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임신 중절’ 권리는 재생산권

입력 2019.05.25 (21:40) 수정 2019.05.25 (22: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임신 중절, 즉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 들어 임신 중절을 금지하는 입법이 잇따르면서 미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내년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미 앨라배마주가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마저도 중절하지 못하게 하는, 초강경 낙태 금지법을 통과 시켰습니다.

[클라이드 챔블리스/미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 "임신부가 어려운 상황에 있을지라도 생명은 여전히 소중합니다. 우리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지난해 아이오와를 필두로 조지아, 미시시피주 등이 임신 6주 이후의 중절을 금지하는 등 미국 10여개 주에서 낙태를 실질적으로 금하는 법을 도입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낙태 금지'에 거세게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재키 스피어/미 하원의원 : "미국 주의회에, 여성을 낙태를 이유로 감옥에 보내거나 사형에 처하자는 데 동의하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됩니다. 투표로 몰아냅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임신 24주 이전의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바로 유명한 로 대 웨이드 판결입니다.

따라서 임신 24주 이전의 중절을 금지하는 미국 각 주의 법은 위헌 논란으로 연방대법원에 가게 돼있습니다.

미국의 보수가 노리는 게 바로 그겁니다.

미국 연방대법관 구성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 대법관 2명을 새로 임명하면서, 5 대 4로 보수 우세가 됐습니다.

현 연방대법원이 각 주의 낙태 금지법을 다시 판단하다 보면 '24주 이전 낙태 금지가 위헌'이란 과거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바로 그 가능성 때문에, '낙태'가 내년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여년 전 임신 중절에 호의적이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99년 인터뷰 : "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합니다. (낙태를 금지하지 않겠군요?) 안 합니다. 저는 모든 면에서 자기 결정권을 지지합니다. 낙태를 싫어할 뿐입니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뒤 입장을 바꿨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후보 시절 인터뷰 : "(낙태를 처벌해야 합니까? 원칙이 뭡니까? ) 낙태에 대해 어떤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여성에 대해서요?) 네, 어떤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지지층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낙태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폭행,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유력 대권 후보인 바이든은 낙태에 부정적이다 최근 입장을 바꿨습니다.

[바이든/미 민주당 대권 후보 : "이 모든 시도들은 연방대법원에 영향을 주려는 것입니다. 헌법적 기반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는 겁니다."]

여성들과 민주당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낙태 금지를 반대하고 있어,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앞다투어 선명한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질리블랜드/민주당 대권 후보 : "여성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전국가적인 모욕에 대해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오루어크/민주당 대권 후보 : "여성들은 오랫동안 그들의 재생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싸움의 부담을 져왔습니다. 이제 그 싸움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합니다."]

미국의 여성, 인권 단체들은 임신 중절을 '재생산권'의 일부로 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재생산권을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책임있게 자녀의 숫자, 터울, 출산 시기 등을 결정할 권리, 성관계와 출산에서 높은 보건 수준을 유지할 권리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재생산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임신 중절의 권리는 단지 사회도덕적 이슈가 아니라, 의료, 보건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낙태 관련 기관에 대한 연방 예산 지원을 삭감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수백만명이 혜택을 받던 '가족계획연맹'에 대한 지원이 줄어, 피임과 성병 예방, 여성 검진 사업 등도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임신중절클리닉이 대거 문을 닫아, 여성들이 안전하게 임신 중절을 받을 곳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로벤 갈레고/미 하원의원 : "이 기관들은 여성들의 인생에 결정적인 검사들을 시행하고 있고, 작고 가난한 마을에서는 보건과 예방적 피임, 성병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기관일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가톨릭국가인 아일랜드에서 국민투표로, 올해는 한국에서 헌법재판소 판결로 임신 중절이 허용되면서, OECD 국가 중 낙태를 금지하는 국가는 4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의 국제적 확대에 맞서는 미 보수주의의 반격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핫이슈] ‘임신 중절’ 권리는 재생산권
    • 입력 2019-05-25 22:30:18
    • 수정2019-05-25 22:56:40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미국에서 '임신 중절, 즉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 들어 임신 중절을 금지하는 입법이 잇따르면서 미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내년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미 앨라배마주가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마저도 중절하지 못하게 하는, 초강경 낙태 금지법을 통과 시켰습니다.

[클라이드 챔블리스/미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 "임신부가 어려운 상황에 있을지라도 생명은 여전히 소중합니다. 우리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지난해 아이오와를 필두로 조지아, 미시시피주 등이 임신 6주 이후의 중절을 금지하는 등 미국 10여개 주에서 낙태를 실질적으로 금하는 법을 도입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낙태 금지'에 거세게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재키 스피어/미 하원의원 : "미국 주의회에, 여성을 낙태를 이유로 감옥에 보내거나 사형에 처하자는 데 동의하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됩니다. 투표로 몰아냅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임신 24주 이전의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바로 유명한 로 대 웨이드 판결입니다.

따라서 임신 24주 이전의 중절을 금지하는 미국 각 주의 법은 위헌 논란으로 연방대법원에 가게 돼있습니다.

미국의 보수가 노리는 게 바로 그겁니다.

미국 연방대법관 구성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 대법관 2명을 새로 임명하면서, 5 대 4로 보수 우세가 됐습니다.

현 연방대법원이 각 주의 낙태 금지법을 다시 판단하다 보면 '24주 이전 낙태 금지가 위헌'이란 과거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바로 그 가능성 때문에, '낙태'가 내년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여년 전 임신 중절에 호의적이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99년 인터뷰 : "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합니다. (낙태를 금지하지 않겠군요?) 안 합니다. 저는 모든 면에서 자기 결정권을 지지합니다. 낙태를 싫어할 뿐입니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뒤 입장을 바꿨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후보 시절 인터뷰 : "(낙태를 처벌해야 합니까? 원칙이 뭡니까? ) 낙태에 대해 어떤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여성에 대해서요?) 네, 어떤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지지층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낙태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폭행,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유력 대권 후보인 바이든은 낙태에 부정적이다 최근 입장을 바꿨습니다.

[바이든/미 민주당 대권 후보 : "이 모든 시도들은 연방대법원에 영향을 주려는 것입니다. 헌법적 기반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는 겁니다."]

여성들과 민주당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낙태 금지를 반대하고 있어,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앞다투어 선명한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질리블랜드/민주당 대권 후보 : "여성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전국가적인 모욕에 대해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오루어크/민주당 대권 후보 : "여성들은 오랫동안 그들의 재생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싸움의 부담을 져왔습니다. 이제 그 싸움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합니다."]

미국의 여성, 인권 단체들은 임신 중절을 '재생산권'의 일부로 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재생산권을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책임있게 자녀의 숫자, 터울, 출산 시기 등을 결정할 권리, 성관계와 출산에서 높은 보건 수준을 유지할 권리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재생산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임신 중절의 권리는 단지 사회도덕적 이슈가 아니라, 의료, 보건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낙태 관련 기관에 대한 연방 예산 지원을 삭감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수백만명이 혜택을 받던 '가족계획연맹'에 대한 지원이 줄어, 피임과 성병 예방, 여성 검진 사업 등도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임신중절클리닉이 대거 문을 닫아, 여성들이 안전하게 임신 중절을 받을 곳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로벤 갈레고/미 하원의원 : "이 기관들은 여성들의 인생에 결정적인 검사들을 시행하고 있고, 작고 가난한 마을에서는 보건과 예방적 피임, 성병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기관일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가톨릭국가인 아일랜드에서 국민투표로, 올해는 한국에서 헌법재판소 판결로 임신 중절이 허용되면서, OECD 국가 중 낙태를 금지하는 국가는 4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의 국제적 확대에 맞서는 미 보수주의의 반격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