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죽고 싶지 않아요”

입력 2019.08.01 (20:33) 수정 2019.08.0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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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기현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 볼까요?

[기자]

네, 사진 한 장을 먼저 보실까요?

이마에 피를 흘리는 여성의 모습인데요,

팔에는 러시아 말로 "죽고 싶지 않아요" 라고 적혀있습니다.

러시아 인권운동가 알레나 포포바가 자신의 SNS에 올린 건데요,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표현하기 위해 피와 멍을 메이크업으로 그려낸 겁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죽고 싶지 않아요" 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사진은 러시아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진행 중인 온라인 캠페인의 일환인데요,

지난 6월 8살짜리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살해당한 한 여성의 사연을 전하기 위해섭니다.

이들은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청원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알리오나 포포바/러시아 여성 인권운동가 :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정 폭력을 금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매우 강력하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올린 사진들이 SNS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청원 운동에 서명한 사람은 우리시간 오늘 오후 기준으로 벌써 69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누리꾼들은 "죽고 싶지 않아요"라는 해시태그를 다는가 하면, 가정폭력의 흔적을 메이크업으로 표현한 사진들을 SNS에 올리며 강력한 가정폭력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가정폭력으로 숨지는 여성들, 우리나라에서도 흔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는 안타까운 일인데요,

러시아의 가정폭력, 얼마나 심각한가요?

[기자]

네, 러시아에서는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가 정확하진 않은데요.

러시아 내무부에 따르면 매년 60만 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해마다 만4천 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하루에 약 40명인 꼴인 셈입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러시아를 뒤흔든 사건이 하나 있었는대요,

3명의 10대 자매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인데 자매들은 수 년간 아버지에게 심한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최대 20년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아버지 학대에 정당방위 한 것이라며 이들을 풀어달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리아 폴리우도바/러시아 인권 운동가 : "자매들 사건은 러시아의 모든 여성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희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현지에선 당국이 가정폭력을 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하던데요,

러시아 가정폭력 관련법이 강력하지 않은가봐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서명한 법안 때문인데요,

한마디로 '가정폭력으로 심각한 상처가 안났다면 범죄가 아니다' 라는 법안입니다.

피해자의 뼈가 부러지거나 뇌진탕에 걸려 입원을 해야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벌금을 물거나 1~2주 동안 수감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징역형이 내려졌는데 법 개정이 되면서 통상적인 폭행이나 구타 행위와 동일하게 처리되는 건데요,

게다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규정도 없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왜 이런 법안을 통과시킨걸까요?

지난 2016년 푸틴 대통령은 "가정에 대한 격식없는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요,

'가정은 신성하다'는 러시아 정교회 전통을 수호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특히 러시아 정교회는 가정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서방 문화에서 온 것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가정폭력 신고는 줄고 오히려 폭행은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고,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커져가고 있어서 여성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러시아의 이같은 가정폭력 관련 법안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질 법한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러시아 당국이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구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2017년 법개정은 거대한 후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 이주여성이 무참하게 폭행당한 사건으로 가정폭력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처벌을 강화하는 것 외에 폭력을 멈출 방법은 없는 지 전 세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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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죽고 싶지 않아요”
    • 입력 2019-08-01 20:36:55
    • 수정2019-08-01 21:08:47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기현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 볼까요?

[기자]

네, 사진 한 장을 먼저 보실까요?

이마에 피를 흘리는 여성의 모습인데요,

팔에는 러시아 말로 "죽고 싶지 않아요" 라고 적혀있습니다.

러시아 인권운동가 알레나 포포바가 자신의 SNS에 올린 건데요,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표현하기 위해 피와 멍을 메이크업으로 그려낸 겁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죽고 싶지 않아요" 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사진은 러시아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진행 중인 온라인 캠페인의 일환인데요,

지난 6월 8살짜리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살해당한 한 여성의 사연을 전하기 위해섭니다.

이들은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청원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알리오나 포포바/러시아 여성 인권운동가 :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정 폭력을 금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매우 강력하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올린 사진들이 SNS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청원 운동에 서명한 사람은 우리시간 오늘 오후 기준으로 벌써 69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누리꾼들은 "죽고 싶지 않아요"라는 해시태그를 다는가 하면, 가정폭력의 흔적을 메이크업으로 표현한 사진들을 SNS에 올리며 강력한 가정폭력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가정폭력으로 숨지는 여성들, 우리나라에서도 흔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는 안타까운 일인데요,

러시아의 가정폭력, 얼마나 심각한가요?

[기자]

네, 러시아에서는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가 정확하진 않은데요.

러시아 내무부에 따르면 매년 60만 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해마다 만4천 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하루에 약 40명인 꼴인 셈입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러시아를 뒤흔든 사건이 하나 있었는대요,

3명의 10대 자매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인데 자매들은 수 년간 아버지에게 심한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최대 20년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아버지 학대에 정당방위 한 것이라며 이들을 풀어달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리아 폴리우도바/러시아 인권 운동가 : "자매들 사건은 러시아의 모든 여성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희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현지에선 당국이 가정폭력을 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하던데요,

러시아 가정폭력 관련법이 강력하지 않은가봐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서명한 법안 때문인데요,

한마디로 '가정폭력으로 심각한 상처가 안났다면 범죄가 아니다' 라는 법안입니다.

피해자의 뼈가 부러지거나 뇌진탕에 걸려 입원을 해야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벌금을 물거나 1~2주 동안 수감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징역형이 내려졌는데 법 개정이 되면서 통상적인 폭행이나 구타 행위와 동일하게 처리되는 건데요,

게다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규정도 없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왜 이런 법안을 통과시킨걸까요?

지난 2016년 푸틴 대통령은 "가정에 대한 격식없는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요,

'가정은 신성하다'는 러시아 정교회 전통을 수호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특히 러시아 정교회는 가정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서방 문화에서 온 것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가정폭력 신고는 줄고 오히려 폭행은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고,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커져가고 있어서 여성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러시아의 이같은 가정폭력 관련 법안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질 법한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러시아 당국이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구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2017년 법개정은 거대한 후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 이주여성이 무참하게 폭행당한 사건으로 가정폭력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처벌을 강화하는 것 외에 폭력을 멈출 방법은 없는 지 전 세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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