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레바논 시위 두 달…내각 구성 난항

입력 2019.12.18 (20:39) 수정 2019.12.1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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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레바논에서 민생고와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요.

결국, 총리가 사퇴했지만 새 내각구성이 지연되면서 정국 혼란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특파원 연결합니다.

박석호 특파원 레바논 현지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레바논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구요,

혼란 확산이 우려된다고 군 당국이 성명을 낼 정도로 과격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했고 시위대는 돌을 던지면서 대항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청년 수백 명이 모여 “시아파”를 외치면서 타이어에 불을 질렀습니다.

수니파 거주지역인 시돈에서는 현 정권과 동맹세력인 아말 조직원들이 시위대를 습격해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파티마/시위대 : "솔직히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머리 바로 위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처럼 말이죠."]

어제도 밤샘시위가 이어졌고 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수도 베이루트와 시돈 거리는 불탄 자동차가 나뒹구는 전쟁터처럼 변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혼란스런 상황인데 새 내각 구성은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구요?

[기자]

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고 총리가 사퇴한 지 7주가 넘었습니다만, 아직 새 내각을 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정파 간 이견 때문입니다.

레바논은 명목상 대통령제이지만 사실상 총리가 실권을 갖는 내각제에 가깝습니다.

다종교 국가인 레바논은 정파 간 권력안배를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계 마론파와 이슬람 수니파, 그리고 시아파가 각각 대통령과 총리, 국회의장직을 나눠 맡고 있는데요.

경제난과 부정부패 때문에 이번 시위가 촉발된 만큼 시위대는 기존 정치인을 배제하고 전문 기술 관료들로만 새 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는 내각에 정치인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산 나스랄라/헤즈볼라 사무총장 : "어떻게 한 가지 색깔의 정부가 위험 수준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새 총리 후보가 거론되고 있지만 시위대 반발과, 정파 갈등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요.

미셸 아운 대통령은 총리 후보 지명을 위한 의회와의 협의를 벌써 두 차례나 연기했습니다.

[루시언/시위대 : "의회 협의를 계속 연기하는데 참을 수 없습니다. 국민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어요. 경제위기를 해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할 수 있도록 독립 정부가 필요합니다."]

[앵커]

내부 정국 혼란이 극심한데 미국 정부도 발언을 내면서 개입하고 있죠?

[기자]

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는데요.

최근 거세지는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친이란계 헤즈볼라 정권을 수세로 몰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레바논 정계의 부패한 기득권을 시민의 힘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기회로 헤즈볼라에 무기와 재정 지원을 해온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다, 이런 분석도 나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자신의 트윗 글에서 “레바논 국민들이 부정부패,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레바논 국민들의 반감이 높아진 상황을 친이란 정권을 압박할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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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레바논 시위 두 달…내각 구성 난항
    • 입력 2019-12-18 20:47:11
    • 수정2019-12-18 20: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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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민생고와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요.

결국, 총리가 사퇴했지만 새 내각구성이 지연되면서 정국 혼란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특파원 연결합니다.

박석호 특파원 레바논 현지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레바논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구요,

혼란 확산이 우려된다고 군 당국이 성명을 낼 정도로 과격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했고 시위대는 돌을 던지면서 대항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청년 수백 명이 모여 “시아파”를 외치면서 타이어에 불을 질렀습니다.

수니파 거주지역인 시돈에서는 현 정권과 동맹세력인 아말 조직원들이 시위대를 습격해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파티마/시위대 : "솔직히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머리 바로 위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처럼 말이죠."]

어제도 밤샘시위가 이어졌고 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수도 베이루트와 시돈 거리는 불탄 자동차가 나뒹구는 전쟁터처럼 변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혼란스런 상황인데 새 내각 구성은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구요?

[기자]

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고 총리가 사퇴한 지 7주가 넘었습니다만, 아직 새 내각을 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정파 간 이견 때문입니다.

레바논은 명목상 대통령제이지만 사실상 총리가 실권을 갖는 내각제에 가깝습니다.

다종교 국가인 레바논은 정파 간 권력안배를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계 마론파와 이슬람 수니파, 그리고 시아파가 각각 대통령과 총리, 국회의장직을 나눠 맡고 있는데요.

경제난과 부정부패 때문에 이번 시위가 촉발된 만큼 시위대는 기존 정치인을 배제하고 전문 기술 관료들로만 새 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는 내각에 정치인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산 나스랄라/헤즈볼라 사무총장 : "어떻게 한 가지 색깔의 정부가 위험 수준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새 총리 후보가 거론되고 있지만 시위대 반발과, 정파 갈등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요.

미셸 아운 대통령은 총리 후보 지명을 위한 의회와의 협의를 벌써 두 차례나 연기했습니다.

[루시언/시위대 : "의회 협의를 계속 연기하는데 참을 수 없습니다. 국민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어요. 경제위기를 해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할 수 있도록 독립 정부가 필요합니다."]

[앵커]

내부 정국 혼란이 극심한데 미국 정부도 발언을 내면서 개입하고 있죠?

[기자]

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는데요.

최근 거세지는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친이란계 헤즈볼라 정권을 수세로 몰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레바논 정계의 부패한 기득권을 시민의 힘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기회로 헤즈볼라에 무기와 재정 지원을 해온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다, 이런 분석도 나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자신의 트윗 글에서 “레바논 국민들이 부정부패,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레바논 국민들의 반감이 높아진 상황을 친이란 정권을 압박할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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