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줄사택’ 삼릉 마을…개발이냐 보존이냐
입력 2019.02.26 (12:40)
수정 2019.02.2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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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많아 소위 노른자위라는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낡은 집들이 모여있습니다.
절반 이상이 빈집이고요, 당장 쓰러질 듯 보이는 집들도 대다수인데요.
대체 이집들은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걸까요?
김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인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있는 낮은 집들.
곳곳엔 먼지가 자욱하고 외벽이 무너져내린 집들도 쉽게 눈에 띄는데요.
영화세트나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 같지만 주변에는 높은 빌딩촌이 들어섰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도시형 오피스텔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 여기 한가운데만 계속 방치되다 보니까……."]
[인근 주민/음성변조 : "달걀로 따질 것 같으면 여기가 지금 노른자 자리야. 동네 가운데야. 중심이야. 뱅뱅 둘러 가에 흰자만 다 먹고 노른자만 딱 빠져버린 거야. 그거예요."]
주변이 계속 개발되는 동안 이곳만은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 한데요.
[박경화/인근 주민 : "여기가 삼릉이라는 동네예요. 삼릉"]
[인근 주민/음성변조 : "삼릉이란 지명이 없는데도 택시를 타도 삼릉 가자고 하면 알고 '아 거기 삼릉' 이렇게 다 안단 말이에요."]
이곳은 왜 삼릉으로 불리고 있을까요?
[박경화/인근 주민 : "삼릉이라는 이름이 일본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미쓰비시'라고 해서……."]
일본말로 미쓰비시. 1940년대 초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공장이 들어섰는데, 삼릉 마을의 오래된 집들은 미쓰비시 공장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사택이라고 합니다.
집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고 해서 줄사택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줄사택이라는 그게 대들보가 하나가 쭉 있고 난 다음에 열 개의 가구가 쭉 연결되어있고 천장은 통짜로 이어지는 그런 구조거든요. 천장이 (집마다) 막혀있어야 되는데 천장이 일자 구조에요."]
현재 전체 80여 채에 10여 가구와 상가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거주는 5가구 정도로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월세 세입자들입니다.
연탄이나 LPG로 난방을 하고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데요.
[줄사택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만 봐도 불편하지. 자다가 (볼일) 보려면 나와야 되고 그러니까. 그런데 없이 사니까 그냥 감수하고 사는 거지."]
대부분 빈집이라 위태로운 것은 물론 곳곳에 쓰레기도 방치돼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모이고 폐가처럼 돼있어서 주민들이 왕래하기도 힘들고 조금 무서워서 꺼리는 그런 상황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학생들이 담배 피우고 던져버려서 불이 나버렸고 사람이 안 사니까 다 썩어 내려앉았는데……."]
주민들은 하루빨리 개발되기를 원하고 있는데요.
[안용철/부평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 "낙후된 지역으로 이렇게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니까 깨끗한 마을이 좀 되었으면 동네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른자위라는 이곳은 왜 그동안 개발되지 않은 걸까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집 하나가 20~30제곱미터 정도밖에 안 되고, 아마 소유권이 이렇게 각자 각자 돼 있으니까 여러 사람이 모아서 (합의)해야 되는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고……."]
구청 측은 줄사택 부지를 매입해 다음달부터 주민센터와 공동시설 공사를 시작할 계획인데, 아직 54가구는 개발 계획이 표류중입니다.
[남점숙/부평구청 문화예술팀장 : "미쓰비시 줄사택지 일부를 활용해서 생활사 마을 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이었었는데요. 주민들의 일부 반대 여론이 있어서 현재는 보류된 상태고요."]
미쓰비시가 일본, 한반도, 중국 일대에 만든 사업소 280여 개 가운데 백여 개가 한반도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국내에서 남은 흔적은 삼릉 마을이 유일한 상황.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가 배상 판결도 났고 또 그렇지만 그걸 사죄를 하거나 그렇지는 않고 있잖아요. 그들의 강제 동원이나 이런 것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강제동원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뤄졌다는 증거도 되고 있습니다.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너무 나이가 어리거나 너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국내 강제 동원이 됐는데요. 이러다 보니까 사고율로만 따지면 국내에서 동원되셨던 분들의 비율이 훨씬 더 높거든요."]
하지만 관련 기록이 제대로 없고, 당시 미쓰비시 공장에 강제동원됐던 90대의 송백진 옹도 지난달 별세하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물관을 세우는 등 보존하자는 의견에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때 당시의 그 모습을 잃었어요. 몇 번씩 개조가 되는 과정에서 이것을 어떤 식으로 보존을 한다는 건지 지역 주민들은 조금 의아해하고 있고요."]
[박경화/인근 주민 : "숙소만 있었다 뿐이지 사람도 없고 그거에 대해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 설치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반대한 거죠."]
비슷한 이유로 개발이냐 보존이냐,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또 있습니다.
대전의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철도관사촌.
2006년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됐지만 10년간 표류 중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조합 쪽은 개발이 빨리 진행되길 원하시는 거고 반대하는 쪽은 철도 관사촌이 대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으니까 보존하면서 도시재생 쪽으로 개발을 하자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서울 종로구에는 2009년 재개발 지구로 지정됐다가 일제 강점기 선교사들의 활동 무대였던 게 알려지면서 직권 해제된 곳도 있습니다.
사흘뒤면 3.1운동 백주년인데요. 하나둘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일제 강점기 흔적과 역사 속에 그저 막연한 방치가 아닌 개발과 보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원칙과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많아 소위 노른자위라는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낡은 집들이 모여있습니다.
절반 이상이 빈집이고요, 당장 쓰러질 듯 보이는 집들도 대다수인데요.
대체 이집들은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걸까요?
김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인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있는 낮은 집들.
곳곳엔 먼지가 자욱하고 외벽이 무너져내린 집들도 쉽게 눈에 띄는데요.
영화세트나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 같지만 주변에는 높은 빌딩촌이 들어섰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도시형 오피스텔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 여기 한가운데만 계속 방치되다 보니까……."]
[인근 주민/음성변조 : "달걀로 따질 것 같으면 여기가 지금 노른자 자리야. 동네 가운데야. 중심이야. 뱅뱅 둘러 가에 흰자만 다 먹고 노른자만 딱 빠져버린 거야. 그거예요."]
주변이 계속 개발되는 동안 이곳만은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 한데요.
[박경화/인근 주민 : "여기가 삼릉이라는 동네예요. 삼릉"]
[인근 주민/음성변조 : "삼릉이란 지명이 없는데도 택시를 타도 삼릉 가자고 하면 알고 '아 거기 삼릉' 이렇게 다 안단 말이에요."]
이곳은 왜 삼릉으로 불리고 있을까요?
[박경화/인근 주민 : "삼릉이라는 이름이 일본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미쓰비시'라고 해서……."]
일본말로 미쓰비시. 1940년대 초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공장이 들어섰는데, 삼릉 마을의 오래된 집들은 미쓰비시 공장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사택이라고 합니다.
집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고 해서 줄사택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줄사택이라는 그게 대들보가 하나가 쭉 있고 난 다음에 열 개의 가구가 쭉 연결되어있고 천장은 통짜로 이어지는 그런 구조거든요. 천장이 (집마다) 막혀있어야 되는데 천장이 일자 구조에요."]
현재 전체 80여 채에 10여 가구와 상가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거주는 5가구 정도로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월세 세입자들입니다.
연탄이나 LPG로 난방을 하고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데요.
[줄사택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만 봐도 불편하지. 자다가 (볼일) 보려면 나와야 되고 그러니까. 그런데 없이 사니까 그냥 감수하고 사는 거지."]
대부분 빈집이라 위태로운 것은 물론 곳곳에 쓰레기도 방치돼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모이고 폐가처럼 돼있어서 주민들이 왕래하기도 힘들고 조금 무서워서 꺼리는 그런 상황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학생들이 담배 피우고 던져버려서 불이 나버렸고 사람이 안 사니까 다 썩어 내려앉았는데……."]
주민들은 하루빨리 개발되기를 원하고 있는데요.
[안용철/부평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 "낙후된 지역으로 이렇게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니까 깨끗한 마을이 좀 되었으면 동네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른자위라는 이곳은 왜 그동안 개발되지 않은 걸까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집 하나가 20~30제곱미터 정도밖에 안 되고, 아마 소유권이 이렇게 각자 각자 돼 있으니까 여러 사람이 모아서 (합의)해야 되는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고……."]
구청 측은 줄사택 부지를 매입해 다음달부터 주민센터와 공동시설 공사를 시작할 계획인데, 아직 54가구는 개발 계획이 표류중입니다.
[남점숙/부평구청 문화예술팀장 : "미쓰비시 줄사택지 일부를 활용해서 생활사 마을 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이었었는데요. 주민들의 일부 반대 여론이 있어서 현재는 보류된 상태고요."]
미쓰비시가 일본, 한반도, 중국 일대에 만든 사업소 280여 개 가운데 백여 개가 한반도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국내에서 남은 흔적은 삼릉 마을이 유일한 상황.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가 배상 판결도 났고 또 그렇지만 그걸 사죄를 하거나 그렇지는 않고 있잖아요. 그들의 강제 동원이나 이런 것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강제동원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뤄졌다는 증거도 되고 있습니다.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너무 나이가 어리거나 너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국내 강제 동원이 됐는데요. 이러다 보니까 사고율로만 따지면 국내에서 동원되셨던 분들의 비율이 훨씬 더 높거든요."]
하지만 관련 기록이 제대로 없고, 당시 미쓰비시 공장에 강제동원됐던 90대의 송백진 옹도 지난달 별세하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물관을 세우는 등 보존하자는 의견에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때 당시의 그 모습을 잃었어요. 몇 번씩 개조가 되는 과정에서 이것을 어떤 식으로 보존을 한다는 건지 지역 주민들은 조금 의아해하고 있고요."]
[박경화/인근 주민 : "숙소만 있었다 뿐이지 사람도 없고 그거에 대해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 설치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반대한 거죠."]
비슷한 이유로 개발이냐 보존이냐,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또 있습니다.
대전의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철도관사촌.
2006년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됐지만 10년간 표류 중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조합 쪽은 개발이 빨리 진행되길 원하시는 거고 반대하는 쪽은 철도 관사촌이 대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으니까 보존하면서 도시재생 쪽으로 개발을 하자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서울 종로구에는 2009년 재개발 지구로 지정됐다가 일제 강점기 선교사들의 활동 무대였던 게 알려지면서 직권 해제된 곳도 있습니다.
사흘뒤면 3.1운동 백주년인데요. 하나둘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일제 강점기 흔적과 역사 속에 그저 막연한 방치가 아닌 개발과 보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원칙과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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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2-26 12: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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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많아 소위 노른자위라는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낡은 집들이 모여있습니다.
절반 이상이 빈집이고요, 당장 쓰러질 듯 보이는 집들도 대다수인데요.
대체 이집들은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걸까요?
김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인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있는 낮은 집들.
곳곳엔 먼지가 자욱하고 외벽이 무너져내린 집들도 쉽게 눈에 띄는데요.
영화세트나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 같지만 주변에는 높은 빌딩촌이 들어섰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도시형 오피스텔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 여기 한가운데만 계속 방치되다 보니까……."]
[인근 주민/음성변조 : "달걀로 따질 것 같으면 여기가 지금 노른자 자리야. 동네 가운데야. 중심이야. 뱅뱅 둘러 가에 흰자만 다 먹고 노른자만 딱 빠져버린 거야. 그거예요."]
주변이 계속 개발되는 동안 이곳만은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 한데요.
[박경화/인근 주민 : "여기가 삼릉이라는 동네예요. 삼릉"]
[인근 주민/음성변조 : "삼릉이란 지명이 없는데도 택시를 타도 삼릉 가자고 하면 알고 '아 거기 삼릉' 이렇게 다 안단 말이에요."]
이곳은 왜 삼릉으로 불리고 있을까요?
[박경화/인근 주민 : "삼릉이라는 이름이 일본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미쓰비시'라고 해서……."]
일본말로 미쓰비시. 1940년대 초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공장이 들어섰는데, 삼릉 마을의 오래된 집들은 미쓰비시 공장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사택이라고 합니다.
집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고 해서 줄사택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줄사택이라는 그게 대들보가 하나가 쭉 있고 난 다음에 열 개의 가구가 쭉 연결되어있고 천장은 통짜로 이어지는 그런 구조거든요. 천장이 (집마다) 막혀있어야 되는데 천장이 일자 구조에요."]
현재 전체 80여 채에 10여 가구와 상가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거주는 5가구 정도로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월세 세입자들입니다.
연탄이나 LPG로 난방을 하고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데요.
[줄사택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만 봐도 불편하지. 자다가 (볼일) 보려면 나와야 되고 그러니까. 그런데 없이 사니까 그냥 감수하고 사는 거지."]
대부분 빈집이라 위태로운 것은 물론 곳곳에 쓰레기도 방치돼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모이고 폐가처럼 돼있어서 주민들이 왕래하기도 힘들고 조금 무서워서 꺼리는 그런 상황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학생들이 담배 피우고 던져버려서 불이 나버렸고 사람이 안 사니까 다 썩어 내려앉았는데……."]
주민들은 하루빨리 개발되기를 원하고 있는데요.
[안용철/부평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 "낙후된 지역으로 이렇게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니까 깨끗한 마을이 좀 되었으면 동네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른자위라는 이곳은 왜 그동안 개발되지 않은 걸까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집 하나가 20~30제곱미터 정도밖에 안 되고, 아마 소유권이 이렇게 각자 각자 돼 있으니까 여러 사람이 모아서 (합의)해야 되는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고……."]
구청 측은 줄사택 부지를 매입해 다음달부터 주민센터와 공동시설 공사를 시작할 계획인데, 아직 54가구는 개발 계획이 표류중입니다.
[남점숙/부평구청 문화예술팀장 : "미쓰비시 줄사택지 일부를 활용해서 생활사 마을 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이었었는데요. 주민들의 일부 반대 여론이 있어서 현재는 보류된 상태고요."]
미쓰비시가 일본, 한반도, 중국 일대에 만든 사업소 280여 개 가운데 백여 개가 한반도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국내에서 남은 흔적은 삼릉 마을이 유일한 상황.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가 배상 판결도 났고 또 그렇지만 그걸 사죄를 하거나 그렇지는 않고 있잖아요. 그들의 강제 동원이나 이런 것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강제동원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뤄졌다는 증거도 되고 있습니다.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너무 나이가 어리거나 너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국내 강제 동원이 됐는데요. 이러다 보니까 사고율로만 따지면 국내에서 동원되셨던 분들의 비율이 훨씬 더 높거든요."]
하지만 관련 기록이 제대로 없고, 당시 미쓰비시 공장에 강제동원됐던 90대의 송백진 옹도 지난달 별세하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물관을 세우는 등 보존하자는 의견에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때 당시의 그 모습을 잃었어요. 몇 번씩 개조가 되는 과정에서 이것을 어떤 식으로 보존을 한다는 건지 지역 주민들은 조금 의아해하고 있고요."]
[박경화/인근 주민 : "숙소만 있었다 뿐이지 사람도 없고 그거에 대해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 설치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반대한 거죠."]
비슷한 이유로 개발이냐 보존이냐,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또 있습니다.
대전의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철도관사촌.
2006년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됐지만 10년간 표류 중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조합 쪽은 개발이 빨리 진행되길 원하시는 거고 반대하는 쪽은 철도 관사촌이 대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으니까 보존하면서 도시재생 쪽으로 개발을 하자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서울 종로구에는 2009년 재개발 지구로 지정됐다가 일제 강점기 선교사들의 활동 무대였던 게 알려지면서 직권 해제된 곳도 있습니다.
사흘뒤면 3.1운동 백주년인데요. 하나둘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일제 강점기 흔적과 역사 속에 그저 막연한 방치가 아닌 개발과 보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원칙과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많아 소위 노른자위라는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낡은 집들이 모여있습니다.
절반 이상이 빈집이고요, 당장 쓰러질 듯 보이는 집들도 대다수인데요.
대체 이집들은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걸까요?
김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인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있는 낮은 집들.
곳곳엔 먼지가 자욱하고 외벽이 무너져내린 집들도 쉽게 눈에 띄는데요.
영화세트나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 같지만 주변에는 높은 빌딩촌이 들어섰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도시형 오피스텔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 여기 한가운데만 계속 방치되다 보니까……."]
[인근 주민/음성변조 : "달걀로 따질 것 같으면 여기가 지금 노른자 자리야. 동네 가운데야. 중심이야. 뱅뱅 둘러 가에 흰자만 다 먹고 노른자만 딱 빠져버린 거야. 그거예요."]
주변이 계속 개발되는 동안 이곳만은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 한데요.
[박경화/인근 주민 : "여기가 삼릉이라는 동네예요. 삼릉"]
[인근 주민/음성변조 : "삼릉이란 지명이 없는데도 택시를 타도 삼릉 가자고 하면 알고 '아 거기 삼릉' 이렇게 다 안단 말이에요."]
이곳은 왜 삼릉으로 불리고 있을까요?
[박경화/인근 주민 : "삼릉이라는 이름이 일본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미쓰비시'라고 해서……."]
일본말로 미쓰비시. 1940년대 초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공장이 들어섰는데, 삼릉 마을의 오래된 집들은 미쓰비시 공장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사택이라고 합니다.
집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고 해서 줄사택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줄사택이라는 그게 대들보가 하나가 쭉 있고 난 다음에 열 개의 가구가 쭉 연결되어있고 천장은 통짜로 이어지는 그런 구조거든요. 천장이 (집마다) 막혀있어야 되는데 천장이 일자 구조에요."]
현재 전체 80여 채에 10여 가구와 상가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거주는 5가구 정도로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월세 세입자들입니다.
연탄이나 LPG로 난방을 하고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데요.
[줄사택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만 봐도 불편하지. 자다가 (볼일) 보려면 나와야 되고 그러니까. 그런데 없이 사니까 그냥 감수하고 사는 거지."]
대부분 빈집이라 위태로운 것은 물론 곳곳에 쓰레기도 방치돼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모이고 폐가처럼 돼있어서 주민들이 왕래하기도 힘들고 조금 무서워서 꺼리는 그런 상황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학생들이 담배 피우고 던져버려서 불이 나버렸고 사람이 안 사니까 다 썩어 내려앉았는데……."]
주민들은 하루빨리 개발되기를 원하고 있는데요.
[안용철/부평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 "낙후된 지역으로 이렇게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니까 깨끗한 마을이 좀 되었으면 동네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른자위라는 이곳은 왜 그동안 개발되지 않은 걸까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집 하나가 20~30제곱미터 정도밖에 안 되고, 아마 소유권이 이렇게 각자 각자 돼 있으니까 여러 사람이 모아서 (합의)해야 되는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고……."]
구청 측은 줄사택 부지를 매입해 다음달부터 주민센터와 공동시설 공사를 시작할 계획인데, 아직 54가구는 개발 계획이 표류중입니다.
[남점숙/부평구청 문화예술팀장 : "미쓰비시 줄사택지 일부를 활용해서 생활사 마을 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이었었는데요. 주민들의 일부 반대 여론이 있어서 현재는 보류된 상태고요."]
미쓰비시가 일본, 한반도, 중국 일대에 만든 사업소 280여 개 가운데 백여 개가 한반도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국내에서 남은 흔적은 삼릉 마을이 유일한 상황.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가 배상 판결도 났고 또 그렇지만 그걸 사죄를 하거나 그렇지는 않고 있잖아요. 그들의 강제 동원이나 이런 것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강제동원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뤄졌다는 증거도 되고 있습니다.
[김정아/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 : "너무 나이가 어리거나 너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국내 강제 동원이 됐는데요. 이러다 보니까 사고율로만 따지면 국내에서 동원되셨던 분들의 비율이 훨씬 더 높거든요."]
하지만 관련 기록이 제대로 없고, 당시 미쓰비시 공장에 강제동원됐던 90대의 송백진 옹도 지난달 별세하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물관을 세우는 등 보존하자는 의견에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때 당시의 그 모습을 잃었어요. 몇 번씩 개조가 되는 과정에서 이것을 어떤 식으로 보존을 한다는 건지 지역 주민들은 조금 의아해하고 있고요."]
[박경화/인근 주민 : "숙소만 있었다 뿐이지 사람도 없고 그거에 대해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 설치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반대한 거죠."]
비슷한 이유로 개발이냐 보존이냐,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또 있습니다.
대전의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철도관사촌.
2006년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됐지만 10년간 표류 중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조합 쪽은 개발이 빨리 진행되길 원하시는 거고 반대하는 쪽은 철도 관사촌이 대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으니까 보존하면서 도시재생 쪽으로 개발을 하자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서울 종로구에는 2009년 재개발 지구로 지정됐다가 일제 강점기 선교사들의 활동 무대였던 게 알려지면서 직권 해제된 곳도 있습니다.
사흘뒤면 3.1운동 백주년인데요. 하나둘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일제 강점기 흔적과 역사 속에 그저 막연한 방치가 아닌 개발과 보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원칙과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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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 기자 2by82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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