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밟으려다…‘고령 운전자’ 사고 급증

입력 2019.05.14 (12:25) 수정 2019.05.1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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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경남 양산 통도사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던 지난 12일,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죠.

먼저 당시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차량 한 대가 도로에 진입하는가 싶더니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향합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현장 결국 50대 여성이 목숨을 잃고 10여 명이 다쳤습니다.

숨진 여성은 친정 엄마와 통도사를 찾았다 변을 당했습니다.

3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하며 환자들을 돌봤지만 자신에게 닥친 불행은 막지 못했습니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올해 나이 일흔 다섯, 고령의 운전자였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차가 생각보다 빠르게 나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본인 역시 충격이 커 경찰 조사는 오늘 쯤에나 시작된다고 합니다.

요즘 들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게, 바로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 소식입니다.

잠시 영상 보시면요, 승용차가 병원 유리문을 산산조각내며 건물 안 승강기 쪽으로 돌진합니다.

또 다른 병원에서도 차량이 유리문을 뚫고 들어와 안내 데스크를 들이받고 멈춰섭니다.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과 진주에서 하루 간격으로 발생한 사고였는데 두 건 모두 7~80대 고령 운전자들이 낸 사고였습니다.

브레이크 대신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은 점도 똑같습니다.

통계만 놓고 봐도 고령 운전자 사고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최근 4년간 전체 차 사고는 2% 증가했지만 65살 이상의 고령 운전자 사고는 74%로 크게 늘었습니다.

사고 위험이 높으니 운전대 내려놓으시라며 지자체들은 앞다퉈 고령자들의 면허 반납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면허를 반납하면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 이른바 '면허 반납제'입니다.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 경남 진주 등 전국으로 확산 중인데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듭니다.

실제 운전을 하는 어르신들이 소액의 교통비 한 번 받으려고 면허를 반납하려 할까요?

운전이 주요 생계 수단인 경우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면허 반납자 상당수가 이미 운전대서 손뗀 일명 '장롱 면허'라면, 사고 예방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납 이후도 문제입니다.

대도시 어르신들이야 운전을 못해도 당장 발이 묶이지는 않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연결이 비교적 잘 돼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규모 읍내, 지하철은 고사하고 시내를 도는 노선버스조차 없습니다.

걷는 데도 한계가 있고 택시를 타자니 비용이 부담입니다.

운전을 안 해도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가 없다면.

운전대를 놓으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서 최근 광고 한 편이 화제입니다.

79살의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손수 운전을 해 부인과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막바지 자녀와 손주들이 준비한 운전 졸업식.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며 앞으로는 대중 교통으로 더 멋진 여행 다니시라며 응원을 보냅니다.

면허 반납 후 할아버지는 중고 자전거를 장만합니다.

광고 특성상 감성적인 면을 부각했지만, 더 이상 운전을 못 하게 된 어르신들이 겪을 상실감, 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우선임을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지켜줄 수 있는 촘촘한 교통망이 필요합니다.

일본에서 시험 운행 중인 정기권 택시는 참고할 만 합니다.

한산한 낮시간대, 어르신들이 자택과 병원이나 마트 사이를 오갈 때 균일 요금을 적용받아 일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면허 제도 자체를 손봐서 ‘고령자용 면허’를 따로 만들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장거리 운행은 제한하되 낮시간대 단거리 운행은 허용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둘러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 고령자 운전 문제는 바로 나 자신,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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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레이크 밟으려다…‘고령 운전자’ 사고 급증
    • 입력 2019-05-14 12:30:14
    • 수정2019-05-14 1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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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경남 양산 통도사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던 지난 12일,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죠.

먼저 당시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차량 한 대가 도로에 진입하는가 싶더니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향합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현장 결국 50대 여성이 목숨을 잃고 10여 명이 다쳤습니다.

숨진 여성은 친정 엄마와 통도사를 찾았다 변을 당했습니다.

3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하며 환자들을 돌봤지만 자신에게 닥친 불행은 막지 못했습니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올해 나이 일흔 다섯, 고령의 운전자였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차가 생각보다 빠르게 나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본인 역시 충격이 커 경찰 조사는 오늘 쯤에나 시작된다고 합니다.

요즘 들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게, 바로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 소식입니다.

잠시 영상 보시면요, 승용차가 병원 유리문을 산산조각내며 건물 안 승강기 쪽으로 돌진합니다.

또 다른 병원에서도 차량이 유리문을 뚫고 들어와 안내 데스크를 들이받고 멈춰섭니다.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과 진주에서 하루 간격으로 발생한 사고였는데 두 건 모두 7~80대 고령 운전자들이 낸 사고였습니다.

브레이크 대신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은 점도 똑같습니다.

통계만 놓고 봐도 고령 운전자 사고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최근 4년간 전체 차 사고는 2% 증가했지만 65살 이상의 고령 운전자 사고는 74%로 크게 늘었습니다.

사고 위험이 높으니 운전대 내려놓으시라며 지자체들은 앞다퉈 고령자들의 면허 반납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면허를 반납하면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 이른바 '면허 반납제'입니다.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 경남 진주 등 전국으로 확산 중인데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듭니다.

실제 운전을 하는 어르신들이 소액의 교통비 한 번 받으려고 면허를 반납하려 할까요?

운전이 주요 생계 수단인 경우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면허 반납자 상당수가 이미 운전대서 손뗀 일명 '장롱 면허'라면, 사고 예방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납 이후도 문제입니다.

대도시 어르신들이야 운전을 못해도 당장 발이 묶이지는 않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연결이 비교적 잘 돼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규모 읍내, 지하철은 고사하고 시내를 도는 노선버스조차 없습니다.

걷는 데도 한계가 있고 택시를 타자니 비용이 부담입니다.

운전을 안 해도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가 없다면.

운전대를 놓으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서 최근 광고 한 편이 화제입니다.

79살의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손수 운전을 해 부인과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막바지 자녀와 손주들이 준비한 운전 졸업식.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며 앞으로는 대중 교통으로 더 멋진 여행 다니시라며 응원을 보냅니다.

면허 반납 후 할아버지는 중고 자전거를 장만합니다.

광고 특성상 감성적인 면을 부각했지만, 더 이상 운전을 못 하게 된 어르신들이 겪을 상실감, 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우선임을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지켜줄 수 있는 촘촘한 교통망이 필요합니다.

일본에서 시험 운행 중인 정기권 택시는 참고할 만 합니다.

한산한 낮시간대, 어르신들이 자택과 병원이나 마트 사이를 오갈 때 균일 요금을 적용받아 일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면허 제도 자체를 손봐서 ‘고령자용 면허’를 따로 만들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장거리 운행은 제한하되 낮시간대 단거리 운행은 허용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둘러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 고령자 운전 문제는 바로 나 자신,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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