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베이징 비키니’ 단속 강화…이번엔 근절되나?

입력 2019.07.17 (20:38) 수정 2019.07.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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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베이징 비키니' 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중국에서 더운 여름에 남성들이 윗옷을 말아 올려 배를 드러내는 걸 말하는데요.

중국 정부가 비문명적 행동이라며 단속에 나섰습니다.

강민수 특파원!

저도 예전에 중국 여행 갔을 때 그런 모습을 보고 좀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많은가 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가 베이징에 부임했던 2년 전과 비교하면 해가 갈수록 배를 드러내고 다니는 남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구요.

날이 좀 덥거나 하면 여지없이 웃통을 벗거나 셔츠를 가슴까지 말아 올려서 배를 훤히 드러내고 다니는 분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비교적 젊은이들은 안 그러는데 나이가 좀 드신 중국 남성들이 길거리에서 맨발에 웃통을 벗고 있는 모습은 베이징 시내에서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윗옷을 말아 올려서 배를 내놓고 다니는 모습을 중국인들은 방예, 즉 웃통을 벗은 남성이라고 부르는데 요즘에는 이를 약간 희화화하는 뉘앙스로 베이징 비키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화가 중국에서 생겼는가?

저도 알아봤지만 정확하게 연구된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배를 내놓고 다니는 중국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 더워서라고 답할 뿐인데요.

일설에서는 배를 뜻하는 복(腹)자와 행운을 뜻하는 복(福)자가 발음이 같아서 배를 드러내면 복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외국인들에게는 좀 낯설고, 더 나아가서는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데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 "배를 내놓고 다니는 게 너무 대담한 것 같아요. 외국인들이 셔츠를 벗고 돌아다닌다면 무례하다고 하겠죠."]

[앵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여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한거구요?

스스로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고 느낀 걸까요?

[기자]

네, 중국 정부가 웃통 벗는 행위를 비문명적인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톈진과 선양, 지난 등 각 지방 정부 차원에서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는데요.

일종의 경범죄로 처벌하기 시작한 겁니다.

베이징 바로 옆의 톈진시는 올해 초부터 ‘베이징 비키니’를 단속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셔츠를 입지 않으면 최대 2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3만 4천 원 정도 벌금을 내야 합니다.

본격 여름철에 접어든 이달 초부터는 선양, 한단, 지난시 등도 단속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이런 움직임은 사실 지난 2000년대 초반에도 있었습니다.

2001년, 베이징이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한 단속이 있었고 웃통을 벗은 남성들한테 무료로 ‘예절 티셔츠’를 나눠주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오랫동안 굳어져 온 행태를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옷차림을 가지고 법으로 단속한다는 것도 사실 어떻게 보면 좀 우습기도 한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앵커]

그렇기때문에 또 한편에서는 단속이 능사가 아니다, 이런 회의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구요?

[기자]

네, 중국 정치체제 특성상 공산당이 결정을 하면 정부가 움직이고, 그러면 사회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통제되는 사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13억 인구에 습관처럼 배어있는 행태를 일시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대 초에 이미 경험했던 것처럼 당국의 통제만으로 베이징 비키니를 완전히 퇴출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입니다.

중국 시민들도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과도한 단속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깁니다.

다만 이미 대도시에서는 웃통을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시민의식이 성장한다면 베이징 비키니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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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7 20:45:35
    • 수정2019-07-17 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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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베이징 비키니' 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중국에서 더운 여름에 남성들이 윗옷을 말아 올려 배를 드러내는 걸 말하는데요.

중국 정부가 비문명적 행동이라며 단속에 나섰습니다.

강민수 특파원!

저도 예전에 중국 여행 갔을 때 그런 모습을 보고 좀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많은가 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가 베이징에 부임했던 2년 전과 비교하면 해가 갈수록 배를 드러내고 다니는 남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구요.

날이 좀 덥거나 하면 여지없이 웃통을 벗거나 셔츠를 가슴까지 말아 올려서 배를 훤히 드러내고 다니는 분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비교적 젊은이들은 안 그러는데 나이가 좀 드신 중국 남성들이 길거리에서 맨발에 웃통을 벗고 있는 모습은 베이징 시내에서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윗옷을 말아 올려서 배를 내놓고 다니는 모습을 중국인들은 방예, 즉 웃통을 벗은 남성이라고 부르는데 요즘에는 이를 약간 희화화하는 뉘앙스로 베이징 비키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화가 중국에서 생겼는가?

저도 알아봤지만 정확하게 연구된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배를 내놓고 다니는 중국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 더워서라고 답할 뿐인데요.

일설에서는 배를 뜻하는 복(腹)자와 행운을 뜻하는 복(福)자가 발음이 같아서 배를 드러내면 복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외국인들에게는 좀 낯설고, 더 나아가서는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데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 "배를 내놓고 다니는 게 너무 대담한 것 같아요. 외국인들이 셔츠를 벗고 돌아다닌다면 무례하다고 하겠죠."]

[앵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여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한거구요?

스스로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고 느낀 걸까요?

[기자]

네, 중국 정부가 웃통 벗는 행위를 비문명적인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톈진과 선양, 지난 등 각 지방 정부 차원에서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는데요.

일종의 경범죄로 처벌하기 시작한 겁니다.

베이징 바로 옆의 톈진시는 올해 초부터 ‘베이징 비키니’를 단속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셔츠를 입지 않으면 최대 2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3만 4천 원 정도 벌금을 내야 합니다.

본격 여름철에 접어든 이달 초부터는 선양, 한단, 지난시 등도 단속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이런 움직임은 사실 지난 2000년대 초반에도 있었습니다.

2001년, 베이징이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한 단속이 있었고 웃통을 벗은 남성들한테 무료로 ‘예절 티셔츠’를 나눠주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오랫동안 굳어져 온 행태를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옷차림을 가지고 법으로 단속한다는 것도 사실 어떻게 보면 좀 우습기도 한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앵커]

그렇기때문에 또 한편에서는 단속이 능사가 아니다, 이런 회의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구요?

[기자]

네, 중국 정치체제 특성상 공산당이 결정을 하면 정부가 움직이고, 그러면 사회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통제되는 사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13억 인구에 습관처럼 배어있는 행태를 일시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대 초에 이미 경험했던 것처럼 당국의 통제만으로 베이징 비키니를 완전히 퇴출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입니다.

중국 시민들도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과도한 단속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깁니다.

다만 이미 대도시에서는 웃통을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시민의식이 성장한다면 베이징 비키니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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