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파면 팔수록 의혹 투성이…‘지진 촉발’ 포항 지열발전소 논란
입력 2019.04.02 (18:07)
수정 2019.04.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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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피해가 컸던 2017년 포항 지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 포항 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조사단의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포항 지열발전소 왜 시작했고,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이 문제 집중취재하고 있는 산업과학부 정연우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연우 기자, 먼저, 왜 포항 지진이 포항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건지, 그것부터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2017년 11월이죠.
규모 5.4의 큰 지진이 포항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시 상황 한 번 보실까요?
당시에 포항이 말그대로 아수라장이 될 만큼 피해가 굉장히 컸습니다.
그런데 이 지진을 두고, 포항 지열발전소 건설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가 됐습니다.
결국 정부조사단이 1년 동안 조사한 결과를 내놨는데요.
간략하게 정리하면, 지열발전소 건설 공사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겁니다.
정부조사단의 발표부터 짧게 보시겠습니다.
[이강근/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 :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되어 임계 응력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 지진이 촉발됐습니다."]
[앵커]
분명한 건 이 포항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일종의 인재라는 거잖아요?
이렇게 큰 사고를 낸 업체,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기자]
사업 주관사는 넥스지오인데요.
취재를 해보니까 이 넥스지오라는 업체는 2001년 설립이 됐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이 업체가 원래 지질 탐사, 조사 업체였거든요.
이명박 정부 시기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해외 자원 개발 과정에서, 여러 사업에 참여해 몸집을 키운 겁니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엔 당시 지식경제부 추천으로 해외자원개발 유공 정부 포상을 2년 연속 받았던 사실도 취재결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중소기업인데, 왜 안전성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런 사업을 진행을 한거죠?
정부 지원 사업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선뜻 이해가 안가는데요.
[기자]
KBS가 집중취재팀을 꾸려서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 사업에는 중소기업 주관사 외에도 정부 부처부터 공공 연구기관, 대기업까지 참여를 했는데, 왜 위험을 사전에 막지 못했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알아보니까, 알면 알수록, 문제점 투성이였습니다.
첫번째는 문제를 일으킨 해외 지열발전소에 참여했던 연구진이나, 업체가 포항 지열발전소에도 관여를 한건데요.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는 2006년 시추 직후에 지진이 일어나서 폐쇄가 됐는데, 개발 책임자 마커스 해링 박사와 당시 자문 로이 베리어 씨는 포항 지열발전소에도 자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007년 가동을 시작했던 독일 란다우 시 지열발전소도 결국 지진 문제로 감동을 멈췄는데요.
여기서 참여했던 베스텍이라는 회사도 역시 포항 시추 작업을 관리 감독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성공 사례를 도입하지, 실패 사례를 도입하진 않죠.
그런 의미에서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은 이상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면, 지진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인데, 정부는 뭘하고 있었던거죠?
[기자]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자 넥스지오는 정부 공모를 거쳐서 선정이 됐습니다.
예상 사업비가 500억 원에 가까운 대형 프로젝트인데요.
정부가 당연히 심사숙고해서 선정하고, 위험 관리를 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황당하실 수 있는데, 실제로 그랬습니다.
저희가 공모 당시 평가표를 입수했는데요.
기술성, 개발 능력, 경제성, 사업화 가능성 이런 항목은 있는데, 지진은 물론 안전이나 환경에 대한 평가 항목은 따로 없었습니다.
평가위원들의 평가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었는데요.
한 평가위원의 평가표입니다.
"지하 탐사에 강점을 보인다" "상업화 가능성이 크다" 등 단 네 줄을 적어 놓고, 4개 항목에 만점을 주면서 넥스지오에 최고점 93점을 줬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제가 평가해도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허술한 평가표들이 있었습니다.
[앵커]
그럼 참여한 연구기관들은 어땠습니까?
전문적으로 연구를 한다면, 지진 위험을 모를리 없었을텐데요.
[기자]
모르는 게 아니라, 잘못 알고 있었더라고요.
한 발전 업체가 지열발전소의 안전성을 물어보니 오히려 지진 가능성이 없다고 자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포항 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한 국책연구기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인데요.
이 곳에서 지열발전과 관련해 외부에 자문한 문서를 저희가 입수를 했습니다.
지열발전은 아주 미약한 진동을 유발하지만, 느낄 수 없고 발파 진동에 비해 무시할 만한 수준 이라고 강조합니다.
혹시 지진이 나더라도 "구조물에 대한 위험은 전혀 없다" 단언까지 합니다.
더구나 이 자문에 관여한 연구원들은 불과 몇개월 뒤에 포항 지열발전 사업에 그대로 참여까지 했습니다.
이번 포항 지열발전소 사태가 작은 중소기업 한 곳의 책임이 아니라, 이 사업에 관여한 정부 부처 그리고 국책연구기관까지 모두의 책임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조사가 이뤄지고 있죠?
[기자]
네, 감사원에 감사가 이미 청구가 됐고요.
포항 시민들이 검찰에 고발도 했기 때문에 감사 결과, 또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피해가 컸던 2017년 포항 지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 포항 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조사단의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포항 지열발전소 왜 시작했고,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이 문제 집중취재하고 있는 산업과학부 정연우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연우 기자, 먼저, 왜 포항 지진이 포항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건지, 그것부터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2017년 11월이죠.
규모 5.4의 큰 지진이 포항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시 상황 한 번 보실까요?
당시에 포항이 말그대로 아수라장이 될 만큼 피해가 굉장히 컸습니다.
그런데 이 지진을 두고, 포항 지열발전소 건설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가 됐습니다.
결국 정부조사단이 1년 동안 조사한 결과를 내놨는데요.
간략하게 정리하면, 지열발전소 건설 공사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겁니다.
정부조사단의 발표부터 짧게 보시겠습니다.
[이강근/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 :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되어 임계 응력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 지진이 촉발됐습니다."]
[앵커]
분명한 건 이 포항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일종의 인재라는 거잖아요?
이렇게 큰 사고를 낸 업체,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기자]
사업 주관사는 넥스지오인데요.
취재를 해보니까 이 넥스지오라는 업체는 2001년 설립이 됐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이 업체가 원래 지질 탐사, 조사 업체였거든요.
이명박 정부 시기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해외 자원 개발 과정에서, 여러 사업에 참여해 몸집을 키운 겁니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엔 당시 지식경제부 추천으로 해외자원개발 유공 정부 포상을 2년 연속 받았던 사실도 취재결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중소기업인데, 왜 안전성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런 사업을 진행을 한거죠?
정부 지원 사업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선뜻 이해가 안가는데요.
[기자]
KBS가 집중취재팀을 꾸려서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 사업에는 중소기업 주관사 외에도 정부 부처부터 공공 연구기관, 대기업까지 참여를 했는데, 왜 위험을 사전에 막지 못했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알아보니까, 알면 알수록, 문제점 투성이였습니다.
첫번째는 문제를 일으킨 해외 지열발전소에 참여했던 연구진이나, 업체가 포항 지열발전소에도 관여를 한건데요.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는 2006년 시추 직후에 지진이 일어나서 폐쇄가 됐는데, 개발 책임자 마커스 해링 박사와 당시 자문 로이 베리어 씨는 포항 지열발전소에도 자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007년 가동을 시작했던 독일 란다우 시 지열발전소도 결국 지진 문제로 감동을 멈췄는데요.
여기서 참여했던 베스텍이라는 회사도 역시 포항 시추 작업을 관리 감독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성공 사례를 도입하지, 실패 사례를 도입하진 않죠.
그런 의미에서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은 이상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면, 지진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인데, 정부는 뭘하고 있었던거죠?
[기자]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자 넥스지오는 정부 공모를 거쳐서 선정이 됐습니다.
예상 사업비가 500억 원에 가까운 대형 프로젝트인데요.
정부가 당연히 심사숙고해서 선정하고, 위험 관리를 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황당하실 수 있는데, 실제로 그랬습니다.
저희가 공모 당시 평가표를 입수했는데요.
기술성, 개발 능력, 경제성, 사업화 가능성 이런 항목은 있는데, 지진은 물론 안전이나 환경에 대한 평가 항목은 따로 없었습니다.
평가위원들의 평가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었는데요.
한 평가위원의 평가표입니다.
"지하 탐사에 강점을 보인다" "상업화 가능성이 크다" 등 단 네 줄을 적어 놓고, 4개 항목에 만점을 주면서 넥스지오에 최고점 93점을 줬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제가 평가해도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허술한 평가표들이 있었습니다.
[앵커]
그럼 참여한 연구기관들은 어땠습니까?
전문적으로 연구를 한다면, 지진 위험을 모를리 없었을텐데요.
[기자]
모르는 게 아니라, 잘못 알고 있었더라고요.
한 발전 업체가 지열발전소의 안전성을 물어보니 오히려 지진 가능성이 없다고 자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포항 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한 국책연구기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인데요.
이 곳에서 지열발전과 관련해 외부에 자문한 문서를 저희가 입수를 했습니다.
지열발전은 아주 미약한 진동을 유발하지만, 느낄 수 없고 발파 진동에 비해 무시할 만한 수준 이라고 강조합니다.
혹시 지진이 나더라도 "구조물에 대한 위험은 전혀 없다" 단언까지 합니다.
더구나 이 자문에 관여한 연구원들은 불과 몇개월 뒤에 포항 지열발전 사업에 그대로 참여까지 했습니다.
이번 포항 지열발전소 사태가 작은 중소기업 한 곳의 책임이 아니라, 이 사업에 관여한 정부 부처 그리고 국책연구기관까지 모두의 책임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조사가 이뤄지고 있죠?
[기자]
네, 감사원에 감사가 이미 청구가 됐고요.
포항 시민들이 검찰에 고발도 했기 때문에 감사 결과, 또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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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02 18:16:32
- 수정2019-04-02 18:30:45

[앵커]
피해가 컸던 2017년 포항 지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 포항 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조사단의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포항 지열발전소 왜 시작했고,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이 문제 집중취재하고 있는 산업과학부 정연우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연우 기자, 먼저, 왜 포항 지진이 포항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건지, 그것부터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2017년 11월이죠.
규모 5.4의 큰 지진이 포항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시 상황 한 번 보실까요?
당시에 포항이 말그대로 아수라장이 될 만큼 피해가 굉장히 컸습니다.
그런데 이 지진을 두고, 포항 지열발전소 건설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가 됐습니다.
결국 정부조사단이 1년 동안 조사한 결과를 내놨는데요.
간략하게 정리하면, 지열발전소 건설 공사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겁니다.
정부조사단의 발표부터 짧게 보시겠습니다.
[이강근/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 :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되어 임계 응력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 지진이 촉발됐습니다."]
[앵커]
분명한 건 이 포항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일종의 인재라는 거잖아요?
이렇게 큰 사고를 낸 업체,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기자]
사업 주관사는 넥스지오인데요.
취재를 해보니까 이 넥스지오라는 업체는 2001년 설립이 됐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이 업체가 원래 지질 탐사, 조사 업체였거든요.
이명박 정부 시기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해외 자원 개발 과정에서, 여러 사업에 참여해 몸집을 키운 겁니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엔 당시 지식경제부 추천으로 해외자원개발 유공 정부 포상을 2년 연속 받았던 사실도 취재결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중소기업인데, 왜 안전성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런 사업을 진행을 한거죠?
정부 지원 사업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선뜻 이해가 안가는데요.
[기자]
KBS가 집중취재팀을 꾸려서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 사업에는 중소기업 주관사 외에도 정부 부처부터 공공 연구기관, 대기업까지 참여를 했는데, 왜 위험을 사전에 막지 못했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알아보니까, 알면 알수록, 문제점 투성이였습니다.
첫번째는 문제를 일으킨 해외 지열발전소에 참여했던 연구진이나, 업체가 포항 지열발전소에도 관여를 한건데요.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는 2006년 시추 직후에 지진이 일어나서 폐쇄가 됐는데, 개발 책임자 마커스 해링 박사와 당시 자문 로이 베리어 씨는 포항 지열발전소에도 자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007년 가동을 시작했던 독일 란다우 시 지열발전소도 결국 지진 문제로 감동을 멈췄는데요.
여기서 참여했던 베스텍이라는 회사도 역시 포항 시추 작업을 관리 감독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성공 사례를 도입하지, 실패 사례를 도입하진 않죠.
그런 의미에서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은 이상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면, 지진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인데, 정부는 뭘하고 있었던거죠?
[기자]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자 넥스지오는 정부 공모를 거쳐서 선정이 됐습니다.
예상 사업비가 500억 원에 가까운 대형 프로젝트인데요.
정부가 당연히 심사숙고해서 선정하고, 위험 관리를 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황당하실 수 있는데, 실제로 그랬습니다.
저희가 공모 당시 평가표를 입수했는데요.
기술성, 개발 능력, 경제성, 사업화 가능성 이런 항목은 있는데, 지진은 물론 안전이나 환경에 대한 평가 항목은 따로 없었습니다.
평가위원들의 평가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었는데요.
한 평가위원의 평가표입니다.
"지하 탐사에 강점을 보인다" "상업화 가능성이 크다" 등 단 네 줄을 적어 놓고, 4개 항목에 만점을 주면서 넥스지오에 최고점 93점을 줬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제가 평가해도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허술한 평가표들이 있었습니다.
[앵커]
그럼 참여한 연구기관들은 어땠습니까?
전문적으로 연구를 한다면, 지진 위험을 모를리 없었을텐데요.
[기자]
모르는 게 아니라, 잘못 알고 있었더라고요.
한 발전 업체가 지열발전소의 안전성을 물어보니 오히려 지진 가능성이 없다고 자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포항 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한 국책연구기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인데요.
이 곳에서 지열발전과 관련해 외부에 자문한 문서를 저희가 입수를 했습니다.
지열발전은 아주 미약한 진동을 유발하지만, 느낄 수 없고 발파 진동에 비해 무시할 만한 수준 이라고 강조합니다.
혹시 지진이 나더라도 "구조물에 대한 위험은 전혀 없다" 단언까지 합니다.
더구나 이 자문에 관여한 연구원들은 불과 몇개월 뒤에 포항 지열발전 사업에 그대로 참여까지 했습니다.
이번 포항 지열발전소 사태가 작은 중소기업 한 곳의 책임이 아니라, 이 사업에 관여한 정부 부처 그리고 국책연구기관까지 모두의 책임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조사가 이뤄지고 있죠?
[기자]
네, 감사원에 감사가 이미 청구가 됐고요.
포항 시민들이 검찰에 고발도 했기 때문에 감사 결과, 또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피해가 컸던 2017년 포항 지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 포항 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조사단의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포항 지열발전소 왜 시작했고,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이 문제 집중취재하고 있는 산업과학부 정연우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연우 기자, 먼저, 왜 포항 지진이 포항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건지, 그것부터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2017년 11월이죠.
규모 5.4의 큰 지진이 포항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시 상황 한 번 보실까요?
당시에 포항이 말그대로 아수라장이 될 만큼 피해가 굉장히 컸습니다.
그런데 이 지진을 두고, 포항 지열발전소 건설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가 됐습니다.
결국 정부조사단이 1년 동안 조사한 결과를 내놨는데요.
간략하게 정리하면, 지열발전소 건설 공사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겁니다.
정부조사단의 발표부터 짧게 보시겠습니다.
[이강근/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 :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되어 임계 응력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 지진이 촉발됐습니다."]
[앵커]
분명한 건 이 포항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일종의 인재라는 거잖아요?
이렇게 큰 사고를 낸 업체,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기자]
사업 주관사는 넥스지오인데요.
취재를 해보니까 이 넥스지오라는 업체는 2001년 설립이 됐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이 업체가 원래 지질 탐사, 조사 업체였거든요.
이명박 정부 시기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해외 자원 개발 과정에서, 여러 사업에 참여해 몸집을 키운 겁니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엔 당시 지식경제부 추천으로 해외자원개발 유공 정부 포상을 2년 연속 받았던 사실도 취재결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중소기업인데, 왜 안전성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런 사업을 진행을 한거죠?
정부 지원 사업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선뜻 이해가 안가는데요.
[기자]
KBS가 집중취재팀을 꾸려서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 사업에는 중소기업 주관사 외에도 정부 부처부터 공공 연구기관, 대기업까지 참여를 했는데, 왜 위험을 사전에 막지 못했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알아보니까, 알면 알수록, 문제점 투성이였습니다.
첫번째는 문제를 일으킨 해외 지열발전소에 참여했던 연구진이나, 업체가 포항 지열발전소에도 관여를 한건데요.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는 2006년 시추 직후에 지진이 일어나서 폐쇄가 됐는데, 개발 책임자 마커스 해링 박사와 당시 자문 로이 베리어 씨는 포항 지열발전소에도 자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007년 가동을 시작했던 독일 란다우 시 지열발전소도 결국 지진 문제로 감동을 멈췄는데요.
여기서 참여했던 베스텍이라는 회사도 역시 포항 시추 작업을 관리 감독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성공 사례를 도입하지, 실패 사례를 도입하진 않죠.
그런 의미에서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은 이상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면, 지진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인데, 정부는 뭘하고 있었던거죠?
[기자]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자 넥스지오는 정부 공모를 거쳐서 선정이 됐습니다.
예상 사업비가 500억 원에 가까운 대형 프로젝트인데요.
정부가 당연히 심사숙고해서 선정하고, 위험 관리를 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황당하실 수 있는데, 실제로 그랬습니다.
저희가 공모 당시 평가표를 입수했는데요.
기술성, 개발 능력, 경제성, 사업화 가능성 이런 항목은 있는데, 지진은 물론 안전이나 환경에 대한 평가 항목은 따로 없었습니다.
평가위원들의 평가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었는데요.
한 평가위원의 평가표입니다.
"지하 탐사에 강점을 보인다" "상업화 가능성이 크다" 등 단 네 줄을 적어 놓고, 4개 항목에 만점을 주면서 넥스지오에 최고점 93점을 줬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제가 평가해도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허술한 평가표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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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연구를 한다면, 지진 위험을 모를리 없었을텐데요.
[기자]
모르는 게 아니라, 잘못 알고 있었더라고요.
한 발전 업체가 지열발전소의 안전성을 물어보니 오히려 지진 가능성이 없다고 자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포항 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한 국책연구기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인데요.
이 곳에서 지열발전과 관련해 외부에 자문한 문서를 저희가 입수를 했습니다.
지열발전은 아주 미약한 진동을 유발하지만, 느낄 수 없고 발파 진동에 비해 무시할 만한 수준 이라고 강조합니다.
혹시 지진이 나더라도 "구조물에 대한 위험은 전혀 없다" 단언까지 합니다.
더구나 이 자문에 관여한 연구원들은 불과 몇개월 뒤에 포항 지열발전 사업에 그대로 참여까지 했습니다.
이번 포항 지열발전소 사태가 작은 중소기업 한 곳의 책임이 아니라, 이 사업에 관여한 정부 부처 그리고 국책연구기관까지 모두의 책임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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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기자 nfor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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