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하고 누락하고…성폭력 증거물 관리 실태 ‘엉망’

입력 2019.10.03 (19:29) 수정 2019.10.0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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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공소 시효가 한참 지났지만 증거물 재감정으로 30여 년 만에 유력 용의자의 신원을 밝혀냈습니다.

그만큼 성폭력 사건의 경우 관련 증거물은 사건을 풀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서 성폭력 사건 증거물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그 실태를 보도합니다.

[리포트]

음료수와 음식물이 들어있는 냉장고 안에 하얀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사물함 위에도 상자 5개가 쌓여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중요 증거물인 성폭력 응급 키트입니다.

냉동고 등이 마련된 증거물 보관실에 보관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렇게 방치돼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직원이 규정을 몰라서 사무실에 보관을 하다가 지적이 된 거예요. 지금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예 성폭력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신고한 뒤 증거물을 제출했습니다.

경찰은 이튿날 여성과 연락이 두절되자 피해 사실을 조사할 수 없다며 사건을 등록하지 않았고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지 않고 그대로 사무실에 뒀습니다.

[전주 완산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피해자의 진술을 듣기 위해서 (기다리다가) 계속 수사가 지연되고 이러다 보면서..."]

그러나 모든 성범죄는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수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지난 3월, 경찰청이 지방청과 경찰서 23곳을 감사한 결과 이 가운데 10곳이 성폭력 사건 등의 증거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주의를 받았습니다.

[권은희/바른미래당 의원/국회 행안위 : "증거물의 부실한 관리는 결과적으로 형사 법정에서의 증거물의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적기 감정의 시기를 놓친다든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데 있어서 심각한 결과를..."]

경찰청은 지난 8월에서야 압수물과 증거물로 이원화돼 있는 관리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 지방청의 관할서 점검을 연 2회에서 4회로 강화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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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하고 누락하고…성폭력 증거물 관리 실태 ‘엉망’
    • 입력 2019-10-03 19:31:31
    • 수정2019-10-03 19: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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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공소 시효가 한참 지났지만 증거물 재감정으로 30여 년 만에 유력 용의자의 신원을 밝혀냈습니다.

그만큼 성폭력 사건의 경우 관련 증거물은 사건을 풀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서 성폭력 사건 증거물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그 실태를 보도합니다.

[리포트]

음료수와 음식물이 들어있는 냉장고 안에 하얀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사물함 위에도 상자 5개가 쌓여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중요 증거물인 성폭력 응급 키트입니다.

냉동고 등이 마련된 증거물 보관실에 보관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렇게 방치돼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직원이 규정을 몰라서 사무실에 보관을 하다가 지적이 된 거예요. 지금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예 성폭력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신고한 뒤 증거물을 제출했습니다.

경찰은 이튿날 여성과 연락이 두절되자 피해 사실을 조사할 수 없다며 사건을 등록하지 않았고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지 않고 그대로 사무실에 뒀습니다.

[전주 완산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피해자의 진술을 듣기 위해서 (기다리다가) 계속 수사가 지연되고 이러다 보면서..."]

그러나 모든 성범죄는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수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지난 3월, 경찰청이 지방청과 경찰서 23곳을 감사한 결과 이 가운데 10곳이 성폭력 사건 등의 증거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주의를 받았습니다.

[권은희/바른미래당 의원/국회 행안위 : "증거물의 부실한 관리는 결과적으로 형사 법정에서의 증거물의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적기 감정의 시기를 놓친다든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데 있어서 심각한 결과를..."]

경찰청은 지난 8월에서야 압수물과 증거물로 이원화돼 있는 관리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 지방청의 관할서 점검을 연 2회에서 4회로 강화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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