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개학 연기 vs 법적 대응…“아이들은 어쩌라고”

입력 2019.03.04 (08:27) 수정 2019.03.0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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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앞서 속보 들으셨겠지만, 유치원 다니는 자녀를 두신 가정은 주말은 물론, 오늘 아침 이 시간까지 혼란스러우실 텐데요.

"자율성, 사유재산 인정해 달라"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연기 카드에 "아이들 볼모로 사익 추구는 안 된다" 정부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작 개학 연기 유치원 숫자를 놓고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경기도 용인의 한 구청 앞.

손에 피켓을 들고 모인 사람들은 엄마들과 자녀들입니다.

["유치원 불법 개학 연기 금지하라! (금지하라! 금지하라!) 우리 아이들 인질로 잡지 마라! (잡지 마라! 잡지 마라!)"]

시위에 참여한 엄마들은 일방적으로 개학 연기를 통보한 유치원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이틀 전 아침에 일찍 문자로 통보가 왔어요. 너무 황당했죠. 그런 뉴스가 나올 때도 설마 우리 유치원은 아니겠지 하는 유치원이랑 원장님에 대한 기대가 되게 컸거든요. 실망도 많이 하고 배신감도 들고…."]

[한아름/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 : "저희는 맞벌이니까 어떡해야 할지부터 생각이 나고 화도 났죠. 왜냐하면 저희는 대안이 없는 거잖아요. 인터넷 맘카페에서 밤새 난리가 나서 저희도 막 잠도 못 자고 서로 댓글 보고 채팅하고 이랬거든요."]

어린 자녀에게까지 이런 피켓을 들게 한 지금 상황이 원망스럽다는데요.

[한아름/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 : "아이한테 우리 유치원 가려면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면서 쓰고 아이가 같이 색칠한 거예요. 아이 손으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들도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시위 참여 학부모/음성변조 : "저희 아이는 큰애가 이번에 중학교 들어가고요. 작은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에요. 저희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한 건 아닌데 생각만으로도 지금도 떨리고 눈물이 나고 그래요."]

이처럼 집단 개학 연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지난주 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유치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입니다.

[이덕선/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 "저희가 전격적으로 에듀파인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라든지 이런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면 개학 연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엔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이 있습니다.

지난해 사립 유치원 비리가 터지면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건데요.

한유총 측은 에듀파인을 사용하겠다면서도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등은 사유재산과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오늘 개학 연기까지 오게된 건데요.

실제로, 지난주 목요일부터 속속 개학 연기를 하겠다는 유치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6살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이 학부모도 갑작스럽게 유치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황당했어요. 오리엔테이션도 했고 바로 오전에 담임선생님이랑 통화했는데 갑작스럽게 어젯밤에 공지사항으로 왔더라고요. 일방적인 통보였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사실 감도 안 오고 어리벙벙했어요."]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유치원 측의 입장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고 합니다.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유치원 차량 운행 도중에 신호 위반이라든지 이런 거로 인해서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유치원 폐원까지도 갈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맞서서 우리는 싸운다.'라는 식으로... 이해가 안 가죠."]

가장 비상이 걸린 건 맞벌이 중인 가정입니다.

5살 아이를 오늘부터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는데 당장 휴가를 써야 할 상황입니다.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회사에 얘기해서 제가 휴가를 다 몰아 쓰려고 지금 생각 중이긴 한데 아무래도 눈치는 좀 보이죠."]

언제 사태가 해결될지 알 수 없어 학부모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 갑니다.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언제까지가 될지는 사실 모르는 거잖아요. 마냥 기다리라고 하는 건데…. (아이가) 왜 안가냐고 계속 물어 보는데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거예요."]

주말 동안, 정부와 한유총 측의 줄다리기는 계속됐습니다.

각 시도 교육청이 파악한 개학 연기 숫자는 어젯밤 11시 기준으로 360여 곳인데, 밤새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는 법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압박했는데, 한유총 측은 개학 연기는 1500여 곳에 달한다며 맞불을 놨습니다.

[이낙연/국무총리 : "해당 사립유치원은 개학 연기를 즉각 철회하시고 공공성과 투명성 갖춘 교육기관으로 당당하게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김철/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홍보국장 : "사립유치원은 명백하게 개인이 설립한 학교입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화를 거부한 교육부에 있음을 다시 한번 명백히 밝힙니다. 오죽하면 우리가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준법 투쟁인 개원 연기 입장에 나섰겠습니까."]

수도권 교육감들도 제재 카드를 내비쳤습니다.

[조희연/서울교육감 : "3월 4일까지도 불법 휴업을 강행하고 폐원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지속한다면 민법 제 38조에 의거해 한유총의 설립 허가 취소를 진행하겠습니다."]

돌봄교실 등 대응책이 나오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볼모로 한 강대강 대치가 끝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아름/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 : "한유총이나 국가에서 서로 합의점을 찾아야겠죠. 저는 유치원도 원망스럽고 나라도 원망스러운 상황입니다. 저희가 다른 대안이 없어요. 그게 가장 슬픈 거 같아요."]

특히, 조사에 불응하거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유치원들도 많아 오늘 얼마나 많은 유치원이 개학을 연기했는지 정확한 집계는 나와 봐야 알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상황이 내일 이후도 이어진다면 학부모들은 더 이상 혼란이 아닌 분노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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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04 08:33:19
    • 수정2019-03-04 14: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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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앞서 속보 들으셨겠지만, 유치원 다니는 자녀를 두신 가정은 주말은 물론, 오늘 아침 이 시간까지 혼란스러우실 텐데요.

"자율성, 사유재산 인정해 달라"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연기 카드에 "아이들 볼모로 사익 추구는 안 된다" 정부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작 개학 연기 유치원 숫자를 놓고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경기도 용인의 한 구청 앞.

손에 피켓을 들고 모인 사람들은 엄마들과 자녀들입니다.

["유치원 불법 개학 연기 금지하라! (금지하라! 금지하라!) 우리 아이들 인질로 잡지 마라! (잡지 마라! 잡지 마라!)"]

시위에 참여한 엄마들은 일방적으로 개학 연기를 통보한 유치원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이틀 전 아침에 일찍 문자로 통보가 왔어요. 너무 황당했죠. 그런 뉴스가 나올 때도 설마 우리 유치원은 아니겠지 하는 유치원이랑 원장님에 대한 기대가 되게 컸거든요. 실망도 많이 하고 배신감도 들고…."]

[한아름/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 : "저희는 맞벌이니까 어떡해야 할지부터 생각이 나고 화도 났죠. 왜냐하면 저희는 대안이 없는 거잖아요. 인터넷 맘카페에서 밤새 난리가 나서 저희도 막 잠도 못 자고 서로 댓글 보고 채팅하고 이랬거든요."]

어린 자녀에게까지 이런 피켓을 들게 한 지금 상황이 원망스럽다는데요.

[한아름/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 : "아이한테 우리 유치원 가려면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면서 쓰고 아이가 같이 색칠한 거예요. 아이 손으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들도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시위 참여 학부모/음성변조 : "저희 아이는 큰애가 이번에 중학교 들어가고요. 작은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에요. 저희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한 건 아닌데 생각만으로도 지금도 떨리고 눈물이 나고 그래요."]

이처럼 집단 개학 연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지난주 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유치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입니다.

[이덕선/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 "저희가 전격적으로 에듀파인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라든지 이런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면 개학 연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엔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이 있습니다.

지난해 사립 유치원 비리가 터지면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건데요.

한유총 측은 에듀파인을 사용하겠다면서도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등은 사유재산과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오늘 개학 연기까지 오게된 건데요.

실제로, 지난주 목요일부터 속속 개학 연기를 하겠다는 유치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6살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이 학부모도 갑작스럽게 유치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황당했어요. 오리엔테이션도 했고 바로 오전에 담임선생님이랑 통화했는데 갑작스럽게 어젯밤에 공지사항으로 왔더라고요. 일방적인 통보였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사실 감도 안 오고 어리벙벙했어요."]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유치원 측의 입장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고 합니다.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유치원 차량 운행 도중에 신호 위반이라든지 이런 거로 인해서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유치원 폐원까지도 갈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맞서서 우리는 싸운다.'라는 식으로... 이해가 안 가죠."]

가장 비상이 걸린 건 맞벌이 중인 가정입니다.

5살 아이를 오늘부터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는데 당장 휴가를 써야 할 상황입니다.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회사에 얘기해서 제가 휴가를 다 몰아 쓰려고 지금 생각 중이긴 한데 아무래도 눈치는 좀 보이죠."]

언제 사태가 해결될지 알 수 없어 학부모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 갑니다.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언제까지가 될지는 사실 모르는 거잖아요. 마냥 기다리라고 하는 건데…. (아이가) 왜 안가냐고 계속 물어 보는데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거예요."]

주말 동안, 정부와 한유총 측의 줄다리기는 계속됐습니다.

각 시도 교육청이 파악한 개학 연기 숫자는 어젯밤 11시 기준으로 360여 곳인데, 밤새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는 법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압박했는데, 한유총 측은 개학 연기는 1500여 곳에 달한다며 맞불을 놨습니다.

[이낙연/국무총리 : "해당 사립유치원은 개학 연기를 즉각 철회하시고 공공성과 투명성 갖춘 교육기관으로 당당하게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김철/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홍보국장 : "사립유치원은 명백하게 개인이 설립한 학교입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화를 거부한 교육부에 있음을 다시 한번 명백히 밝힙니다. 오죽하면 우리가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준법 투쟁인 개원 연기 입장에 나섰겠습니까."]

수도권 교육감들도 제재 카드를 내비쳤습니다.

[조희연/서울교육감 : "3월 4일까지도 불법 휴업을 강행하고 폐원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지속한다면 민법 제 38조에 의거해 한유총의 설립 허가 취소를 진행하겠습니다."]

돌봄교실 등 대응책이 나오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볼모로 한 강대강 대치가 끝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아름/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 : "한유총이나 국가에서 서로 합의점을 찾아야겠죠. 저는 유치원도 원망스럽고 나라도 원망스러운 상황입니다. 저희가 다른 대안이 없어요. 그게 가장 슬픈 거 같아요."]

특히, 조사에 불응하거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유치원들도 많아 오늘 얼마나 많은 유치원이 개학을 연기했는지 정확한 집계는 나와 봐야 알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상황이 내일 이후도 이어진다면 학부모들은 더 이상 혼란이 아닌 분노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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