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정치인의 막말

입력 2019.05.28 (20:38) 수정 2019.05.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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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홍 기자, 오늘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오늘의 키워드는 '정치인의 막말'로 뽑아봤습니다.

세계 주요 정치인 가운데 말이 험한 것으로 알려진 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죠.

미국 언론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입이 다시 거칠어졌다고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시작은 지난 22일입니다.

행정부와 국회의 정책 조율을 위해 백악관에서 종종 만나는 세 사람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그리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입니다.

이날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3분 만에 끝났습니다.

3분 회동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트럼프/미국 대통령 : "미친 낸시(하원의장)를 만났어요. 나는 오랜 기간 그녀를 지켜봤는데 지금은 과거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는 완전히 미쳤습니다."]

[앵커]

와, 엄청난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하원 의장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이날 회동은 사회기반시설 관련 논의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민주당이 트럼프 탄핵을 계속 거론하거든요.

이날 회동 직전 펠로시 하원 의장은 취재진에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의혹을 은폐하느라 바쁘다고 말했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끔찍한 말을 했다"고 비난한 뒤 답변도 듣지 않고 3분 만에 회동을 끝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이 썩 좋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선을 넘은 건 드문 일인데요.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가 "분노 발작을 했다"고 하는가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자신을 "극도로 안정된 천재"라고 답하는 등 연일 설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이 안 풀렸는지 "펠로시가 기자회견에 말을 더듬는다"며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들어보시죠.

그런데 이게 나중에 음성을 조작한 가짜뉴스를 밝혀졌거든요.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예산을 둘러싸고 이른바 셧다운 충돌까지 빚은 이후 계속된 마찰이 누적된 결과라는 거죠.

[앵커]

그래도 정치인이 이렇게 자제심을 잃고 말을 험하게 하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요?

[기자]

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격도 있겠지만, 결국은 표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상대 진영을 깎아 내리면서 보수 성향 표를 결집하려는 효과를 노린 거라는 거죠.

지금 화면에 떠 있는 3명, 현직 국가 수반이 있는데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입니다.

막말로 표를 얻고 있다는 언론의 분석을 받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우선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입니다.

여성과 이민자, 동성애자들에 대해 막막을 종종 하는데요.

꽤 오래 전부터 꾸준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자이르 보우소나르/브라질 대통령/2011년 : "아무도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그저 견디는 겁니다."]

결국 보수 성향 표를 결집해 대통령이 됐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반 난민 정서를 자극해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을 침략했다. 이런 표현을 쓰고 있거든요.

구설이 잦은 게 '필리핀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인데요.

마약과의 전쟁을 외치며 마약 때려잡는다고 선언한 그가 이런 말 실수를 했습니다.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 "(아세안 정상회의는) 아침 8시에 시작해 밤 10시가 넘어 끝나죠.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마리화나를 태웠습니다."]

본인이 직접 마리화나를 했다고 고백한 게 적절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쏟아지자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정치권의 막말 논란엔 국경이 없네요.

외국 정치인들 사이에서 막말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당선이 됐습니다.

워싱턴의 정치 언어 문법을 파괴했다는 분석도 있었고요.

전세계적으로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막말을 통해 이들이 서민들의 불만을 대리만족시켜주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보는 시각이 있고요.

직설적인 언어를 통해서 유권자들에게 쉽게 다가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넷 뉴스 알고리즘이 점점 개인의 정치성향에 따라 입맛에 맞는 뉴스만 선택하게 만들면서 이른바 '확증 편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극단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애플 CEO 팀 쿡 같은 경우도 최근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그러한 뉴스 알고리즘을 우려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정치인의 막말이 정당화되진 않습니다.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는 '정치인의 막말이 증오 범죄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는 존재하며 정치권은 그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지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말을 막 던지는 게 과연 공동체를 위해 정치인이 할 일인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고민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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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정치인의 막말
    • 입력 2019-05-28 20:40:43
    • 수정2019-05-29 19:48:47
    글로벌24
[앵커]

전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홍 기자, 오늘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오늘의 키워드는 '정치인의 막말'로 뽑아봤습니다.

세계 주요 정치인 가운데 말이 험한 것으로 알려진 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죠.

미국 언론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입이 다시 거칠어졌다고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시작은 지난 22일입니다.

행정부와 국회의 정책 조율을 위해 백악관에서 종종 만나는 세 사람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그리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입니다.

이날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3분 만에 끝났습니다.

3분 회동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트럼프/미국 대통령 : "미친 낸시(하원의장)를 만났어요. 나는 오랜 기간 그녀를 지켜봤는데 지금은 과거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는 완전히 미쳤습니다."]

[앵커]

와, 엄청난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하원 의장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이날 회동은 사회기반시설 관련 논의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민주당이 트럼프 탄핵을 계속 거론하거든요.

이날 회동 직전 펠로시 하원 의장은 취재진에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의혹을 은폐하느라 바쁘다고 말했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끔찍한 말을 했다"고 비난한 뒤 답변도 듣지 않고 3분 만에 회동을 끝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이 썩 좋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선을 넘은 건 드문 일인데요.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가 "분노 발작을 했다"고 하는가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자신을 "극도로 안정된 천재"라고 답하는 등 연일 설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이 안 풀렸는지 "펠로시가 기자회견에 말을 더듬는다"며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들어보시죠.

그런데 이게 나중에 음성을 조작한 가짜뉴스를 밝혀졌거든요.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예산을 둘러싸고 이른바 셧다운 충돌까지 빚은 이후 계속된 마찰이 누적된 결과라는 거죠.

[앵커]

그래도 정치인이 이렇게 자제심을 잃고 말을 험하게 하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요?

[기자]

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격도 있겠지만, 결국은 표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상대 진영을 깎아 내리면서 보수 성향 표를 결집하려는 효과를 노린 거라는 거죠.

지금 화면에 떠 있는 3명, 현직 국가 수반이 있는데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입니다.

막말로 표를 얻고 있다는 언론의 분석을 받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우선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입니다.

여성과 이민자, 동성애자들에 대해 막막을 종종 하는데요.

꽤 오래 전부터 꾸준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자이르 보우소나르/브라질 대통령/2011년 : "아무도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그저 견디는 겁니다."]

결국 보수 성향 표를 결집해 대통령이 됐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반 난민 정서를 자극해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을 침략했다. 이런 표현을 쓰고 있거든요.

구설이 잦은 게 '필리핀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인데요.

마약과의 전쟁을 외치며 마약 때려잡는다고 선언한 그가 이런 말 실수를 했습니다.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 "(아세안 정상회의는) 아침 8시에 시작해 밤 10시가 넘어 끝나죠.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마리화나를 태웠습니다."]

본인이 직접 마리화나를 했다고 고백한 게 적절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쏟아지자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정치권의 막말 논란엔 국경이 없네요.

외국 정치인들 사이에서 막말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당선이 됐습니다.

워싱턴의 정치 언어 문법을 파괴했다는 분석도 있었고요.

전세계적으로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막말을 통해 이들이 서민들의 불만을 대리만족시켜주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보는 시각이 있고요.

직설적인 언어를 통해서 유권자들에게 쉽게 다가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넷 뉴스 알고리즘이 점점 개인의 정치성향에 따라 입맛에 맞는 뉴스만 선택하게 만들면서 이른바 '확증 편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극단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애플 CEO 팀 쿡 같은 경우도 최근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그러한 뉴스 알고리즘을 우려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정치인의 막말이 정당화되진 않습니다.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는 '정치인의 막말이 증오 범죄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는 존재하며 정치권은 그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지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말을 막 던지는 게 과연 공동체를 위해 정치인이 할 일인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고민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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