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전 재산 부은 ‘실버타운’…노인들은 수년째 방치?

입력 2019.04.29 (08:31) 수정 2019.04.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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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노년에 자식에게 짐 되지 않고 편안히 보내고 싶어 많은 분들이 실버타운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데요.

오늘 전해 드리는 내용 한번 눈여겨 보시죠.

한 실버타운에 있던 어르신들이 몇 년째 관리자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노후 건물에선 녹물에다 물이 새는가 하면, 방마다 곰팡이가 핀다는 이 실버타운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70대에서 90대 어르신 60여 명이 입주해 살고 있는 경남의 한 '실버타운'입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한 사찰에서 실버타운 운영을 시작한 즈음부터 살고 있다는 어르신들.

남은 인생을 보낼 곳으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입주자/20년 거주/음성변조 : "실버타운으로 알고 들어왔는데, 절도 크고 자식들한테 신세 안 지려고 (왔어요.) 나도 안 편하고 자기들도 안 편하고 자기들도 편하게 살아야지."]

[입주자/19년 거주/음성변조 : "여러 가지 생각해 봐도 좋더라고요. 몸이 약하니까 밥해 먹기도 힘들고 해서 (여기는) 밥 해 주고, (2000년도) 그 당시에 의료시설 같은 거 따뜻한 물, 목욕탕도 있었고, 휴대전화 이것만 돈 내면 다른 건 전부 다 무료거든요."]

사찰 스님이 직접 관리하고, 사후까지 돌봐 준다는 곳이라 더 믿음이 갔다고 하는데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대부분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내고 입주했습니다.

[입주자/16년 거주/음성변조 : "퇴직금하고 이제 모아 놓은 거 딱 5천만 원 들고 들어왔습니다. 들어올 때 절 보고 들어왔지."]

[입주자/19년 거주/음성변조 : "4천5백(만 원). 그 당시에는 큰돈이었습니다. (그래도) 죽으면 저 밑에 납골당에 안치해 주겠다는 그런 (계약서) 내용이 있고 그래서…."]

그런데 2013년 주지 스님이 갑자기 입적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정식으로 어르신들을 돌봐 주는 관리자가 없어진 겁니다.

[입주자/16년 거주/음성변조 : "저기 세면대에 물도 안 나오고. 몸이 아파도 아무도 없으니까 부탁할 데도 없고."]

[입주자/20년 거주/음성변조 : "(스님 돌아가시고) 굉장히 답답하죠. 그때부터는 아이고 지금 사는 게 아니다. 난방도 완전히 끊기고 이제 심야 전기를 썼는데 전기요금 못 내니까 전기(난방이) 끊겨 버리는 거야."]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낡은 건물.

옥상의 방수재는 뜯어지고, 여러 군데 금이 가 있습니다.

바로 수리가 필요해 보이지만, 사실상 방치된 상태인데요.

내부는 어떨까요.

어두침침한 복도엔 물이 새고 비가 오는 날엔 이렇게 대야에 물을 받아 날라야 하는 상황.

생활공간엔 곰팡이까지 펴 도저히 살기 힘든 방도 적지 않습니다.

[박채석/입주자 대표 : "복도에 물이 새서 살 수가 없어요. 똑똑 떨어지는 거 보이죠? 이제 물이 새면 줄줄 샙니다. 천장에서 다."]

[입주자/19년 거주/음성변조 : "저쪽에 살다가 작년에 왔거든요. 예전 방에는 말도 못 했지. 곰팡이도 많이 슬고 비도 한때는 물이 막 (새서) 도저히 안 돼서 이리로 왔어요."]

한 겨울에는 전기장판과 텐트를 방안에 설치해 추위를 견디고, 수도에서는 녹물이 나와 식수는 커녕 세수조차 마음 놓고 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입주자/19년 거주/음성변조 : "아침에 일어나서 (수도를) 틀어 보면 녹물이죠. 배관이 오래돼서 녹이 슬어서 그 물 먹지도 못하고, 진짜 세수하기 싫을 정도예요."]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이 사는 곳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먼저 사찰 관계자를 만나 봤습니다.

[사찰 관계자/음성변조 : "절에서는 그나마 (어르신들에게) 밥, 최소한의 전기요금이라든지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려고 노력을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겁니다. 남의 건물에 수리할 수도 없는 거고."]

알고 보니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건물은 사찰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사찰과 실버타운을 지을 당시, 주지 스님이 빌린 돈을 일부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실버타운 두 채 중 한 채와 납골당의 소유권이 한 법인에 넘어간 겁니다.

여기서 문제는, 어르신들은 입주 당시 이미 사찰 측에 일시금으로 평생 지낼 돈을 냈고, 새 건물주인 법인은 입주금을 받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인 측은 당시 스님과 어르신들을 생각해 현재까지 15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미루고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OO법인 대표/음성변조 : "(건물) 소유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 못한 상황이고, (입주) 계약금에 대한 돈을 받거나 한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건축물 소유권자라고 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허가도 없이 모신다는 건 더욱 더 말이 안 되는 거죠."]

사실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건물은 실버타운이 아닌 일반 종교 시설로 등록된 미신고 실버타운이었습니다.

운영하던 스님이 돌아가신 뒤, 현 사찰 측과 법인 측의 재산권 문제와 납골당 운영 등을 둘러싼 소송까지 벌어지면서, 실버타운에 입주한 어르신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돼 버린 겁니다.

[입주자/19년 거주/음성변조 : "내가 갈 데도 없고, 자식한테 갈 수도 없고.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좀 봐 주시고 이렇게 해야 우리가 살 수 있지. 막연합니다. 진짜 살길이 없어요."]

전 재산을 털어 실버타운에 입주한 어르신들은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관할 지자체에선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은 다른 시설로 옮기도록 권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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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전 재산 부은 ‘실버타운’…노인들은 수년째 방치?
    • 입력 2019-04-29 08:42:04
    • 수정2019-04-29 10: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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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노년에 자식에게 짐 되지 않고 편안히 보내고 싶어 많은 분들이 실버타운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데요.

오늘 전해 드리는 내용 한번 눈여겨 보시죠.

한 실버타운에 있던 어르신들이 몇 년째 관리자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노후 건물에선 녹물에다 물이 새는가 하면, 방마다 곰팡이가 핀다는 이 실버타운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70대에서 90대 어르신 60여 명이 입주해 살고 있는 경남의 한 '실버타운'입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한 사찰에서 실버타운 운영을 시작한 즈음부터 살고 있다는 어르신들.

남은 인생을 보낼 곳으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입주자/20년 거주/음성변조 : "실버타운으로 알고 들어왔는데, 절도 크고 자식들한테 신세 안 지려고 (왔어요.) 나도 안 편하고 자기들도 안 편하고 자기들도 편하게 살아야지."]

[입주자/19년 거주/음성변조 : "여러 가지 생각해 봐도 좋더라고요. 몸이 약하니까 밥해 먹기도 힘들고 해서 (여기는) 밥 해 주고, (2000년도) 그 당시에 의료시설 같은 거 따뜻한 물, 목욕탕도 있었고, 휴대전화 이것만 돈 내면 다른 건 전부 다 무료거든요."]

사찰 스님이 직접 관리하고, 사후까지 돌봐 준다는 곳이라 더 믿음이 갔다고 하는데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대부분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내고 입주했습니다.

[입주자/16년 거주/음성변조 : "퇴직금하고 이제 모아 놓은 거 딱 5천만 원 들고 들어왔습니다. 들어올 때 절 보고 들어왔지."]

[입주자/19년 거주/음성변조 : "4천5백(만 원). 그 당시에는 큰돈이었습니다. (그래도) 죽으면 저 밑에 납골당에 안치해 주겠다는 그런 (계약서) 내용이 있고 그래서…."]

그런데 2013년 주지 스님이 갑자기 입적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정식으로 어르신들을 돌봐 주는 관리자가 없어진 겁니다.

[입주자/16년 거주/음성변조 : "저기 세면대에 물도 안 나오고. 몸이 아파도 아무도 없으니까 부탁할 데도 없고."]

[입주자/20년 거주/음성변조 : "(스님 돌아가시고) 굉장히 답답하죠. 그때부터는 아이고 지금 사는 게 아니다. 난방도 완전히 끊기고 이제 심야 전기를 썼는데 전기요금 못 내니까 전기(난방이) 끊겨 버리는 거야."]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낡은 건물.

옥상의 방수재는 뜯어지고, 여러 군데 금이 가 있습니다.

바로 수리가 필요해 보이지만, 사실상 방치된 상태인데요.

내부는 어떨까요.

어두침침한 복도엔 물이 새고 비가 오는 날엔 이렇게 대야에 물을 받아 날라야 하는 상황.

생활공간엔 곰팡이까지 펴 도저히 살기 힘든 방도 적지 않습니다.

[박채석/입주자 대표 : "복도에 물이 새서 살 수가 없어요. 똑똑 떨어지는 거 보이죠? 이제 물이 새면 줄줄 샙니다. 천장에서 다."]

[입주자/19년 거주/음성변조 : "저쪽에 살다가 작년에 왔거든요. 예전 방에는 말도 못 했지. 곰팡이도 많이 슬고 비도 한때는 물이 막 (새서) 도저히 안 돼서 이리로 왔어요."]

한 겨울에는 전기장판과 텐트를 방안에 설치해 추위를 견디고, 수도에서는 녹물이 나와 식수는 커녕 세수조차 마음 놓고 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입주자/19년 거주/음성변조 : "아침에 일어나서 (수도를) 틀어 보면 녹물이죠. 배관이 오래돼서 녹이 슬어서 그 물 먹지도 못하고, 진짜 세수하기 싫을 정도예요."]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이 사는 곳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먼저 사찰 관계자를 만나 봤습니다.

[사찰 관계자/음성변조 : "절에서는 그나마 (어르신들에게) 밥, 최소한의 전기요금이라든지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려고 노력을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겁니다. 남의 건물에 수리할 수도 없는 거고."]

알고 보니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건물은 사찰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사찰과 실버타운을 지을 당시, 주지 스님이 빌린 돈을 일부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실버타운 두 채 중 한 채와 납골당의 소유권이 한 법인에 넘어간 겁니다.

여기서 문제는, 어르신들은 입주 당시 이미 사찰 측에 일시금으로 평생 지낼 돈을 냈고, 새 건물주인 법인은 입주금을 받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인 측은 당시 스님과 어르신들을 생각해 현재까지 15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미루고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OO법인 대표/음성변조 : "(건물) 소유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 못한 상황이고, (입주) 계약금에 대한 돈을 받거나 한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건축물 소유권자라고 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허가도 없이 모신다는 건 더욱 더 말이 안 되는 거죠."]

사실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건물은 실버타운이 아닌 일반 종교 시설로 등록된 미신고 실버타운이었습니다.

운영하던 스님이 돌아가신 뒤, 현 사찰 측과 법인 측의 재산권 문제와 납골당 운영 등을 둘러싼 소송까지 벌어지면서, 실버타운에 입주한 어르신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돼 버린 겁니다.

[입주자/19년 거주/음성변조 : "내가 갈 데도 없고, 자식한테 갈 수도 없고.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좀 봐 주시고 이렇게 해야 우리가 살 수 있지. 막연합니다. 진짜 살길이 없어요."]

전 재산을 털어 실버타운에 입주한 어르신들은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관할 지자체에선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은 다른 시설로 옮기도록 권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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