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자녀들과 동고동락

입력 2019.10.12 (08:19) 수정 2019.10.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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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통일부 발표 자료를 보면 북한에서 태어나 남한으로 건너온 아이 수가 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천5백 명을 넘었다는데요.

문제는 이 아이들을 양육할 만한 사회적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 하는 점인데요.

탈북민 부모들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겠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발 벗고 나선 목사 부부가 있습니다.

탈북민 아이들과 함께 5년째 생활하고 있는데요.

아이들도 목사 부부를 아빠 엄마라고 부를 정도라는데요.

훈훈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서로 다른 사연을 간직한 채 함께 생활하는 천방지축, 어린이들의 보금자립니다.

["저는 한 산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친구 5명이 있습니다."]

나이도, 생김새도, 성격도 다 다른 여섯 명의 아이들.

바로, 목사 부부의 아들과 다섯 명의 탈북민 자녀들입니다.

대전에서 목회를 한 지 10년째 됐다는 한 의수 씨는 평소 북한 선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는데요.

[한의수/목사/탈북민 자녀 양육 : "이분들의 문제가 본인들 정착 문제도 있지만, 자녀들 문제가 더 심각하더라고요. 중국에서 들어 오다 보니까 한국말을 전혀 모르고 학교 다니기도 힘들고. 그래서 그 아이들 내가 좀 돌봐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처음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합니다.

[한의수/목사/탈북민 자녀 양육 : "(아이들이) 한국말이 어쨌든 잘 안 되니까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어했고 성격이 좀 내성적이다 보니까 친구들 사귀는 문제가 어려웠고."]

부모가 탈북민이지만 제3국에서 생활한 탓에 언어도, 생활방식도 달라 힘들어했다는 아이들.

하지만 아내 경희씨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점차 적응해 나갔는데요.

[김경희/목사 아내/탈북민 자녀 양육 : "고학년 아이들은 좀 저하고 신경전도 벌이기는 하는데 말 잘 들어주고 저희가 이제 프로그램 짠 거대로 잘 진행하고 있어요."]

함께 생활한 지도 올해로 벌써 5년째.

아이들은 이제 한의수 씨 부부를 또 다른 어머니, 아버지라 부릅니다.

["어머니,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응, 어서 와. 고생했어. 용준이 축구는? 축구 2층에서 했어? (네.) 오케이."]

아이들을 위해 한의수 씨 부부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는데요.

이곳에서 아이들은 서투른 한국말을 배우는 동시에 부족한 과목에 관한 공부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고건/9살/탈북민 자녀 : "일기, 강의, 컴퓨터, 강의, 그리고 암송, 문제집 이런 것 해요. 어머니 아버지가 가르쳐주세요."]

[임이한/11살/탈북민 자녀 : "진짜 아빠 엄마처럼 사랑하고 잘해주세요."]

탈북민의 정착을 돕기 위해 기꺼이 탈북 아이들의 가족이 된 한의수 씨 부부.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세상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고 하는데요.

편견 없이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째.

이제는 한의수 씨 부부처럼 탈북민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는 손길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방과 후 시간에 맞춰 이곳을 찾는다는 봉사자들.

국어부터 수학, 영어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부족한 학습을 돕고 있습니다.

[오수진/대전시 동구/자원봉사 교사 : "우리나라 아이들도 사실 되게 좀 어려움이 많잖아요, 공부하는데. 그런데 이제 이 아이들은 더더욱 적응 자체도 되게 어려울 건데 좀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엔 낯설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수록 보람은 커지고, 편견은 줄었다는데요.

[박유민/대전시 유성구/자원봉사 교사 : "그냥 저희랑 똑같이 배우고 똑같이 생활하고 그다음에 그냥 뛰어노는 거 좋아하고 그렇게 정말 거리감 없는 그런 친구들이라는 걸 느끼게 됐어요."]

방과 후 수업이 끝나자마자 한의수 씨가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태권도 수업이 남아있기 때문인데요.

건강한 육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지역도장에서는 무료로 다섯 명의 아이들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배원균/ㅎ 태권도장 관장 :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좀 들었고 조금 이렇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지금은 아직도 우려되시는지?) 아니요 전혀요. 너무 씩씩하게 밝게 자라니까 너무 뭐 아까도 말씀드린 대로 너무 보람되고 너무 걱정이 안 돼요."]

태권도에 임하는 자세나 표정만큼은 국가대표 선수 못지않은데요.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아이들.

비록 엄마와는 떨어져서 지내고는 있지만, 이 생활이 행복하다 말합니다.

[고건/11살/탈북민 자녀 : "평소에 엄마를 못 보는데 그래도 여기에서 어머니, 아버지랑 같이 있는 게, 사는 게 좋아요."]

며칠 후, 한의수 씨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길을 나섰습니다.

대전시에서 저소득층 아이들과 탈북민 자녀들을 위해 직업 체험 시간을 마련해준 건데요.

["우리 오늘 만들 케이크 수업은 초코케이크를 만들 거예요."]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멋진 파티셰가 된 아이들.

그런데 이 자리가 더 의미 있는 건, 반가운 얼굴들이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임이한/11살/탈북민 자녀 : "엄마랑 같이해서 너무 좋아요."]

[임현정/임이한 군 어머니 :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평상 생활에서는 아이랑 이렇게 뭐 집에서 막 만들고 이런 체험하기는 좀 어렵거든요."]

처음만 해도, 아이와 떨어져서 지내는 삶이 많이 걱정됐다는 탈북민들.

하지만 이내 잘 적응하고 생활하는 모습에 지금은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임현정/임이한 군 어머니 : "처음에는 그래도 애 엄마, 엄마인 내가 돌봐주는 것보다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3일 만에 아이가 전화를 해가지고 막 웃으면서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말로 이렇게 다 표현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밝게 변화된 아이의 모습에, 행복한 건 다른 탈북민도 마찬가진데요.

[정○○/전용준 군 어머니 : "아이가 행복하니까 제가 자연스럽게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좋고요. 제일 감사한 건 목사님하고 사모님한테 너무 감사해요."]

한 땀 한 땀, 정성 가득한 케이크가 완성되고 한의수 씨 부부와 함께한 아이들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안성진/13살/탈북민 자녀 : "목사님이랑 사모님이 있어서 진짜 부모처럼 이렇게 대해줘서 좋은 것 같아요."]

[한의수/목사/탈북민 자녀 양육 : "제 목회하고 제 인생이 조금 더 풍성해졌다고 할까, 깊어졌다고 할까. 이 아이들을 겉으로는 도와주는 거지만, 우리가 배우는 게 많고 특히 탈북민들에 대한 이해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한의수 씨 부부는 탈북민 아이들에게 울타리를 만들어줬고, 지역 주민들은 그 속에서 함께 아이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커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요?

매일 다섯 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탈북민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으려는 한의수 씨 부부.

그들의 노력이, 고단한 이들의 그늘진 삶에 희망의 빛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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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자녀들과 동고동락
    • 입력 2019-10-12 08:28:15
    • 수정2019-10-12 08: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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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통일부 발표 자료를 보면 북한에서 태어나 남한으로 건너온 아이 수가 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천5백 명을 넘었다는데요.

문제는 이 아이들을 양육할 만한 사회적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 하는 점인데요.

탈북민 부모들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겠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발 벗고 나선 목사 부부가 있습니다.

탈북민 아이들과 함께 5년째 생활하고 있는데요.

아이들도 목사 부부를 아빠 엄마라고 부를 정도라는데요.

훈훈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서로 다른 사연을 간직한 채 함께 생활하는 천방지축, 어린이들의 보금자립니다.

["저는 한 산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친구 5명이 있습니다."]

나이도, 생김새도, 성격도 다 다른 여섯 명의 아이들.

바로, 목사 부부의 아들과 다섯 명의 탈북민 자녀들입니다.

대전에서 목회를 한 지 10년째 됐다는 한 의수 씨는 평소 북한 선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는데요.

[한의수/목사/탈북민 자녀 양육 : "이분들의 문제가 본인들 정착 문제도 있지만, 자녀들 문제가 더 심각하더라고요. 중국에서 들어 오다 보니까 한국말을 전혀 모르고 학교 다니기도 힘들고. 그래서 그 아이들 내가 좀 돌봐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처음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합니다.

[한의수/목사/탈북민 자녀 양육 : "(아이들이) 한국말이 어쨌든 잘 안 되니까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어했고 성격이 좀 내성적이다 보니까 친구들 사귀는 문제가 어려웠고."]

부모가 탈북민이지만 제3국에서 생활한 탓에 언어도, 생활방식도 달라 힘들어했다는 아이들.

하지만 아내 경희씨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점차 적응해 나갔는데요.

[김경희/목사 아내/탈북민 자녀 양육 : "고학년 아이들은 좀 저하고 신경전도 벌이기는 하는데 말 잘 들어주고 저희가 이제 프로그램 짠 거대로 잘 진행하고 있어요."]

함께 생활한 지도 올해로 벌써 5년째.

아이들은 이제 한의수 씨 부부를 또 다른 어머니, 아버지라 부릅니다.

["어머니,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응, 어서 와. 고생했어. 용준이 축구는? 축구 2층에서 했어? (네.) 오케이."]

아이들을 위해 한의수 씨 부부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는데요.

이곳에서 아이들은 서투른 한국말을 배우는 동시에 부족한 과목에 관한 공부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고건/9살/탈북민 자녀 : "일기, 강의, 컴퓨터, 강의, 그리고 암송, 문제집 이런 것 해요. 어머니 아버지가 가르쳐주세요."]

[임이한/11살/탈북민 자녀 : "진짜 아빠 엄마처럼 사랑하고 잘해주세요."]

탈북민의 정착을 돕기 위해 기꺼이 탈북 아이들의 가족이 된 한의수 씨 부부.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세상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고 하는데요.

편견 없이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째.

이제는 한의수 씨 부부처럼 탈북민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는 손길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방과 후 시간에 맞춰 이곳을 찾는다는 봉사자들.

국어부터 수학, 영어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부족한 학습을 돕고 있습니다.

[오수진/대전시 동구/자원봉사 교사 : "우리나라 아이들도 사실 되게 좀 어려움이 많잖아요, 공부하는데. 그런데 이제 이 아이들은 더더욱 적응 자체도 되게 어려울 건데 좀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엔 낯설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수록 보람은 커지고, 편견은 줄었다는데요.

[박유민/대전시 유성구/자원봉사 교사 : "그냥 저희랑 똑같이 배우고 똑같이 생활하고 그다음에 그냥 뛰어노는 거 좋아하고 그렇게 정말 거리감 없는 그런 친구들이라는 걸 느끼게 됐어요."]

방과 후 수업이 끝나자마자 한의수 씨가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태권도 수업이 남아있기 때문인데요.

건강한 육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지역도장에서는 무료로 다섯 명의 아이들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배원균/ㅎ 태권도장 관장 :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좀 들었고 조금 이렇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지금은 아직도 우려되시는지?) 아니요 전혀요. 너무 씩씩하게 밝게 자라니까 너무 뭐 아까도 말씀드린 대로 너무 보람되고 너무 걱정이 안 돼요."]

태권도에 임하는 자세나 표정만큼은 국가대표 선수 못지않은데요.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아이들.

비록 엄마와는 떨어져서 지내고는 있지만, 이 생활이 행복하다 말합니다.

[고건/11살/탈북민 자녀 : "평소에 엄마를 못 보는데 그래도 여기에서 어머니, 아버지랑 같이 있는 게, 사는 게 좋아요."]

며칠 후, 한의수 씨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길을 나섰습니다.

대전시에서 저소득층 아이들과 탈북민 자녀들을 위해 직업 체험 시간을 마련해준 건데요.

["우리 오늘 만들 케이크 수업은 초코케이크를 만들 거예요."]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멋진 파티셰가 된 아이들.

그런데 이 자리가 더 의미 있는 건, 반가운 얼굴들이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임이한/11살/탈북민 자녀 : "엄마랑 같이해서 너무 좋아요."]

[임현정/임이한 군 어머니 :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평상 생활에서는 아이랑 이렇게 뭐 집에서 막 만들고 이런 체험하기는 좀 어렵거든요."]

처음만 해도, 아이와 떨어져서 지내는 삶이 많이 걱정됐다는 탈북민들.

하지만 이내 잘 적응하고 생활하는 모습에 지금은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임현정/임이한 군 어머니 : "처음에는 그래도 애 엄마, 엄마인 내가 돌봐주는 것보다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3일 만에 아이가 전화를 해가지고 막 웃으면서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말로 이렇게 다 표현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밝게 변화된 아이의 모습에, 행복한 건 다른 탈북민도 마찬가진데요.

[정○○/전용준 군 어머니 : "아이가 행복하니까 제가 자연스럽게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좋고요. 제일 감사한 건 목사님하고 사모님한테 너무 감사해요."]

한 땀 한 땀, 정성 가득한 케이크가 완성되고 한의수 씨 부부와 함께한 아이들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안성진/13살/탈북민 자녀 : "목사님이랑 사모님이 있어서 진짜 부모처럼 이렇게 대해줘서 좋은 것 같아요."]

[한의수/목사/탈북민 자녀 양육 : "제 목회하고 제 인생이 조금 더 풍성해졌다고 할까, 깊어졌다고 할까. 이 아이들을 겉으로는 도와주는 거지만, 우리가 배우는 게 많고 특히 탈북민들에 대한 이해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한의수 씨 부부는 탈북민 아이들에게 울타리를 만들어줬고, 지역 주민들은 그 속에서 함께 아이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커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요?

매일 다섯 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탈북민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으려는 한의수 씨 부부.

그들의 노력이, 고단한 이들의 그늘진 삶에 희망의 빛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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