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독립’의 적, 양승태…후배 판결에 “잘못된 사례 교재”

입력 2019.02.13 (19:26) 수정 2019.02.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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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에 간섭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해왔는데요,

검찰의 공소장에 드러난 사실은 양 전 대법원장의 말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후배 판사의 판결이 잘못됐다면서, 다시는 이런 판결이 나오지 않게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최은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과 관련해 "의원직 상실 판단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고 강조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판결이 내려지자 "어떻게 이런 판결이 있을 수 있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더 나아가 잘못된 사례로 교재에 언급해 이 같은 판결이 다시 선고되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긴급조치 국가배상 인용 판결이 나왔을 땐 "들이받는 판결"이라면서 재판장 징계 검토까지 지시합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2017년 9월 : "정치적인 세력 등에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퇴임식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했던 양 전 대법원장.

하지만 정작 본인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정부의 지지를 받기 위해 '재판 거래'에 나섭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직후,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상고심에선 결론을 바꿀 수 있다면서 상고법원 추진을 도와달라고 합니다.

사실상 재판거래 시도인데 결국 이 사건은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됐습니다.

법원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대한 간섭도 직접 지시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헌재를 은밀히 공격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고 말하며, 헌재소장을 비난하는 기사의 초안을 법관에게 대필시킨 혐의도 공소장에 적혀 있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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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관 독립’의 적, 양승태…후배 판결에 “잘못된 사례 교재”
    • 입력 2019-02-13 19:28:31
    • 수정2019-02-13 19: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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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에 간섭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해왔는데요,

검찰의 공소장에 드러난 사실은 양 전 대법원장의 말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후배 판사의 판결이 잘못됐다면서, 다시는 이런 판결이 나오지 않게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최은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과 관련해 "의원직 상실 판단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고 강조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판결이 내려지자 "어떻게 이런 판결이 있을 수 있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더 나아가 잘못된 사례로 교재에 언급해 이 같은 판결이 다시 선고되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긴급조치 국가배상 인용 판결이 나왔을 땐 "들이받는 판결"이라면서 재판장 징계 검토까지 지시합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2017년 9월 : "정치적인 세력 등에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퇴임식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했던 양 전 대법원장.

하지만 정작 본인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정부의 지지를 받기 위해 '재판 거래'에 나섭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직후,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상고심에선 결론을 바꿀 수 있다면서 상고법원 추진을 도와달라고 합니다.

사실상 재판거래 시도인데 결국 이 사건은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됐습니다.

법원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대한 간섭도 직접 지시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헌재를 은밀히 공격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고 말하며, 헌재소장을 비난하는 기사의 초안을 법관에게 대필시킨 혐의도 공소장에 적혀 있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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