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남북 협력 좌초 ‘위기’…북미 톱다운 ‘모색’

입력 2019.10.26 (07:49) 수정 2019.10.26 (08: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에 있는 남측 관광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 격리병동 같다며 상당히 거친 표현도 썼는데요.

북한이 철거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통지문을 보내면서 남북 화해 협력의 대표적 상징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철거 발언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집권 후 처음으로 금강산을 찾아가 남측이 건설한 시설을 둘러본 김정은 위원장.

호텔 등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며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 하고..."]

건물이 관리가 안 돼 남루하다, 건축미학적으로 낙후됐다, 건축물에 민족성을 찾아볼 수 없다 등 온갖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존 금강산 관광 사업이 선임자들의 매우 잘못된 대남 의존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금강산이 남북 관계 공유물도, 남북관계의 상징도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남북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금강산 개발 구상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현대적인 호텔과 비행장, 골프장 등을 연도별, 단계별로 건설해 세계적인 문화 관광지로 건설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다만 남측 관련 부문과 합의해 철거하겠다며 대화의 여지는 남겨놨습니다.

[조선중앙TV :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 계획에 대해 논의하자고 통지문을 보내온 가운데, 정부는 북측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이상민대변인 : "정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그리고 남북 합의 정신,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북미 관계의 여파로 남북관계에도 악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관중, 무중계로 현 남북관계의 주소를 드러낸 남북 축구전에 이어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라는 카드를 직접 꺼내들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왜 남북협력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금강산 관광에 대해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튼 금강산 관광 사업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8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에 이어 현대아산과 북한은 금강산관광 합의서를 체결했고 금강산 유람선을 첫 출항했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가족/1998년 : "우리 아들 잘 갔다오너라. 무사히 도착해라."]

이후 10년간 이산가족을 포함해 195만 명의 우리 국민이 금강산을 찾았지만,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이후 사업은 11년째 중단됐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금강산으로 향하는 동해선 육로가 다시 열렸고, 남북 관계 훈풍을 타고 성사된 이산가족 상봉도 금강산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네 살배기 아들을 67년 만에 만난 이금섬 할머니의 사연은 모두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이금섬/92세/아들 상봉 : "상철이야? 상철이 맞아? 상철이 맞니? 아이고, 상철이 어떻게 살았어..."]

[이금섬/이산가족/2018년 12월 남북의창 방송 : "(헤어질 때 아드님이 어머님 백 살까지만 살아달라고 했다면서요?) 예. '엄마 100살만 살아 한 번 더 만나게.’그러니까 아쉬운 거지 저도, 저도 이렇게 갑자기 보니까 할 말을 못했을 거 아니야. 자식들 낳았느냐, 몇 남 몇 녀냐, 그 사람들 하고도 잘 지내냐, (아들한테) 물어봐야 되는데 그런 것도 하나도 못 물어봤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아쉬워."]

금강산 관광 재개는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 정상 간 만남의 시작부터 주요 화두였습니다.

지난해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양 정상은 금강산 그림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고,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문구도 담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열의를 거듭 표명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9년 신년사 :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용의를 육성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한미 공조에 얽매여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아버지의 결정을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이라 표현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점입니다.

[조선중앙TV :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하셨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만 해도 두 차례 헌법을 개정해가면서 본인의 권력기반을 크게 강화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어떤 선대에 의지하지 않고 본인만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경제 개발 사업을 해나가야 되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고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대남, 대미 정책을 전담하는 핵심 측근들이 금강산 시찰에 동행한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대동함으로써 미국에게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결국 독자노선을 간다. 그러면서 암시하는 것은 북한이 독자 노선을 갈 때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해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대선 정국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도 동시에 압박하는 거죠."]

하지만, 단순히 제재로 일관하는 미국과 제재의 틀 안에서만 움직인 한국을 향한 항의 메시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남북 관계의 핵심 사업을 건드리고 나섰다는 점에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화하고 독자 생존 노선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번 조치가 나왔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논의하실 건가요?) 적절한 시기가 되면 적극 지원을 할 겁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가 되면 북한을 적극 지원할 겁니다."]

미국과 협상이 장기화되고 한국과의 경제 협력도 어려워지자 유엔의 경제 제재에 포함되지 않은 관광 산업을 통해 독자 생존 노선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김정은/위원장 : "특히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인접 군에 관광 비행장을 건설하라고 지시하고,금강산과 원산, 마식령 스키장을 연결해 관광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조선중앙TV : "금강산관광지구 일대를 금강산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된 문화관광지구로 세계적인 명승지답게 잘 꾸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속내가 독자 노선 강화에 있는 거라면 남북 경협의 나머지 한 축인 개성공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개성공단이라든가 다양한 수출이나 북한 내에 사회 간접자본 건설도 한국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기보다는 북한이 중심이 되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을 경쟁시키면서 북한의 최대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그런 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이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 경제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면밀히 살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남북 관계보다는 미국과의 담판에 주력하겠다는 이른바 선미후남 전략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 직후 북한은 과거 대미 협상을 이끌었던 김계관 외무성 고문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북미 정상 간의 신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며칠 전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북미 관계 현안을 보고했는데,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김 고문은 그러면서 미국이 이번 연말을 어떻게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며 미국에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습니다.

스웨덴 실무협상 결렬 이후 미국 조야에서 확산하는 대북 회의론을 차단하면서 톱다운 방식으로 북미 교착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겁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관계에 일정정도 진전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10월 21일 : "북한과 뭔가 일어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몇 가지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습니다. 많은 일이 진행 중입니다. 어느 시점에 '중대한 재건'이 이뤄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실무협상 결렬 이후 교착 국면에 빠졌던 북미 관계가 다시 반전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앞서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 특사는 북한과 미국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할 수 있도록 양 측에 다시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중대결단을 시사하는 데 대해서 일종의 관리 차원에서 북한이 협상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유인하려는 그런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지금 3차 정상회담을 목표로 해서 북미대화를 복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관계가 어떻게 진전되어 나가느냐에 따라서 남북관계의 공간도 따라서 열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렇게 해석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남쪽 시설 철거를 예고한 가운데, 북미 정상은 긍정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대남 압박 차원인지, 대남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인지, 그 의도를 면밀히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한반도] 남북 협력 좌초 ‘위기’…북미 톱다운 ‘모색’
    • 입력 2019-10-26 08:03:51
    • 수정2019-10-26 08:35:23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에 있는 남측 관광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 격리병동 같다며 상당히 거친 표현도 썼는데요.

북한이 철거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통지문을 보내면서 남북 화해 협력의 대표적 상징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철거 발언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집권 후 처음으로 금강산을 찾아가 남측이 건설한 시설을 둘러본 김정은 위원장.

호텔 등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며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 하고..."]

건물이 관리가 안 돼 남루하다, 건축미학적으로 낙후됐다, 건축물에 민족성을 찾아볼 수 없다 등 온갖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존 금강산 관광 사업이 선임자들의 매우 잘못된 대남 의존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금강산이 남북 관계 공유물도, 남북관계의 상징도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남북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금강산 개발 구상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현대적인 호텔과 비행장, 골프장 등을 연도별, 단계별로 건설해 세계적인 문화 관광지로 건설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다만 남측 관련 부문과 합의해 철거하겠다며 대화의 여지는 남겨놨습니다.

[조선중앙TV :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 계획에 대해 논의하자고 통지문을 보내온 가운데, 정부는 북측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이상민대변인 : "정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그리고 남북 합의 정신,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북미 관계의 여파로 남북관계에도 악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관중, 무중계로 현 남북관계의 주소를 드러낸 남북 축구전에 이어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라는 카드를 직접 꺼내들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왜 남북협력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금강산 관광에 대해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튼 금강산 관광 사업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8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에 이어 현대아산과 북한은 금강산관광 합의서를 체결했고 금강산 유람선을 첫 출항했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가족/1998년 : "우리 아들 잘 갔다오너라. 무사히 도착해라."]

이후 10년간 이산가족을 포함해 195만 명의 우리 국민이 금강산을 찾았지만,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이후 사업은 11년째 중단됐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금강산으로 향하는 동해선 육로가 다시 열렸고, 남북 관계 훈풍을 타고 성사된 이산가족 상봉도 금강산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네 살배기 아들을 67년 만에 만난 이금섬 할머니의 사연은 모두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이금섬/92세/아들 상봉 : "상철이야? 상철이 맞아? 상철이 맞니? 아이고, 상철이 어떻게 살았어..."]

[이금섬/이산가족/2018년 12월 남북의창 방송 : "(헤어질 때 아드님이 어머님 백 살까지만 살아달라고 했다면서요?) 예. '엄마 100살만 살아 한 번 더 만나게.’그러니까 아쉬운 거지 저도, 저도 이렇게 갑자기 보니까 할 말을 못했을 거 아니야. 자식들 낳았느냐, 몇 남 몇 녀냐, 그 사람들 하고도 잘 지내냐, (아들한테) 물어봐야 되는데 그런 것도 하나도 못 물어봤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아쉬워."]

금강산 관광 재개는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 정상 간 만남의 시작부터 주요 화두였습니다.

지난해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양 정상은 금강산 그림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고,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문구도 담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열의를 거듭 표명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9년 신년사 :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용의를 육성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한미 공조에 얽매여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아버지의 결정을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이라 표현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점입니다.

[조선중앙TV :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하셨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만 해도 두 차례 헌법을 개정해가면서 본인의 권력기반을 크게 강화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어떤 선대에 의지하지 않고 본인만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경제 개발 사업을 해나가야 되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고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대남, 대미 정책을 전담하는 핵심 측근들이 금강산 시찰에 동행한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대동함으로써 미국에게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결국 독자노선을 간다. 그러면서 암시하는 것은 북한이 독자 노선을 갈 때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해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대선 정국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도 동시에 압박하는 거죠."]

하지만, 단순히 제재로 일관하는 미국과 제재의 틀 안에서만 움직인 한국을 향한 항의 메시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남북 관계의 핵심 사업을 건드리고 나섰다는 점에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화하고 독자 생존 노선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번 조치가 나왔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논의하실 건가요?) 적절한 시기가 되면 적극 지원을 할 겁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가 되면 북한을 적극 지원할 겁니다."]

미국과 협상이 장기화되고 한국과의 경제 협력도 어려워지자 유엔의 경제 제재에 포함되지 않은 관광 산업을 통해 독자 생존 노선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김정은/위원장 : "특히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인접 군에 관광 비행장을 건설하라고 지시하고,금강산과 원산, 마식령 스키장을 연결해 관광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조선중앙TV : "금강산관광지구 일대를 금강산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된 문화관광지구로 세계적인 명승지답게 잘 꾸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속내가 독자 노선 강화에 있는 거라면 남북 경협의 나머지 한 축인 개성공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개성공단이라든가 다양한 수출이나 북한 내에 사회 간접자본 건설도 한국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기보다는 북한이 중심이 되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을 경쟁시키면서 북한의 최대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그런 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이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 경제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면밀히 살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남북 관계보다는 미국과의 담판에 주력하겠다는 이른바 선미후남 전략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 직후 북한은 과거 대미 협상을 이끌었던 김계관 외무성 고문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북미 정상 간의 신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며칠 전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북미 관계 현안을 보고했는데,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김 고문은 그러면서 미국이 이번 연말을 어떻게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며 미국에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습니다.

스웨덴 실무협상 결렬 이후 미국 조야에서 확산하는 대북 회의론을 차단하면서 톱다운 방식으로 북미 교착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겁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관계에 일정정도 진전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10월 21일 : "북한과 뭔가 일어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몇 가지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습니다. 많은 일이 진행 중입니다. 어느 시점에 '중대한 재건'이 이뤄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실무협상 결렬 이후 교착 국면에 빠졌던 북미 관계가 다시 반전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앞서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 특사는 북한과 미국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할 수 있도록 양 측에 다시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중대결단을 시사하는 데 대해서 일종의 관리 차원에서 북한이 협상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유인하려는 그런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지금 3차 정상회담을 목표로 해서 북미대화를 복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관계가 어떻게 진전되어 나가느냐에 따라서 남북관계의 공간도 따라서 열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렇게 해석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남쪽 시설 철거를 예고한 가운데, 북미 정상은 긍정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대남 압박 차원인지, 대남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인지, 그 의도를 면밀히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