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이틀에 한 번꼴 폭행”…119구급대 수난시대

입력 2019.07.26 (08:33) 수정 2019.07.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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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누군가 다쳤거나 위급할때 가장 먼저 찾게되는건 바로 119 구급대원이죠.

그런데 이 구급대원들 이틀에 한번 꼴로 폭행과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해자들 대부분은 술취한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구조 신고가 들어오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언제든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119 구급대원들입니다.

그런데, 위기 상황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베테랑도 유독 긴장하게 만드는 출동 현장이 있다는데요.

[김정수/대구북부소방서 구급대원: "안전장비를 항상 착용하고 나갑니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현장에 갔을 때 환자에게 폭력성이 있으면 경찰에게 협조를 구하고요."]

[김○○/구급대원/음성변조: "아무래도 방어적으로 되죠. 보호조치 중 하나인 카메라도 미리 작동시키고 여성 구급대원이 있으니까 제가 앞에 나선다든지 나름대로 머리로 많이 생각하고 갑니다."]

돌발 상황은 바로 이런 경웁니다. 보시죠.

한 남성이 출동한 구급대원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기더니 목검을 들고 위협까지 합니다.

["구급대원(음성변조) 진정하세요. (소방공무원이라고 ○○○ 녹봉을 먹냐.) 욕하지 마세요. 병원 가실 거예요? 병원 가실 거예요? (갑시다.)"]

상황이 수습되는가 싶더니 다시 발길질을 합니다.

새벽 4시 한 가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진우/대구소방안전본부 법무감찰팀장: "눈 부상 환자 한 명이 발생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한 사건입니다. 일행끼리 싸움을 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한 명은 눈 주위를 심하게 다친 상태였습니다."]

응급 환자가 있다고 일행이 도움을 요청했는데, 일행 모두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진우/대구소방안전본부 법무감찰팀장: "상처를 확인하려고 하니까 구급대원들을 자꾸 밀쳐서 이렇게 상태를 확인하기 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분들이 흥분을 해서 우리 구급대원들을 밀고, 일행 두 명이 구급대원들을 에워싸면서 폭언을 하거나……."]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이번에는 한 종합병원 응급실.

술취한 남성이 구급대원을 밀치더니 언성을 높이며 시비를 겁니다.

[이진우/대구소방안전본부 법무감찰팀장: " 지구대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있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신고가 와서 출동을 했고, 구급차로 이송해서 응급실에 갔는데……."]

자신을 병원 응급실까지 이송해 온 구급대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이 남성 결국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이 지역에서 구급대원이 폭행을 당한 건 최근 3년간 28건. 단 한 건을 빼고는 가해자가 모두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주취자 폭행은 구급차에서도 빈번히 이뤄지는데요.

혈압체크를 하는 구급대원에게 팔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는가 하면, 이송하는 도중 갑자기 주먹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지난달에는 술에 취한 여성이 구급대원의 목을 조르기도 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당시 피해 구급대원은 지금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김○○/피해 구급대원/음성변조: "그분이 처음부터 욕설을 했다든가 약간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든가 했으면 저도 조금 보호하면서 했을 텐데, 전혀 그런 예상 없이 갑자기 (목을 졸랐기) 때문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이후로도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고 하는데요.

[김○○/피해 구급대원/음성변조: "저한테는 안 일어날 줄 알았는데 나한테도 일어나는(구나 했고,) 여성 주취자 같은 경우는 남성 대원들이 접촉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제가 많이 담당했었는데 여성 주취자가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고 나니까 약간 두려움이 있기는 합니다."]

이 지역 역시 지난 4년간 구급대원이 당한 피해 23건 가운데, 2건을 제외한 21건의 가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주취자 구조에 대비한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요.

[황정숙/대구소방본부 현장대응단 구급팀: "환자가 사고가 났거나 다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가까이 가서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폭행에 대응하기가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난 한해 구급대원을 상대로 한 폭행사건은 215건, 처음으로 200건이 넘었습니다.

최근 5년간 이틀에 한번 꼴로 발생하고 있죠.

피해를 입은 구급대원들은 의외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이진우/대구소방안전본부 법무감찰팀장: "한동안 구급대원을 그만두고 싶다 또는 회의감이 든다. 또 폭행당했던 기억들이 생각이 나서 현장 활동할 때 상당히 위축된다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여기에 통계에는 아예 잡히지도 않는 피해가 있습니다. 바로 언어폭력입니다.

[황정숙/대구소방본부 현장대응단 구급팀: "신체적인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폭행으로 처분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구급대원이 현장에 가서 환자 평가나 응급 처치하는 도중에 언어적인 폭행은 실질적으로 엄청 많습니다."]

현장의 구급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세진/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향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러한 폭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구급대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취급해서 지금보다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구급대원/음성변조: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우리 (구급대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죠."]

구급활동 중 술에 취한 환자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한 뒤 숨진 고 강연희 소방경 사고가 난지 1년이 넘었습니다.

구급대원의 폭행 피해에 대한 법안들도 많이 발의됐죠.

위급 상황에서 우리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의 안전은 누가 지켜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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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이틀에 한 번꼴 폭행”…119구급대 수난시대
    • 입력 2019-07-26 08:35:01
    • 수정2019-07-26 09: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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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누군가 다쳤거나 위급할때 가장 먼저 찾게되는건 바로 119 구급대원이죠.

그런데 이 구급대원들 이틀에 한번 꼴로 폭행과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해자들 대부분은 술취한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구조 신고가 들어오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언제든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119 구급대원들입니다.

그런데, 위기 상황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베테랑도 유독 긴장하게 만드는 출동 현장이 있다는데요.

[김정수/대구북부소방서 구급대원: "안전장비를 항상 착용하고 나갑니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현장에 갔을 때 환자에게 폭력성이 있으면 경찰에게 협조를 구하고요."]

[김○○/구급대원/음성변조: "아무래도 방어적으로 되죠. 보호조치 중 하나인 카메라도 미리 작동시키고 여성 구급대원이 있으니까 제가 앞에 나선다든지 나름대로 머리로 많이 생각하고 갑니다."]

돌발 상황은 바로 이런 경웁니다. 보시죠.

한 남성이 출동한 구급대원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기더니 목검을 들고 위협까지 합니다.

["구급대원(음성변조) 진정하세요. (소방공무원이라고 ○○○ 녹봉을 먹냐.) 욕하지 마세요. 병원 가실 거예요? 병원 가실 거예요? (갑시다.)"]

상황이 수습되는가 싶더니 다시 발길질을 합니다.

새벽 4시 한 가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진우/대구소방안전본부 법무감찰팀장: "눈 부상 환자 한 명이 발생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한 사건입니다. 일행끼리 싸움을 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한 명은 눈 주위를 심하게 다친 상태였습니다."]

응급 환자가 있다고 일행이 도움을 요청했는데, 일행 모두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진우/대구소방안전본부 법무감찰팀장: "상처를 확인하려고 하니까 구급대원들을 자꾸 밀쳐서 이렇게 상태를 확인하기 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분들이 흥분을 해서 우리 구급대원들을 밀고, 일행 두 명이 구급대원들을 에워싸면서 폭언을 하거나……."]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이번에는 한 종합병원 응급실.

술취한 남성이 구급대원을 밀치더니 언성을 높이며 시비를 겁니다.

[이진우/대구소방안전본부 법무감찰팀장: " 지구대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있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신고가 와서 출동을 했고, 구급차로 이송해서 응급실에 갔는데……."]

자신을 병원 응급실까지 이송해 온 구급대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이 남성 결국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이 지역에서 구급대원이 폭행을 당한 건 최근 3년간 28건. 단 한 건을 빼고는 가해자가 모두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주취자 폭행은 구급차에서도 빈번히 이뤄지는데요.

혈압체크를 하는 구급대원에게 팔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는가 하면, 이송하는 도중 갑자기 주먹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지난달에는 술에 취한 여성이 구급대원의 목을 조르기도 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당시 피해 구급대원은 지금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김○○/피해 구급대원/음성변조: "그분이 처음부터 욕설을 했다든가 약간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든가 했으면 저도 조금 보호하면서 했을 텐데, 전혀 그런 예상 없이 갑자기 (목을 졸랐기) 때문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이후로도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고 하는데요.

[김○○/피해 구급대원/음성변조: "저한테는 안 일어날 줄 알았는데 나한테도 일어나는(구나 했고,) 여성 주취자 같은 경우는 남성 대원들이 접촉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제가 많이 담당했었는데 여성 주취자가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고 나니까 약간 두려움이 있기는 합니다."]

이 지역 역시 지난 4년간 구급대원이 당한 피해 23건 가운데, 2건을 제외한 21건의 가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주취자 구조에 대비한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요.

[황정숙/대구소방본부 현장대응단 구급팀: "환자가 사고가 났거나 다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가까이 가서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폭행에 대응하기가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난 한해 구급대원을 상대로 한 폭행사건은 215건, 처음으로 200건이 넘었습니다.

최근 5년간 이틀에 한번 꼴로 발생하고 있죠.

피해를 입은 구급대원들은 의외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이진우/대구소방안전본부 법무감찰팀장: "한동안 구급대원을 그만두고 싶다 또는 회의감이 든다. 또 폭행당했던 기억들이 생각이 나서 현장 활동할 때 상당히 위축된다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여기에 통계에는 아예 잡히지도 않는 피해가 있습니다. 바로 언어폭력입니다.

[황정숙/대구소방본부 현장대응단 구급팀: "신체적인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폭행으로 처분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구급대원이 현장에 가서 환자 평가나 응급 처치하는 도중에 언어적인 폭행은 실질적으로 엄청 많습니다."]

현장의 구급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세진/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향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러한 폭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구급대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취급해서 지금보다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구급대원/음성변조: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우리 (구급대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죠."]

구급활동 중 술에 취한 환자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한 뒤 숨진 고 강연희 소방경 사고가 난지 1년이 넘었습니다.

구급대원의 폭행 피해에 대한 법안들도 많이 발의됐죠.

위급 상황에서 우리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의 안전은 누가 지켜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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