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댓글 지우는 영국 왕실

입력 2019.01.30 (20:37) 수정 2019.01.3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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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조빛나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오늘 키워드는 '댓글 지우는 영국 왕실'입니다.

영국 왕실의 스타라면 엘리자베스 여왕의 두 손자며느리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아닐까 싶은데요.

일거수 일투족이 기사화되고 한 번 입은 옷은 완판되기도 합니다.

덕분에 영국 왕실의 소셜미디어, SNS 팬도 크게 늘었고요.

영국 왕실은 세계 왕실 가운데 SNS를 가장 잘 활용한다고 꼽힐 정도로 신경을 씁니다.

그런데 최근 규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두 스타의 인기 탓이라는데 이번 사건으로 영국에선 인터넷 악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아침 샌드링엄성입니다.

영국 왕실의 연례 행사인 성탄 예배에 케이트와 메건도 참석했는데요.

이날 나온 기사를 보면 "불화설과 달리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두 사람의 패션 대결"이란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옷차림으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게 너무 흔한 일이 돼버리자 불화설 기사가 지난 몇 달간 영국 언론에 오르내렸는데요.

"메건과 케이트의 불화에 시아버지 찰스왕세자가 중재에 나서다", "메건과 케이트의 싸움에 왕실이 굴복할까", "메건이 케이트를 울렸다" 같은 자극적인 제목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영국 왕실은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언론보도에 대응하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앵커]

이렇게 언론에서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통에 팬들도 자극을 받지 않을 수가 없겠어요.

[기자]

대중들이 왕실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은 인터넷 공간입니다.

영국 왕실은 1997년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2009년엔 전용 트위터를 개설한데 이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적극적인 온라인 소통을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최근 일부 SNS계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장 심한 건 710만 팔로워를 보유한 왕실 공식 인스타그램인데요.

미들턴 왕세손비를 지지하는 측과 마클 왕자비를 지지하는 측으로 나뉘어 댓글로 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마클을 두고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기나 할까?" 라는 댓글을 다는가 하면 댓글을 단 상대방에 대해 당신 부모가 안쓰럽네처럼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미들턴과 마클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은 물론이고 댓글 상대방에 대한 성적·인종 차별적 발언이나 협박까지 이뤄졌는데, 지난해 10월과 11월 최고조에 다다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영국 왕실이 그대로 보고 있긴 어려웠을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SNS상에서 악의적이고 폭력적인 댓글이 넘치면 계정을 닫아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왕실 공식 계정을 폐쇄할 수는 없고, 그래서 댓글을 삭제하기로 한 겁니다.

켄싱턴 궁 측은 인스타그램 측에 결국 협조를 요청했고요.

지속적으로 SNS 계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매뉴얼에 따라 악성 댓글과 메시지를 삭제하고 있습니다.

사실 영국에서 이런 악성 댓글문제가 처음은 아닙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도 최근 악성 댓글에 시달렸죠.

경기 중 상황에 분노한 상대편팀의 팬들이 손 선수의 인스타그램에 "속임수를 쓴 사기꾼이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 "아시아, 차이니즈"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요.

선천성 희귀질환을 앓는 어린 딸의 모습을 매일 페이스북에 일기처럼 올렸던 한 부부는 "아이가 괴물같이 생겼다"같은 악플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보도도 최근에 있었습니다.

[앵커]

그동안 해외에선 인터넷 댓글이 크게 사회 문제화 되고 있진 않았는데, 분위기가 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네요.

[기자]

그런 것 같죠?

영국은 온라인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댓글에 대해 형사적인 책임을 묻지 않고 있습니다.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독일이나 일본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요.

결국 영국에선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중요할 텐데요.

영국 주간지 '헬로'가 댓글 순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헬로투카인드니스' 운동인데 트위터에서 서로를 존중하자는 겁니다.

[에밀리 내시/'헬로!' 편집인 : "우리는 모욕적인 댓글이 매우 증가하는 것을 봐 왔어요. 인종차별적, 성차별적이고 때로는 위협적이기까지 하죠. 댓글을 달기 전에 '도움이 되는 말인지, 친절한 말인지' 먼저 생각하세요."]

벌써 SNS에서는 이런 캠페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왕실까지 나서서 댓글을 삭제하는 상황까지 이른 만큼 영국판 선플달기 운동의 효과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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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댓글 지우는 영국 왕실
    • 입력 2019-01-30 20:45:51
    • 수정2019-01-30 20:56:09
    글로벌24
[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조빛나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오늘 키워드는 '댓글 지우는 영국 왕실'입니다.

영국 왕실의 스타라면 엘리자베스 여왕의 두 손자며느리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아닐까 싶은데요.

일거수 일투족이 기사화되고 한 번 입은 옷은 완판되기도 합니다.

덕분에 영국 왕실의 소셜미디어, SNS 팬도 크게 늘었고요.

영국 왕실은 세계 왕실 가운데 SNS를 가장 잘 활용한다고 꼽힐 정도로 신경을 씁니다.

그런데 최근 규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두 스타의 인기 탓이라는데 이번 사건으로 영국에선 인터넷 악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아침 샌드링엄성입니다.

영국 왕실의 연례 행사인 성탄 예배에 케이트와 메건도 참석했는데요.

이날 나온 기사를 보면 "불화설과 달리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두 사람의 패션 대결"이란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옷차림으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게 너무 흔한 일이 돼버리자 불화설 기사가 지난 몇 달간 영국 언론에 오르내렸는데요.

"메건과 케이트의 불화에 시아버지 찰스왕세자가 중재에 나서다", "메건과 케이트의 싸움에 왕실이 굴복할까", "메건이 케이트를 울렸다" 같은 자극적인 제목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영국 왕실은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언론보도에 대응하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앵커]

이렇게 언론에서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통에 팬들도 자극을 받지 않을 수가 없겠어요.

[기자]

대중들이 왕실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은 인터넷 공간입니다.

영국 왕실은 1997년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2009년엔 전용 트위터를 개설한데 이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적극적인 온라인 소통을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최근 일부 SNS계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장 심한 건 710만 팔로워를 보유한 왕실 공식 인스타그램인데요.

미들턴 왕세손비를 지지하는 측과 마클 왕자비를 지지하는 측으로 나뉘어 댓글로 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마클을 두고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기나 할까?" 라는 댓글을 다는가 하면 댓글을 단 상대방에 대해 당신 부모가 안쓰럽네처럼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미들턴과 마클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은 물론이고 댓글 상대방에 대한 성적·인종 차별적 발언이나 협박까지 이뤄졌는데, 지난해 10월과 11월 최고조에 다다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영국 왕실이 그대로 보고 있긴 어려웠을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SNS상에서 악의적이고 폭력적인 댓글이 넘치면 계정을 닫아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왕실 공식 계정을 폐쇄할 수는 없고, 그래서 댓글을 삭제하기로 한 겁니다.

켄싱턴 궁 측은 인스타그램 측에 결국 협조를 요청했고요.

지속적으로 SNS 계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매뉴얼에 따라 악성 댓글과 메시지를 삭제하고 있습니다.

사실 영국에서 이런 악성 댓글문제가 처음은 아닙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도 최근 악성 댓글에 시달렸죠.

경기 중 상황에 분노한 상대편팀의 팬들이 손 선수의 인스타그램에 "속임수를 쓴 사기꾼이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 "아시아, 차이니즈"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요.

선천성 희귀질환을 앓는 어린 딸의 모습을 매일 페이스북에 일기처럼 올렸던 한 부부는 "아이가 괴물같이 생겼다"같은 악플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보도도 최근에 있었습니다.

[앵커]

그동안 해외에선 인터넷 댓글이 크게 사회 문제화 되고 있진 않았는데, 분위기가 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네요.

[기자]

그런 것 같죠?

영국은 온라인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댓글에 대해 형사적인 책임을 묻지 않고 있습니다.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독일이나 일본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요.

결국 영국에선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중요할 텐데요.

영국 주간지 '헬로'가 댓글 순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헬로투카인드니스' 운동인데 트위터에서 서로를 존중하자는 겁니다.

[에밀리 내시/'헬로!' 편집인 : "우리는 모욕적인 댓글이 매우 증가하는 것을 봐 왔어요. 인종차별적, 성차별적이고 때로는 위협적이기까지 하죠. 댓글을 달기 전에 '도움이 되는 말인지, 친절한 말인지' 먼저 생각하세요."]

벌써 SNS에서는 이런 캠페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왕실까지 나서서 댓글을 삭제하는 상황까지 이른 만큼 영국판 선플달기 운동의 효과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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