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학교의 ‘유급’과 전국대회 ‘우승’…우연?

입력 2019.02.07 (21:13) 수정 2019.02.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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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청소년 체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다소 상징적 상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어느 중학교 농구대회 우승팀을 조사해봤더니, 선수 3명이 유급생이었습니다.

유급하면 또래보다 한 살 더 많아서 체격조건에서 훨씬 유리하겠죠.

공교롭게도 럭비대회 우승팀도 그랬습니다.

글쎄요, 우연일까요?

이렇게 한해 유급하는 초중고 운동선수들이 170명이 넘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김연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열린 전국 단위 농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 중학교.

큰 키가 강점이라고 코치가 소개하기도 했던 선수 3명은 중 3이었지만, 또래보다 한 살 많은 유급생이었습니다.

지난해 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 학교 럭비부에도 3명의 중3 유급생이 뛰었습니다.

6명의 유급사유는 '고의적 출석거부' 즉 무단결석이었는데, 수업일수의 3분의 1이 넘게 결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무단결석 기간 동안 훈련에는 참가했습니다.

[OO중학교 교감/음성변조 : "(무단결석하는 60일 넘는 기간 동안 훈련에 참가한 걸로는 (파악되신 거죠?) 부모하고 (운동부) 감독하고 그 학생의 지도를 위한 행동을 했다고..."]

KBS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유급한 초중고 운동선수는 모두 176명.

질병이나 부상보다 훈련 등을 이유로 무단결석해 유급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무단결석 학생 가운데 35명은 결석기간 동안 훈련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중학생이 66%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생 비율도 18%나 됐습니다.

특히 중학생 유급자 가운데 절반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3생이었습니다.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 : "인위적인 유급을 통해서 같은 학년이지만 신체 발육 상태를 좋게 만들어서 대회에서 상을 타려고 하는 그러한 현상도 일부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유급제도가 성적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학생선수들에 대한 학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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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중학교의 ‘유급’과 전국대회 ‘우승’…우연?
    • 입력 2019-02-07 21:15:27
    • 수정2019-02-08 13: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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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청소년 체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다소 상징적 상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어느 중학교 농구대회 우승팀을 조사해봤더니, 선수 3명이 유급생이었습니다.

유급하면 또래보다 한 살 더 많아서 체격조건에서 훨씬 유리하겠죠.

공교롭게도 럭비대회 우승팀도 그랬습니다.

글쎄요, 우연일까요?

이렇게 한해 유급하는 초중고 운동선수들이 170명이 넘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김연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열린 전국 단위 농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 중학교.

큰 키가 강점이라고 코치가 소개하기도 했던 선수 3명은 중 3이었지만, 또래보다 한 살 많은 유급생이었습니다.

지난해 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 학교 럭비부에도 3명의 중3 유급생이 뛰었습니다.

6명의 유급사유는 '고의적 출석거부' 즉 무단결석이었는데, 수업일수의 3분의 1이 넘게 결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무단결석 기간 동안 훈련에는 참가했습니다.

[OO중학교 교감/음성변조 : "(무단결석하는 60일 넘는 기간 동안 훈련에 참가한 걸로는 (파악되신 거죠?) 부모하고 (운동부) 감독하고 그 학생의 지도를 위한 행동을 했다고..."]

KBS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유급한 초중고 운동선수는 모두 176명.

질병이나 부상보다 훈련 등을 이유로 무단결석해 유급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무단결석 학생 가운데 35명은 결석기간 동안 훈련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중학생이 66%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생 비율도 18%나 됐습니다.

특히 중학생 유급자 가운데 절반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3생이었습니다.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 : "인위적인 유급을 통해서 같은 학년이지만 신체 발육 상태를 좋게 만들어서 대회에서 상을 타려고 하는 그러한 현상도 일부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유급제도가 성적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학생선수들에 대한 학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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