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회담 전 막판 줄다리기…“마지막 회담 아닐 것”
입력 2019.02.23 (07:49)
수정 2019.02.2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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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2월23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미 두 나라의 막판 의제 협상이 치열합니다.
합의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를 계기로 과거 두 나라가 진행했던 비핵화 협상과 관계 정상화 움직임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의제 협상에 포함된 내용 대부분은 과거에도 양 측이 서로 요구했던 내용들인데요.
그만큼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 겁니다.
이번 주 [이슈&한반도]에선 과거 합의를 통해 나흘 앞으로 다가온 하노이 담판의 양상을 진단해 봅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2차 북미회담을 나흘 앞둔 베트남 하노이.
미국과 북한의 국기가 나란히 내걸리고, 시내 일대는 대대적인 손님맞이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북미 양측 실무진의 의전 준비도 막바지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숙소 후보지와 예상 동선, 회담장 등을 바쁘게 돌아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김 부장은 삼성전자의 생산공장이 있는 박닌성, 세계적인 휴양도시인 하롱베이도 잇따라 둘러봤습니다. 첨단기술과 관광업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이 반영된 행보입니다.
의전 관련 협상과는 별도로 북미는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회담도 다시 열었습니다.
베트남에 도착한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
북한의 정보기관인 통일전선부의 통일책략실장 김성혜와,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도 함께 왔습니다.
이어 도착한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의 숙소를 김 대표가 찾으며 시작된 막판 실무협상.
["(지금 어디까지 (논의하러) 만났는지, 미 측에 제재 완화 요구하셨나요?) ......"]
다음 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비핵화와 상응조치 등 의제를 놓고 조율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번 주 초에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지만, 미국의 빠른 협상 재개 요구에 북측이 답을 주지 않아 지연됐다는 후문입니다.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싶어 하는 북한의 의도인 동시에, 대외 정책에 김 위원장이 전권을 갖는 북한체제의 특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결국 톱다운 방식이다 보니까 실무자들이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볼 수 있고요. 상호 자기 입장만 개진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고 몇 가지 쟁점들은 결국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 그래서 톱다운 방식으로 되고, 그 이후에 추가협상을 통해서, 다시 말하면 북미워킹그룹 같은 걸 만들어서 세부적인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회담을 앞둔 분위기는 북미 양측 모두 조심스럽습니다.
북한은 아직까지 정상회담 개최 사실조차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고, 2차 북미회담에 대해 연일 낙관론을 펴던 트럼프 대통령도 속도 조절론을 다시 꺼내며, 추가 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이번이 마지막 회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회담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 대북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약속을 받아내라는 미국 국내 여론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로도 해석됩니다.
하노이 담판을 향한 북미 간 물 밑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두 나라가 주고받을 내용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CNN은 양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첫 조치로 상호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핵심 사안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북미 간 북핵 합의가 시작됐던 1994년, 북한 내 핵시설 사찰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로 이어졌고,
[조선중앙TV/1993년 3월 : "나라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부득이 핵무기 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한다는 것을 선포한다."]
미국이 영변핵시설 폭격을 검토하며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양국이 체결한 것이 이른바 제네바 합의.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사찰 수용, 미국의 경수로와 중유 제공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데 합의했습니다.
[강석주/당시 북측 수석대표/1994년 10월 : "경수로 보장과 보상에 대한 서한 담보를 우리 최고지도자이신 김정일 동지께 보내시게 되었습니다."]
북미 관계 정상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워싱턴과 평양 내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도 이때 처음 합의됐습니다.
하지만, 다시 북미관계가 악화되고 2003년 북한이 NPT 탈퇴를 다시 선언하며 합의 자체는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뒤이어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 특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북미 간에 채택했던 북미공동코뮈니케에도,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로 거론되는 관계 정상화, 적대관계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조명록/북한 대미 특사/2000년 10월 : "한반도 정세의 이러한 극적인 긍정적 변화는 조미 관계에서도 동일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북미 관계가 악화되며 깨졌던 20년 전 기존 합의의 세부 내용들은 이번에도 의제 후보로 다시 거론됩니다.
특히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와 세밀한 조율을 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기존 합의에 담긴 아이디어들이 의제로서 재활용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에 줄 수 있는 것과 또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부분들을 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 부분을 아마 합치는 모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일단 포괄적 합의가 가능할 거 같고요. 그리고 지난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것처럼 영변 핵시설과 플러스 알파, 여기에 대한 아마 이행계획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들은 북한의 핵 개발이 낮은 수준에 머물던 때 맺어졌었던 만큼, 북한이 수차례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핵 무력 완성까지 주장하는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요구받는 비핵화의 수준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해 평양 공동선언에서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던 김정은 위원장.
[9.19 평양 공동선언 :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 이른바 ‘영변 플러스 알파’를 내놓는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지난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를 약속했었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비건/美 대북정책특별대표/1월 31일 :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해체하고 파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상회담이 코 앞이지만 미국이 요구했던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해체, 반대로 북한이 요구했던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선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정상회담 전 논의를 마칠 가능성이 적은만큼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이런 문제들은 향후 북미간 실무협의체, 이른바‘워킹그룹’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각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무기 투발 수단도 굉장히 단거리, 중장거리, 장거리까지 상당부분 대외적으로 보여줬고, 그다음에 핵무기와 관련돼서도 그전에는 플루토늄에 의존한 기존한 핵탄두였는데 우라늄탄이라든지 증폭탄이라든지 많은 부분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도 전반적인 좀 그림을 그려줘서 북한이 말하는 이 비핵화가 얼마나 진정성 있고 실질적으로 그 핵 폐기까지 가는 수순이 순조롭게 진행이 될 수 있다라는 그림을 보여줘야..."]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 내에선 연일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ICBM이나 다른 핵시설의 폐기 등 더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만 제재 완화 등 통 큰 거래가 가능하며, 이번 합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핵 협상에서 이런 통 큰 거래는 애초에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도 제기됩니다.
[조엘 위트/38노스 대표 : "핵분열 시설을 전면적으로 해체하고, 영변 시설을 해체하는 것,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북한은 한 번에 (북핵) 시설들을 포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변화 보여 줬을 때 북미관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정상은 전화 통화를 갖고 2차 북미회담 성공을 위한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30분간 이어진 두 정상의 통화.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면, 남북 철도, 도로 연결부터 경제협력까지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그게 미국의 부담을 더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 경협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에는 비용 부담 우려가 없는 대북 제재 완화를 설득하고, 북한에는 좀 더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동시에 요구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금강산 관광 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개성공단보다는 관광이 부담이 덜한데다, 문 대통령이 최근“남북경협이 시작된다면 금강산 관광을 가장 먼저,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했다는 겁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2월 11일 :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를 한 차원 더 높게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남북 경협 활용론에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이 제재 완화 측면에 쓸 수 있는 카드를 늘려준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노이 담판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미 양국이 핵심 의제 조율을 위한 막판 줄다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8달 만에 다시 마주하는 두 정상이 과거 합의와 실패의 역사를 거울삼아 새로운 한 수를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2월23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미 두 나라의 막판 의제 협상이 치열합니다.
합의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를 계기로 과거 두 나라가 진행했던 비핵화 협상과 관계 정상화 움직임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의제 협상에 포함된 내용 대부분은 과거에도 양 측이 서로 요구했던 내용들인데요.
그만큼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 겁니다.
이번 주 [이슈&한반도]에선 과거 합의를 통해 나흘 앞으로 다가온 하노이 담판의 양상을 진단해 봅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2차 북미회담을 나흘 앞둔 베트남 하노이.
미국과 북한의 국기가 나란히 내걸리고, 시내 일대는 대대적인 손님맞이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북미 양측 실무진의 의전 준비도 막바지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숙소 후보지와 예상 동선, 회담장 등을 바쁘게 돌아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김 부장은 삼성전자의 생산공장이 있는 박닌성, 세계적인 휴양도시인 하롱베이도 잇따라 둘러봤습니다. 첨단기술과 관광업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이 반영된 행보입니다.
의전 관련 협상과는 별도로 북미는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회담도 다시 열었습니다.
베트남에 도착한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
북한의 정보기관인 통일전선부의 통일책략실장 김성혜와,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도 함께 왔습니다.
이어 도착한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의 숙소를 김 대표가 찾으며 시작된 막판 실무협상.
["(지금 어디까지 (논의하러) 만났는지, 미 측에 제재 완화 요구하셨나요?) ......"]
다음 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비핵화와 상응조치 등 의제를 놓고 조율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번 주 초에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지만, 미국의 빠른 협상 재개 요구에 북측이 답을 주지 않아 지연됐다는 후문입니다.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싶어 하는 북한의 의도인 동시에, 대외 정책에 김 위원장이 전권을 갖는 북한체제의 특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결국 톱다운 방식이다 보니까 실무자들이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볼 수 있고요. 상호 자기 입장만 개진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고 몇 가지 쟁점들은 결국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 그래서 톱다운 방식으로 되고, 그 이후에 추가협상을 통해서, 다시 말하면 북미워킹그룹 같은 걸 만들어서 세부적인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회담을 앞둔 분위기는 북미 양측 모두 조심스럽습니다.
북한은 아직까지 정상회담 개최 사실조차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고, 2차 북미회담에 대해 연일 낙관론을 펴던 트럼프 대통령도 속도 조절론을 다시 꺼내며, 추가 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이번이 마지막 회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회담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 대북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약속을 받아내라는 미국 국내 여론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로도 해석됩니다.
하노이 담판을 향한 북미 간 물 밑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두 나라가 주고받을 내용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CNN은 양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첫 조치로 상호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핵심 사안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북미 간 북핵 합의가 시작됐던 1994년, 북한 내 핵시설 사찰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로 이어졌고,
[조선중앙TV/1993년 3월 : "나라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부득이 핵무기 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한다는 것을 선포한다."]
미국이 영변핵시설 폭격을 검토하며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양국이 체결한 것이 이른바 제네바 합의.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사찰 수용, 미국의 경수로와 중유 제공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데 합의했습니다.
[강석주/당시 북측 수석대표/1994년 10월 : "경수로 보장과 보상에 대한 서한 담보를 우리 최고지도자이신 김정일 동지께 보내시게 되었습니다."]
북미 관계 정상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워싱턴과 평양 내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도 이때 처음 합의됐습니다.
하지만, 다시 북미관계가 악화되고 2003년 북한이 NPT 탈퇴를 다시 선언하며 합의 자체는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뒤이어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 특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북미 간에 채택했던 북미공동코뮈니케에도,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로 거론되는 관계 정상화, 적대관계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조명록/북한 대미 특사/2000년 10월 : "한반도 정세의 이러한 극적인 긍정적 변화는 조미 관계에서도 동일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북미 관계가 악화되며 깨졌던 20년 전 기존 합의의 세부 내용들은 이번에도 의제 후보로 다시 거론됩니다.
특히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와 세밀한 조율을 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기존 합의에 담긴 아이디어들이 의제로서 재활용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에 줄 수 있는 것과 또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부분들을 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 부분을 아마 합치는 모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일단 포괄적 합의가 가능할 거 같고요. 그리고 지난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것처럼 영변 핵시설과 플러스 알파, 여기에 대한 아마 이행계획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들은 북한의 핵 개발이 낮은 수준에 머물던 때 맺어졌었던 만큼, 북한이 수차례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핵 무력 완성까지 주장하는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요구받는 비핵화의 수준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해 평양 공동선언에서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던 김정은 위원장.
[9.19 평양 공동선언 :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 이른바 ‘영변 플러스 알파’를 내놓는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지난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를 약속했었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비건/美 대북정책특별대표/1월 31일 :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해체하고 파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상회담이 코 앞이지만 미국이 요구했던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해체, 반대로 북한이 요구했던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선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정상회담 전 논의를 마칠 가능성이 적은만큼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이런 문제들은 향후 북미간 실무협의체, 이른바‘워킹그룹’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각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무기 투발 수단도 굉장히 단거리, 중장거리, 장거리까지 상당부분 대외적으로 보여줬고, 그다음에 핵무기와 관련돼서도 그전에는 플루토늄에 의존한 기존한 핵탄두였는데 우라늄탄이라든지 증폭탄이라든지 많은 부분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도 전반적인 좀 그림을 그려줘서 북한이 말하는 이 비핵화가 얼마나 진정성 있고 실질적으로 그 핵 폐기까지 가는 수순이 순조롭게 진행이 될 수 있다라는 그림을 보여줘야..."]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 내에선 연일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ICBM이나 다른 핵시설의 폐기 등 더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만 제재 완화 등 통 큰 거래가 가능하며, 이번 합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핵 협상에서 이런 통 큰 거래는 애초에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도 제기됩니다.
[조엘 위트/38노스 대표 : "핵분열 시설을 전면적으로 해체하고, 영변 시설을 해체하는 것,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북한은 한 번에 (북핵) 시설들을 포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변화 보여 줬을 때 북미관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정상은 전화 통화를 갖고 2차 북미회담 성공을 위한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30분간 이어진 두 정상의 통화.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면, 남북 철도, 도로 연결부터 경제협력까지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그게 미국의 부담을 더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 경협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에는 비용 부담 우려가 없는 대북 제재 완화를 설득하고, 북한에는 좀 더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동시에 요구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금강산 관광 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개성공단보다는 관광이 부담이 덜한데다, 문 대통령이 최근“남북경협이 시작된다면 금강산 관광을 가장 먼저,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했다는 겁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2월 11일 :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를 한 차원 더 높게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남북 경협 활용론에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이 제재 완화 측면에 쓸 수 있는 카드를 늘려준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노이 담판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미 양국이 핵심 의제 조율을 위한 막판 줄다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8달 만에 다시 마주하는 두 정상이 과거 합의와 실패의 역사를 거울삼아 새로운 한 수를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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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2-23 08:20:52
- 수정2019-02-23 08: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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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2월23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미 두 나라의 막판 의제 협상이 치열합니다.
합의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를 계기로 과거 두 나라가 진행했던 비핵화 협상과 관계 정상화 움직임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의제 협상에 포함된 내용 대부분은 과거에도 양 측이 서로 요구했던 내용들인데요.
그만큼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 겁니다.
이번 주 [이슈&한반도]에선 과거 합의를 통해 나흘 앞으로 다가온 하노이 담판의 양상을 진단해 봅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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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회담을 나흘 앞둔 베트남 하노이.
미국과 북한의 국기가 나란히 내걸리고, 시내 일대는 대대적인 손님맞이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북미 양측 실무진의 의전 준비도 막바지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숙소 후보지와 예상 동선, 회담장 등을 바쁘게 돌아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김 부장은 삼성전자의 생산공장이 있는 박닌성, 세계적인 휴양도시인 하롱베이도 잇따라 둘러봤습니다. 첨단기술과 관광업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이 반영된 행보입니다.
의전 관련 협상과는 별도로 북미는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회담도 다시 열었습니다.
베트남에 도착한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
북한의 정보기관인 통일전선부의 통일책략실장 김성혜와,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도 함께 왔습니다.
이어 도착한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의 숙소를 김 대표가 찾으며 시작된 막판 실무협상.
["(지금 어디까지 (논의하러) 만났는지, 미 측에 제재 완화 요구하셨나요?) ......"]
다음 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비핵화와 상응조치 등 의제를 놓고 조율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번 주 초에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지만, 미국의 빠른 협상 재개 요구에 북측이 답을 주지 않아 지연됐다는 후문입니다.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싶어 하는 북한의 의도인 동시에, 대외 정책에 김 위원장이 전권을 갖는 북한체제의 특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결국 톱다운 방식이다 보니까 실무자들이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볼 수 있고요. 상호 자기 입장만 개진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고 몇 가지 쟁점들은 결국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 그래서 톱다운 방식으로 되고, 그 이후에 추가협상을 통해서, 다시 말하면 북미워킹그룹 같은 걸 만들어서 세부적인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회담을 앞둔 분위기는 북미 양측 모두 조심스럽습니다.
북한은 아직까지 정상회담 개최 사실조차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고, 2차 북미회담에 대해 연일 낙관론을 펴던 트럼프 대통령도 속도 조절론을 다시 꺼내며, 추가 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이번이 마지막 회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회담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 대북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약속을 받아내라는 미국 국내 여론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로도 해석됩니다.
하노이 담판을 향한 북미 간 물 밑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두 나라가 주고받을 내용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CNN은 양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첫 조치로 상호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핵심 사안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북미 간 북핵 합의가 시작됐던 1994년, 북한 내 핵시설 사찰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로 이어졌고,
[조선중앙TV/1993년 3월 : "나라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부득이 핵무기 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한다는 것을 선포한다."]
미국이 영변핵시설 폭격을 검토하며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양국이 체결한 것이 이른바 제네바 합의.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사찰 수용, 미국의 경수로와 중유 제공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데 합의했습니다.
[강석주/당시 북측 수석대표/1994년 10월 : "경수로 보장과 보상에 대한 서한 담보를 우리 최고지도자이신 김정일 동지께 보내시게 되었습니다."]
북미 관계 정상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워싱턴과 평양 내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도 이때 처음 합의됐습니다.
하지만, 다시 북미관계가 악화되고 2003년 북한이 NPT 탈퇴를 다시 선언하며 합의 자체는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뒤이어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 특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북미 간에 채택했던 북미공동코뮈니케에도,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로 거론되는 관계 정상화, 적대관계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조명록/북한 대미 특사/2000년 10월 : "한반도 정세의 이러한 극적인 긍정적 변화는 조미 관계에서도 동일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북미 관계가 악화되며 깨졌던 20년 전 기존 합의의 세부 내용들은 이번에도 의제 후보로 다시 거론됩니다.
특히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와 세밀한 조율을 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기존 합의에 담긴 아이디어들이 의제로서 재활용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에 줄 수 있는 것과 또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부분들을 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 부분을 아마 합치는 모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일단 포괄적 합의가 가능할 거 같고요. 그리고 지난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것처럼 영변 핵시설과 플러스 알파, 여기에 대한 아마 이행계획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들은 북한의 핵 개발이 낮은 수준에 머물던 때 맺어졌었던 만큼, 북한이 수차례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핵 무력 완성까지 주장하는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요구받는 비핵화의 수준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해 평양 공동선언에서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던 김정은 위원장.
[9.19 평양 공동선언 :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 이른바 ‘영변 플러스 알파’를 내놓는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지난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를 약속했었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비건/美 대북정책특별대표/1월 31일 :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해체하고 파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상회담이 코 앞이지만 미국이 요구했던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해체, 반대로 북한이 요구했던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선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정상회담 전 논의를 마칠 가능성이 적은만큼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이런 문제들은 향후 북미간 실무협의체, 이른바‘워킹그룹’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각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무기 투발 수단도 굉장히 단거리, 중장거리, 장거리까지 상당부분 대외적으로 보여줬고, 그다음에 핵무기와 관련돼서도 그전에는 플루토늄에 의존한 기존한 핵탄두였는데 우라늄탄이라든지 증폭탄이라든지 많은 부분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도 전반적인 좀 그림을 그려줘서 북한이 말하는 이 비핵화가 얼마나 진정성 있고 실질적으로 그 핵 폐기까지 가는 수순이 순조롭게 진행이 될 수 있다라는 그림을 보여줘야..."]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 내에선 연일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ICBM이나 다른 핵시설의 폐기 등 더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만 제재 완화 등 통 큰 거래가 가능하며, 이번 합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핵 협상에서 이런 통 큰 거래는 애초에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도 제기됩니다.
[조엘 위트/38노스 대표 : "핵분열 시설을 전면적으로 해체하고, 영변 시설을 해체하는 것,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북한은 한 번에 (북핵) 시설들을 포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변화 보여 줬을 때 북미관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정상은 전화 통화를 갖고 2차 북미회담 성공을 위한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30분간 이어진 두 정상의 통화.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면, 남북 철도, 도로 연결부터 경제협력까지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그게 미국의 부담을 더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 경협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에는 비용 부담 우려가 없는 대북 제재 완화를 설득하고, 북한에는 좀 더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동시에 요구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금강산 관광 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개성공단보다는 관광이 부담이 덜한데다, 문 대통령이 최근“남북경협이 시작된다면 금강산 관광을 가장 먼저,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했다는 겁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2월 11일 :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를 한 차원 더 높게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남북 경협 활용론에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이 제재 완화 측면에 쓸 수 있는 카드를 늘려준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노이 담판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미 양국이 핵심 의제 조율을 위한 막판 줄다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8달 만에 다시 마주하는 두 정상이 과거 합의와 실패의 역사를 거울삼아 새로운 한 수를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2월23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미 두 나라의 막판 의제 협상이 치열합니다.
합의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를 계기로 과거 두 나라가 진행했던 비핵화 협상과 관계 정상화 움직임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의제 협상에 포함된 내용 대부분은 과거에도 양 측이 서로 요구했던 내용들인데요.
그만큼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 겁니다.
이번 주 [이슈&한반도]에선 과거 합의를 통해 나흘 앞으로 다가온 하노이 담판의 양상을 진단해 봅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2차 북미회담을 나흘 앞둔 베트남 하노이.
미국과 북한의 국기가 나란히 내걸리고, 시내 일대는 대대적인 손님맞이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북미 양측 실무진의 의전 준비도 막바지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숙소 후보지와 예상 동선, 회담장 등을 바쁘게 돌아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김 부장은 삼성전자의 생산공장이 있는 박닌성, 세계적인 휴양도시인 하롱베이도 잇따라 둘러봤습니다. 첨단기술과 관광업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이 반영된 행보입니다.
의전 관련 협상과는 별도로 북미는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회담도 다시 열었습니다.
베트남에 도착한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
북한의 정보기관인 통일전선부의 통일책략실장 김성혜와,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도 함께 왔습니다.
이어 도착한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의 숙소를 김 대표가 찾으며 시작된 막판 실무협상.
["(지금 어디까지 (논의하러) 만났는지, 미 측에 제재 완화 요구하셨나요?) ......"]
다음 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비핵화와 상응조치 등 의제를 놓고 조율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번 주 초에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지만, 미국의 빠른 협상 재개 요구에 북측이 답을 주지 않아 지연됐다는 후문입니다.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싶어 하는 북한의 의도인 동시에, 대외 정책에 김 위원장이 전권을 갖는 북한체제의 특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결국 톱다운 방식이다 보니까 실무자들이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볼 수 있고요. 상호 자기 입장만 개진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고 몇 가지 쟁점들은 결국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 그래서 톱다운 방식으로 되고, 그 이후에 추가협상을 통해서, 다시 말하면 북미워킹그룹 같은 걸 만들어서 세부적인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회담을 앞둔 분위기는 북미 양측 모두 조심스럽습니다.
북한은 아직까지 정상회담 개최 사실조차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고, 2차 북미회담에 대해 연일 낙관론을 펴던 트럼프 대통령도 속도 조절론을 다시 꺼내며, 추가 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이번이 마지막 회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회담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 대북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약속을 받아내라는 미국 국내 여론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로도 해석됩니다.
하노이 담판을 향한 북미 간 물 밑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두 나라가 주고받을 내용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CNN은 양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첫 조치로 상호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핵심 사안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북미 간 북핵 합의가 시작됐던 1994년, 북한 내 핵시설 사찰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로 이어졌고,
[조선중앙TV/1993년 3월 : "나라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부득이 핵무기 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한다는 것을 선포한다."]
미국이 영변핵시설 폭격을 검토하며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양국이 체결한 것이 이른바 제네바 합의.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사찰 수용, 미국의 경수로와 중유 제공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데 합의했습니다.
[강석주/당시 북측 수석대표/1994년 10월 : "경수로 보장과 보상에 대한 서한 담보를 우리 최고지도자이신 김정일 동지께 보내시게 되었습니다."]
북미 관계 정상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워싱턴과 평양 내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도 이때 처음 합의됐습니다.
하지만, 다시 북미관계가 악화되고 2003년 북한이 NPT 탈퇴를 다시 선언하며 합의 자체는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뒤이어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 특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북미 간에 채택했던 북미공동코뮈니케에도,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로 거론되는 관계 정상화, 적대관계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조명록/북한 대미 특사/2000년 10월 : "한반도 정세의 이러한 극적인 긍정적 변화는 조미 관계에서도 동일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북미 관계가 악화되며 깨졌던 20년 전 기존 합의의 세부 내용들은 이번에도 의제 후보로 다시 거론됩니다.
특히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와 세밀한 조율을 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기존 합의에 담긴 아이디어들이 의제로서 재활용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에 줄 수 있는 것과 또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부분들을 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 부분을 아마 합치는 모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일단 포괄적 합의가 가능할 거 같고요. 그리고 지난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것처럼 영변 핵시설과 플러스 알파, 여기에 대한 아마 이행계획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들은 북한의 핵 개발이 낮은 수준에 머물던 때 맺어졌었던 만큼, 북한이 수차례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핵 무력 완성까지 주장하는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요구받는 비핵화의 수준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해 평양 공동선언에서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던 김정은 위원장.
[9.19 평양 공동선언 :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 이른바 ‘영변 플러스 알파’를 내놓는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지난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를 약속했었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비건/美 대북정책특별대표/1월 31일 :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해체하고 파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상회담이 코 앞이지만 미국이 요구했던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해체, 반대로 북한이 요구했던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선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정상회담 전 논의를 마칠 가능성이 적은만큼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이런 문제들은 향후 북미간 실무협의체, 이른바‘워킹그룹’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각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무기 투발 수단도 굉장히 단거리, 중장거리, 장거리까지 상당부분 대외적으로 보여줬고, 그다음에 핵무기와 관련돼서도 그전에는 플루토늄에 의존한 기존한 핵탄두였는데 우라늄탄이라든지 증폭탄이라든지 많은 부분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도 전반적인 좀 그림을 그려줘서 북한이 말하는 이 비핵화가 얼마나 진정성 있고 실질적으로 그 핵 폐기까지 가는 수순이 순조롭게 진행이 될 수 있다라는 그림을 보여줘야..."]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 내에선 연일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ICBM이나 다른 핵시설의 폐기 등 더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만 제재 완화 등 통 큰 거래가 가능하며, 이번 합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핵 협상에서 이런 통 큰 거래는 애초에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도 제기됩니다.
[조엘 위트/38노스 대표 : "핵분열 시설을 전면적으로 해체하고, 영변 시설을 해체하는 것,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북한은 한 번에 (북핵) 시설들을 포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변화 보여 줬을 때 북미관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정상은 전화 통화를 갖고 2차 북미회담 성공을 위한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30분간 이어진 두 정상의 통화.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면, 남북 철도, 도로 연결부터 경제협력까지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그게 미국의 부담을 더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 경협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에는 비용 부담 우려가 없는 대북 제재 완화를 설득하고, 북한에는 좀 더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동시에 요구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금강산 관광 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개성공단보다는 관광이 부담이 덜한데다, 문 대통령이 최근“남북경협이 시작된다면 금강산 관광을 가장 먼저,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했다는 겁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2월 11일 :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를 한 차원 더 높게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남북 경협 활용론에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이 제재 완화 측면에 쓸 수 있는 카드를 늘려준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노이 담판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미 양국이 핵심 의제 조율을 위한 막판 줄다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8달 만에 다시 마주하는 두 정상이 과거 합의와 실패의 역사를 거울삼아 새로운 한 수를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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