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상담 엿듣는 ‘모니터링’…“상담원 감시·고객 감청”

입력 2019.12.25 (06:38) 수정 2019.12.2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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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콜센터 상담원들의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전해드렸죠.

이들의 고통은 보다 근본적인 인권의 문제였습니다.

품질향상을 명분으로 상급자가 고객과의 통화를 실시간으로 엿들으며 질책하는 일이 다반사인데요.

감독이 아닌 감시당하는 느낌이라는 콜센터 상담원들의 인권 침해 현장을 변진석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취재진이 만난 콜센터 상담원 A씨.

상급자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숨 막히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콜센터 상담원 A씨/음성변조 : "뒤에서 하나하나 보면서 한 콜 끝날 때마다 질책을 하시는 거예요."]

고객과 전화 상담을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상사가 뒷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전화기에 전용 선을 연결해 고객과의 통화를 엿듣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질책도 쏟아집니다.

[상급자/음성변조 : "사람이 기본을 몰라 가지고 지금 이렇게 뒤에 앉아가지고 헛소리하고 있어야 돼 내가 진짜."]

[상급자/음성변조 : "하나에서부터 열까지를 다 가르치고 있어야 되니, 전화 받아봐요. 또 어떻게 전화 받는지 봅시다."]

명분은 신입 직원 교육과 통화 품질 관리.

회사 규정이라고 하지만, 상담원을 압박하는 수단이 됐습니다.

[정재호/하이텔레서비스지회 사무장/LG전자 콜센터 자회사 : "(실적) 저조 직원들은 표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거든요. 그 자체가 부담입니다. 나의 지금 멘트 하나하나를 누군가 엿듣고 있고,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체크하고 있다는 것..."]

고객 입장에서도 동의를 안 했는데, 제3자가 내 말을 엿듣고 있는 겁니다.

[권혜진/변호사 : "소비자가 아무리 대화의 녹음에는 동의를 하였다 하더라도,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그 내용을 청취하는 경우에는 감청에 해당하는 소지가 큽니다."]

때문에 일부 콜센터에선 '엿듣기' 관행을 없앴지만 대부분 사업장에선 여전합니다.

이 엿듣기 관행부터 없애는 일, 콜센터 상담원들의 인권을 지키는 큰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변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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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상담 엿듣는 ‘모니터링’…“상담원 감시·고객 감청”
    • 입력 2019-12-25 06:39:14
    • 수정2019-12-25 06: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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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콜센터 상담원들의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전해드렸죠.

이들의 고통은 보다 근본적인 인권의 문제였습니다.

품질향상을 명분으로 상급자가 고객과의 통화를 실시간으로 엿들으며 질책하는 일이 다반사인데요.

감독이 아닌 감시당하는 느낌이라는 콜센터 상담원들의 인권 침해 현장을 변진석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취재진이 만난 콜센터 상담원 A씨.

상급자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숨 막히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콜센터 상담원 A씨/음성변조 : "뒤에서 하나하나 보면서 한 콜 끝날 때마다 질책을 하시는 거예요."]

고객과 전화 상담을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상사가 뒷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전화기에 전용 선을 연결해 고객과의 통화를 엿듣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질책도 쏟아집니다.

[상급자/음성변조 : "사람이 기본을 몰라 가지고 지금 이렇게 뒤에 앉아가지고 헛소리하고 있어야 돼 내가 진짜."]

[상급자/음성변조 : "하나에서부터 열까지를 다 가르치고 있어야 되니, 전화 받아봐요. 또 어떻게 전화 받는지 봅시다."]

명분은 신입 직원 교육과 통화 품질 관리.

회사 규정이라고 하지만, 상담원을 압박하는 수단이 됐습니다.

[정재호/하이텔레서비스지회 사무장/LG전자 콜센터 자회사 : "(실적) 저조 직원들은 표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거든요. 그 자체가 부담입니다. 나의 지금 멘트 하나하나를 누군가 엿듣고 있고,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체크하고 있다는 것..."]

고객 입장에서도 동의를 안 했는데, 제3자가 내 말을 엿듣고 있는 겁니다.

[권혜진/변호사 : "소비자가 아무리 대화의 녹음에는 동의를 하였다 하더라도,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그 내용을 청취하는 경우에는 감청에 해당하는 소지가 큽니다."]

때문에 일부 콜센터에선 '엿듣기' 관행을 없앴지만 대부분 사업장에선 여전합니다.

이 엿듣기 관행부터 없애는 일, 콜센터 상담원들의 인권을 지키는 큰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변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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