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정치를 이긴 코미디’

입력 2019.04.22 (20:37) 수정 2019.04.2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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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이야기네요?

[기자]

네, 이 사람 얼굴 좀 볼까요? 웃기게 생겼는지요?

우크라이나의 유명 코미디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인데요.

대선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얼마전 전해드렸는데,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키워드는 '정치를 이긴 코미디'입니다.

먼저 현지시간으로 어제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출구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젤렌스키 후보가 73.2%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결선 투표 맞수인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은 25.3%에 그쳤습니다.

개표 95%를 넘긴 상황에서도 출구조사와 비슷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개표 결과 발표까지 2~3일은 더 걸린다고 하지만, 워낙 압도적인 차이라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젤렌스키는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선 후보 : "우크라이나 국민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포로셴코 현 대통령도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들어보시죠.

[포로셴코/우크라이나 대통령 : "출구조사 결과를 들었습니다. 상대에게 축하 전화를 해야 할 이유가 명백합니다."]

[앵커]

보니까 젤렌스키가 대선 1차 투표 때 1위였지만, 얻은 표는 30% 정도였잖아요.

양자 대결인 결선에서 73%가 나왔으니까 오히려 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건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몰표를 던진 이유는 뭘까요?

[기자]

정리해보자면 부패하고, 무능하기까지 한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염증에 기대 돌풍을 일으킨 겁니다.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인 포로셰코 현 대통령과 달리 유대계 집안의 자수성가한 인물이고요.

무엇보다 그가 코미디를 통해 펼친 연기가 국민들의 마음을 뻥 뚫리게 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젤렌스키가 2015년부터 주연을 맡은 인기 TV 드라마입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국민의 종' 정도인데요.

종, 그러니까 하인이라는 의미죠.

평범한 역사 교사가 부패한 정권에 열변을 토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가 폭발적 인기 속에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드라마 '국민의 종' : "어째서 교사 월급으론 키예프의 초라한 아파트에서도 살 수 없는 거지? 너희들이 호화 저택에서 도우미들과 사는 동안에 말이야!"]

우크라이나 정치권과 재벌이 유착한 부패 스캔들은 계속 터지는데, 지난해 인플레는 9.8%나 됐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우리 돈으로 약 4조 원이 넘는 IMF 구제 금융을 받았거든요.

드라마 속 대통령으로 부패한 정부와 정치를 통렬하게 조롱하던 정치 신인 젤렌스키는 현실 선거에도 강력한 부패 척결을 천명하며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염증에 빠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나탈리아/젤렌스키 지지자 : "젤렌스키에게서 저는 새로운 물결, 새로운 관점을 기대합니다. 그의 젊음은 기대에 부응할 겁니다. 낡은 제도로부터도 자유롭잖아요."]

[앵커]

정치 경험이 없다보니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치게 될지 궁금합니다.

대선 때는 어떤 공약을 내세웠나요?

[기자]

네, 젤렌스키는 자신이 주인공인 드라마 이름과 동일한 '국민의 종'이라는 당을 창당했고요.

선거 공약으로는 정치권 부패 근절, 예를 들어 뇌물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의 공직생활을 금지하는 것 하고요.

부패한 신흥재벌 척결 공평한 세금 정책, 투명한 부동산 시장 조성, 에너지 자급자족 등을 내세웠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나라 상황이 연상이 되시죠?

우크라이나의 한 정치전문 연구소는 6천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젤렌스키를 선택한 건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것이고, 감성이 이성에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올렉스키 하란/정치 분석가 : "젤렌스키가 당선된 결과는 기존 정치에 대한 항의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브렉시트 등 여러 사건들도 그랬습니다."]

정치 신인 젤렌스키가 부패 척결을 이미지로 반사 이익을 얻은 것 외에 실제로 나라를 이끌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젤렌스키에게 강력한 정치적 견해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경제 공약은 완전히 불확실하며 금융계의 우려는 여전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가디언은 젤렌스키가 정치 적폐 일소와 신흥재벌 해체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공약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드라마가 이제 현실이 된 건데 현실 세계에서는 드라마처럼 시원스럽게 문제들이 해결될까요?

[기자]

네, 젤렌스키는 썩은 정치 다 바꾸겠다는 공약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은건데요.

사실 우크라이나가 국제사회에서 직면한 문제는 외교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았고요.

동부 돈바스 지역은 친 러시아 반군이 장악 중입니다.

이 두 지역 수복을 위해 러시아와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대화 상대는 러시아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푸틴 대통령입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지지하는 등 친서방 견해를 밝혀왔거든요.

대화가 잘 될지도 의문입니다.

경제도 엉망인데요.

대선 때부터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는 다른 주요 후보보다 떨어졌습니다.

유대계인 젤렌스키가 이스라엘에 망명 중인 유대인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의 후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제 백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젤렌스키가 드라마에서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현실 정치에선 한계에 부딪칠지 앞으로 5년 임기 동안 우크라이나 정국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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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2 20:42:07
    • 수정2019-04-22 20: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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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이야기네요?

[기자]

네, 이 사람 얼굴 좀 볼까요? 웃기게 생겼는지요?

우크라이나의 유명 코미디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인데요.

대선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얼마전 전해드렸는데,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키워드는 '정치를 이긴 코미디'입니다.

먼저 현지시간으로 어제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출구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젤렌스키 후보가 73.2%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결선 투표 맞수인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은 25.3%에 그쳤습니다.

개표 95%를 넘긴 상황에서도 출구조사와 비슷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개표 결과 발표까지 2~3일은 더 걸린다고 하지만, 워낙 압도적인 차이라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젤렌스키는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선 후보 : "우크라이나 국민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포로셴코 현 대통령도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들어보시죠.

[포로셴코/우크라이나 대통령 : "출구조사 결과를 들었습니다. 상대에게 축하 전화를 해야 할 이유가 명백합니다."]

[앵커]

보니까 젤렌스키가 대선 1차 투표 때 1위였지만, 얻은 표는 30% 정도였잖아요.

양자 대결인 결선에서 73%가 나왔으니까 오히려 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건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몰표를 던진 이유는 뭘까요?

[기자]

정리해보자면 부패하고, 무능하기까지 한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염증에 기대 돌풍을 일으킨 겁니다.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인 포로셰코 현 대통령과 달리 유대계 집안의 자수성가한 인물이고요.

무엇보다 그가 코미디를 통해 펼친 연기가 국민들의 마음을 뻥 뚫리게 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젤렌스키가 2015년부터 주연을 맡은 인기 TV 드라마입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국민의 종' 정도인데요.

종, 그러니까 하인이라는 의미죠.

평범한 역사 교사가 부패한 정권에 열변을 토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가 폭발적 인기 속에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드라마 '국민의 종' : "어째서 교사 월급으론 키예프의 초라한 아파트에서도 살 수 없는 거지? 너희들이 호화 저택에서 도우미들과 사는 동안에 말이야!"]

우크라이나 정치권과 재벌이 유착한 부패 스캔들은 계속 터지는데, 지난해 인플레는 9.8%나 됐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우리 돈으로 약 4조 원이 넘는 IMF 구제 금융을 받았거든요.

드라마 속 대통령으로 부패한 정부와 정치를 통렬하게 조롱하던 정치 신인 젤렌스키는 현실 선거에도 강력한 부패 척결을 천명하며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염증에 빠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나탈리아/젤렌스키 지지자 : "젤렌스키에게서 저는 새로운 물결, 새로운 관점을 기대합니다. 그의 젊음은 기대에 부응할 겁니다. 낡은 제도로부터도 자유롭잖아요."]

[앵커]

정치 경험이 없다보니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치게 될지 궁금합니다.

대선 때는 어떤 공약을 내세웠나요?

[기자]

네, 젤렌스키는 자신이 주인공인 드라마 이름과 동일한 '국민의 종'이라는 당을 창당했고요.

선거 공약으로는 정치권 부패 근절, 예를 들어 뇌물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의 공직생활을 금지하는 것 하고요.

부패한 신흥재벌 척결 공평한 세금 정책, 투명한 부동산 시장 조성, 에너지 자급자족 등을 내세웠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나라 상황이 연상이 되시죠?

우크라이나의 한 정치전문 연구소는 6천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젤렌스키를 선택한 건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것이고, 감성이 이성에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올렉스키 하란/정치 분석가 : "젤렌스키가 당선된 결과는 기존 정치에 대한 항의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브렉시트 등 여러 사건들도 그랬습니다."]

정치 신인 젤렌스키가 부패 척결을 이미지로 반사 이익을 얻은 것 외에 실제로 나라를 이끌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젤렌스키에게 강력한 정치적 견해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경제 공약은 완전히 불확실하며 금융계의 우려는 여전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가디언은 젤렌스키가 정치 적폐 일소와 신흥재벌 해체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공약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드라마가 이제 현실이 된 건데 현실 세계에서는 드라마처럼 시원스럽게 문제들이 해결될까요?

[기자]

네, 젤렌스키는 썩은 정치 다 바꾸겠다는 공약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은건데요.

사실 우크라이나가 국제사회에서 직면한 문제는 외교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았고요.

동부 돈바스 지역은 친 러시아 반군이 장악 중입니다.

이 두 지역 수복을 위해 러시아와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대화 상대는 러시아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푸틴 대통령입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지지하는 등 친서방 견해를 밝혀왔거든요.

대화가 잘 될지도 의문입니다.

경제도 엉망인데요.

대선 때부터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는 다른 주요 후보보다 떨어졌습니다.

유대계인 젤렌스키가 이스라엘에 망명 중인 유대인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의 후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제 백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젤렌스키가 드라마에서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현실 정치에선 한계에 부딪칠지 앞으로 5년 임기 동안 우크라이나 정국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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