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혼돈의 볼리비아…또 유혈 충돌

입력 2019.11.18 (20:40) 수정 2019.11.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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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시위로 대통령이 망명한 볼리비아에서 정국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원주민, 농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유혈사태를 빚고 있는데요.

볼리비아 현지 연결합니다.

이재환 특파원, 사상자 소식이 전해지는데 현지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제 뒤로 보이는 광장이 시위대가 집결하는 곳입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내면서 야권은 14년의 장기독재를 무너뜨린 ‘시민의 승리’라고 자축하고 있습니다만, 모랄레스 지지자들은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연일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자존감인 무지개색 깃발 위팔라를 들고 도심을 행진합니다.

["그래, 지금 내전이다!"]

["아녜스 임시대통령은 쿠데타의 주역, 물러날 것을 원한다!"]

모랄레스는 쿠데타로 쫓겨났다며 볼리비아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외칩니다.

[에르네스토/모랄레스 지지자 :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들을 몰아낸 다음에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대통령궁으로 향하려다 경찰과 충돌하면서 도심은 최루탄 연기로 가득합니다.

코차밤바에서는 코카 잎 재배 농민들이 군인, 경찰과 충돌해 적어도 9명이 숨지고 백여 명이 다쳤습니다.

현지 의료진은 이들이 총상으로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수리타/경찰 지휘관 : "이건 평화시위가 아닙니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이 지역에 들어온다고 볼 수 없습니다."]

반 모랄레스, 친 모랄레스 시위가 이어지면서 서민들은 생활고에 시름이 깊어졌습니다.

[파올라/노점상 : "나는 여당 지지자도, 야당 지지자도 아닙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입니다."]

슈퍼마켓에는 식선식품 공급이 안 돼 진열대가 텅 비었습니다.

주유소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바르가스/라파스 시민 : "여기뿐 아니라 이 주변 모두 주유소에 기름이 없습니다."]

[앵커]

원주민들의 시위가 격해지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기자]

네, 사상 첫 원주민 대통령 모랄레스가 쫓기듯 망명을 떠났고 우파가 정부를 구성하면서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팽배합니다.

모랄레스 퇴진 시위에 동참한 경찰이 제복의 '위팔라’를 잘라버리고 일부 시민들이 깃발을 불태운 사건이 있었는데요.

원주민들을 크게 자극했습니다.

사상자를 낸 코차밤바 지역은 대부분 코카 잎을 재배하는 농민이 거주하는 곳으로 모랄레스의 정치 활동을 후원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사회주의 기치를 내걸었던 모랄레스는 국유화와 공공사업 투자로 원주민과 저소득층의 혜택을 늘리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백인 중산층을 중심으로 독재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었습니다.

해묵은 인종갈등과 지역갈등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과도정부가 구성됐지만 국정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이는데요?

[기자]

네, 야당인 아녜스 상원 부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국정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아녜스/볼리비아 임시대통령 : "과도정부는 복수를 하려는 정부가 아닙니다. 또, 여야 간 재대결을 하려는 정부도 아닙니다."]

하지만 과도 정부는 국가 내부갈등을 수습하기보다 좌파 색채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베네수엘라 외교관들에게 볼리비아를 떠나라고 통보했고 쿠바 의료진 7백여 명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과도정부의 재선거 계획이 순조로울 지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임시정부의 무력 진압을 비난하면서 귀국을 시사했습니다.

[모랄레스/볼리비아 전 대통령 : "볼리비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내가 그 일을 할 겁니다. 총알을 쓰지 않고요."]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볼리비아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이 나라를 통제 불능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금까지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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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혼돈의 볼리비아…또 유혈 충돌
    • 입력 2019-11-18 20:50:09
    • 수정2019-11-18 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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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시위로 대통령이 망명한 볼리비아에서 정국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원주민, 농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유혈사태를 빚고 있는데요.

볼리비아 현지 연결합니다.

이재환 특파원, 사상자 소식이 전해지는데 현지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제 뒤로 보이는 광장이 시위대가 집결하는 곳입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내면서 야권은 14년의 장기독재를 무너뜨린 ‘시민의 승리’라고 자축하고 있습니다만, 모랄레스 지지자들은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연일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자존감인 무지개색 깃발 위팔라를 들고 도심을 행진합니다.

["그래, 지금 내전이다!"]

["아녜스 임시대통령은 쿠데타의 주역, 물러날 것을 원한다!"]

모랄레스는 쿠데타로 쫓겨났다며 볼리비아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외칩니다.

[에르네스토/모랄레스 지지자 :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들을 몰아낸 다음에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대통령궁으로 향하려다 경찰과 충돌하면서 도심은 최루탄 연기로 가득합니다.

코차밤바에서는 코카 잎 재배 농민들이 군인, 경찰과 충돌해 적어도 9명이 숨지고 백여 명이 다쳤습니다.

현지 의료진은 이들이 총상으로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수리타/경찰 지휘관 : "이건 평화시위가 아닙니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이 지역에 들어온다고 볼 수 없습니다."]

반 모랄레스, 친 모랄레스 시위가 이어지면서 서민들은 생활고에 시름이 깊어졌습니다.

[파올라/노점상 : "나는 여당 지지자도, 야당 지지자도 아닙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입니다."]

슈퍼마켓에는 식선식품 공급이 안 돼 진열대가 텅 비었습니다.

주유소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바르가스/라파스 시민 : "여기뿐 아니라 이 주변 모두 주유소에 기름이 없습니다."]

[앵커]

원주민들의 시위가 격해지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기자]

네, 사상 첫 원주민 대통령 모랄레스가 쫓기듯 망명을 떠났고 우파가 정부를 구성하면서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팽배합니다.

모랄레스 퇴진 시위에 동참한 경찰이 제복의 '위팔라’를 잘라버리고 일부 시민들이 깃발을 불태운 사건이 있었는데요.

원주민들을 크게 자극했습니다.

사상자를 낸 코차밤바 지역은 대부분 코카 잎을 재배하는 농민이 거주하는 곳으로 모랄레스의 정치 활동을 후원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사회주의 기치를 내걸었던 모랄레스는 국유화와 공공사업 투자로 원주민과 저소득층의 혜택을 늘리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백인 중산층을 중심으로 독재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었습니다.

해묵은 인종갈등과 지역갈등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과도정부가 구성됐지만 국정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이는데요?

[기자]

네, 야당인 아녜스 상원 부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국정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아녜스/볼리비아 임시대통령 : "과도정부는 복수를 하려는 정부가 아닙니다. 또, 여야 간 재대결을 하려는 정부도 아닙니다."]

하지만 과도 정부는 국가 내부갈등을 수습하기보다 좌파 색채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베네수엘라 외교관들에게 볼리비아를 떠나라고 통보했고 쿠바 의료진 7백여 명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과도정부의 재선거 계획이 순조로울 지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임시정부의 무력 진압을 비난하면서 귀국을 시사했습니다.

[모랄레스/볼리비아 전 대통령 : "볼리비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내가 그 일을 할 겁니다. 총알을 쓰지 않고요."]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볼리비아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이 나라를 통제 불능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금까지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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