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두렵지 않아요”…기후 변화 투사된 81살 여배우

입력 2019.11.30 (21:54) 수정 2019.11.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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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금요일마다 체포되기 위해 시위 현장을 누비는 81살의 원로 여배우가 있습니다.

헐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사회 운동가인 제인 폰다가 그 주인공입니다.

기후변화 대응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폰다는 벌써 4차례 체포됐는데요.

오히려 체포를 역이용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전세계에 홍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서지영 특파원이 제인 폰다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960년대 할리우드를 이끌었던 여배우 제인 폰다는 '금발머리 미녀'란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맹렬히 비난하며 반전 운동에 앞장섰고,

[제인 폰다/여배우 :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어느 누구의 잔혹성도 부분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성, 장애인 등 소수·약자의 인권 개선에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연기파 배우이자 진보 운동가에서 어느덧 81살의 원로 배우가 된 폰다가 최근, 시위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도대체 이 여배우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미 국회의사당 앞에 삼삼오오 몰려든 사람들, 학생들도 '전쟁 반대', '환경 보호' 팻말을 든 채 연설자를 기다립니다.

[소피 뮈얼/고등학생 : (전세계에 있는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나요?) 여러분도 당장 기후 변화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건 여러분의 미래가 걸린 문제잖아요."]

["와와!"]

빨간색 코트와 검은 모자를 쓴 채 등장한 폰다, 이번 시위 주제는 '전쟁·군대와 기후 변화'입니다.

석유 소비량이 가장 많은 주체가 바로 군대이기 때문에 예산을 삭감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제인 폰다/ 여배우 : "기후, 환경,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동물들이 석유 때문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당신이 몰랐던 사실 가운데 하나는, 펜타곤(미 국방부)이 세계에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가장 큰 기관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무엇이죠? (기후 정의요!) 언제요? (지금 당장요!)"]

하지만, 시위 현장에는 늘 긴장이 감돕니다.

체포 등을 통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불법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 경찰 : "길거리에서 시위를 하려면 허가증이 필요한데 당신은 허가증이 없잖아요."]

제인 폰다도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을 무단 점거한 혐의로 여러 차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4번 째 체포된 날엔 결국,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80대 고령의 유명 여배우가 끌려가는 장면은 급속하게 언론을 통해 확산됐습니다.

[제인 폰다/여배우 : "그곳에 함께 있지 못해 미안합니다. 체포되어서 영광입니다."]

기후변화 투사가 된 폰다에게 영감을 준 사람은 스웨덴의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였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를 읽고 충격을 받은 뒤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각각 섭씨 1.5도와 2도 올라갔을 때를 가정해 영향을 비교했습니다.

2도 올라갔을 때 금세기 말까지 빙하가 최대 20%까지 줄어들고 해수면은 2미터 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2017년 6월 : "미국은 파리 협약에서 탈퇴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UN 연설에서 그레타는 말로만 환경보호를 외치는 기성세대에게 일침을 날렸습니다.

[그레타 툰베리/환경운동가 :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그레타의 울림은 유럽으로, 그리고 전세계로 퍼졌습니다.

["석탄 금지! 휘발유 금지!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150개 국가, 9천여 학교에서 수백 만 명의 학생들이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배출 제로! 배출 제로!"]

청소년들의 행동에 감명을 받는 폰다는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앞장설 것을 선언했습니다.

[제인 폰다/여배우 : "제 집을 떠나 워싱턴 DC에 4개월 동안 머물겁니다. 그리고 기후변화 운동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렇게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가 탄생했습니다.

파이어 드릴은 소방훈련을 의미합니다.

참가자들은 이처럼 빨간색 옷을 입고 시위에 동참합니다. 당신의 집이 불이 난 것처럼 시급히 행동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폰다는 금요일마다 유명 인사들, 그리고 환경단체들과 시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조디 에반스/코드핑크(국제환경단체) 공동 설립자 : "제인 폰다는 그녀의 이름값을 활용해 시위를 알리고 있어요 매주 금요일마다 시위를 주도하고 환경 관련 세미나에 관여하고 있어요."]

금요일 시위에 앞서 전날 열리는 세미나에선 기후 변화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참석자들 간 활발한 토론을 벌입니다.

[매디슨 파파라도/참석자 : "실제로 제인 폰다가 주도해 (사회정의와 기후변화)를 연계한 시위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여기에 온 것이 영광입니다."]

'환경 보호'라는 목표로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 행진 노래를 함께 부르며 마음은 어느덧, 하나가 됩니다.

토론장에 깜짝 등장한 제인 폰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물어봤습니다.

[제인 폰다/여배우 : "우리는 기다릴 수가 없어요.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인종이 어떻든 모두 각성해서 거리에 나와 (권력자들에게) 우리의 요구를 외쳐야 합니다."]

산불과 가뭄 등 이상 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는 환경은 물론 인간의 삶 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체포가 두렵지 않다는 원로 여배우, 그런 그녀가 가장 두려운 것은 어쩌면 눈앞의 이익 때문에 기후 위기에 눈감고 있는 인간의 탐욕일지도 모릅니다.

워싱턴에서 서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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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포? 두렵지 않아요”…기후 변화 투사된 81살 여배우
    • 입력 2019-11-30 22:09:50
    • 수정2019-11-30 22:30:51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매주 금요일마다 체포되기 위해 시위 현장을 누비는 81살의 원로 여배우가 있습니다.

헐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사회 운동가인 제인 폰다가 그 주인공입니다.

기후변화 대응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폰다는 벌써 4차례 체포됐는데요.

오히려 체포를 역이용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전세계에 홍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서지영 특파원이 제인 폰다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960년대 할리우드를 이끌었던 여배우 제인 폰다는 '금발머리 미녀'란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맹렬히 비난하며 반전 운동에 앞장섰고,

[제인 폰다/여배우 :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어느 누구의 잔혹성도 부분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성, 장애인 등 소수·약자의 인권 개선에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연기파 배우이자 진보 운동가에서 어느덧 81살의 원로 배우가 된 폰다가 최근, 시위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도대체 이 여배우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미 국회의사당 앞에 삼삼오오 몰려든 사람들, 학생들도 '전쟁 반대', '환경 보호' 팻말을 든 채 연설자를 기다립니다.

[소피 뮈얼/고등학생 : (전세계에 있는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나요?) 여러분도 당장 기후 변화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건 여러분의 미래가 걸린 문제잖아요."]

["와와!"]

빨간색 코트와 검은 모자를 쓴 채 등장한 폰다, 이번 시위 주제는 '전쟁·군대와 기후 변화'입니다.

석유 소비량이 가장 많은 주체가 바로 군대이기 때문에 예산을 삭감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제인 폰다/ 여배우 : "기후, 환경,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동물들이 석유 때문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당신이 몰랐던 사실 가운데 하나는, 펜타곤(미 국방부)이 세계에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가장 큰 기관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무엇이죠? (기후 정의요!) 언제요? (지금 당장요!)"]

하지만, 시위 현장에는 늘 긴장이 감돕니다.

체포 등을 통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불법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 경찰 : "길거리에서 시위를 하려면 허가증이 필요한데 당신은 허가증이 없잖아요."]

제인 폰다도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을 무단 점거한 혐의로 여러 차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4번 째 체포된 날엔 결국,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80대 고령의 유명 여배우가 끌려가는 장면은 급속하게 언론을 통해 확산됐습니다.

[제인 폰다/여배우 : "그곳에 함께 있지 못해 미안합니다. 체포되어서 영광입니다."]

기후변화 투사가 된 폰다에게 영감을 준 사람은 스웨덴의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였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를 읽고 충격을 받은 뒤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각각 섭씨 1.5도와 2도 올라갔을 때를 가정해 영향을 비교했습니다.

2도 올라갔을 때 금세기 말까지 빙하가 최대 20%까지 줄어들고 해수면은 2미터 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2017년 6월 : "미국은 파리 협약에서 탈퇴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UN 연설에서 그레타는 말로만 환경보호를 외치는 기성세대에게 일침을 날렸습니다.

[그레타 툰베리/환경운동가 :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그레타의 울림은 유럽으로, 그리고 전세계로 퍼졌습니다.

["석탄 금지! 휘발유 금지!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150개 국가, 9천여 학교에서 수백 만 명의 학생들이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배출 제로! 배출 제로!"]

청소년들의 행동에 감명을 받는 폰다는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앞장설 것을 선언했습니다.

[제인 폰다/여배우 : "제 집을 떠나 워싱턴 DC에 4개월 동안 머물겁니다. 그리고 기후변화 운동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렇게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가 탄생했습니다.

파이어 드릴은 소방훈련을 의미합니다.

참가자들은 이처럼 빨간색 옷을 입고 시위에 동참합니다. 당신의 집이 불이 난 것처럼 시급히 행동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폰다는 금요일마다 유명 인사들, 그리고 환경단체들과 시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조디 에반스/코드핑크(국제환경단체) 공동 설립자 : "제인 폰다는 그녀의 이름값을 활용해 시위를 알리고 있어요 매주 금요일마다 시위를 주도하고 환경 관련 세미나에 관여하고 있어요."]

금요일 시위에 앞서 전날 열리는 세미나에선 기후 변화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참석자들 간 활발한 토론을 벌입니다.

[매디슨 파파라도/참석자 : "실제로 제인 폰다가 주도해 (사회정의와 기후변화)를 연계한 시위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여기에 온 것이 영광입니다."]

'환경 보호'라는 목표로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 행진 노래를 함께 부르며 마음은 어느덧, 하나가 됩니다.

토론장에 깜짝 등장한 제인 폰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물어봤습니다.

[제인 폰다/여배우 : "우리는 기다릴 수가 없어요.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인종이 어떻든 모두 각성해서 거리에 나와 (권력자들에게) 우리의 요구를 외쳐야 합니다."]

산불과 가뭄 등 이상 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는 환경은 물론 인간의 삶 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체포가 두렵지 않다는 원로 여배우, 그런 그녀가 가장 두려운 것은 어쩌면 눈앞의 이익 때문에 기후 위기에 눈감고 있는 인간의 탐욕일지도 모릅니다.

워싱턴에서 서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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