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결핵치료 외길…민간 지원 ‘한계’

입력 2019.06.22 (08:20) 수정 2019.06.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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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7년 기준으로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2천 명이 결핵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사망자가 많은데요.

하지만 북한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희생자 수가 우리보다 8배가 많다는 추정치가 나올 정도인데요.

북한 결핵 퇴치를 위해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유진벨 재단인데요.

얼마 전에도 북한을 찾았다고 하네요.

해마다 2차례씩 북한을 찾아 결핵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조금씩 힘이 부치는듯 합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북한 주민들이 반기는 이들은 바로 의료진들입니다.

방문 지역 주민들 상당수가 결핵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일 년에 두 번 자신들을 찾는 유진벨 재단 관계자들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합니다.

북한의 결핵 환자 돕기에 나선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는데요,

["무슨 신부님, 이름이 있을 거 아니에요. (벤저민 신부님.) 네, 맞아 벤저민. (멕시코에서 오셨어요. 노래 잘 하시고요. 그렇죠?)"]

단원들의 방문이 익숙한 듯 웃어 보이는 의료진들.

치료약이 도착하고, 신규 환자 등록을 위한 결핵 진단 검사도 진행됩니다.

일정의 마지막. 완치된 환자들을 위해 마련된 일명 ‘결핵 졸업식’이 진행됐습니다.

[북한 결핵 환자 : "처음엔 제가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약을 쓰면서부터 제가 다시 걷기 시작하고 생활도 이전처럼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결핵을 완치하고 졸업식에서 환하게 웃는 환자들의 모습은 해마다 어렵게 북한을 찾는 의료진들에게 힘이 됩니다.

약 3주 동안 방북 진료 일정을 마친 유진벨 재단은 최근 기자회견도 가졌습니다.

[최세문/유진벨재단 이사 : "본 방북 기간 동안 약 700명의 환자가 유진벨재단 다제내성 결핵 프로그램에 등록했습니다. 제재 면제를 받은 20개의 병동도 평양 사동 다제내성 결핵 센터에 설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 설명도 잠시, 북한 결핵에 위기가 닥칠 거라는 비관적인 보고가 이어졌는데요.

[최세문/유진벨재단 이사 : "(일반 결핵 치료제인) 약제 감수성 항결핵제의 재고가 2020년 6월이면 바닥납니다."]

[최세문/유진벨재단 이사 : "그동안 국제 구호 단체들의 도움으로 지원받았던일반결핵 치료제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겁니다. 현재 북한에선 모두 13만 명이 일반 결핵에 걸린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 남측 관련 기관에서는 일반 결핵 치료에 공백기가 생길 경우, 상당히 위험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김희진/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장 : "일단 결핵은 걸리고 치료를 제대로 못 받으면 5년 이내에 50% 사망해요. 그러니까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치료를 못 하게 되면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아주 치명적인 질환이 되는 거죠."]

일반결핵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할 경우 특정 약에 내성이 생기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로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요.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환자는 일단 급하지, 약은 떨어졌다 그러면 장마당이든 어디든 나가서 닥치는 대로 한 가지. 두 가지, 세 가지 약을 먹었어도 (잘못된 복용으로) 실패할 확률이 올라가고, 그리고 실패하면서 내성도 생기고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를 만들죠. 왜? 다제내성 치료는 일반 치료보다 약값만 해도 백 배 이상 비쌉니다."]

이처럼 열악한 보건 실태 속에 무방비 상태로 환자와 접촉할 경우 더 쉽게 질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김희진/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장 : "(결핵의) 전파 경로는 공기중으로 전염됩니다. 치료 실패 하거나 결핵이 발병한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공기중으로 결핵균이 퍼져나가고요. 다른 사람이 들이마시면 폐 속으로 들어가서 감염이 되는 거죠."]

일반 결핵약이 제조돼 북한에 공급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8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현재 공급 상태로 볼 때, 내년 상반기에는 치료약이 바닥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적 결핵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시간이 촉박하다는 설명입니다.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북한에서 1년에 필요한 일반 결핵약 값이 50억이에요. 그만한 약만 비축해놓으면 1년 동안 13만 명이 끊임없이 필요한 약을 먹을 수 있단 말이죠."]

유진벨 재단 측은 20년 넘도록 개인과 단체 등, 민간 후원의 도움으로 지원을 이어왔다면서도 13만 명에 이르는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우울한 소식에 후원자들도 애가 타는 건 마찬가진데요.

[장태수/유진벨 재단 후원자 : "항상 부끄러운 마음이죠. 통일 한국을 생각한다면 이념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문제를 떠나 인도적 차원에서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남북관계 경색 속에 정부조차 대대적인 의약품 지원 등 뚜렷한 대안 내놓기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

그러는 사이,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릴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말하자면, (결핵 문제를) 선박으로 생각하면 13만 명이 탄 선박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어요, 근데 한 번 가라앉으면 인명피해는 막대하죠."]

북한의 결핵을 막지 못한다는 건 결국 시간차를 두고 한반도 전역에서 위험 확산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희진/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장 : "남북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북한 결핵 문제가 결국은 남한 쪽으로 내려오거든요. 지금 세대보다는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더 심각하게 되는 거죠..."]

오직 결핵치료만을 위해 애써 온 22년의 시간.

한 민간단체의 오랜 노력과 달리, 북한 결핵 위기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남북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견해가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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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결핵치료 외길…민간 지원 ‘한계’
    • 입력 2019-06-22 08:24:28
    • 수정2019-06-22 08:40:30
    남북의 창
[앵커]

2017년 기준으로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2천 명이 결핵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사망자가 많은데요.

하지만 북한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희생자 수가 우리보다 8배가 많다는 추정치가 나올 정도인데요.

북한 결핵 퇴치를 위해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유진벨 재단인데요.

얼마 전에도 북한을 찾았다고 하네요.

해마다 2차례씩 북한을 찾아 결핵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조금씩 힘이 부치는듯 합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북한 주민들이 반기는 이들은 바로 의료진들입니다.

방문 지역 주민들 상당수가 결핵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일 년에 두 번 자신들을 찾는 유진벨 재단 관계자들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합니다.

북한의 결핵 환자 돕기에 나선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는데요,

["무슨 신부님, 이름이 있을 거 아니에요. (벤저민 신부님.) 네, 맞아 벤저민. (멕시코에서 오셨어요. 노래 잘 하시고요. 그렇죠?)"]

단원들의 방문이 익숙한 듯 웃어 보이는 의료진들.

치료약이 도착하고, 신규 환자 등록을 위한 결핵 진단 검사도 진행됩니다.

일정의 마지막. 완치된 환자들을 위해 마련된 일명 ‘결핵 졸업식’이 진행됐습니다.

[북한 결핵 환자 : "처음엔 제가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약을 쓰면서부터 제가 다시 걷기 시작하고 생활도 이전처럼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결핵을 완치하고 졸업식에서 환하게 웃는 환자들의 모습은 해마다 어렵게 북한을 찾는 의료진들에게 힘이 됩니다.

약 3주 동안 방북 진료 일정을 마친 유진벨 재단은 최근 기자회견도 가졌습니다.

[최세문/유진벨재단 이사 : "본 방북 기간 동안 약 700명의 환자가 유진벨재단 다제내성 결핵 프로그램에 등록했습니다. 제재 면제를 받은 20개의 병동도 평양 사동 다제내성 결핵 센터에 설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 설명도 잠시, 북한 결핵에 위기가 닥칠 거라는 비관적인 보고가 이어졌는데요.

[최세문/유진벨재단 이사 : "(일반 결핵 치료제인) 약제 감수성 항결핵제의 재고가 2020년 6월이면 바닥납니다."]

[최세문/유진벨재단 이사 : "그동안 국제 구호 단체들의 도움으로 지원받았던일반결핵 치료제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겁니다. 현재 북한에선 모두 13만 명이 일반 결핵에 걸린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 남측 관련 기관에서는 일반 결핵 치료에 공백기가 생길 경우, 상당히 위험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김희진/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장 : "일단 결핵은 걸리고 치료를 제대로 못 받으면 5년 이내에 50% 사망해요. 그러니까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치료를 못 하게 되면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아주 치명적인 질환이 되는 거죠."]

일반결핵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할 경우 특정 약에 내성이 생기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로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요.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환자는 일단 급하지, 약은 떨어졌다 그러면 장마당이든 어디든 나가서 닥치는 대로 한 가지. 두 가지, 세 가지 약을 먹었어도 (잘못된 복용으로) 실패할 확률이 올라가고, 그리고 실패하면서 내성도 생기고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를 만들죠. 왜? 다제내성 치료는 일반 치료보다 약값만 해도 백 배 이상 비쌉니다."]

이처럼 열악한 보건 실태 속에 무방비 상태로 환자와 접촉할 경우 더 쉽게 질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김희진/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장 : "(결핵의) 전파 경로는 공기중으로 전염됩니다. 치료 실패 하거나 결핵이 발병한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공기중으로 결핵균이 퍼져나가고요. 다른 사람이 들이마시면 폐 속으로 들어가서 감염이 되는 거죠."]

일반 결핵약이 제조돼 북한에 공급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8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현재 공급 상태로 볼 때, 내년 상반기에는 치료약이 바닥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적 결핵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시간이 촉박하다는 설명입니다.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북한에서 1년에 필요한 일반 결핵약 값이 50억이에요. 그만한 약만 비축해놓으면 1년 동안 13만 명이 끊임없이 필요한 약을 먹을 수 있단 말이죠."]

유진벨 재단 측은 20년 넘도록 개인과 단체 등, 민간 후원의 도움으로 지원을 이어왔다면서도 13만 명에 이르는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우울한 소식에 후원자들도 애가 타는 건 마찬가진데요.

[장태수/유진벨 재단 후원자 : "항상 부끄러운 마음이죠. 통일 한국을 생각한다면 이념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문제를 떠나 인도적 차원에서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남북관계 경색 속에 정부조차 대대적인 의약품 지원 등 뚜렷한 대안 내놓기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

그러는 사이,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릴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말하자면, (결핵 문제를) 선박으로 생각하면 13만 명이 탄 선박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어요, 근데 한 번 가라앉으면 인명피해는 막대하죠."]

북한의 결핵을 막지 못한다는 건 결국 시간차를 두고 한반도 전역에서 위험 확산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희진/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장 : "남북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북한 결핵 문제가 결국은 남한 쪽으로 내려오거든요. 지금 세대보다는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더 심각하게 되는 거죠..."]

오직 결핵치료만을 위해 애써 온 22년의 시간.

한 민간단체의 오랜 노력과 달리, 북한 결핵 위기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남북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견해가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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