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삿바늘 찔림’ 공포…공공 비정규직 내일 파업

입력 2019.07.02 (18:07) 수정 2019.07.0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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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전국의 국립대병원들은 우리나라 공공의료를 이끌어 가고, 또 실력도 좋다는 신뢰감을 주죠?

그런데 정작 여기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은 안전장갑 하나 지급받지 못해서 주삿바늘 찔림 사고에 그대로 노출돼있습니다.

국립대병원 청소 노동자를 포함해서 학교 급식 조리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이상은 이런 대접 못 참겠다, 차별 없애달라며 내일 파업에 들어갑니다.

자세한 소식, 산업과학부 변진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변 기자, 우선 국립대병원의 실태가 어떤지 직접 취재하고 왔죠?

얼마나 위험해 보이던가요?

[기자]

네, 우리나라 국립대병원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을 취재했는데요.

취재하는 내내 '아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나겠다'라는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서울대병원 청소 장면 한번 보실까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병실과 수술실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습니다.

쓰레기통 비닐봉지 안에는 주사기도 있고, 피 묻은 거즈도 있고, 각종 뾰족한 의료기구들이 있습니다.

잘못 만지면 감염이 될 수 있겠죠?

안전 장구를 잘 갖춰야 할 것 같은데 청소노동자들이 손에 끼고 있는 건 얇은 비닐장갑 하나뿐입니다.

["바늘이 여기서 삐져나오고 깜짝깜짝 놀라요. (장갑같은 건 못 받으셨어요?) 장갑... 일회용 (장갑) 그거... (그걸로 안전해요?) 안 안전하죠."]

안전장갑을 달라고 했는데 원청인 병원 측은 하청업체 직원이니까 하청업체에 얘기하라고 하고, 하청업체는 우린 수익이 안 나니까 장갑 사 줄 돈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간호사들 쓰라고 둔 얇은 비닐장갑을 눈치 보면서 빼서 쓰고 있습니다.

[앵커]

보기만 해도 제 손이 다 찌릿찌릿한 기분인데요.

실제로 큰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요?

[기자]

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끼고 있는 장갑은 손이 훤히 비칠 정도로 얇습니다.

당연히 주삿바늘이 뚫고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진이 2011년 주삿바늘 찔림 사고를 당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서기화 씨인데요.

병실 청소를 하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주삿바늘에 찔렸습니다.

그런데 이 주삿바늘을 쓴 환자가 에이즈 환자였습니다.

비정규직인 서기화 씨한테는 아무도 이 사실을 안 알려줬습니다.

미리 알려줬으면 더 조심했겠죠?

다행히 감염은 안됐는데 불안에 시달리다 보니 마음의 병이 생겼다고 합니다.

[서기화/서울대병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 "(병원) 사과 못 받았어요. 그러니까 내가 더 분하죠. 세상만사도 귀찮고 돈도 싫고 사람도 싫고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2011년 사고사례인데 그 뒤로 달라진 게 없다 보니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자료를 입수해보니 서울대병원에서만 올해 들어 주삿바늘 찔림 사고가 벌써 6번이나 발생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꼴입니다.

전국 14개 국립대병원이 다 비슷한 상황인데요,

이들은 정부 약속대로 빨리 정규직화가 돼야 처우가 개선될 거라며 지난주 하루 파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방금 '정부 약속'을 언급을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발표한 게 벌써 2년이 넘었거든요?

그런데 아직까지 정규직 전환이 안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우선 국립대병원만 놓고 보면요, 병원들이 하청업체와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피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와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정규직 전환하라는 게 정부 지침인데, 계약을 계속 연장하면서 이걸 피하고 있는 겁니다.

청소, 주차, 환자운송 같은 국립대병원 비정규직은 5천여 명 정도 되는데, 정규직 전환된 사람은 딱 6명뿐입니다.

병원들이 왜 이렇게 소극적인지 서울대병원 자료를 입수해봤는데요.

서울대병원은 정규직 전환하면 인건비 늘어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기존 정규직 직원들이 싫어한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의사만큼 월급 달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거든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의 테두리 밖에 있었는데 그걸 해소해 달라는 주장입니다.

[앵커]

네, 국립대병원 포함해서 전체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목소리가 높습니다.

내일은 이분들이 전체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는데요.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네,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 급식조리원, 교무 행정사 등이 내일부터 사흘 동안 파업에 들어갑니다.

임금 인상과 차별 철폐를 주장하면서 5만여 명 정도가 파업에 참여하는데요,

아무래도 학교다 보니 여파가 제일 크겠죠?

파업 기간 동안 아이들 급식과 돌봄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일선 학교는 급식과 돌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핫라인을 구축해서 공동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학교를 비롯해서 도서관 사서와 박물관 시설관리 등 공공 비정규직들도 연대파업에 나섭니다.

이 밖에도 9일에는 집배원들이 사상 처음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요,

18일에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해뒀죠.

정부와 노동계가 어떤 합의점을 찾아낼지, 7월이 아주 큰 분기점이 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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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삿바늘 찔림’ 공포…공공 비정규직 내일 파업
    • 입력 2019-07-02 18:14:53
    • 수정2019-07-02 18: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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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전국의 국립대병원들은 우리나라 공공의료를 이끌어 가고, 또 실력도 좋다는 신뢰감을 주죠?

그런데 정작 여기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은 안전장갑 하나 지급받지 못해서 주삿바늘 찔림 사고에 그대로 노출돼있습니다.

국립대병원 청소 노동자를 포함해서 학교 급식 조리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이상은 이런 대접 못 참겠다, 차별 없애달라며 내일 파업에 들어갑니다.

자세한 소식, 산업과학부 변진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변 기자, 우선 국립대병원의 실태가 어떤지 직접 취재하고 왔죠?

얼마나 위험해 보이던가요?

[기자]

네, 우리나라 국립대병원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을 취재했는데요.

취재하는 내내 '아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나겠다'라는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서울대병원 청소 장면 한번 보실까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병실과 수술실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습니다.

쓰레기통 비닐봉지 안에는 주사기도 있고, 피 묻은 거즈도 있고, 각종 뾰족한 의료기구들이 있습니다.

잘못 만지면 감염이 될 수 있겠죠?

안전 장구를 잘 갖춰야 할 것 같은데 청소노동자들이 손에 끼고 있는 건 얇은 비닐장갑 하나뿐입니다.

["바늘이 여기서 삐져나오고 깜짝깜짝 놀라요. (장갑같은 건 못 받으셨어요?) 장갑... 일회용 (장갑) 그거... (그걸로 안전해요?) 안 안전하죠."]

안전장갑을 달라고 했는데 원청인 병원 측은 하청업체 직원이니까 하청업체에 얘기하라고 하고, 하청업체는 우린 수익이 안 나니까 장갑 사 줄 돈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간호사들 쓰라고 둔 얇은 비닐장갑을 눈치 보면서 빼서 쓰고 있습니다.

[앵커]

보기만 해도 제 손이 다 찌릿찌릿한 기분인데요.

실제로 큰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요?

[기자]

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끼고 있는 장갑은 손이 훤히 비칠 정도로 얇습니다.

당연히 주삿바늘이 뚫고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진이 2011년 주삿바늘 찔림 사고를 당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서기화 씨인데요.

병실 청소를 하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주삿바늘에 찔렸습니다.

그런데 이 주삿바늘을 쓴 환자가 에이즈 환자였습니다.

비정규직인 서기화 씨한테는 아무도 이 사실을 안 알려줬습니다.

미리 알려줬으면 더 조심했겠죠?

다행히 감염은 안됐는데 불안에 시달리다 보니 마음의 병이 생겼다고 합니다.

[서기화/서울대병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 "(병원) 사과 못 받았어요. 그러니까 내가 더 분하죠. 세상만사도 귀찮고 돈도 싫고 사람도 싫고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2011년 사고사례인데 그 뒤로 달라진 게 없다 보니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자료를 입수해보니 서울대병원에서만 올해 들어 주삿바늘 찔림 사고가 벌써 6번이나 발생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꼴입니다.

전국 14개 국립대병원이 다 비슷한 상황인데요,

이들은 정부 약속대로 빨리 정규직화가 돼야 처우가 개선될 거라며 지난주 하루 파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방금 '정부 약속'을 언급을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발표한 게 벌써 2년이 넘었거든요?

그런데 아직까지 정규직 전환이 안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우선 국립대병원만 놓고 보면요, 병원들이 하청업체와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피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와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정규직 전환하라는 게 정부 지침인데, 계약을 계속 연장하면서 이걸 피하고 있는 겁니다.

청소, 주차, 환자운송 같은 국립대병원 비정규직은 5천여 명 정도 되는데, 정규직 전환된 사람은 딱 6명뿐입니다.

병원들이 왜 이렇게 소극적인지 서울대병원 자료를 입수해봤는데요.

서울대병원은 정규직 전환하면 인건비 늘어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기존 정규직 직원들이 싫어한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의사만큼 월급 달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거든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의 테두리 밖에 있었는데 그걸 해소해 달라는 주장입니다.

[앵커]

네, 국립대병원 포함해서 전체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목소리가 높습니다.

내일은 이분들이 전체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는데요.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네,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 급식조리원, 교무 행정사 등이 내일부터 사흘 동안 파업에 들어갑니다.

임금 인상과 차별 철폐를 주장하면서 5만여 명 정도가 파업에 참여하는데요,

아무래도 학교다 보니 여파가 제일 크겠죠?

파업 기간 동안 아이들 급식과 돌봄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일선 학교는 급식과 돌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핫라인을 구축해서 공동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학교를 비롯해서 도서관 사서와 박물관 시설관리 등 공공 비정규직들도 연대파업에 나섭니다.

이 밖에도 9일에는 집배원들이 사상 처음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요,

18일에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해뒀죠.

정부와 노동계가 어떤 합의점을 찾아낼지, 7월이 아주 큰 분기점이 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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