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배가 고파요”…혼돈의 베네수엘라, 어디로 가나?

입력 2019.01.29 (20:41) 수정 2019.01.29 (20: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전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주한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네, 오늘의 키워드 '배가 고파요'입니다.

한나라 두 대통령, 요즘 국제뉴스에서 가장 핫 이슈인 남미 베네수엘라 이야깁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 국가지만 경제 상황이 최악입니다.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궁핍에 직면하자 견디다 못한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경제적·정치적 위기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베네수엘라 이야기 자세히 짚어봅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입니다.

한 슈퍼마켓 앞에 생필품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긴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막상 차례가 되면 물건이 동나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이처럼 생필품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뒤져 먹을 것을 구하는 풍경이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우즈마리아/베네수엘라 국민 : "쓰레기를 모으고 구걸을 해서 닭 껍질 한 조각을 얻어요."]

생활고가 어느 정도길래 이럴까요?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글쎄요, 상상이 되실지 모르겠습니만, 무려 130만 퍼센트입니다.

물과 치즈, 햄과 과일 등이 담긴 바구니 하나가 2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만 원 정도고요.

이러다 보니 한달 최저임금으로는 토마토 4킬로그램밖에 살 수 없습니다.

심각한 경제난을 견디다 못한 국민들이 떠나고 있는데요.

유엔 조사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인구의 7%인 230만 명이 베네수엘라를 탈출했습니다.

[앵커]

베네수엘라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경제난을 겪게 된 근본적인 배경이 뭘까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대로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팔아서 번 돈으로 국가 경제를 지탱해 왔는데요.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 석유를 팔아 확보한 재원으로 서민과 빈곤층을 상대로 무상복지·의료·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주의 정책을 펼쳤고, 서민 생활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생활필수품 가격을 통제했습니다.

하지만 복지비용을 비롯한 공공지출이 크게 늘어 정부 재정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습니다.

여기에다 2014년 이후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원유 판매 수입은 크게 줄었고 베네수엘라 통화가치도 덩달아 폭락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경제제재까지 겹쳐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린 겁니다.

[앵커]

그러면서 최근에는 마두로 정권에 맞서는 반정부 시위까지 일어나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부정선거 의혹 속에 치러진 대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하면서 지난 10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폭발했고, 지난 23일 베네수엘라에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습니다.

우파 야권을 지지하는 수만 명의 군중들은 국기를 흔들며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였습니다.

[엑토르 실바/반정부 시위대 : "배고품과 의약품 부족에 지쳤습니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굶어 죽고 있어요."]

AFP 통신 등은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일주일간 35명이 숨지고 850여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는데요.

당국의 강경 진압에도 현지시간 30일과 다음날 2일 반정부 시위가 예고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 시위에 앞장선 야권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권력 강탈자가 집권하면 국회의장이 국가 지도자가 된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자신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했습니다.

[후안 과이도/베네수엘라 국회의장 : "베네수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국가 권력을 맡을 것을 맹세합니다."]

베네수엘라는 '한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겪게 됐습니다.

[앵커]

국제사회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데,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카드를 꺼내들었죠?

[기자]

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발표한 대상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 국영석유기업이 마두로 정권이 국민의 자산을 전용하는 부패의 매개체가 돼왔다며 제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존 볼턴/美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우리는 마두로와 그의 측근들의 부정부패를 공개해 왔고, 오늘의 제재는 그들이 더 이상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산을 약탈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PDVSA는 특별 제재 대상으로 분류돼 미국 내 7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시민과의 거래가 금지됩니다.

또 미국 내 정유 자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마두로 정권에 송금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는 범죄라고 비난하면서, 모든 법적,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미국 내 베네수엘라 자산을 방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 "트럼프, 경고하는데 베네수엘라에 개입하지 마십시오. 즉시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십시오."]

미국 정부가 마두로 정권에 대한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진정될지 더욱 증폭될지 중대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오늘의 픽] “배가 고파요”…혼돈의 베네수엘라, 어디로 가나?
    • 입력 2019-01-29 20:47:22
    • 수정2019-01-29 20:56:19
    글로벌24
[앵커]

전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주한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네, 오늘의 키워드 '배가 고파요'입니다.

한나라 두 대통령, 요즘 국제뉴스에서 가장 핫 이슈인 남미 베네수엘라 이야깁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 국가지만 경제 상황이 최악입니다.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궁핍에 직면하자 견디다 못한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경제적·정치적 위기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베네수엘라 이야기 자세히 짚어봅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입니다.

한 슈퍼마켓 앞에 생필품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긴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막상 차례가 되면 물건이 동나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이처럼 생필품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뒤져 먹을 것을 구하는 풍경이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우즈마리아/베네수엘라 국민 : "쓰레기를 모으고 구걸을 해서 닭 껍질 한 조각을 얻어요."]

생활고가 어느 정도길래 이럴까요?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글쎄요, 상상이 되실지 모르겠습니만, 무려 130만 퍼센트입니다.

물과 치즈, 햄과 과일 등이 담긴 바구니 하나가 2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만 원 정도고요.

이러다 보니 한달 최저임금으로는 토마토 4킬로그램밖에 살 수 없습니다.

심각한 경제난을 견디다 못한 국민들이 떠나고 있는데요.

유엔 조사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인구의 7%인 230만 명이 베네수엘라를 탈출했습니다.

[앵커]

베네수엘라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경제난을 겪게 된 근본적인 배경이 뭘까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대로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팔아서 번 돈으로 국가 경제를 지탱해 왔는데요.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 석유를 팔아 확보한 재원으로 서민과 빈곤층을 상대로 무상복지·의료·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주의 정책을 펼쳤고, 서민 생활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생활필수품 가격을 통제했습니다.

하지만 복지비용을 비롯한 공공지출이 크게 늘어 정부 재정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습니다.

여기에다 2014년 이후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원유 판매 수입은 크게 줄었고 베네수엘라 통화가치도 덩달아 폭락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경제제재까지 겹쳐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린 겁니다.

[앵커]

그러면서 최근에는 마두로 정권에 맞서는 반정부 시위까지 일어나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부정선거 의혹 속에 치러진 대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하면서 지난 10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폭발했고, 지난 23일 베네수엘라에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습니다.

우파 야권을 지지하는 수만 명의 군중들은 국기를 흔들며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였습니다.

[엑토르 실바/반정부 시위대 : "배고품과 의약품 부족에 지쳤습니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굶어 죽고 있어요."]

AFP 통신 등은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일주일간 35명이 숨지고 850여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는데요.

당국의 강경 진압에도 현지시간 30일과 다음날 2일 반정부 시위가 예고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 시위에 앞장선 야권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권력 강탈자가 집권하면 국회의장이 국가 지도자가 된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자신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했습니다.

[후안 과이도/베네수엘라 국회의장 : "베네수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국가 권력을 맡을 것을 맹세합니다."]

베네수엘라는 '한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겪게 됐습니다.

[앵커]

국제사회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데,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카드를 꺼내들었죠?

[기자]

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발표한 대상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 국영석유기업이 마두로 정권이 국민의 자산을 전용하는 부패의 매개체가 돼왔다며 제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존 볼턴/美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우리는 마두로와 그의 측근들의 부정부패를 공개해 왔고, 오늘의 제재는 그들이 더 이상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산을 약탈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PDVSA는 특별 제재 대상으로 분류돼 미국 내 7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시민과의 거래가 금지됩니다.

또 미국 내 정유 자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마두로 정권에 송금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는 범죄라고 비난하면서, 모든 법적,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미국 내 베네수엘라 자산을 방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 "트럼프, 경고하는데 베네수엘라에 개입하지 마십시오. 즉시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십시오."]

미국 정부가 마두로 정권에 대한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진정될지 더욱 증폭될지 중대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