대·기아차 본사, 일단 두 개를 잡고 있어요."]

이어진 업무 설명, 바로 알박기 집회입니다.

[A 경비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노조 사람들이 현대기아차 본사에 와서 뭐하겠어요? 시위를 하겠죠. 근데 좋은 자리를 선점하게 되면 현대기아차에 피해가 와요. 얘네가(노조가) 좋은 자리를 잡기 전에 저희가 선점을 해요."]

면접이 끝나고 출근 날짜와 시간이 잡혔습니다.

아침 7시 반...

끈질긴 K 취재진, 현대차 본사로 향했습니다.

회사에 도착하자 인원 점검을 한 뒤 곧바로 근무에 투입됩니다.

'건전한 노사관계 만들기'라고 적힌 어깨 띠를 두르고 회사 밖 인도로 나가 섭니다.

[A 경비 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가만히만 계시면 되고, (현대차 측) 보안팀이 해달라는 것만 캐치(파악) 잘 하셔서..."]

정상 집회처럼 보이기 위해 가끔씩 현수막도 펼치고 사진도 찍습니다.

구호 한번 외치지 않는 이 이상한 집회는 밤새 이어집니다.

용역 직원 6명이 365일 24시간 내내 교대로 일합니다.

[A 경비 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자체 보안팀이 하지 못하는, 법적으로 하지 못하는 거를 저희가 대신 해주는 게 있거든요. 현대기아차에서는 시설물 관리밖에 못하니까 나머지를 저희가 해주는 거예요."]

현행 경비업법상 경비원이 경비업무를 벗어난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좌세준/변호사 : "경비업체를 고용한 회사가 용역업체를 동원해서 집회에 인원을 동원했다면, 시설경비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경비업법 위반죄'가 될 수 있습니다."]

끈질긴 K가 확보한 현대차의 알박기 집회 신고서, 서류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해봤습니다.

집회 주최자는 현대차 보안관리팀 소속 직원인데, 집회 신고자는 취재진이 잠입한 A 회사가 아닌 HDS란 현대차 경비업체 직원입니다.

[전직 HDS 직원/음성변조 : "(업무의 일환으로 이렇게 집회 신고를 내셨던 거예요?) 그렇죠. (가서 하라는대로 하셨던?) 네 그런 식으로 하는거지 제가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현대차 그룹 측이 HDS에 경비 용역을 주고, HDS가 다시 하청받은 여러 용역업체를 관리하는 겁니다.

이른바 불법의 외주화입니다.

알박기는 현대차 사옥 앞 뿐 만이 아닙니다.

이곳은 서울 한남동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주변인데요.

골목길에 불법주차 차량들이 있습니다.

여기에선 이른바 알박기 주차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끈질긴K가 여섯 달 전 촬영한 화면입니다.

한달 뒤 똑같은 차량들이 비슷한 위치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촬영한 화면, 역시 같은 차량들이 그대로 서 있습니다.

과연 누가 주차한 걸까?

["올라가서 들이대자, 저 사람한테"]

["(HDS 아니에요?) 아닙니다 (그럼 어디서 근무하세요?) 무직이에요 (무직인데 왜 정몽구 회장 집 앞에 차를 대나요?) 아, 여기가 그래요?"]

["(혹시 회사 다니시는 곳이 어딘지?) 지금 공무원 준비중이라서 회사 안 다니고 있어요."]

무직에 공무원 준비 중이라던 남성들...

계속 지켜봤더니 정 회장 집에서 500미터 떨어진 한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확인해 보니 현대차 경비 업체인 HDS 한남동 사무실입니다.

["(아까 만나셨잖아요, 무직이라면서요? 여기직원분 아니에요?) 아닙니다. (그러면 무직이라고 하셨는데 뭐하시는 거예요?) 무직이에요, 아르바이트 하고 있어요."]

끝까지 신분을 숨기면서 자리를 피합니다.

[유성기업 노조 조합원 : "2016년에 양재동 (현대차) 사옥앞에서 봤던 용역들 얼굴이 똑같이 거기서(정몽구 회장 집 주변)도 보였던거고, 일방적으로 알박기 아니면 그 위에 더 이상 우리가 진입하는 걸 막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현대차가 신고한 집회는 보호 가치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사실상 알박기 집회란 걸 확인한 겁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여전히 경비업체를 동원해 알박기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끈질긴K는 여러 차례 현대차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다만 짧은 이메일 답변만 보내왔습니다.

본사 앞 집회는 알박기 집회가 아니고, 성숙한 집회문화 정착을 요구하는 합법적인 집회라는 겁니다.

[한상희/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알박기 집회와 같이 집회 장소를 아예 선점해버리고 그래서 사회, 경제적인 소수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도 박탈해버리는 이런 행위는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봐야될 것입니다."]

알박기 집회 용역인력의 하루 일당은 14만 원...

한해 5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지난 3년 동안 현대차는 모두 8백여 차례의 알박기 집회를 열었습니다.

끈질긴K 박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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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끈질긴K] 현대차 10년 넘게 ‘알박기 갑질’…법도 인권도 무시
    • 입력 2019-01-03 21:24:35
    • 수정2019-01-03 21:51:37
    뉴스 9
[앵커]

현대자동차 그룹 사옥 앞에서 10년 넘게 수상한 집회가 매일 열리고 있습니다.

매일 집회를 열고 신고하는 사람들은 현대차가 고용한 사람들입니다.

이른바 알박기 집회죠.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현대차에 대한 비판을 사전 봉쇄하기 위해, 특정 장소를 봉쇄한 것이죠.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재벌그룹이 돈으로 막은 겁니다.

이건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끈질긴K가 파헤쳤습니다.

[리포트]

['알박기 집회' 참가자 : "(이런건 현대차에서 하는거에요?) 아니, 저는 잘 모른다니까요?"]

['알박기 집회' 참가자: "(아니 근데 현대차 사옥 앞에 계시니까...) 아니 모른다고요. (소속도 모르세요?)"]

두 달전, 끈질긴K에 제보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알박기 집회의 실체를 낱낱이 알리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집회에 동원된 전직 용역업체 직원이었습니다.

[전직 용역업체 직원/음성변조 : "그냥 서있기만 한다고 하긴 하는데, 의경들이 막지 못하면 2선에서 저희가 막는 역할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현대가 직접 돈을 주고 고용하는 시스템인가요?) 하청에 하청에 하청이죠."]

하지만 신변의 위협을 느꼈는지, 제보자는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끈질긴K가 직접 잠입해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알박기 집회에 동원된다는 A 경비업체의 구인광고, 회사 위치는 서울 관악구인데 현대차 근처 마트로 면접을 보러오라고 합니다.

[A 경비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간략하게 설명을 하면 경호, 경비예요. 지금 현장으로 잡고 있는게 현대·기아차 본사, 일단 두 개를 잡고 있어요."]

이어진 업무 설명, 바로 알박기 집회입니다.

[A 경비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노조 사람들이 현대기아차 본사에 와서 뭐하겠어요? 시위를 하겠죠. 근데 좋은 자리를 선점하게 되면 현대기아차에 피해가 와요. 얘네가(노조가) 좋은 자리를 잡기 전에 저희가 선점을 해요."]

면접이 끝나고 출근 날짜와 시간이 잡혔습니다.

아침 7시 반...

끈질긴 K 취재진, 현대차 본사로 향했습니다.

회사에 도착하자 인원 점검을 한 뒤 곧바로 근무에 투입됩니다.

'건전한 노사관계 만들기'라고 적힌 어깨 띠를 두르고 회사 밖 인도로 나가 섭니다.

[A 경비 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가만히만 계시면 되고, (현대차 측) 보안팀이 해달라는 것만 캐치(파악) 잘 하셔서..."]

정상 집회처럼 보이기 위해 가끔씩 현수막도 펼치고 사진도 찍습니다.

구호 한번 외치지 않는 이 이상한 집회는 밤새 이어집니다.

용역 직원 6명이 365일 24시간 내내 교대로 일합니다.

[A 경비 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자체 보안팀이 하지 못하는, 법적으로 하지 못하는 거를 저희가 대신 해주는 게 있거든요. 현대기아차에서는 시설물 관리밖에 못하니까 나머지를 저희가 해주는 거예요."]

현행 경비업법상 경비원이 경비업무를 벗어난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좌세준/변호사 : "경비업체를 고용한 회사가 용역업체를 동원해서 집회에 인원을 동원했다면, 시설경비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경비업법 위반죄'가 될 수 있습니다."]

끈질긴 K가 확보한 현대차의 알박기 집회 신고서, 서류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해봤습니다.

집회 주최자는 현대차 보안관리팀 소속 직원인데, 집회 신고자는 취재진이 잠입한 A 회사가 아닌 HDS란 현대차 경비업체 직원입니다.

[전직 HDS 직원/음성변조 : "(업무의 일환으로 이렇게 집회 신고를 내셨던 거예요?) 그렇죠. (가서 하라는대로 하셨던?) 네 그런 식으로 하는거지 제가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현대차 그룹 측이 HDS에 경비 용역을 주고, HDS가 다시 하청받은 여러 용역업체를 관리하는 겁니다.

이른바 불법의 외주화입니다.

알박기는 현대차 사옥 앞 뿐 만이 아닙니다.

이곳은 서울 한남동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주변인데요.

골목길에 불법주차 차량들이 있습니다.

여기에선 이른바 알박기 주차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끈질긴K가 여섯 달 전 촬영한 화면입니다.

한달 뒤 똑같은 차량들이 비슷한 위치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촬영한 화면, 역시 같은 차량들이 그대로 서 있습니다.

과연 누가 주차한 걸까?

["올라가서 들이대자, 저 사람한테"]

["(HDS 아니에요?) 아닙니다 (그럼 어디서 근무하세요?) 무직이에요 (무직인데 왜 정몽구 회장 집 앞에 차를 대나요?) 아, 여기가 그래요?"]

["(혹시 회사 다니시는 곳이 어딘지?) 지금 공무원 준비중이라서 회사 안 다니고 있어요."]

무직에 공무원 준비 중이라던 남성들...

계속 지켜봤더니 정 회장 집에서 500미터 떨어진 한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확인해 보니 현대차 경비 업체인 HDS 한남동 사무실입니다.

["(아까 만나셨잖아요, 무직이라면서요? 여기직원분 아니에요?) 아닙니다. (그러면 무직이라고 하셨는데 뭐하시는 거예요?) 무직이에요, 아르바이트 하고 있어요."]

끝까지 신분을 숨기면서 자리를 피합니다.

[유성기업 노조 조합원 : "2016년에 양재동 (현대차) 사옥앞에서 봤던 용역들 얼굴이 똑같이 거기서(정몽구 회장 집 주변)도 보였던거고, 일방적으로 알박기 아니면 그 위에 더 이상 우리가 진입하는 걸 막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현대차가 신고한 집회는 보호 가치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사실상 알박기 집회란 걸 확인한 겁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여전히 경비업체를 동원해 알박기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끈질긴K는 여러 차례 현대차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다만 짧은 이메일 답변만 보내왔습니다.

본사 앞 집회는 알박기 집회가 아니고, 성숙한 집회문화 정착을 요구하는 합법적인 집회라는 겁니다.

[한상희/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알박기 집회와 같이 집회 장소를 아예 선점해버리고 그래서 사회, 경제적인 소수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도 박탈해버리는 이런 행위는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봐야될 것입니다."]

알박기 집회 용역인력의 하루 일당은 14만 원...

한해 5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지난 3년 동안 현대차는 모두 8백여 차례의 알박기 집회를 열었습니다.

끈질긴K 박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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