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미·유럽 일자리 늘었지만…“고용의 질은 후퇴”

입력 2019.11.27 (18:05) 수정 2019.11.2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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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제 뒤로 영상 한 편이 흐르고 있는데요.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조커>, 맞나요?

[답변]

네, 배트맨의 숙적, 조커의 탄생기를 그린 미국 영화, <조커>입니다.

올해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흥행 면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불평등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 영화에 이처럼 전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요?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섭니다.

미국 내 저임금 노동자가 5천3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44%, 절반 가까이 됩니다.

이들의 연간 소득은 평균 17,950달러, 약 2천2백만 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미국인 평균 연 소득이 약 7만8천 달러, 9천2백만 원 정도니까,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저임금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특정 직종에 몰려 있었는데요.

소매 점원이 45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건물 청소부, 건설직 노동자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일자리가 넘쳐난다, 이렇게 항상 얘기하곤 하는데요.

고용의 질을 들여다보니 좋다고만은 할 수가 없네요?

[답변]

고용 지표만 보면 상당히 좋습니다.

지난달 미국 전체 실업률은 3.6%로,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칩니다.

이처럼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 질과 노동자들의 임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저임금 노동자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절반가량이 이직해도 또다시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스티븐 델러/美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수 : "(사람들이) 취직해서 일하고 있지만,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고등이 켜져 있으며, 경제상황도 어렵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노동 인구의 경제 활동 참여가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신규 일자리가 모두 다 좋고, 또 임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미국 내 수많은 노동자가 저임금 사이클에 갇혀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 유럽은 어떻습니까?

[답변]

유럽도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고용 시장이 탄탄한 흐름을 보입니다.

지난 9월 기준, 역대 최저 실업률을 기록했습니다.

유로존의 전체 실업률은 7.5%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유로존은 EU 공용 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을 말합니다.

그럼, 나라별로 살펴볼까요?

EU 회원국 가운데 체코 실업률이 2.1%로 가장 낮았고, 독일이 3.1%, 폴란드가 3.3%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브렉시트로 혼란을 겪고 있는 영국의 실업률은 3.8%로 집계됐습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년간 유럽 내 일자리가 천만 개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일자리도 많아지고, 실업률은 떨어지고, 고용 성적이 나쁘지 않네요.

지난해 EU 회원국 대부분이 최저임금도 인상했죠?

[답변]

네, 표면적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고용 환경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문제는 역시 일자리 질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내 늘어난 일자리 중 상당수가 아르바이트와 같은 시간제와 임시직, 자영업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유로존 19개국 임시직 노동자 비율은 14.2%로 나타났습니다.

스페인의 경우, 임시직 노동자 비중이 26.4%로 가장 높았고요.

네덜란드는 20.1%, 이탈리아는 16.5%로 집계됐습니다.

프랑스도 2009년보다 3.2%포인트 높아진 16.2%를 기록했습니다.

시간제 노동자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독일은 27%, 네덜란드는 거의 47%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선 비정규직 일자리라고 하죠.

유럽에서 이렇게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난 이유가 뭔가요?

[답변]

월스트리트저널은 10년 전에 있었던 세계 금융 위기 여파가 지금까지도 노동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고용 유연화로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면서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럽 노동자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일은 하고 있지만 벌이는 적고, 각종 보험 혜택을 누리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직장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스페인 임시직 노동자 : "지금 이 일을 2~3개월 정도 하게 됐는데,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매일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계속해서 찾아야죠."]

실제, 유럽에서는 빈곤 위험에 처한 노동자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2007년 7.9%에서 지난해 9.2%로 증가했습니다.

[앵커]

프랑스에서 있었던 노란 조끼 시위도 돌이켜보면 노동자들의 이러한 고용 불안에서 시작된 건데요.

프랑스는 현재 안정을 되찾았죠?

[답변]

그렇습니다.

프랑스 사회뿐 아니라 경제 상황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소득 불평등과 같은 사회 문제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이달 초에는 22살 대학생이 생활고를 비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 :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여전히 시스템이 잘못된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시위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국도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위 1%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총 35조4천억 달러로, 이는 40% 중산층 계층의 자산과 맞먹는 규모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앵커]

불평등, 빈부격차라는 화두를 던진 영화 조커가 미국인들에게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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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7 18:15:02
    • 수정2019-11-27 18: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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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제 뒤로 영상 한 편이 흐르고 있는데요.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조커>, 맞나요?

[답변]

네, 배트맨의 숙적, 조커의 탄생기를 그린 미국 영화, <조커>입니다.

올해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흥행 면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불평등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 영화에 이처럼 전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요?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섭니다.

미국 내 저임금 노동자가 5천3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44%, 절반 가까이 됩니다.

이들의 연간 소득은 평균 17,950달러, 약 2천2백만 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미국인 평균 연 소득이 약 7만8천 달러, 9천2백만 원 정도니까,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저임금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특정 직종에 몰려 있었는데요.

소매 점원이 45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건물 청소부, 건설직 노동자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일자리가 넘쳐난다, 이렇게 항상 얘기하곤 하는데요.

고용의 질을 들여다보니 좋다고만은 할 수가 없네요?

[답변]

고용 지표만 보면 상당히 좋습니다.

지난달 미국 전체 실업률은 3.6%로,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칩니다.

이처럼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 질과 노동자들의 임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저임금 노동자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절반가량이 이직해도 또다시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스티븐 델러/美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수 : "(사람들이) 취직해서 일하고 있지만,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고등이 켜져 있으며, 경제상황도 어렵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노동 인구의 경제 활동 참여가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신규 일자리가 모두 다 좋고, 또 임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미국 내 수많은 노동자가 저임금 사이클에 갇혀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 유럽은 어떻습니까?

[답변]

유럽도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고용 시장이 탄탄한 흐름을 보입니다.

지난 9월 기준, 역대 최저 실업률을 기록했습니다.

유로존의 전체 실업률은 7.5%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유로존은 EU 공용 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을 말합니다.

그럼, 나라별로 살펴볼까요?

EU 회원국 가운데 체코 실업률이 2.1%로 가장 낮았고, 독일이 3.1%, 폴란드가 3.3%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브렉시트로 혼란을 겪고 있는 영국의 실업률은 3.8%로 집계됐습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년간 유럽 내 일자리가 천만 개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일자리도 많아지고, 실업률은 떨어지고, 고용 성적이 나쁘지 않네요.

지난해 EU 회원국 대부분이 최저임금도 인상했죠?

[답변]

네, 표면적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고용 환경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문제는 역시 일자리 질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내 늘어난 일자리 중 상당수가 아르바이트와 같은 시간제와 임시직, 자영업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유로존 19개국 임시직 노동자 비율은 14.2%로 나타났습니다.

스페인의 경우, 임시직 노동자 비중이 26.4%로 가장 높았고요.

네덜란드는 20.1%, 이탈리아는 16.5%로 집계됐습니다.

프랑스도 2009년보다 3.2%포인트 높아진 16.2%를 기록했습니다.

시간제 노동자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독일은 27%, 네덜란드는 거의 47%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선 비정규직 일자리라고 하죠.

유럽에서 이렇게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난 이유가 뭔가요?

[답변]

월스트리트저널은 10년 전에 있었던 세계 금융 위기 여파가 지금까지도 노동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고용 유연화로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면서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럽 노동자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일은 하고 있지만 벌이는 적고, 각종 보험 혜택을 누리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직장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스페인 임시직 노동자 : "지금 이 일을 2~3개월 정도 하게 됐는데,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매일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계속해서 찾아야죠."]

실제, 유럽에서는 빈곤 위험에 처한 노동자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2007년 7.9%에서 지난해 9.2%로 증가했습니다.

[앵커]

프랑스에서 있었던 노란 조끼 시위도 돌이켜보면 노동자들의 이러한 고용 불안에서 시작된 건데요.

프랑스는 현재 안정을 되찾았죠?

[답변]

그렇습니다.

프랑스 사회뿐 아니라 경제 상황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소득 불평등과 같은 사회 문제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이달 초에는 22살 대학생이 생활고를 비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 :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여전히 시스템이 잘못된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시위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국도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위 1%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총 35조4천억 달러로, 이는 40% 중산층 계층의 자산과 맞먹는 규모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앵커]

불평등, 빈부격차라는 화두를 던진 영화 조커가 미국인들에게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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