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고비마다 막말…비난 의도는?
입력 2019.08.31 (08:07)
수정 2019.08.3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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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을 향한 북한의 말이 매우 거칩니다.
겁먹은 개,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데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북한이 어려운 상황과 입장에 처해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고비 때마다 거칠고 파격적인 어휘를 총동원하는 북한의 메시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15일 평양. 각국 대사관 대표들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북한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을 주재한 것은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부상.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 된 지 보름 만에 나온 북한의 공식 입장인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 1부상/3월15일 : "명백히 하건데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날 최 부상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 표명이 곧 있을 거란 말을 덧붙였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 1부상/3월15일 : "우리 최고 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국무 위원장.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신의 평화적 기조를 분명히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평화롭고 공동 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 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둡니다."]
그러나 정작 대화 상대방인 남한에 대해서는 ‘재자' 아닌 ‘당사자'가 되라며 불만을 드러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미국을 향한 불쾌감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미국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습니다.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북미 대화의 시한을 올 연말로 못 박은 김정은 위원장.
이후 남한과 미국을 향한 북한의 메시지는 점차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이다.
권국장은 북미 회담의 실무자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향해 날 선 메시지를 보냈다.
김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한 폼페이오 장관의 입장 발표를‘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응수하며‘저질적인 인간’과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틀 뒤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의 진정성을 요구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멍청하고 사리분별이 없다며 비난에 나선 것이다.
이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 역시 볼턴을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자 인간 오작품’이라며 각을 세웠다.
최근엔 리용호 북한 외무상까지 나서 대미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8월 21일,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제재에 관한 인터뷰를 문제 삼으며 이 발언을 망발이라 규정하고 폼페이오 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 북미 협상의 훼방꾼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김위원장의 시정연설이후 쏟아지는 외무성의 대미 비난 메시지.
이는 북미 2차 회담의 결렬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하노이 노딜 이후에 통일조선사업부가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조직지도부 검열을 받고 통전부장직에서 김영철이가 해임되고 이러면서 이제 통전부가 북한 말로 치면 난리를 겪었는데, 그걸 보면서 외무성이 좀 더 강하게 나가는 것이 외무성 살길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나 이전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진 외무성의 발언들을 놓고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이렇게 정말 입에 담지도 어려운 말들을 쓰는 거는 아마 김정은의 개별적인 성향하고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왜냐면 담화나 성명이나 이런 것을 작성을 할 때 최종 결정권자는 김정은이거든요. 그런데 김정은이가 뭐 동그라미를 한다, 싼다든가 뭐 이런 이야기 같은 거는 사실 외무성 사람들도 쓰기가 힘든 표현들이거든요. 외무성이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걸 보면 첨삭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우리 정부를 향한 비난의 화살도 만만치는 않다.
8월 실시됐던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대가를 치를 것이란 경고를 하는가 하면,
[외무성 대변인 담화/8월6일 :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심히 대하면서 요행수를 바란다면 우리는 그들이 고단할 정도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발표 하루 만에 내놓은 담화문에는 막말 수준의 비난이 가득했다.
망발,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원색적 표현이 담겼고.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뻔뻔한 사람, 웃기는 사람이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북한의 도를 넘은 비난에 대응을 자제해왔던 정부도 강한 유감을 밝혔다.
[김은한/통일부 부대변인/8월 16일 :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대남 대미 비난이 현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은 물론,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 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평가한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최근에 대남 비난 사용하는 용어들은 최고 수위로 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어휘들을 사용함으로서 북한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입장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본인들의 신형무기를 실험하는 명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러한 대남 비난을 상당히 높이 올린 게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분단 후 오랫동안 북한은 대남, 대미 비난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고, 국면전환을 노리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대표적인 사건이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남북 실무접촉 때 발생한 ‘서울 불바다’ 발언이다.
[박영수/당시 특사교환 실무접촉 북측 대표 :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송 선생도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거예요.(아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선언 후 미국과 극도의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오던 북한은 불바다 발언 이후 각종 성명과 담화를 통해 대남·대미 비난을 높여갔고, 이를 통해 NPT 탈퇴 정당성까지 주장한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도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특사교환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병태/당시 국방장관 : "북한이 서북 5개 도서, 또는 기타 특정 지역에 도발을 가해올 경우, 우리는 한.미 연합, 또는 한국군 단독으로 강력한 응징보복을 실시하고.."]
[김영삼/전 대통령 : "평화는, 힘이 있을 때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우리 국민을 지켜낼 것입니다."]
1994년 북미가 제네바 합의를 이루면서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북한의 이러한 대남 대미 비난 전략은 이후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 같은 경우는 강경, 압박 그리고 뭐 유화, 대화 그다음 관망하는 그런 패턴들을 그동안에 유지해왔고요. 보통 북한이 합의 이후에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서 합의를 번복하거나 또는 합의를 깨기 위한 명분 차원에서 성명과 담화들을 주로 발표합니다."]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서 입장을 천명하고 그다음에 행동에 옮기는 일종의 국면전환용 그런 성명과 담화들도 있습니다.
대남 대미 비난의 메시지의 발표 기관에 따라 그 경중이 달라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에선 대개 메시지 의미를 가장 잘 전달 할 수 있는 소속단체의 이름을 내걸지만, 중요 현안에 대해선 당, 정, 군 최고 기관에서 입장을 발표한다.
[2012년 4월/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 :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 이명박 역적패당을 죽탕 쳐버리기 위한 전군. 전민의 거적적인 성전을...."]
남북관계가 극에 달했던 시기엔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부 대변인의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고,
[2013년 11월/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 : "박근혜의 처사는 휘파람을 불면 주인의 사타구니를 맴돌며 꼬리를 젓고, 먹이를 내보이면 아양 떠는 삽살개의 모양 그대로였다."]
북한의 정부기구인 국방위원회 정책국의 명의로 담화가 전달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명의로 성명이 발표된다.
[2017년 9월/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 :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N 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를 경고한 데 대한 대응 성명으로 당시의 북미 관계가 얼마나 최악으로 치달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4월 시정연설 이후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의 대남, 대미 비난 메시지.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메시지로 인해 남북, 북미 관계가 과거처럼 쉽게 경색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미국 측 입장 먼저 따져보면, 아직은 외교의 창이 열려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밑에 사람들을 향해서는 밑에 사람들 국무부나 국방부 대변인들 이런 것들 통해서는 좀 더 유감을 표시한다 뭐 규탄한다 이러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는 그게 안 나오거든요."]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김정은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과거에는 북한이 태도 전환을 통해서 상대방 국가를 설득하거나 또는 상대방 국가를 압박하거나 이런 패턴이었다면 지금은 북한이 함께 혼자 하는 그런 게임이라기보다는 미국과 같이하는 상대방을 어떻게 보면 보조를 맞춘다고 할까요. 북미 관계에서 과거 같은 경우 벌써 전환이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상당히 지금 어떻게 보면 약간 유화적인 관계가 상당히 길게 가고 있습니다."]
비핵화 문제를 두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긴장감이 감도는 남과 북.
모두가 희망하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 더 이상 날 선 비난이 아닌 화합과 타협이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을 향한 북한의 말이 매우 거칩니다.
겁먹은 개,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데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북한이 어려운 상황과 입장에 처해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고비 때마다 거칠고 파격적인 어휘를 총동원하는 북한의 메시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15일 평양. 각국 대사관 대표들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북한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을 주재한 것은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부상.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 된 지 보름 만에 나온 북한의 공식 입장인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 1부상/3월15일 : "명백히 하건데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날 최 부상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 표명이 곧 있을 거란 말을 덧붙였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 1부상/3월15일 : "우리 최고 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국무 위원장.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신의 평화적 기조를 분명히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평화롭고 공동 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 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둡니다."]
그러나 정작 대화 상대방인 남한에 대해서는 ‘재자' 아닌 ‘당사자'가 되라며 불만을 드러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미국을 향한 불쾌감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미국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습니다.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북미 대화의 시한을 올 연말로 못 박은 김정은 위원장.
이후 남한과 미국을 향한 북한의 메시지는 점차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이다.
권국장은 북미 회담의 실무자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향해 날 선 메시지를 보냈다.
김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한 폼페이오 장관의 입장 발표를‘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응수하며‘저질적인 인간’과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틀 뒤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의 진정성을 요구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멍청하고 사리분별이 없다며 비난에 나선 것이다.
이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 역시 볼턴을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자 인간 오작품’이라며 각을 세웠다.
최근엔 리용호 북한 외무상까지 나서 대미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8월 21일,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제재에 관한 인터뷰를 문제 삼으며 이 발언을 망발이라 규정하고 폼페이오 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 북미 협상의 훼방꾼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김위원장의 시정연설이후 쏟아지는 외무성의 대미 비난 메시지.
이는 북미 2차 회담의 결렬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하노이 노딜 이후에 통일조선사업부가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조직지도부 검열을 받고 통전부장직에서 김영철이가 해임되고 이러면서 이제 통전부가 북한 말로 치면 난리를 겪었는데, 그걸 보면서 외무성이 좀 더 강하게 나가는 것이 외무성 살길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나 이전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진 외무성의 발언들을 놓고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이렇게 정말 입에 담지도 어려운 말들을 쓰는 거는 아마 김정은의 개별적인 성향하고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왜냐면 담화나 성명이나 이런 것을 작성을 할 때 최종 결정권자는 김정은이거든요. 그런데 김정은이가 뭐 동그라미를 한다, 싼다든가 뭐 이런 이야기 같은 거는 사실 외무성 사람들도 쓰기가 힘든 표현들이거든요. 외무성이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걸 보면 첨삭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우리 정부를 향한 비난의 화살도 만만치는 않다.
8월 실시됐던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대가를 치를 것이란 경고를 하는가 하면,
[외무성 대변인 담화/8월6일 :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심히 대하면서 요행수를 바란다면 우리는 그들이 고단할 정도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발표 하루 만에 내놓은 담화문에는 막말 수준의 비난이 가득했다.
망발,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원색적 표현이 담겼고.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뻔뻔한 사람, 웃기는 사람이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북한의 도를 넘은 비난에 대응을 자제해왔던 정부도 강한 유감을 밝혔다.
[김은한/통일부 부대변인/8월 16일 :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대남 대미 비난이 현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은 물론,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 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평가한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최근에 대남 비난 사용하는 용어들은 최고 수위로 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어휘들을 사용함으로서 북한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입장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본인들의 신형무기를 실험하는 명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러한 대남 비난을 상당히 높이 올린 게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분단 후 오랫동안 북한은 대남, 대미 비난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고, 국면전환을 노리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대표적인 사건이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남북 실무접촉 때 발생한 ‘서울 불바다’ 발언이다.
[박영수/당시 특사교환 실무접촉 북측 대표 :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송 선생도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거예요.(아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선언 후 미국과 극도의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오던 북한은 불바다 발언 이후 각종 성명과 담화를 통해 대남·대미 비난을 높여갔고, 이를 통해 NPT 탈퇴 정당성까지 주장한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도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특사교환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병태/당시 국방장관 : "북한이 서북 5개 도서, 또는 기타 특정 지역에 도발을 가해올 경우, 우리는 한.미 연합, 또는 한국군 단독으로 강력한 응징보복을 실시하고.."]
[김영삼/전 대통령 : "평화는, 힘이 있을 때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우리 국민을 지켜낼 것입니다."]
1994년 북미가 제네바 합의를 이루면서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북한의 이러한 대남 대미 비난 전략은 이후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 같은 경우는 강경, 압박 그리고 뭐 유화, 대화 그다음 관망하는 그런 패턴들을 그동안에 유지해왔고요. 보통 북한이 합의 이후에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서 합의를 번복하거나 또는 합의를 깨기 위한 명분 차원에서 성명과 담화들을 주로 발표합니다."]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서 입장을 천명하고 그다음에 행동에 옮기는 일종의 국면전환용 그런 성명과 담화들도 있습니다.
대남 대미 비난의 메시지의 발표 기관에 따라 그 경중이 달라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에선 대개 메시지 의미를 가장 잘 전달 할 수 있는 소속단체의 이름을 내걸지만, 중요 현안에 대해선 당, 정, 군 최고 기관에서 입장을 발표한다.
[2012년 4월/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 :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 이명박 역적패당을 죽탕 쳐버리기 위한 전군. 전민의 거적적인 성전을...."]
남북관계가 극에 달했던 시기엔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부 대변인의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고,
[2013년 11월/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 : "박근혜의 처사는 휘파람을 불면 주인의 사타구니를 맴돌며 꼬리를 젓고, 먹이를 내보이면 아양 떠는 삽살개의 모양 그대로였다."]
북한의 정부기구인 국방위원회 정책국의 명의로 담화가 전달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명의로 성명이 발표된다.
[2017년 9월/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 :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N 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를 경고한 데 대한 대응 성명으로 당시의 북미 관계가 얼마나 최악으로 치달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4월 시정연설 이후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의 대남, 대미 비난 메시지.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메시지로 인해 남북, 북미 관계가 과거처럼 쉽게 경색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미국 측 입장 먼저 따져보면, 아직은 외교의 창이 열려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밑에 사람들을 향해서는 밑에 사람들 국무부나 국방부 대변인들 이런 것들 통해서는 좀 더 유감을 표시한다 뭐 규탄한다 이러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는 그게 안 나오거든요."]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김정은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과거에는 북한이 태도 전환을 통해서 상대방 국가를 설득하거나 또는 상대방 국가를 압박하거나 이런 패턴이었다면 지금은 북한이 함께 혼자 하는 그런 게임이라기보다는 미국과 같이하는 상대방을 어떻게 보면 보조를 맞춘다고 할까요. 북미 관계에서 과거 같은 경우 벌써 전환이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상당히 지금 어떻게 보면 약간 유화적인 관계가 상당히 길게 가고 있습니다."]
비핵화 문제를 두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긴장감이 감도는 남과 북.
모두가 희망하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 더 이상 날 선 비난이 아닌 화합과 타협이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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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고비마다 막말…비난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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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8-31 08:40:53
- 수정2019-08-31 08:55:41

[앵커]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을 향한 북한의 말이 매우 거칩니다.
겁먹은 개,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데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북한이 어려운 상황과 입장에 처해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고비 때마다 거칠고 파격적인 어휘를 총동원하는 북한의 메시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15일 평양. 각국 대사관 대표들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북한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을 주재한 것은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부상.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 된 지 보름 만에 나온 북한의 공식 입장인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 1부상/3월15일 : "명백히 하건데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날 최 부상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 표명이 곧 있을 거란 말을 덧붙였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 1부상/3월15일 : "우리 최고 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국무 위원장.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신의 평화적 기조를 분명히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평화롭고 공동 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 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둡니다."]
그러나 정작 대화 상대방인 남한에 대해서는 ‘재자' 아닌 ‘당사자'가 되라며 불만을 드러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미국을 향한 불쾌감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미국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습니다.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북미 대화의 시한을 올 연말로 못 박은 김정은 위원장.
이후 남한과 미국을 향한 북한의 메시지는 점차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이다.
권국장은 북미 회담의 실무자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향해 날 선 메시지를 보냈다.
김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한 폼페이오 장관의 입장 발표를‘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응수하며‘저질적인 인간’과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틀 뒤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의 진정성을 요구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멍청하고 사리분별이 없다며 비난에 나선 것이다.
이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 역시 볼턴을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자 인간 오작품’이라며 각을 세웠다.
최근엔 리용호 북한 외무상까지 나서 대미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8월 21일,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제재에 관한 인터뷰를 문제 삼으며 이 발언을 망발이라 규정하고 폼페이오 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 북미 협상의 훼방꾼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김위원장의 시정연설이후 쏟아지는 외무성의 대미 비난 메시지.
이는 북미 2차 회담의 결렬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하노이 노딜 이후에 통일조선사업부가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조직지도부 검열을 받고 통전부장직에서 김영철이가 해임되고 이러면서 이제 통전부가 북한 말로 치면 난리를 겪었는데, 그걸 보면서 외무성이 좀 더 강하게 나가는 것이 외무성 살길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나 이전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진 외무성의 발언들을 놓고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이렇게 정말 입에 담지도 어려운 말들을 쓰는 거는 아마 김정은의 개별적인 성향하고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왜냐면 담화나 성명이나 이런 것을 작성을 할 때 최종 결정권자는 김정은이거든요. 그런데 김정은이가 뭐 동그라미를 한다, 싼다든가 뭐 이런 이야기 같은 거는 사실 외무성 사람들도 쓰기가 힘든 표현들이거든요. 외무성이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걸 보면 첨삭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우리 정부를 향한 비난의 화살도 만만치는 않다.
8월 실시됐던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대가를 치를 것이란 경고를 하는가 하면,
[외무성 대변인 담화/8월6일 :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심히 대하면서 요행수를 바란다면 우리는 그들이 고단할 정도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발표 하루 만에 내놓은 담화문에는 막말 수준의 비난이 가득했다.
망발,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원색적 표현이 담겼고.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뻔뻔한 사람, 웃기는 사람이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북한의 도를 넘은 비난에 대응을 자제해왔던 정부도 강한 유감을 밝혔다.
[김은한/통일부 부대변인/8월 16일 :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대남 대미 비난이 현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은 물론,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 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평가한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최근에 대남 비난 사용하는 용어들은 최고 수위로 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어휘들을 사용함으로서 북한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입장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본인들의 신형무기를 실험하는 명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러한 대남 비난을 상당히 높이 올린 게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분단 후 오랫동안 북한은 대남, 대미 비난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고, 국면전환을 노리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대표적인 사건이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남북 실무접촉 때 발생한 ‘서울 불바다’ 발언이다.
[박영수/당시 특사교환 실무접촉 북측 대표 :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송 선생도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거예요.(아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선언 후 미국과 극도의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오던 북한은 불바다 발언 이후 각종 성명과 담화를 통해 대남·대미 비난을 높여갔고, 이를 통해 NPT 탈퇴 정당성까지 주장한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도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특사교환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병태/당시 국방장관 : "북한이 서북 5개 도서, 또는 기타 특정 지역에 도발을 가해올 경우, 우리는 한.미 연합, 또는 한국군 단독으로 강력한 응징보복을 실시하고.."]
[김영삼/전 대통령 : "평화는, 힘이 있을 때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우리 국민을 지켜낼 것입니다."]
1994년 북미가 제네바 합의를 이루면서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북한의 이러한 대남 대미 비난 전략은 이후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 같은 경우는 강경, 압박 그리고 뭐 유화, 대화 그다음 관망하는 그런 패턴들을 그동안에 유지해왔고요. 보통 북한이 합의 이후에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서 합의를 번복하거나 또는 합의를 깨기 위한 명분 차원에서 성명과 담화들을 주로 발표합니다."]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서 입장을 천명하고 그다음에 행동에 옮기는 일종의 국면전환용 그런 성명과 담화들도 있습니다.
대남 대미 비난의 메시지의 발표 기관에 따라 그 경중이 달라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에선 대개 메시지 의미를 가장 잘 전달 할 수 있는 소속단체의 이름을 내걸지만, 중요 현안에 대해선 당, 정, 군 최고 기관에서 입장을 발표한다.
[2012년 4월/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 :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 이명박 역적패당을 죽탕 쳐버리기 위한 전군. 전민의 거적적인 성전을...."]
남북관계가 극에 달했던 시기엔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부 대변인의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고,
[2013년 11월/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 : "박근혜의 처사는 휘파람을 불면 주인의 사타구니를 맴돌며 꼬리를 젓고, 먹이를 내보이면 아양 떠는 삽살개의 모양 그대로였다."]
북한의 정부기구인 국방위원회 정책국의 명의로 담화가 전달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명의로 성명이 발표된다.
[2017년 9월/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 :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N 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를 경고한 데 대한 대응 성명으로 당시의 북미 관계가 얼마나 최악으로 치달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4월 시정연설 이후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의 대남, 대미 비난 메시지.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메시지로 인해 남북, 북미 관계가 과거처럼 쉽게 경색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미국 측 입장 먼저 따져보면, 아직은 외교의 창이 열려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밑에 사람들을 향해서는 밑에 사람들 국무부나 국방부 대변인들 이런 것들 통해서는 좀 더 유감을 표시한다 뭐 규탄한다 이러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는 그게 안 나오거든요."]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김정은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과거에는 북한이 태도 전환을 통해서 상대방 국가를 설득하거나 또는 상대방 국가를 압박하거나 이런 패턴이었다면 지금은 북한이 함께 혼자 하는 그런 게임이라기보다는 미국과 같이하는 상대방을 어떻게 보면 보조를 맞춘다고 할까요. 북미 관계에서 과거 같은 경우 벌써 전환이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상당히 지금 어떻게 보면 약간 유화적인 관계가 상당히 길게 가고 있습니다."]
비핵화 문제를 두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긴장감이 감도는 남과 북.
모두가 희망하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 더 이상 날 선 비난이 아닌 화합과 타협이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을 향한 북한의 말이 매우 거칩니다.
겁먹은 개,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데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북한이 어려운 상황과 입장에 처해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고비 때마다 거칠고 파격적인 어휘를 총동원하는 북한의 메시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15일 평양. 각국 대사관 대표들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북한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을 주재한 것은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부상.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 된 지 보름 만에 나온 북한의 공식 입장인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 1부상/3월15일 : "명백히 하건데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날 최 부상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 표명이 곧 있을 거란 말을 덧붙였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 1부상/3월15일 : "우리 최고 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국무 위원장.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신의 평화적 기조를 분명히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평화롭고 공동 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 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둡니다."]
그러나 정작 대화 상대방인 남한에 대해서는 ‘재자' 아닌 ‘당사자'가 되라며 불만을 드러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미국을 향한 불쾌감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대독)/4월12일 : "미국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습니다.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북미 대화의 시한을 올 연말로 못 박은 김정은 위원장.
이후 남한과 미국을 향한 북한의 메시지는 점차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이다.
권국장은 북미 회담의 실무자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향해 날 선 메시지를 보냈다.
김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한 폼페이오 장관의 입장 발표를‘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응수하며‘저질적인 인간’과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틀 뒤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의 진정성을 요구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멍청하고 사리분별이 없다며 비난에 나선 것이다.
이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 역시 볼턴을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자 인간 오작품’이라며 각을 세웠다.
최근엔 리용호 북한 외무상까지 나서 대미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8월 21일,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제재에 관한 인터뷰를 문제 삼으며 이 발언을 망발이라 규정하고 폼페이오 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 북미 협상의 훼방꾼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김위원장의 시정연설이후 쏟아지는 외무성의 대미 비난 메시지.
이는 북미 2차 회담의 결렬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하노이 노딜 이후에 통일조선사업부가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조직지도부 검열을 받고 통전부장직에서 김영철이가 해임되고 이러면서 이제 통전부가 북한 말로 치면 난리를 겪었는데, 그걸 보면서 외무성이 좀 더 강하게 나가는 것이 외무성 살길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나 이전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진 외무성의 발언들을 놓고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이렇게 정말 입에 담지도 어려운 말들을 쓰는 거는 아마 김정은의 개별적인 성향하고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왜냐면 담화나 성명이나 이런 것을 작성을 할 때 최종 결정권자는 김정은이거든요. 그런데 김정은이가 뭐 동그라미를 한다, 싼다든가 뭐 이런 이야기 같은 거는 사실 외무성 사람들도 쓰기가 힘든 표현들이거든요. 외무성이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걸 보면 첨삭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우리 정부를 향한 비난의 화살도 만만치는 않다.
8월 실시됐던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대가를 치를 것이란 경고를 하는가 하면,
[외무성 대변인 담화/8월6일 :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심히 대하면서 요행수를 바란다면 우리는 그들이 고단할 정도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발표 하루 만에 내놓은 담화문에는 막말 수준의 비난이 가득했다.
망발,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원색적 표현이 담겼고.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뻔뻔한 사람, 웃기는 사람이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북한의 도를 넘은 비난에 대응을 자제해왔던 정부도 강한 유감을 밝혔다.
[김은한/통일부 부대변인/8월 16일 :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대남 대미 비난이 현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은 물론,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 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평가한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최근에 대남 비난 사용하는 용어들은 최고 수위로 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어휘들을 사용함으로서 북한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입장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본인들의 신형무기를 실험하는 명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러한 대남 비난을 상당히 높이 올린 게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분단 후 오랫동안 북한은 대남, 대미 비난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고, 국면전환을 노리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대표적인 사건이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남북 실무접촉 때 발생한 ‘서울 불바다’ 발언이다.
[박영수/당시 특사교환 실무접촉 북측 대표 :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송 선생도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거예요.(아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선언 후 미국과 극도의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오던 북한은 불바다 발언 이후 각종 성명과 담화를 통해 대남·대미 비난을 높여갔고, 이를 통해 NPT 탈퇴 정당성까지 주장한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도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특사교환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병태/당시 국방장관 : "북한이 서북 5개 도서, 또는 기타 특정 지역에 도발을 가해올 경우, 우리는 한.미 연합, 또는 한국군 단독으로 강력한 응징보복을 실시하고.."]
[김영삼/전 대통령 : "평화는, 힘이 있을 때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우리 국민을 지켜낼 것입니다."]
1994년 북미가 제네바 합의를 이루면서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북한의 이러한 대남 대미 비난 전략은 이후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 같은 경우는 강경, 압박 그리고 뭐 유화, 대화 그다음 관망하는 그런 패턴들을 그동안에 유지해왔고요. 보통 북한이 합의 이후에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서 합의를 번복하거나 또는 합의를 깨기 위한 명분 차원에서 성명과 담화들을 주로 발표합니다."]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서 입장을 천명하고 그다음에 행동에 옮기는 일종의 국면전환용 그런 성명과 담화들도 있습니다.
대남 대미 비난의 메시지의 발표 기관에 따라 그 경중이 달라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에선 대개 메시지 의미를 가장 잘 전달 할 수 있는 소속단체의 이름을 내걸지만, 중요 현안에 대해선 당, 정, 군 최고 기관에서 입장을 발표한다.
[2012년 4월/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 :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 이명박 역적패당을 죽탕 쳐버리기 위한 전군. 전민의 거적적인 성전을...."]
남북관계가 극에 달했던 시기엔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부 대변인의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고,
[2013년 11월/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 : "박근혜의 처사는 휘파람을 불면 주인의 사타구니를 맴돌며 꼬리를 젓고, 먹이를 내보이면 아양 떠는 삽살개의 모양 그대로였다."]
북한의 정부기구인 국방위원회 정책국의 명의로 담화가 전달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명의로 성명이 발표된다.
[2017년 9월/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 :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N 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를 경고한 데 대한 대응 성명으로 당시의 북미 관계가 얼마나 최악으로 치달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4월 시정연설 이후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의 대남, 대미 비난 메시지.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메시지로 인해 남북, 북미 관계가 과거처럼 쉽게 경색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미국 측 입장 먼저 따져보면, 아직은 외교의 창이 열려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밑에 사람들을 향해서는 밑에 사람들 국무부나 국방부 대변인들 이런 것들 통해서는 좀 더 유감을 표시한다 뭐 규탄한다 이러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는 그게 안 나오거든요."]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김정은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과거에는 북한이 태도 전환을 통해서 상대방 국가를 설득하거나 또는 상대방 국가를 압박하거나 이런 패턴이었다면 지금은 북한이 함께 혼자 하는 그런 게임이라기보다는 미국과 같이하는 상대방을 어떻게 보면 보조를 맞춘다고 할까요. 북미 관계에서 과거 같은 경우 벌써 전환이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상당히 지금 어떻게 보면 약간 유화적인 관계가 상당히 길게 가고 있습니다."]
비핵화 문제를 두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긴장감이 감도는 남과 북.
모두가 희망하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 더 이상 날 선 비난이 아닌 화합과 타협이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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