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흑인노예 배상’, 미국 대선 이슈로

입력 2019.07.01 (20:39) 수정 2019.07.0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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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흑인노예제도 배상문제를 놓고 요즘 미국 사회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노예 후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이를 반대하는 공화당, 양쪽이 맞서면서 대선 이슈로까지 불이 붙는 모양새인데요.

김철우 특파원! 노예제도 배상 문제가 왜 갑자기 대선이슈가 된 겁니까?

[기자]

네, 지난달 미 하원 공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미국에서는 6월 19일을 발음 나는 대로 '준틴스'라고 부르면서 노예제도 종식일로 기념하는데요.

바로 다음 날인 20일 미 하원에서 노예제도 배상과 관련된 공청회가 열린 겁니다.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참석해 의견을 냈는데요.

[코리 부커/민주당 상원의원 :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는 이 나라의 건국에 흠집을 냈고, 오늘날까지 깊은 불평등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것은 매우 중요한 청문회입니다."]

올해 초, 민주당의 '실라 잭슨 리' 하원의원이 '노예제 배상법안'을 제출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는데요.

법안에는 흑인노예제도에 대해 정부가 공식 사과하고, 차별받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위해 보상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이 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대선이슈로 떠오른 거죠.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당 상원의원 : "바로 지금, 노예제 배상에 대해 전국적, 전면적 대화를 시작할 때입니다."]

노예제 배상을 추진하는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반대 또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의원 : "150년 전 일에 대한 배상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 중 그 누구도 책임이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가 논쟁 이전에 노예제 배상에 대해 여론을 일으킨 곳이 또 따로 있다고요?

[기자]

네, 노예제 배상 움직임은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대학교는 노예를 사고팔았던 과거사에 대해 2006년 공식 사과했고 노예 후손들의 입학을 우대하고 있는데요.

조지타운대학은 180년 전 재정난 속에 기금을 마련하려고 흑인 노예 270여 명을 팔아넘긴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당시 노예를 판 수익은 현재 가치로 350만 달러 정도, 우리 돈으로 40억 원에 이릅니다.

지난 4월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각자 등록금을 더 내서 노예 후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전체 학생 투표에서 68%가 찬성했는데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플로/조지타운대 재학생 : "수년 전 대학이 저지른 잘못이잖아요. 배상금을 지급할 책임은 대학에 있다고 생각해요."]

[알리샤/조지타운대 재학생 : "당시 노예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학교는 문을 닫았겠죠. 그들 후손에게 빚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가를 갚아야죠."]

[앵커]

대학 캠퍼스에서 시작된 찬반 논쟁이 정가까지로 옮겨간 모습인데, 배상문제를 놓고 단순 찬반이 아니라 제3의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구요?

[기자]

네, 민주당이 법안을 제출했고 추진 중이지만 노예제 배상 문제를 본격화하는 데는 부담이 있습니다.

배상 금액 때문입니다.

추산된 배상금은 대략 14조 달러, 미국 GDP의 70%에 이릅니다.

표심잡기도 고민이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초기 경선에서 민주당 선거인단의 60% 이상이 흑인입니다.

노예제도에 대한 직접 배상보다는 저소득층 후손에게 보건지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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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흑인노예 배상’, 미국 대선 이슈로
    • 입력 2019-07-01 20:39:12
    • 수정2019-07-01 20:59:59
    글로벌24
[앵커]

흑인노예제도 배상문제를 놓고 요즘 미국 사회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노예 후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이를 반대하는 공화당, 양쪽이 맞서면서 대선 이슈로까지 불이 붙는 모양새인데요.

김철우 특파원! 노예제도 배상 문제가 왜 갑자기 대선이슈가 된 겁니까?

[기자]

네, 지난달 미 하원 공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미국에서는 6월 19일을 발음 나는 대로 '준틴스'라고 부르면서 노예제도 종식일로 기념하는데요.

바로 다음 날인 20일 미 하원에서 노예제도 배상과 관련된 공청회가 열린 겁니다.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참석해 의견을 냈는데요.

[코리 부커/민주당 상원의원 :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는 이 나라의 건국에 흠집을 냈고, 오늘날까지 깊은 불평등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것은 매우 중요한 청문회입니다."]

올해 초, 민주당의 '실라 잭슨 리' 하원의원이 '노예제 배상법안'을 제출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는데요.

법안에는 흑인노예제도에 대해 정부가 공식 사과하고, 차별받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위해 보상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이 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대선이슈로 떠오른 거죠.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당 상원의원 : "바로 지금, 노예제 배상에 대해 전국적, 전면적 대화를 시작할 때입니다."]

노예제 배상을 추진하는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반대 또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의원 : "150년 전 일에 대한 배상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 중 그 누구도 책임이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가 논쟁 이전에 노예제 배상에 대해 여론을 일으킨 곳이 또 따로 있다고요?

[기자]

네, 노예제 배상 움직임은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대학교는 노예를 사고팔았던 과거사에 대해 2006년 공식 사과했고 노예 후손들의 입학을 우대하고 있는데요.

조지타운대학은 180년 전 재정난 속에 기금을 마련하려고 흑인 노예 270여 명을 팔아넘긴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당시 노예를 판 수익은 현재 가치로 350만 달러 정도, 우리 돈으로 40억 원에 이릅니다.

지난 4월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각자 등록금을 더 내서 노예 후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전체 학생 투표에서 68%가 찬성했는데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플로/조지타운대 재학생 : "수년 전 대학이 저지른 잘못이잖아요. 배상금을 지급할 책임은 대학에 있다고 생각해요."]

[알리샤/조지타운대 재학생 : "당시 노예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학교는 문을 닫았겠죠. 그들 후손에게 빚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가를 갚아야죠."]

[앵커]

대학 캠퍼스에서 시작된 찬반 논쟁이 정가까지로 옮겨간 모습인데, 배상문제를 놓고 단순 찬반이 아니라 제3의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구요?

[기자]

네, 민주당이 법안을 제출했고 추진 중이지만 노예제 배상 문제를 본격화하는 데는 부담이 있습니다.

배상 금액 때문입니다.

추산된 배상금은 대략 14조 달러, 미국 GDP의 70%에 이릅니다.

표심잡기도 고민이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초기 경선에서 민주당 선거인단의 60% 이상이 흑인입니다.

노예제도에 대한 직접 배상보다는 저소득층 후손에게 보건지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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