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기억할 오늘 ‘2004년 베슬란학교 참극’

입력 2019.09.03 (10:46) 수정 2019.09.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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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5년 전 오늘, 너무나 끔찍한 참사가 러시아에서 벌어졌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인질 테러가 일어나 진압과정 중 무려 300여 명이 숨진 건데요.

생존자들은 물론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텅 빈 홀이 붉은 장미꽃 송이로 하나둘 채워집니다.

이곳은 러시아 북오세티야 베슬란 제1 공립학교에 마련된 추모홀입니다.

15년 전 오늘,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334명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는데요.

[나탈리아 살라모바/유가족 : "제 예쁜 딸이에요. 딸이 죽었을 때 손녀는 겨우 한 살이었어요. 여기 남은 제 삶은 어떤 행복도 느낄 수 없습니다. 제 삶은 망가졌고, 살아있는 게 아닙니다."]

2004년 9월 1일, 중무장한 30여 명의 테러범이 개학식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등을 인질로 잡아 체육관에 몰아넣고 다량의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테러 집단은 체첸에 주둔한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와 완전한 독립 보장을 요구했는데요.

인질로 감금된 채 사흘째였던 15년 전 오늘, 오후 1시 무렵 폭발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테러범들의 실수 탓인지, 진압군의 작전 탓인지는 불확실했습니다.

테러범들은 혼란을 틈타 도망가려는 인질들에게 총격을 가했고, 러시아 당국은 무차별 진압작전을 시작했습니다.

[알라 비트시예바/생존자 : "폭발로 인해 의식을 잃었다가, 또 폭발 때문에 깨어났어요. 제가 의식이 없었다는 걸 이제서야 이해하는거죠. 공식 발표에 따르면 모든 것이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테러범들과 러시아 진압부대의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 흘리는 아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천 여명의 인질 가운데 184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 334명이 숨졌고, 800여 명이 다쳤습니다.

진압 부대원과 경찰, 의료인 등에서도 상당수의 사상자가 나왔고, 인질범은 1명을 빼고 그 자리에서 전원 사살됐습니다.

현장에서 범인 1명을 생포했지만 사건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진압작전에 대한 진실 역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러시아 당국의 무성의 태도와 참사 책임을 두고 긴 싸움을 계속해 왔는데요.

[파티마 마마에바/유가족 : "저는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을 뿐, 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왜 우리가 고통받아야 하나요?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2017년 4월, 유럽인권재판소는 러시아 당국이 체첸 반군의 학교시설 테러공격에 대한 상세한 첩보를 사전에 입수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과잉 진압작전으로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판결에 반발하고 있는데요.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대참사의 진실과 책임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채 참사 15주기인 오늘도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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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기억할 오늘 ‘2004년 베슬란학교 참극’
    • 입력 2019-09-03 10:51:03
    • 수정2019-09-03 10:58:48
    지구촌뉴스
[앵커]

15년 전 오늘, 너무나 끔찍한 참사가 러시아에서 벌어졌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인질 테러가 일어나 진압과정 중 무려 300여 명이 숨진 건데요.

생존자들은 물론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텅 빈 홀이 붉은 장미꽃 송이로 하나둘 채워집니다.

이곳은 러시아 북오세티야 베슬란 제1 공립학교에 마련된 추모홀입니다.

15년 전 오늘,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334명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는데요.

[나탈리아 살라모바/유가족 : "제 예쁜 딸이에요. 딸이 죽었을 때 손녀는 겨우 한 살이었어요. 여기 남은 제 삶은 어떤 행복도 느낄 수 없습니다. 제 삶은 망가졌고, 살아있는 게 아닙니다."]

2004년 9월 1일, 중무장한 30여 명의 테러범이 개학식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등을 인질로 잡아 체육관에 몰아넣고 다량의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테러 집단은 체첸에 주둔한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와 완전한 독립 보장을 요구했는데요.

인질로 감금된 채 사흘째였던 15년 전 오늘, 오후 1시 무렵 폭발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테러범들의 실수 탓인지, 진압군의 작전 탓인지는 불확실했습니다.

테러범들은 혼란을 틈타 도망가려는 인질들에게 총격을 가했고, 러시아 당국은 무차별 진압작전을 시작했습니다.

[알라 비트시예바/생존자 : "폭발로 인해 의식을 잃었다가, 또 폭발 때문에 깨어났어요. 제가 의식이 없었다는 걸 이제서야 이해하는거죠. 공식 발표에 따르면 모든 것이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테러범들과 러시아 진압부대의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 흘리는 아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천 여명의 인질 가운데 184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 334명이 숨졌고, 800여 명이 다쳤습니다.

진압 부대원과 경찰, 의료인 등에서도 상당수의 사상자가 나왔고, 인질범은 1명을 빼고 그 자리에서 전원 사살됐습니다.

현장에서 범인 1명을 생포했지만 사건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진압작전에 대한 진실 역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러시아 당국의 무성의 태도와 참사 책임을 두고 긴 싸움을 계속해 왔는데요.

[파티마 마마에바/유가족 : "저는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을 뿐, 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왜 우리가 고통받아야 하나요?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2017년 4월, 유럽인권재판소는 러시아 당국이 체첸 반군의 학교시설 테러공격에 대한 상세한 첩보를 사전에 입수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과잉 진압작전으로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판결에 반발하고 있는데요.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대참사의 진실과 책임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채 참사 15주기인 오늘도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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