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서 억대 도박판…‘비밀통로’까지

입력 2019.04.03 (12:39) 수정 2019.04.0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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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흔히 도박하면 카지노나 경찰의 눈을 피한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죠.

그런데, 최근 아파트나 빌라 등 주택가 도박장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곳에서 도박장을 열었을까요?

주 고객은 주부들이었고, 판돈은 억대에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주택가 앞, 몇 가구가 살지 않는 작은 빌라 앞이 주차 문제로 시끄러워진 건 지난해 8월쯤이었습니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3층에 옷가게가 생기면서 주차 문제가 생긴 겁니다.

[불법도박장 인근 주민/음성변조 :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오고 주차 자리를 차지해서 복잡해졌어요."]

[불법도박장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다가 차를 대니까 저희는 자재도 내려야 되는데 못 대게하고…."]

경찰의 블랙박스에 찍힌 장면입니다. 차 한 대가 빠져나가기 힘들 정도로 도로 양쪽에 차가 주차돼 있는데요.

빌라를 찾는 낯선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불법도박장 인근 주민/음성변조 :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요. 어떤 사람은 자기 차 갖고 오고 어떤 사람은 택시 타고 오고…."]

입소문 난 맛집이나, 유명 옷가게도 아니었는데 손님이 부쩍 많았다는데요.

혹시 옷을 만드는 공장인가 싶었지만, 방문객들의 행동이 이상했다고 합니다.

[불법도박장 인근 주민/음성변조 : "보시다시피 옷을 만들거나 이럴 거 같은 느낌이잖아요. 옷이 들어가거나 지퍼 같은 (자재가) 들어가거나, 생산한다던가 이런 게 전혀 없으니까 안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가."]

밤마다 이상한 소리도 들려왔다는데요.

[불법도박장 인근 주민/음성변조 : "아 저 사람들 들어가서 뭐할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많이 보인 사람들이 또 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낯이 익어 가더라고요."]

이상한 낌새를 챈 주민들이 경찰에 직접 신고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광행/광주북부경찰서 경감 : "'주변에 수상한 주부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112로 신고가 여러 번 들어왔고. 국민신문고로도 한 2회 걸쳐서 신고가 들어왔어요."]

도박장이 의심된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치자,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정작 옷가게였습니다.

[이광행/광주북부경찰서 경감 : "구제 옷가게였죠. 빈티지, 옛날 옷 같은 거 놔두고 파는 거 같이 해놨는데…."]

경찰의 본격적인 잠복수사가 시작된건 이때 부텁니다.

그런데 두달 뒤 수상한 손님들이 포착됐습니다.

빌라에 한번 들어가면 오랫동안 나오지 않거나, 새벽이 돼서야 빌라를 나선 겁니다.

[이광행/광주북부경찰서 경감 : "사람들이 막 새벽에도 들어가고 아주머니들이 또 새벽이나 아침에도 일찍 지쳐서 나오기도 하고…."]

빌라 3층 통로로 들어갔던 여성이 2층으로 이어진 다른 곳으로 나오는 등, 이상한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얼마 뒤, 경찰 10여 명이 빌라의 출입구를 봉쇄합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소방차와 구급대까지 출동했는데요.

2층 창문을 통해 안방으로 경찰이 진입하자 얼굴을 가린 여성들이 나옵니다.

이 빌라에선 10여 명이 백 만 원대의 고스톱 도박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주부들이었습니다.

[이광행/광주북부경찰서 경감 : "다 주부였어요. 특별한 직업이 있는 사람은 없었고…. 자기들이 우연히 옷가게에 와서 알게 됐다가 했다고 하는데…."]

그런데, 왜 적발이 어려웠을까요?

옷가게로 위장된 방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보이는데요.

밖을 비추는 CCTV, 건물의 밖과 안을 비추며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베란다로 이어진 문을 열자, 옆집으로 이어진 작은 연결 통로가 나옵니다.

경찰이 출동할 때마다 이 통로를 통해 옆집으로 도망쳤던 겁니다.

[이광행/광주북부경찰서 경감 : "세 채를 매입했는데 리모델링을 했고 만약에 경찰이 급습하거나 그러면 옆집으로 피해서 문을 닫아버리면 완전히 연결이 안 된 것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집같이 만들어져 있어요."]

뿐만 아니라, 3층의 도박장은 비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미로같이 만들어 경찰의 눈을 피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지난해 8월부터 이들 사이에 오간 도박 자금은 수억 원대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도박장을 운영하며 수수료를 챙긴 이모 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운영자와 도박 참여자 등 10여 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지난달,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도 주부들이 도박을 하다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권건하/부산 금정경찰서 경위 : "아파트다 보니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서 아무래도 외부에서 보기에도 이상하고 하니까…."]

밤에 모인 주부 8명은 다음날 새벽까지 고스톱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건하/부산 금정경찰서 경위 : "(아파트는) 좀 은밀하고 좀 아무래도 폐쇄적인 그런 장소인데 개인 집이고. 새벽 시간에 모여서 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래도 일반 도박하고 성격이 다르죠."]

주택가에 침투한 도박장,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으로 돈을 갖고 싶은 욕구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는 위험신호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오유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이전에는 : "접근할 수 없는 어려운 그런 환경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전념하는 사람들만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주택가에 도박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도박이 실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라는 것을 의미하고요.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남의 돈을 따고 싶다 라고 하는 욕구를 가진 인구들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죠."]

도심 곳곳, 우리 주변으로 독버섯처럼 파고 들고 있는 도박장.

경찰은 주택가의 도박장의 경우 적발이 어려운만큼 이웃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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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가에서 억대 도박판…‘비밀통로’까지
    • 입력 2019-04-03 12:45:06
    • 수정2019-04-03 12:47:29
    뉴스 12
[앵커]

흔히 도박하면 카지노나 경찰의 눈을 피한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죠.

그런데, 최근 아파트나 빌라 등 주택가 도박장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곳에서 도박장을 열었을까요?

주 고객은 주부들이었고, 판돈은 억대에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주택가 앞, 몇 가구가 살지 않는 작은 빌라 앞이 주차 문제로 시끄러워진 건 지난해 8월쯤이었습니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3층에 옷가게가 생기면서 주차 문제가 생긴 겁니다.

[불법도박장 인근 주민/음성변조 :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오고 주차 자리를 차지해서 복잡해졌어요."]

[불법도박장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다가 차를 대니까 저희는 자재도 내려야 되는데 못 대게하고…."]

경찰의 블랙박스에 찍힌 장면입니다. 차 한 대가 빠져나가기 힘들 정도로 도로 양쪽에 차가 주차돼 있는데요.

빌라를 찾는 낯선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불법도박장 인근 주민/음성변조 :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요. 어떤 사람은 자기 차 갖고 오고 어떤 사람은 택시 타고 오고…."]

입소문 난 맛집이나, 유명 옷가게도 아니었는데 손님이 부쩍 많았다는데요.

혹시 옷을 만드는 공장인가 싶었지만, 방문객들의 행동이 이상했다고 합니다.

[불법도박장 인근 주민/음성변조 : "보시다시피 옷을 만들거나 이럴 거 같은 느낌이잖아요. 옷이 들어가거나 지퍼 같은 (자재가) 들어가거나, 생산한다던가 이런 게 전혀 없으니까 안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가."]

밤마다 이상한 소리도 들려왔다는데요.

[불법도박장 인근 주민/음성변조 : "아 저 사람들 들어가서 뭐할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많이 보인 사람들이 또 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낯이 익어 가더라고요."]

이상한 낌새를 챈 주민들이 경찰에 직접 신고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광행/광주북부경찰서 경감 : "'주변에 수상한 주부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112로 신고가 여러 번 들어왔고. 국민신문고로도 한 2회 걸쳐서 신고가 들어왔어요."]

도박장이 의심된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치자,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정작 옷가게였습니다.

[이광행/광주북부경찰서 경감 : "구제 옷가게였죠. 빈티지, 옛날 옷 같은 거 놔두고 파는 거 같이 해놨는데…."]

경찰의 본격적인 잠복수사가 시작된건 이때 부텁니다.

그런데 두달 뒤 수상한 손님들이 포착됐습니다.

빌라에 한번 들어가면 오랫동안 나오지 않거나, 새벽이 돼서야 빌라를 나선 겁니다.

[이광행/광주북부경찰서 경감 : "사람들이 막 새벽에도 들어가고 아주머니들이 또 새벽이나 아침에도 일찍 지쳐서 나오기도 하고…."]

빌라 3층 통로로 들어갔던 여성이 2층으로 이어진 다른 곳으로 나오는 등, 이상한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얼마 뒤, 경찰 10여 명이 빌라의 출입구를 봉쇄합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소방차와 구급대까지 출동했는데요.

2층 창문을 통해 안방으로 경찰이 진입하자 얼굴을 가린 여성들이 나옵니다.

이 빌라에선 10여 명이 백 만 원대의 고스톱 도박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주부들이었습니다.

[이광행/광주북부경찰서 경감 : "다 주부였어요. 특별한 직업이 있는 사람은 없었고…. 자기들이 우연히 옷가게에 와서 알게 됐다가 했다고 하는데…."]

그런데, 왜 적발이 어려웠을까요?

옷가게로 위장된 방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보이는데요.

밖을 비추는 CCTV, 건물의 밖과 안을 비추며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베란다로 이어진 문을 열자, 옆집으로 이어진 작은 연결 통로가 나옵니다.

경찰이 출동할 때마다 이 통로를 통해 옆집으로 도망쳤던 겁니다.

[이광행/광주북부경찰서 경감 : "세 채를 매입했는데 리모델링을 했고 만약에 경찰이 급습하거나 그러면 옆집으로 피해서 문을 닫아버리면 완전히 연결이 안 된 것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집같이 만들어져 있어요."]

뿐만 아니라, 3층의 도박장은 비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미로같이 만들어 경찰의 눈을 피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지난해 8월부터 이들 사이에 오간 도박 자금은 수억 원대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도박장을 운영하며 수수료를 챙긴 이모 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운영자와 도박 참여자 등 10여 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지난달,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도 주부들이 도박을 하다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권건하/부산 금정경찰서 경위 : "아파트다 보니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서 아무래도 외부에서 보기에도 이상하고 하니까…."]

밤에 모인 주부 8명은 다음날 새벽까지 고스톱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건하/부산 금정경찰서 경위 : "(아파트는) 좀 은밀하고 좀 아무래도 폐쇄적인 그런 장소인데 개인 집이고. 새벽 시간에 모여서 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래도 일반 도박하고 성격이 다르죠."]

주택가에 침투한 도박장,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으로 돈을 갖고 싶은 욕구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는 위험신호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오유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이전에는 : "접근할 수 없는 어려운 그런 환경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전념하는 사람들만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주택가에 도박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도박이 실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라는 것을 의미하고요.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남의 돈을 따고 싶다 라고 하는 욕구를 가진 인구들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죠."]

도심 곳곳, 우리 주변으로 독버섯처럼 파고 들고 있는 도박장.

경찰은 주택가의 도박장의 경우 적발이 어려운만큼 이웃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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