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민주주의 선거…인도 ‘록 사바’ 대장정을 가다

입력 2019.05.25 (21:46) 수정 2019.05.2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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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도 총선 결과 모디 현 총리가 이끄는 여당 연합이 압승했습니다.

치열했던 이번 인도 총선은 지구촌 선거 사상 최대 규모이기도 했는데요.

수억명 유권자가 한 달 넘게 투표를 하는 어마어마한 행사였는데 놀랍게도 개표는 단 몇시간 만에 끝났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이재희 특파원이 소개합니다.

[리포트]

축구장 6배 크기 광장이 유세를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모디 총리의 연설을 들으러 10만 명 이상이 운집했습니다.

[람 프라사드/인도 뉴델리 : "선거 결과가 나오는 날 모디 총리가 혼란스러운 정부를 쓰나미처럼 청소할 겁니다."]

몇 시간 뒤 나타난 모디 총리.

연설 한 마디 마다 광장이 함성으로 뒤덮입니다.

["인도 만세! 인도 만세!"]

열광적인 지지에 힘입어 모디 총리가 주도하는 인도국민 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모디! 모디!"]

정당 유세를 보러 온 사람들이 끝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번 인도 총선은 지금까지 세계 선거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유권자의 수만 9억명에 가깝습니다.

높은 출산율에 경제성장이 맞물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투표권을 지닌 18세 이상 국민이 9억명으로 늘었습니다.

다당제로, 전국 670개 정당에서 8천명의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전국에 100만 곳 넘는 투표소가 설치되고 6주 동안 7차례에 걸쳐 투표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주민등록 등 인프라가 낙후돼 체계적인 선거 시스템 구축이 큰 과제였습니다.

전면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입니다.

인도 선거에는 투표용지가 아예 없습니다.

유권자는 종이에 도장을 찍는 대신 전자투표기의 버튼을 눌러 투표합니다.

전자투표로 바뀌면서 과거 몇 달씩 걸리던 개표 시간이 단 몇 시간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해킹 등 선거 조작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관건입니다.

[푸자 조쉬/인도 선거관리위원회 : "전자투표기는 하이드라바드에 있는 공장에서 수령된 뒤 금고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24시간 내내 경비 보호를 받고, 웹캠을 통해 감시도 합니다."]

투표를 마친 사람들이 푸른색 물감이 묻은 검지 손톱을 내밀고 사진을 찍습니다.

인도식 투표 인증샷입니다.

[디팍/인도 뉴델리 : "사람들은 선거를 정말 즐거워해요. 투표 뒤 손가락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 올리는게 유행입니다."]

사실 이 물감은 투표자들에게 바르는 특수 잉크입니다.

중복 투표를 막기 위해선데 씻거나 문질러도 몇달 동안 지워지지 않습니다.

연꽃과 손바닥, 빗자루까지 선거 홍보물마다 그려진 각종 그림들.

정당마다 배정된 고유 문양입니다.

문맹률이 25%에 이르다보니 후보 이름을 못 읽더라도 문양을 보고 투표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산딥 굽타/후보자 : "인도에서는 한 잔의 차로 매일 아침을 시작합니다. 차 한 잔으로 형제애와 사랑이 생기죠. 그래서 저희 정당은 찻잔 문양을 택했습니다."]

투표소가 이렇게 분홍색 천과 풍선으로 장식돼있는데요.

여성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여성 투표소입니다.

여성 유권자들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직원도 모두 여성으로 고용했습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에 보수적인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특별 대책이지만, 찬반은 엇갈렸습니다.

[죠티/인도 뉴델리 : "여성들을 위한 투표소를 따로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반 투표소와 보안도 비슷해 더 안전한 것 같지 않고요."]

춤 추고,

["투표하세요. 투표하세요."]

노래하고, 선거 기간 인도는 한바탕 축제 분위기가 됩니다.

특히 새롭게 떠오른 청년층이 정치에 역동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샨타누/인도 뉴델리 :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린 민주주의의 일원이고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하죠."]

2000년대 즈음 뒤늦게 베이비붐을 맞은 인도는 인구 절반이 25세 이하인 젊은 나라입니다.

이번에 생애 첫 투표를 하는 유권자만 천5백만 명에 달합니다.

[시와니/생애 첫 투표자 : "이제 19살이 돼서 아직까지 투표한 적이 없어요. 처음으로 투표소에 들어가야 되는데 지금 정말 겁을 먹었고 불안해요."]

청년층은 IT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선거에 쉽게 접근합니다.

[라제쉬 쿠마르/대학원생 : "여러 정당으로부터 자유롭게 메시지를 받아요. 그런 것들을 보며 우리의 관점도 성숙해집니다. 전에는 갖지 못했던 또 다른 시각도 갖게 되고요."]

젊은 층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면서 청년 실업 문제가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비제이 초티발레/인도인민당 관계자 : "젊은 층들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 활발하게 메시지를 전파합니다. 사회 이슈, 국가 이슈, 경제적 이슈, 보안 이슈 등을 다루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SNS를 통한 선거 운동 실시간 생중계,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홍보 영상, 10대와 20대가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이번 인도 선거의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활기찼습니다.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보통, 직접 선거를 치러낸 인도의 민주주의 실험, 조만간 중국 인구마저 추월할 것으로 추산되는 세계 최대 국가의 향후 5년을 설계할 정부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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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최대 민주주의 선거…인도 ‘록 사바’ 대장정을 가다
    • 입력 2019-05-25 22:38:19
    • 수정2019-05-25 22: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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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도 총선 결과 모디 현 총리가 이끄는 여당 연합이 압승했습니다.

치열했던 이번 인도 총선은 지구촌 선거 사상 최대 규모이기도 했는데요.

수억명 유권자가 한 달 넘게 투표를 하는 어마어마한 행사였는데 놀랍게도 개표는 단 몇시간 만에 끝났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이재희 특파원이 소개합니다.

[리포트]

축구장 6배 크기 광장이 유세를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모디 총리의 연설을 들으러 10만 명 이상이 운집했습니다.

[람 프라사드/인도 뉴델리 : "선거 결과가 나오는 날 모디 총리가 혼란스러운 정부를 쓰나미처럼 청소할 겁니다."]

몇 시간 뒤 나타난 모디 총리.

연설 한 마디 마다 광장이 함성으로 뒤덮입니다.

["인도 만세! 인도 만세!"]

열광적인 지지에 힘입어 모디 총리가 주도하는 인도국민 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모디! 모디!"]

정당 유세를 보러 온 사람들이 끝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번 인도 총선은 지금까지 세계 선거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유권자의 수만 9억명에 가깝습니다.

높은 출산율에 경제성장이 맞물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투표권을 지닌 18세 이상 국민이 9억명으로 늘었습니다.

다당제로, 전국 670개 정당에서 8천명의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전국에 100만 곳 넘는 투표소가 설치되고 6주 동안 7차례에 걸쳐 투표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주민등록 등 인프라가 낙후돼 체계적인 선거 시스템 구축이 큰 과제였습니다.

전면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입니다.

인도 선거에는 투표용지가 아예 없습니다.

유권자는 종이에 도장을 찍는 대신 전자투표기의 버튼을 눌러 투표합니다.

전자투표로 바뀌면서 과거 몇 달씩 걸리던 개표 시간이 단 몇 시간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해킹 등 선거 조작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관건입니다.

[푸자 조쉬/인도 선거관리위원회 : "전자투표기는 하이드라바드에 있는 공장에서 수령된 뒤 금고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24시간 내내 경비 보호를 받고, 웹캠을 통해 감시도 합니다."]

투표를 마친 사람들이 푸른색 물감이 묻은 검지 손톱을 내밀고 사진을 찍습니다.

인도식 투표 인증샷입니다.

[디팍/인도 뉴델리 : "사람들은 선거를 정말 즐거워해요. 투표 뒤 손가락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 올리는게 유행입니다."]

사실 이 물감은 투표자들에게 바르는 특수 잉크입니다.

중복 투표를 막기 위해선데 씻거나 문질러도 몇달 동안 지워지지 않습니다.

연꽃과 손바닥, 빗자루까지 선거 홍보물마다 그려진 각종 그림들.

정당마다 배정된 고유 문양입니다.

문맹률이 25%에 이르다보니 후보 이름을 못 읽더라도 문양을 보고 투표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산딥 굽타/후보자 : "인도에서는 한 잔의 차로 매일 아침을 시작합니다. 차 한 잔으로 형제애와 사랑이 생기죠. 그래서 저희 정당은 찻잔 문양을 택했습니다."]

투표소가 이렇게 분홍색 천과 풍선으로 장식돼있는데요.

여성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여성 투표소입니다.

여성 유권자들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직원도 모두 여성으로 고용했습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에 보수적인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특별 대책이지만, 찬반은 엇갈렸습니다.

[죠티/인도 뉴델리 : "여성들을 위한 투표소를 따로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반 투표소와 보안도 비슷해 더 안전한 것 같지 않고요."]

춤 추고,

["투표하세요. 투표하세요."]

노래하고, 선거 기간 인도는 한바탕 축제 분위기가 됩니다.

특히 새롭게 떠오른 청년층이 정치에 역동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샨타누/인도 뉴델리 :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린 민주주의의 일원이고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하죠."]

2000년대 즈음 뒤늦게 베이비붐을 맞은 인도는 인구 절반이 25세 이하인 젊은 나라입니다.

이번에 생애 첫 투표를 하는 유권자만 천5백만 명에 달합니다.

[시와니/생애 첫 투표자 : "이제 19살이 돼서 아직까지 투표한 적이 없어요. 처음으로 투표소에 들어가야 되는데 지금 정말 겁을 먹었고 불안해요."]

청년층은 IT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선거에 쉽게 접근합니다.

[라제쉬 쿠마르/대학원생 : "여러 정당으로부터 자유롭게 메시지를 받아요. 그런 것들을 보며 우리의 관점도 성숙해집니다. 전에는 갖지 못했던 또 다른 시각도 갖게 되고요."]

젊은 층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면서 청년 실업 문제가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비제이 초티발레/인도인민당 관계자 : "젊은 층들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 활발하게 메시지를 전파합니다. 사회 이슈, 국가 이슈, 경제적 이슈, 보안 이슈 등을 다루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SNS를 통한 선거 운동 실시간 생중계,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홍보 영상, 10대와 20대가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이번 인도 선거의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활기찼습니다.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보통, 직접 선거를 치러낸 인도의 민주주의 실험, 조만간 중국 인구마저 추월할 것으로 추산되는 세계 최대 국가의 향후 5년을 설계할 정부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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