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취업난에도 중소기업 기피…이유는?
입력 2019.02.26 (18:07)
수정 2019.02.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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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상반기 대기업 대졸자 공채가 지난해보다 9% 가까이 줄어들 거라고 하죠.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위주로 취업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눈높이를 낮춰라, 성장 가능성을 봐라, 이런 조언도 하지만, 청년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하는데요.
경제부 석민수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중소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청년을 실제로 찾아보기 어려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의 대기업과 공기업 쏠림 현상이 여전한데요.
취업을 앞둔 청년 중에서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사람은 100명 중 6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대학생과 졸업생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직장을 조사했는데요.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사람은 6.6%, 중견기업과 합쳐도 20.8%에 그쳤습니다.
반면 공기업은 25%, 대기업은 18.7%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는 건 연봉 때문인가요?
[기자]
물론 중소기업 급여 수준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인데요.
하지만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일해본 청년들은 급여보다는 권위적인 분위기,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를 더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대기업들은 야근을 줄이고 있는데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야간이나 주말에 일하는 곳이 많은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조사에서 '급여가 낮아서' 중소기업을 피한다는 청년은 5명 중 1명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급여 외에 다른 이유가 더 많았는데요.
'고용 불안정'을 꼽은 응답자가 24.7%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보다 '낮은 복지수준'과 '성취감', '업무 기회' 등을 이유로 든 사람도 많았습니다.
성과급이나 휴가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많이 열악한데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직원은, 회사 성과가 좋아도 사장님 기분에 따라 성과급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어땠는지 얘기 들어보시죠.
[임OO/중소기업 직원/음성변조 : "(사장님) 말이 법이 되고, 어떻게 보면 규칙도 다 만들어지고. 근데 그거를 좋게 활용을 하는 게 아니라 되게 악용하는 느낌이죠. 규칙이 그러니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앵커]
복지제도 때문에 중소기업을 피한다는 응답이 눈에 띄는데, 직원들에 대한 복지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차이가 상당히 크잖아요?
[기자]
4대 그룹에 다니는 한 계열사 사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입사하면 매년 100만 원 이상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가 생기고요,
종합 건강검진이나 인터넷 강좌 수강권 등 급여 외에 다양한 혜택을 받습니다.
여기에 회사 콘도회원권과 경조사비 지원, 계열사 할인 혜택 같은 여러 복지제도들이 있습니다.
회사 어린이집, 육아 휴직과 연수 기회까지 이것저것 포함하면 금액으로는 연간 500만원이 넘는 복지혜택을 누리는 셈인데요.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대우도 다릅니다.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이 회사 직원들에게 싼 금리로 대출을 주겠다는 협약을 맺고 있는데, 연봉만큼의 돈을 연 2.7%로 빌릴 수도 있습니다.
개인 신용대출이 최저 연 3.5% 수준인 것을 보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 거죠.
과거 경제성장기에 국가 대신 기업에서 직원 복지제도를 마련해줬고 이것이 대기업에 남아있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연봉 차이 외에도 이런 보이지 않는 차이가 청년들의 중소기업행을 막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도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문제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대기업과 격차를 줄이는 대책, 어떤 걸 시행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직장이 곧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청년들이 얘기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금전적인 지원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청년 내일 채움 공제'라는 게 있는데요.
중소기업에 들어간 청년이 매달 10여만 원씩 내면 사장님과 정부가 그보다 많은 돈을 얹어 목돈 마련을 돕는 제도입니다.
이마저도 회사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할 방법이 없는데요.
다만 정부가 2년 전부터 정부부담액을 늘리자 조금씩 가입자가 늘고 있긴 합니다.
정부가 살 집을 지원해주거나, 외진 지역의 회사에 다니면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대책도 있는데요.
이 역시 청년들을 중소기업으로 불러모으긴 부족해 보입니다.
[앵커]
그럼 복지제도 같은 걸 정부가 직접 지원해줄 방법은 없는 건가요?
[기자]
최근 일부 지역 산업단지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문화센터가 들어섰는데요.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생활 환경을 개선하면, 취업난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회사를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개인의 삶도 신경 쓸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앵커]
석민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대졸자 공채가 지난해보다 9% 가까이 줄어들 거라고 하죠.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위주로 취업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눈높이를 낮춰라, 성장 가능성을 봐라, 이런 조언도 하지만, 청년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하는데요.
경제부 석민수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중소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청년을 실제로 찾아보기 어려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의 대기업과 공기업 쏠림 현상이 여전한데요.
취업을 앞둔 청년 중에서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사람은 100명 중 6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대학생과 졸업생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직장을 조사했는데요.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사람은 6.6%, 중견기업과 합쳐도 20.8%에 그쳤습니다.
반면 공기업은 25%, 대기업은 18.7%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는 건 연봉 때문인가요?
[기자]
물론 중소기업 급여 수준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인데요.
하지만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일해본 청년들은 급여보다는 권위적인 분위기,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를 더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대기업들은 야근을 줄이고 있는데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야간이나 주말에 일하는 곳이 많은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조사에서 '급여가 낮아서' 중소기업을 피한다는 청년은 5명 중 1명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급여 외에 다른 이유가 더 많았는데요.
'고용 불안정'을 꼽은 응답자가 24.7%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보다 '낮은 복지수준'과 '성취감', '업무 기회' 등을 이유로 든 사람도 많았습니다.
성과급이나 휴가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많이 열악한데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직원은, 회사 성과가 좋아도 사장님 기분에 따라 성과급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어땠는지 얘기 들어보시죠.
[임OO/중소기업 직원/음성변조 : "(사장님) 말이 법이 되고, 어떻게 보면 규칙도 다 만들어지고. 근데 그거를 좋게 활용을 하는 게 아니라 되게 악용하는 느낌이죠. 규칙이 그러니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앵커]
복지제도 때문에 중소기업을 피한다는 응답이 눈에 띄는데, 직원들에 대한 복지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차이가 상당히 크잖아요?
[기자]
4대 그룹에 다니는 한 계열사 사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입사하면 매년 100만 원 이상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가 생기고요,
종합 건강검진이나 인터넷 강좌 수강권 등 급여 외에 다양한 혜택을 받습니다.
여기에 회사 콘도회원권과 경조사비 지원, 계열사 할인 혜택 같은 여러 복지제도들이 있습니다.
회사 어린이집, 육아 휴직과 연수 기회까지 이것저것 포함하면 금액으로는 연간 500만원이 넘는 복지혜택을 누리는 셈인데요.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대우도 다릅니다.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이 회사 직원들에게 싼 금리로 대출을 주겠다는 협약을 맺고 있는데, 연봉만큼의 돈을 연 2.7%로 빌릴 수도 있습니다.
개인 신용대출이 최저 연 3.5% 수준인 것을 보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 거죠.
과거 경제성장기에 국가 대신 기업에서 직원 복지제도를 마련해줬고 이것이 대기업에 남아있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연봉 차이 외에도 이런 보이지 않는 차이가 청년들의 중소기업행을 막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도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문제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대기업과 격차를 줄이는 대책, 어떤 걸 시행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직장이 곧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청년들이 얘기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금전적인 지원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청년 내일 채움 공제'라는 게 있는데요.
중소기업에 들어간 청년이 매달 10여만 원씩 내면 사장님과 정부가 그보다 많은 돈을 얹어 목돈 마련을 돕는 제도입니다.
이마저도 회사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할 방법이 없는데요.
다만 정부가 2년 전부터 정부부담액을 늘리자 조금씩 가입자가 늘고 있긴 합니다.
정부가 살 집을 지원해주거나, 외진 지역의 회사에 다니면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대책도 있는데요.
이 역시 청년들을 중소기업으로 불러모으긴 부족해 보입니다.
[앵커]
그럼 복지제도 같은 걸 정부가 직접 지원해줄 방법은 없는 건가요?
[기자]
최근 일부 지역 산업단지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문화센터가 들어섰는데요.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생활 환경을 개선하면, 취업난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회사를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개인의 삶도 신경 쓸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앵커]
석민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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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2-26 18:09:51
- 수정2019-02-26 18:29:40
[앵커]
올해 상반기 대기업 대졸자 공채가 지난해보다 9% 가까이 줄어들 거라고 하죠.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위주로 취업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눈높이를 낮춰라, 성장 가능성을 봐라, 이런 조언도 하지만, 청년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하는데요.
경제부 석민수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중소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청년을 실제로 찾아보기 어려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의 대기업과 공기업 쏠림 현상이 여전한데요.
취업을 앞둔 청년 중에서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사람은 100명 중 6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대학생과 졸업생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직장을 조사했는데요.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사람은 6.6%, 중견기업과 합쳐도 20.8%에 그쳤습니다.
반면 공기업은 25%, 대기업은 18.7%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는 건 연봉 때문인가요?
[기자]
물론 중소기업 급여 수준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인데요.
하지만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일해본 청년들은 급여보다는 권위적인 분위기,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를 더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대기업들은 야근을 줄이고 있는데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야간이나 주말에 일하는 곳이 많은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조사에서 '급여가 낮아서' 중소기업을 피한다는 청년은 5명 중 1명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급여 외에 다른 이유가 더 많았는데요.
'고용 불안정'을 꼽은 응답자가 24.7%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보다 '낮은 복지수준'과 '성취감', '업무 기회' 등을 이유로 든 사람도 많았습니다.
성과급이나 휴가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많이 열악한데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직원은, 회사 성과가 좋아도 사장님 기분에 따라 성과급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어땠는지 얘기 들어보시죠.
[임OO/중소기업 직원/음성변조 : "(사장님) 말이 법이 되고, 어떻게 보면 규칙도 다 만들어지고. 근데 그거를 좋게 활용을 하는 게 아니라 되게 악용하는 느낌이죠. 규칙이 그러니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앵커]
복지제도 때문에 중소기업을 피한다는 응답이 눈에 띄는데, 직원들에 대한 복지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차이가 상당히 크잖아요?
[기자]
4대 그룹에 다니는 한 계열사 사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입사하면 매년 100만 원 이상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가 생기고요,
종합 건강검진이나 인터넷 강좌 수강권 등 급여 외에 다양한 혜택을 받습니다.
여기에 회사 콘도회원권과 경조사비 지원, 계열사 할인 혜택 같은 여러 복지제도들이 있습니다.
회사 어린이집, 육아 휴직과 연수 기회까지 이것저것 포함하면 금액으로는 연간 500만원이 넘는 복지혜택을 누리는 셈인데요.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대우도 다릅니다.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이 회사 직원들에게 싼 금리로 대출을 주겠다는 협약을 맺고 있는데, 연봉만큼의 돈을 연 2.7%로 빌릴 수도 있습니다.
개인 신용대출이 최저 연 3.5% 수준인 것을 보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 거죠.
과거 경제성장기에 국가 대신 기업에서 직원 복지제도를 마련해줬고 이것이 대기업에 남아있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연봉 차이 외에도 이런 보이지 않는 차이가 청년들의 중소기업행을 막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도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문제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대기업과 격차를 줄이는 대책, 어떤 걸 시행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직장이 곧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청년들이 얘기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금전적인 지원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청년 내일 채움 공제'라는 게 있는데요.
중소기업에 들어간 청년이 매달 10여만 원씩 내면 사장님과 정부가 그보다 많은 돈을 얹어 목돈 마련을 돕는 제도입니다.
이마저도 회사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할 방법이 없는데요.
다만 정부가 2년 전부터 정부부담액을 늘리자 조금씩 가입자가 늘고 있긴 합니다.
정부가 살 집을 지원해주거나, 외진 지역의 회사에 다니면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대책도 있는데요.
이 역시 청년들을 중소기업으로 불러모으긴 부족해 보입니다.
[앵커]
그럼 복지제도 같은 걸 정부가 직접 지원해줄 방법은 없는 건가요?
[기자]
최근 일부 지역 산업단지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문화센터가 들어섰는데요.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생활 환경을 개선하면, 취업난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회사를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개인의 삶도 신경 쓸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앵커]
석민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대졸자 공채가 지난해보다 9% 가까이 줄어들 거라고 하죠.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위주로 취업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눈높이를 낮춰라, 성장 가능성을 봐라, 이런 조언도 하지만, 청년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하는데요.
경제부 석민수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중소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청년을 실제로 찾아보기 어려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의 대기업과 공기업 쏠림 현상이 여전한데요.
취업을 앞둔 청년 중에서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사람은 100명 중 6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대학생과 졸업생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직장을 조사했는데요.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사람은 6.6%, 중견기업과 합쳐도 20.8%에 그쳤습니다.
반면 공기업은 25%, 대기업은 18.7%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는 건 연봉 때문인가요?
[기자]
물론 중소기업 급여 수준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인데요.
하지만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일해본 청년들은 급여보다는 권위적인 분위기,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를 더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대기업들은 야근을 줄이고 있는데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야간이나 주말에 일하는 곳이 많은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조사에서 '급여가 낮아서' 중소기업을 피한다는 청년은 5명 중 1명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급여 외에 다른 이유가 더 많았는데요.
'고용 불안정'을 꼽은 응답자가 24.7%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보다 '낮은 복지수준'과 '성취감', '업무 기회' 등을 이유로 든 사람도 많았습니다.
성과급이나 휴가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많이 열악한데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직원은, 회사 성과가 좋아도 사장님 기분에 따라 성과급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어땠는지 얘기 들어보시죠.
[임OO/중소기업 직원/음성변조 : "(사장님) 말이 법이 되고, 어떻게 보면 규칙도 다 만들어지고. 근데 그거를 좋게 활용을 하는 게 아니라 되게 악용하는 느낌이죠. 규칙이 그러니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앵커]
복지제도 때문에 중소기업을 피한다는 응답이 눈에 띄는데, 직원들에 대한 복지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차이가 상당히 크잖아요?
[기자]
4대 그룹에 다니는 한 계열사 사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입사하면 매년 100만 원 이상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가 생기고요,
종합 건강검진이나 인터넷 강좌 수강권 등 급여 외에 다양한 혜택을 받습니다.
여기에 회사 콘도회원권과 경조사비 지원, 계열사 할인 혜택 같은 여러 복지제도들이 있습니다.
회사 어린이집, 육아 휴직과 연수 기회까지 이것저것 포함하면 금액으로는 연간 500만원이 넘는 복지혜택을 누리는 셈인데요.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대우도 다릅니다.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이 회사 직원들에게 싼 금리로 대출을 주겠다는 협약을 맺고 있는데, 연봉만큼의 돈을 연 2.7%로 빌릴 수도 있습니다.
개인 신용대출이 최저 연 3.5% 수준인 것을 보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 거죠.
과거 경제성장기에 국가 대신 기업에서 직원 복지제도를 마련해줬고 이것이 대기업에 남아있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연봉 차이 외에도 이런 보이지 않는 차이가 청년들의 중소기업행을 막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도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문제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대기업과 격차를 줄이는 대책, 어떤 걸 시행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직장이 곧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청년들이 얘기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금전적인 지원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청년 내일 채움 공제'라는 게 있는데요.
중소기업에 들어간 청년이 매달 10여만 원씩 내면 사장님과 정부가 그보다 많은 돈을 얹어 목돈 마련을 돕는 제도입니다.
이마저도 회사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할 방법이 없는데요.
다만 정부가 2년 전부터 정부부담액을 늘리자 조금씩 가입자가 늘고 있긴 합니다.
정부가 살 집을 지원해주거나, 외진 지역의 회사에 다니면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대책도 있는데요.
이 역시 청년들을 중소기업으로 불러모으긴 부족해 보입니다.
[앵커]
그럼 복지제도 같은 걸 정부가 직접 지원해줄 방법은 없는 건가요?
[기자]
최근 일부 지역 산업단지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문화센터가 들어섰는데요.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생활 환경을 개선하면, 취업난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회사를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개인의 삶도 신경 쓸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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