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밑에 병’ 휴대전화 판매점…‘근접 출점’에도 속수무책

입력 2019.03.16 (21:26) 수정 2019.03.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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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빵집 옆에 빵집, 편의점 옆에 또 편의점이 들어서는 이른바 '근접출점'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고통받는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죠.

그래서 상생을 위한법 개정도 진행되고 있는데, 휴대전화 판매점주에겐 모두 딴 세상 얘기라고 합니다.

황경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상가 건물,

쌍둥이처럼 닮은 휴대전화 매장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황당합니다.

[임정순/동네 주민 : "두 개는 필요 없죠. (매장) 하나만 있어도 너끈할 것 같은데요."]

간판은 거의 똑같지만 한쪽은 3개 통신사 휴대전화를 다 파는 '판매점', 다른 한쪽은 'SKT 공식대리점'입니다.

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판매점주는 한 달 전쯤, 대리점주가 매장을 넘기지 않겠느냐며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거절하자 바로 옆자리에 대리점이 문을 열었고, 수익은 뚝 떨어졌다는 겁니다.

[이병호/휴대전화 판매점주 : "5일 동안은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요. 임대를 내놨어요. 내놓고 이제 나가려고 준비를 하는 거죠."]

대리점주는 어떻게 개업하게 됐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본사와 얘기하라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SKT는 "대리점주는 개인사업자"라며 본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리점주가 매장 위치를 정하면 본사는 승인만 해준다는 겁니다.

대기업의 근접출점이나 보복출점 등을 막기 위해 자영업자 상권을 보호하도록 법 개정이 추진 중이지만, 휴대전화 판매점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본사와 직접 계약하는 고객 대리점과 달리, 중간에 도매점을 끼고 위탁 판매 계약을 하는 판매점은 대리점법 보호 대상에서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판매점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건물 하나에 (매장) 하나씩은 다 있으니까요, 주요 상권은. 항의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까요."]

전국 휴대전화 판매점은 1만 8천여 곳.

이통 3사 대리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지만 상생 논의에선 소외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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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 밑에 병’ 휴대전화 판매점…‘근접 출점’에도 속수무책
    • 입력 2019-03-16 21:28:47
    • 수정2019-03-16 21: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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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빵집 옆에 빵집, 편의점 옆에 또 편의점이 들어서는 이른바 '근접출점'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고통받는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죠.

그래서 상생을 위한법 개정도 진행되고 있는데, 휴대전화 판매점주에겐 모두 딴 세상 얘기라고 합니다.

황경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상가 건물,

쌍둥이처럼 닮은 휴대전화 매장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황당합니다.

[임정순/동네 주민 : "두 개는 필요 없죠. (매장) 하나만 있어도 너끈할 것 같은데요."]

간판은 거의 똑같지만 한쪽은 3개 통신사 휴대전화를 다 파는 '판매점', 다른 한쪽은 'SKT 공식대리점'입니다.

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판매점주는 한 달 전쯤, 대리점주가 매장을 넘기지 않겠느냐며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거절하자 바로 옆자리에 대리점이 문을 열었고, 수익은 뚝 떨어졌다는 겁니다.

[이병호/휴대전화 판매점주 : "5일 동안은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요. 임대를 내놨어요. 내놓고 이제 나가려고 준비를 하는 거죠."]

대리점주는 어떻게 개업하게 됐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본사와 얘기하라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SKT는 "대리점주는 개인사업자"라며 본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리점주가 매장 위치를 정하면 본사는 승인만 해준다는 겁니다.

대기업의 근접출점이나 보복출점 등을 막기 위해 자영업자 상권을 보호하도록 법 개정이 추진 중이지만, 휴대전화 판매점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본사와 직접 계약하는 고객 대리점과 달리, 중간에 도매점을 끼고 위탁 판매 계약을 하는 판매점은 대리점법 보호 대상에서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판매점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건물 하나에 (매장) 하나씩은 다 있으니까요, 주요 상권은. 항의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까요."]

전국 휴대전화 판매점은 1만 8천여 곳.

이통 3사 대리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지만 상생 논의에선 소외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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