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트럼프’ 빨대

입력 2019.07.31 (20:33) 수정 2019.07.3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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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하경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 볼까요?

[기자]

네, 오늘은 사진을 먼저 같이 보실 건데요.

영어로 '트럼프' 라고 새겨져 있는데요.

이 물건의 정체는, 바로, '빨대' 입니다.

지난 19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 웹사이트에서 팔기 시작한 건데요.

자, 그럼 여기서 오늘의 키워드 보겠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트럼프' 빨대 입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빨대를 왜 파는 거죠?

[기자]

네, 지지자들 상대로 선거 자금 모으려는 건데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빨대 말고도 트럼프 대통령 이름 새겨진 모자나, 컵 같은 것도 팔고 있긴 합니다.

자, 그런데 지금 보시는 이 빨대가 출시되자마자,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난 겁니다.

보시면, '중국산' 아니고, '메이드인 유에스에이' 미국산, 이라고 강조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번 쓸 수 있다고 돼 있긴 한 데, 어쨌든 플라스틱 빨댑니다.

이게 그럼 얼마냐, 10개들이 한 팩에 15달럽니다.

배송비, 세금은 별돕니다.

그러니까, 빨대 하나에 2천 원 가까이 하는 거죠.

빨대를 이 돈 주고 사기엔 좀 아깝다, 싶을 수도 있는데, 1차 판매분은 판매 시작하자마자 몇 시간 안 돼서 동이 났구요.

지금까지 열흘 남짓 빨대 팔아서 벌어들인 돈이 45만 6천 달러, 우리 돈 5억 원이 넘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부금 모으려고, 플라스틱 빨대를 팔겠다는 생각은 쉽게 하기 힘든 거 같은데, 이게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기자]

네,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은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 매니저인, '브래드 파스칼' 입니다.

종이 빨대를 쓰다가 찢어져서 짜증이 났던 차에, 그럼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트럼프 빨대'를 만들어서 팔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는데요.

선거캠프가 빨대 판매 관련해서, 지지자들한테 메일을 보낸 게 있는데요.

제목이, "빨대를 다시 위대하게" 였습니다.

트럼프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를 패러디한 겁니다.

메일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이게 단순히 '종이 빨대 못 쓰겠다' 는 게 아니라, 좀 더 깊은 뜻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트럼프 빨대'를 쓰면, "당신의 음료를 단 몇 분 안에 망가트리는 진보주의자들의 종이 빨대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트럼프 빨대'의 성공에 대해서 '가디언'지는 "첫 번째,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을 짜증 나게 하려는 의도가 먹혔거나, 아니면, 매립지와 바다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도 신경 쓰지 않는 누군가 덕분일 거"라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큰 환경 문제들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걸 애둘러 비판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 어떤 얘길 했었는지, 좀 더 들어보시죠.

[트럼프/미국 대통령 : "플라스틱 접시, 포장지 같은 건 어떻게 해야 하죠? 빨대보다 더 큰 것들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데, 이건 어떻게 할 거죠? 모두가 빨대에만 집중하지만, 집중해야 할 다른 것들도 많습니다."]

[앵커]

듣고 보니, "환경을 생각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 라고 시작했어도, "왠지 좀 불편하긴 하다"고 느끼는, 평범한 사람들 심리를 파고든 전략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기자]

네, '트럼프 빨대'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고 나서,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 주류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정서 중에 하나가, '정치적 올바름' 이란 건데요.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약자에 대한 차별, '다름'에 대한 편견 같은걸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걸 스스로 깨면서, 억눌렸던 대중, 특히 백인들의 분노와 혐오를 대신 표출해 주는걸, 선거 전략으로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하원 의원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다든지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에게 "얕은 사기꾼이다, 백인과 경찰을 싫어한다" 이렇게 막말을 퍼붓는다든지, 하는 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자, 다시 '빨대' 얘기로 돌아가서요.

지금 미국 시애틀에선 "Strawless in Seattle" 그러니까, "빨대 없는 시애틀" 캠페인이 한창이구요.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서는 빨대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플라스틱 빨대 쓰건 말건, 환경 보호하는 데 큰 도움 안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 생각이랑은 좀 다르죠?

워싱턴포스트지엔, "언젠가 바다거북이 '트럼프 빨대'가 코에 꽂힌 채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는데요.

'종이 빨대'가 불편한 건, '나와 생각이 다른' 누군가 때문이라는 '분노'의 상징 같은 이 '빨대'가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반향을 일으킬지, 지켜보시죠.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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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트럼프’ 빨대
    • 입력 2019-07-31 20:29:54
    • 수정2019-07-31 20:56:23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하경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 볼까요?

[기자]

네, 오늘은 사진을 먼저 같이 보실 건데요.

영어로 '트럼프' 라고 새겨져 있는데요.

이 물건의 정체는, 바로, '빨대' 입니다.

지난 19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 웹사이트에서 팔기 시작한 건데요.

자, 그럼 여기서 오늘의 키워드 보겠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트럼프' 빨대 입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빨대를 왜 파는 거죠?

[기자]

네, 지지자들 상대로 선거 자금 모으려는 건데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빨대 말고도 트럼프 대통령 이름 새겨진 모자나, 컵 같은 것도 팔고 있긴 합니다.

자, 그런데 지금 보시는 이 빨대가 출시되자마자,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난 겁니다.

보시면, '중국산' 아니고, '메이드인 유에스에이' 미국산, 이라고 강조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번 쓸 수 있다고 돼 있긴 한 데, 어쨌든 플라스틱 빨댑니다.

이게 그럼 얼마냐, 10개들이 한 팩에 15달럽니다.

배송비, 세금은 별돕니다.

그러니까, 빨대 하나에 2천 원 가까이 하는 거죠.

빨대를 이 돈 주고 사기엔 좀 아깝다, 싶을 수도 있는데, 1차 판매분은 판매 시작하자마자 몇 시간 안 돼서 동이 났구요.

지금까지 열흘 남짓 빨대 팔아서 벌어들인 돈이 45만 6천 달러, 우리 돈 5억 원이 넘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부금 모으려고, 플라스틱 빨대를 팔겠다는 생각은 쉽게 하기 힘든 거 같은데, 이게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기자]

네,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은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 매니저인, '브래드 파스칼' 입니다.

종이 빨대를 쓰다가 찢어져서 짜증이 났던 차에, 그럼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트럼프 빨대'를 만들어서 팔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는데요.

선거캠프가 빨대 판매 관련해서, 지지자들한테 메일을 보낸 게 있는데요.

제목이, "빨대를 다시 위대하게" 였습니다.

트럼프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를 패러디한 겁니다.

메일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이게 단순히 '종이 빨대 못 쓰겠다' 는 게 아니라, 좀 더 깊은 뜻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트럼프 빨대'를 쓰면, "당신의 음료를 단 몇 분 안에 망가트리는 진보주의자들의 종이 빨대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트럼프 빨대'의 성공에 대해서 '가디언'지는 "첫 번째,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을 짜증 나게 하려는 의도가 먹혔거나, 아니면, 매립지와 바다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도 신경 쓰지 않는 누군가 덕분일 거"라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큰 환경 문제들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걸 애둘러 비판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 어떤 얘길 했었는지, 좀 더 들어보시죠.

[트럼프/미국 대통령 : "플라스틱 접시, 포장지 같은 건 어떻게 해야 하죠? 빨대보다 더 큰 것들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데, 이건 어떻게 할 거죠? 모두가 빨대에만 집중하지만, 집중해야 할 다른 것들도 많습니다."]

[앵커]

듣고 보니, "환경을 생각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 라고 시작했어도, "왠지 좀 불편하긴 하다"고 느끼는, 평범한 사람들 심리를 파고든 전략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기자]

네, '트럼프 빨대'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고 나서,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 주류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정서 중에 하나가, '정치적 올바름' 이란 건데요.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약자에 대한 차별, '다름'에 대한 편견 같은걸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걸 스스로 깨면서, 억눌렸던 대중, 특히 백인들의 분노와 혐오를 대신 표출해 주는걸, 선거 전략으로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하원 의원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다든지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에게 "얕은 사기꾼이다, 백인과 경찰을 싫어한다" 이렇게 막말을 퍼붓는다든지, 하는 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자, 다시 '빨대' 얘기로 돌아가서요.

지금 미국 시애틀에선 "Strawless in Seattle" 그러니까, "빨대 없는 시애틀" 캠페인이 한창이구요.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서는 빨대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플라스틱 빨대 쓰건 말건, 환경 보호하는 데 큰 도움 안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 생각이랑은 좀 다르죠?

워싱턴포스트지엔, "언젠가 바다거북이 '트럼프 빨대'가 코에 꽂힌 채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는데요.

'종이 빨대'가 불편한 건, '나와 생각이 다른' 누군가 때문이라는 '분노'의 상징 같은 이 '빨대'가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반향을 일으킬지, 지켜보시죠.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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