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만리마’ 재부상…경제 성과 속도전

입력 2019.08.17 (08:06) 수정 2019.08.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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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TV에 최근 다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하루에 만 리를 달린다는 ‘만리마’인데요.

만리마라는 표현이 북한 매체에 등장한 건 2015년 4월쯤인데요.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외교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한동안 주춤하기도 했지만, 북한은 최근 만리마운동을 거론하며또다시 속도전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만리마로 상징되는 북한의 속도전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시 선교구역에 있는 김정숙 평양방직공장.

지난 6월, 공장 마당으로 수많은 근로자가 모여들었다.

이른바 만리마 시대의 혁신자들, 근로 노력영웅들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조선중앙TV/6월 11일 : "101명의 노력 혁신자들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를 돌파했다는 자랑찬 소식을 듣고 텔레비전 축하방송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지역 소학교 학생들이 노래를 선보이고,

[대성구역 려명소학교 학생 : "우리가 입고 있는 교복과 소나무 책가방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아버지, 어머니, 오빠, 언니들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유명 마술사의 공연까지 더해지자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마침내 이날의 주인공들이 무대로 오르는 순간.

["엄선경 동무. 선경 동무 어디 있습니까? (네.) 네, 무대로 나와 주십시오."]

가장 먼저 호명된 여성 방직공은 1년 치의 작업량을 단 두 달 만에 완성한 것으로 소개됐다.

[엄선경/김정숙 평양방직공장 방직공 : "내 동생들이 메고 다니는 가방 천을 짠다고 하니 힘든 줄 몰랐습니다."]

선정된 혁신자들 모두가 할당된 작업량을 단기간에 마감하고,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근로자들.

성별과 나이는 달랐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구호는 ‘만리마’였다.

[문강순/김정숙 평양방직공장 노력영웅 : "오늘 우리 공장에 저 만리마 기수들을 보니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한영길/김정숙 평양방직공장 지배인 : "동무는 만리마를 탔는가 이 말씀은 우리 공장이 만리마를 타고 시대의 맨 앞장에서 힘차게 내달리라는 크나큰 믿음이고 사랑인 것입니다."]

[북한 가요 ‘만리마 기수’ : "만리마 조선의 기상이여. 만리마 주체의 나래여."]

노래 ‘만리마 기수’를 합창하며 북한 주민 전체에게 만리마 정신을 독려하고 있는 북한 매체.과연 북한당국에게 만리마는 어떤 의미인 것일까?

[노동당 제7차 군중대회 및 군중시위/2016년 5월 : "동무는 만리마를 탔는가."]

지난 2016년, 제 7차 당 대회를 자축하며 열린 북한의 군중 시위.

이날 각종 선전문구들 사이에서 유독 강조된 구호가 바로 만리마다.

청년동맹의 야간 횃불 행진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만리마.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서 만리마 시대가 열렸다고 선포하면서 만리마는 북한의 새로운 속도전 구호로 자리매김했다.

[김정은/국무위원장/2016년 5월 : "사회주의 건설에서 새로운 조선 속도를 창조하며 10년을 1년으로 주름잡아 내달리는 만리마 시대를 열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북한당국은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전의 고삐를 더욱 당기기 시작했다.

여기엔 당을 충분히 장악한 김정은 위원장이 속도전을 통해 경제성과를 내려 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정치를 안정화했다면 이제 경제 행정 분야의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된다는 조직적인 과제가 하나 있었죠."]

그런데 경제 행정 분야의 효율성을 강화시키는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유력한 방식은 내부의 자원 즉 속도전을 통해서 각 조직들이 즉 국가기구들이 경제 행정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는 그런 데 집중하도록 하는 측면이 컸습니다.

북한당국이 내세우고 있는 만리마는 과거 천리마 운동과 비슷한 점이 많다.

장비와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력을 총동원, 최단 기간 최고의 성과를 내려는 북한 특유의 속도전이라는 것이다.

[북한 기록영화 ‘한평생 인민들 속에서’ : "강선 제강소가 들끓으면 전국이 다 들끓게 됩니다. 천리마를 탄 기세로 달리자!"]

1962년평안남도 강선제강소를 기점으로 시작된 천리마 운동 역시 북한 전역으로 독려, 확산됐다.

[김순영/2017년 탈북 :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 시작돼서 평양 방직에서는 길학실(근로자가) 방직기계로 최고 무슨 열두 대를 했다 하면 다음은 농촌에서는 5호 담당제라는 게 있어서 선동원 하나가 5개 호동을 담당해서 선동해서 당이 하라는 대로 하게끔... 그때는 정말 온 조선이 다 부글부글 끓다시피 했어요."]

2016년, 만리마 시대 선포 이후 고강도의 속도전은 북한 전역, 모든 분야를 다시 한 번 휩쓸었다.

시뻘건 쇳물이 쏟아지는 제철소에서도, 시멘트 생산 공장에서도 만리마 속도 구호가 넘쳐났다.

그중에서도 북한당국이 만리마 시대의 대표 상징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려명거리다.

[조선중앙TV/7월 12일 : "만리마 속도창조의 자랑찬 증견자 만리마속도 창조의 고향 려명거리!"]

당시 북한은 착공 1년도 채 되지 않는 2016년 말을 완공 목표로 세우며 연일 려명거리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조선중앙TV/2016년 4월 : "만리마의 속도로 려명거리 건설을 제 기일에 무조건 끝내자! (끝내자! 끝내자! 끝내자!!)"]

수많은 인력이 동원돼 그야말로 불철주야 공사가 진행됐고.‘기적의 창조’라 부르며 유례없는 속도전을 선전하기도 했다.

[정흥순/평양시민/2017년 : "어제 저녁에 봤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또 다른데 온 것 같단 말입니다. 아주 뭐 꿈나라에 온 것 같습니다. 아니, 꿈에서도 생각 못하지요 뭐."]

[방영선/재중동포/2017년 : "솔직히 외국에서나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마치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의 천리마 운동을 연상케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만리마 속도전.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속도전의 결과물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평가한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직후부터 강조한 현대화 과학화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과학이나 교육 분야의 기술 투자와 건설 투자가 집중됐기 때문에 그 분야의 성과가 하나 있을 거 같고요.이윤의 일부분을 국가에서 주는 일부분 빼고는 나머지는 자체 재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자본주의적인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측면이 재생산에 들어간 그래서 기업발전에 기업이나 생산단위 발전에 영향을 미친 효과가 있는 걸로 보여집니다."]

실제 북한매체가 만리마 시대의 성과를 이야기 할 때 빼놓지 않는 것이 바로 과학, 정보의 발달이다.

[북한 특집 프로그램 ‘만리마 시대 정보화열풍’ : "정보화를 도약대로 하여 전진하는 오늘의 만리마 시대!"]

제조업은 물론 농업, 양식업에까지 접목된 현대화 설비는 이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까지 반영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김창희/평양광흥상점부원 : "전자결제 카드도 이용하고 전자상점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손님들에게 봉사하는데 인민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처럼 세차게 몰아붙이던 북한의 만리마 속도전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외교와 함께 그 언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엔 모든 중앙의 힘이 외교에 집중된 것은 물론, 정상회담을 통한 외부의 지원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는 평가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비핵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그러므로 인해서 대북제재가 완화되고 그걸 통한 외자 유치라든가 그다음에 북한 경제 다른 경제 부분에 대한 투자라든가 이런 것들이 이루어짐으로써 만리마 속도를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그리고 속도전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외국 투자에 의한 경제 회생이 이뤄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는 예측은 하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그 부분이 다 틀어지게 되는 거죠."]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열린 북한의 4차 전원회의.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처음으로 북미협상의 장기화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 시정연설 :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입니다.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합니다."]

이후 북한 매체는 앞다투어 만리마 속도전을 다루고 있고,

["모두가 만리마 시대의 영웅이 되고, 주인공이 되자!"]

근로자 개개인을 영웅화하면서 새로운 만리마의 전형을 제시,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3대를 세습하며 지속되어온 속도전에 주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는 주장이다.

[김순영/2017년 탈북 : "그저 눈만 뜨면 돈이에요. 또 어느 돌격대에서 무슨 어깨 받침도 내라, 크로스 장갑을 내라, 고추장을 내라 뭐 내라는 게 거기서 그래요. 이야, 이거 정말 눈만 뜨면 주는 거는 없고 내라는 거 밖이다 이래요. 상황이. 그러니까 사람들 지금은 만리마 운동이면 운동이고 이걸 좋게 그러지 않아요."]

속도전에 필요한 물적 자원들까지 주민들에게 강요하면서 주민들의 경제사정도 점차 힘들어 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주민들의 삶이 나빠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지금까지 삶은 또 내가 스스로 개척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북한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그런 사태가 오지 않게 빨리 잡아내야 되는 단기간에 극복하고 잡아내야 되는 그런 과제가 있는 거죠."]

지난달,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특집 프로그램의 한 대목이다.

[조선중앙TV 특집 프로그램‘만리마에 대한 생각’ : "천리마시대를 상징하던 저 천리마가 오늘 너희 세대 와선 만리마가 돼서 하늘로 훨훨 날아가누나. 할아버지 이제 내가 이만큼 커서 어른이 되면 저 천리마는 더 힘 있게 날아서 우리나라는 세상에서 제일 센 나라가 되겠죠?"]

북미 협상이 좀처럼 진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천리마, 만리마를 강조하며 내부 결속과 경제적 성과를 추구하는 북한.

그러나 수없이 반복된 선전선동이 바라는 대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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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만리마’ 재부상…경제 성과 속도전
    • 입력 2019-08-17 08:31:52
    • 수정2019-08-17 08: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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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TV에 최근 다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하루에 만 리를 달린다는 ‘만리마’인데요.

만리마라는 표현이 북한 매체에 등장한 건 2015년 4월쯤인데요.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외교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한동안 주춤하기도 했지만, 북한은 최근 만리마운동을 거론하며또다시 속도전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만리마로 상징되는 북한의 속도전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시 선교구역에 있는 김정숙 평양방직공장.

지난 6월, 공장 마당으로 수많은 근로자가 모여들었다.

이른바 만리마 시대의 혁신자들, 근로 노력영웅들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조선중앙TV/6월 11일 : "101명의 노력 혁신자들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를 돌파했다는 자랑찬 소식을 듣고 텔레비전 축하방송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지역 소학교 학생들이 노래를 선보이고,

[대성구역 려명소학교 학생 : "우리가 입고 있는 교복과 소나무 책가방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아버지, 어머니, 오빠, 언니들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유명 마술사의 공연까지 더해지자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마침내 이날의 주인공들이 무대로 오르는 순간.

["엄선경 동무. 선경 동무 어디 있습니까? (네.) 네, 무대로 나와 주십시오."]

가장 먼저 호명된 여성 방직공은 1년 치의 작업량을 단 두 달 만에 완성한 것으로 소개됐다.

[엄선경/김정숙 평양방직공장 방직공 : "내 동생들이 메고 다니는 가방 천을 짠다고 하니 힘든 줄 몰랐습니다."]

선정된 혁신자들 모두가 할당된 작업량을 단기간에 마감하고,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근로자들.

성별과 나이는 달랐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구호는 ‘만리마’였다.

[문강순/김정숙 평양방직공장 노력영웅 : "오늘 우리 공장에 저 만리마 기수들을 보니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한영길/김정숙 평양방직공장 지배인 : "동무는 만리마를 탔는가 이 말씀은 우리 공장이 만리마를 타고 시대의 맨 앞장에서 힘차게 내달리라는 크나큰 믿음이고 사랑인 것입니다."]

[북한 가요 ‘만리마 기수’ : "만리마 조선의 기상이여. 만리마 주체의 나래여."]

노래 ‘만리마 기수’를 합창하며 북한 주민 전체에게 만리마 정신을 독려하고 있는 북한 매체.과연 북한당국에게 만리마는 어떤 의미인 것일까?

[노동당 제7차 군중대회 및 군중시위/2016년 5월 : "동무는 만리마를 탔는가."]

지난 2016년, 제 7차 당 대회를 자축하며 열린 북한의 군중 시위.

이날 각종 선전문구들 사이에서 유독 강조된 구호가 바로 만리마다.

청년동맹의 야간 횃불 행진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만리마.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서 만리마 시대가 열렸다고 선포하면서 만리마는 북한의 새로운 속도전 구호로 자리매김했다.

[김정은/국무위원장/2016년 5월 : "사회주의 건설에서 새로운 조선 속도를 창조하며 10년을 1년으로 주름잡아 내달리는 만리마 시대를 열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북한당국은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전의 고삐를 더욱 당기기 시작했다.

여기엔 당을 충분히 장악한 김정은 위원장이 속도전을 통해 경제성과를 내려 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정치를 안정화했다면 이제 경제 행정 분야의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된다는 조직적인 과제가 하나 있었죠."]

그런데 경제 행정 분야의 효율성을 강화시키는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유력한 방식은 내부의 자원 즉 속도전을 통해서 각 조직들이 즉 국가기구들이 경제 행정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는 그런 데 집중하도록 하는 측면이 컸습니다.

북한당국이 내세우고 있는 만리마는 과거 천리마 운동과 비슷한 점이 많다.

장비와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력을 총동원, 최단 기간 최고의 성과를 내려는 북한 특유의 속도전이라는 것이다.

[북한 기록영화 ‘한평생 인민들 속에서’ : "강선 제강소가 들끓으면 전국이 다 들끓게 됩니다. 천리마를 탄 기세로 달리자!"]

1962년평안남도 강선제강소를 기점으로 시작된 천리마 운동 역시 북한 전역으로 독려, 확산됐다.

[김순영/2017년 탈북 :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 시작돼서 평양 방직에서는 길학실(근로자가) 방직기계로 최고 무슨 열두 대를 했다 하면 다음은 농촌에서는 5호 담당제라는 게 있어서 선동원 하나가 5개 호동을 담당해서 선동해서 당이 하라는 대로 하게끔... 그때는 정말 온 조선이 다 부글부글 끓다시피 했어요."]

2016년, 만리마 시대 선포 이후 고강도의 속도전은 북한 전역, 모든 분야를 다시 한 번 휩쓸었다.

시뻘건 쇳물이 쏟아지는 제철소에서도, 시멘트 생산 공장에서도 만리마 속도 구호가 넘쳐났다.

그중에서도 북한당국이 만리마 시대의 대표 상징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려명거리다.

[조선중앙TV/7월 12일 : "만리마 속도창조의 자랑찬 증견자 만리마속도 창조의 고향 려명거리!"]

당시 북한은 착공 1년도 채 되지 않는 2016년 말을 완공 목표로 세우며 연일 려명거리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조선중앙TV/2016년 4월 : "만리마의 속도로 려명거리 건설을 제 기일에 무조건 끝내자! (끝내자! 끝내자! 끝내자!!)"]

수많은 인력이 동원돼 그야말로 불철주야 공사가 진행됐고.‘기적의 창조’라 부르며 유례없는 속도전을 선전하기도 했다.

[정흥순/평양시민/2017년 : "어제 저녁에 봤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또 다른데 온 것 같단 말입니다. 아주 뭐 꿈나라에 온 것 같습니다. 아니, 꿈에서도 생각 못하지요 뭐."]

[방영선/재중동포/2017년 : "솔직히 외국에서나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마치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의 천리마 운동을 연상케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만리마 속도전.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속도전의 결과물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평가한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직후부터 강조한 현대화 과학화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과학이나 교육 분야의 기술 투자와 건설 투자가 집중됐기 때문에 그 분야의 성과가 하나 있을 거 같고요.이윤의 일부분을 국가에서 주는 일부분 빼고는 나머지는 자체 재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자본주의적인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측면이 재생산에 들어간 그래서 기업발전에 기업이나 생산단위 발전에 영향을 미친 효과가 있는 걸로 보여집니다."]

실제 북한매체가 만리마 시대의 성과를 이야기 할 때 빼놓지 않는 것이 바로 과학, 정보의 발달이다.

[북한 특집 프로그램 ‘만리마 시대 정보화열풍’ : "정보화를 도약대로 하여 전진하는 오늘의 만리마 시대!"]

제조업은 물론 농업, 양식업에까지 접목된 현대화 설비는 이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까지 반영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김창희/평양광흥상점부원 : "전자결제 카드도 이용하고 전자상점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손님들에게 봉사하는데 인민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처럼 세차게 몰아붙이던 북한의 만리마 속도전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외교와 함께 그 언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엔 모든 중앙의 힘이 외교에 집중된 것은 물론, 정상회담을 통한 외부의 지원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는 평가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비핵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그러므로 인해서 대북제재가 완화되고 그걸 통한 외자 유치라든가 그다음에 북한 경제 다른 경제 부분에 대한 투자라든가 이런 것들이 이루어짐으로써 만리마 속도를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그리고 속도전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외국 투자에 의한 경제 회생이 이뤄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는 예측은 하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그 부분이 다 틀어지게 되는 거죠."]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열린 북한의 4차 전원회의.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처음으로 북미협상의 장기화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 시정연설 :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입니다.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합니다."]

이후 북한 매체는 앞다투어 만리마 속도전을 다루고 있고,

["모두가 만리마 시대의 영웅이 되고, 주인공이 되자!"]

근로자 개개인을 영웅화하면서 새로운 만리마의 전형을 제시,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3대를 세습하며 지속되어온 속도전에 주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는 주장이다.

[김순영/2017년 탈북 : "그저 눈만 뜨면 돈이에요. 또 어느 돌격대에서 무슨 어깨 받침도 내라, 크로스 장갑을 내라, 고추장을 내라 뭐 내라는 게 거기서 그래요. 이야, 이거 정말 눈만 뜨면 주는 거는 없고 내라는 거 밖이다 이래요. 상황이. 그러니까 사람들 지금은 만리마 운동이면 운동이고 이걸 좋게 그러지 않아요."]

속도전에 필요한 물적 자원들까지 주민들에게 강요하면서 주민들의 경제사정도 점차 힘들어 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주민들의 삶이 나빠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지금까지 삶은 또 내가 스스로 개척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북한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그런 사태가 오지 않게 빨리 잡아내야 되는 단기간에 극복하고 잡아내야 되는 그런 과제가 있는 거죠."]

지난달,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특집 프로그램의 한 대목이다.

[조선중앙TV 특집 프로그램‘만리마에 대한 생각’ : "천리마시대를 상징하던 저 천리마가 오늘 너희 세대 와선 만리마가 돼서 하늘로 훨훨 날아가누나. 할아버지 이제 내가 이만큼 커서 어른이 되면 저 천리마는 더 힘 있게 날아서 우리나라는 세상에서 제일 센 나라가 되겠죠?"]

북미 협상이 좀처럼 진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천리마, 만리마를 강조하며 내부 결속과 경제적 성과를 추구하는 북한.

그러나 수없이 반복된 선전선동이 바라는 대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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