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인사이드] ‘OK’ 손가락 사인이 백인우월주의 표시?

입력 2019.12.18 (20:33) 수정 2019.12.1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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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답변]

일반적으로 '괜찮다, 좋다'라는 뜻을 전할 때 엄지와 검지를 붙여 원을 만드는 손동작을 하죠.

'OK'라는 의미로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이 손동작이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미국 필라델피아 링컨 파이낸셜 스타디움에서 해군사관학교와 육군사관학교 풋볼팀의 라이벌전이 열렸습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행사에 참석해서 화제가 됐는데요.

경기를 앞두고 스포츠전문채널 ESPN 리포터가 생도들 사이에 서 있었는데 화면에 'OK' 손가락 사인이 잡혔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OK' 손동작을 하는 생도가 한 명이 아닙니다.

뒤쪽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다른 생도 역시 검은색 장갑을 낀 채 손가락으로 'OK' 모양을 하고 있죠?

좋다는 의미의 'OK' 손동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손동작이 백인우월주의를 나타낸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 'OK' 사인이 왜 백인우월주의를 나타낸다는 건가요?

[답변]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손가락 모양이 '백인의 힘', 'White Power'를 나타낸다는 건데요.

손가락 3개는 화이트의 'W', 동그라미와 손바닥은 파워의 'P'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섭니다.

지난 2017년 일부 백인우월주의 웹사이트에서 이 손동작을 상징으로 삼자는 이야기가 나왔고요.

이후 미국 내에서 'OK'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는 손동작은 백인 우월주의를 뜻한다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해군사관학교는 'OK' 손동작을 한 생도들을 조사할 조사관을 임명했다고 지난 15일 밝혔습니다.

해군사관학교 대변인은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측도 조사 중이라면서 "현시점에서는 'OK' 사인을 한 생도들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OK' 손동작을 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게 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답변]

그렇습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들이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인턴들 모두 정면을 응시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OK' 손동작을 하고 있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지난해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미국에 상륙했을 당시 해안경비대의 한 대원은 TV 방송 도중 'OK' 손가락 사인을 해 질책을 받았습니다.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테러, 기억하실 텐데요.

무슬림 51명을 살해한 호주의 백인 우월주의자 브렌턴 태런트가 법정에 출두해 'OK' 사인을 만든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애비 올히지어/워싱턴포스트 기자 :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많은 사람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OK' 손동작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이 손동작을 둘러싼 담론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 펜 대표가 지난 5월 에스토니아를 방문했는데요.

당시 극우 성향 에스토니아 국민보수당의 루벤 칼레프 의원과 'OK' 모양을 만들며 찍은 셀카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앵커]

"괜찮다"는 의미의 'OK' 손동작이 혐오의 상징으로 변질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답변]

네, 일부 역사학자와 미국 최대의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은 백인 우월주의자 등 극우 세력이 'OK' 손동작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누리꾼들로부터 사랑받았던 우울한 개구리 캐릭터 '페페'가 미국 인터넷에서 극우주의와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쓰이면서 이미지가 왜곡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물론 'OK' 사인이 백인우월주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미첼 워터스/디트로이트 시민 : "누군가가 증오의 상징으로 'OK' 사인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저 또한 증오의 상징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반명예훼손연맹'은 지난 9월 'OK' 손동작을 증오를 나타내는 기호 목록에 포함했습니다.

다만, 'OK' 사인에 여러 가지 뜻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면서 다른 맥락상 증거가 없으면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상징으로 쓰였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제시카 리브스/반명예훼손연맹(ADL) 편집국장 : "우리는 백인들이 'OK' 사인을 사용하고 있다고 추정해서는 안 됩니다. ('OK' 사인의 의미는) 훨씬 더 어두워졌고, 위험해졌습니다."]

또 극단주의자들은 혐오를 표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구호를 만들어낸다면서 사법기관과 일반 대중이 이런 수신호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한다고 반명예훼손연맹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최규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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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8 20:44:39
    • 수정2019-12-18 20:58:27
    글로벌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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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답변]

일반적으로 '괜찮다, 좋다'라는 뜻을 전할 때 엄지와 검지를 붙여 원을 만드는 손동작을 하죠.

'OK'라는 의미로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이 손동작이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미국 필라델피아 링컨 파이낸셜 스타디움에서 해군사관학교와 육군사관학교 풋볼팀의 라이벌전이 열렸습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행사에 참석해서 화제가 됐는데요.

경기를 앞두고 스포츠전문채널 ESPN 리포터가 생도들 사이에 서 있었는데 화면에 'OK' 손가락 사인이 잡혔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OK' 손동작을 하는 생도가 한 명이 아닙니다.

뒤쪽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다른 생도 역시 검은색 장갑을 낀 채 손가락으로 'OK' 모양을 하고 있죠?

좋다는 의미의 'OK' 손동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손동작이 백인우월주의를 나타낸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 'OK' 사인이 왜 백인우월주의를 나타낸다는 건가요?

[답변]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손가락 모양이 '백인의 힘', 'White Power'를 나타낸다는 건데요.

손가락 3개는 화이트의 'W', 동그라미와 손바닥은 파워의 'P'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섭니다.

지난 2017년 일부 백인우월주의 웹사이트에서 이 손동작을 상징으로 삼자는 이야기가 나왔고요.

이후 미국 내에서 'OK'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는 손동작은 백인 우월주의를 뜻한다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해군사관학교는 'OK' 손동작을 한 생도들을 조사할 조사관을 임명했다고 지난 15일 밝혔습니다.

해군사관학교 대변인은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측도 조사 중이라면서 "현시점에서는 'OK' 사인을 한 생도들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OK' 손동작을 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게 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답변]

그렇습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들이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인턴들 모두 정면을 응시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OK' 손동작을 하고 있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지난해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미국에 상륙했을 당시 해안경비대의 한 대원은 TV 방송 도중 'OK' 손가락 사인을 해 질책을 받았습니다.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테러, 기억하실 텐데요.

무슬림 51명을 살해한 호주의 백인 우월주의자 브렌턴 태런트가 법정에 출두해 'OK' 사인을 만든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애비 올히지어/워싱턴포스트 기자 :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많은 사람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OK' 손동작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이 손동작을 둘러싼 담론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 펜 대표가 지난 5월 에스토니아를 방문했는데요.

당시 극우 성향 에스토니아 국민보수당의 루벤 칼레프 의원과 'OK' 모양을 만들며 찍은 셀카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앵커]

"괜찮다"는 의미의 'OK' 손동작이 혐오의 상징으로 변질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답변]

네, 일부 역사학자와 미국 최대의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은 백인 우월주의자 등 극우 세력이 'OK' 손동작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누리꾼들로부터 사랑받았던 우울한 개구리 캐릭터 '페페'가 미국 인터넷에서 극우주의와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쓰이면서 이미지가 왜곡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물론 'OK' 사인이 백인우월주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미첼 워터스/디트로이트 시민 : "누군가가 증오의 상징으로 'OK' 사인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저 또한 증오의 상징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반명예훼손연맹'은 지난 9월 'OK' 손동작을 증오를 나타내는 기호 목록에 포함했습니다.

다만, 'OK' 사인에 여러 가지 뜻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면서 다른 맥락상 증거가 없으면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상징으로 쓰였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제시카 리브스/반명예훼손연맹(ADL) 편집국장 : "우리는 백인들이 'OK' 사인을 사용하고 있다고 추정해서는 안 됩니다. ('OK' 사인의 의미는) 훨씬 더 어두워졌고, 위험해졌습니다."]

또 극단주의자들은 혐오를 표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구호를 만들어낸다면서 사법기관과 일반 대중이 이런 수신호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한다고 반명예훼손연맹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최규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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