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그들은 몸을 던졌다…2019년 ‘이웃 의인’을 만나다

입력 2019.12.27 (08:23) 수정 2019.12.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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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 한해도 참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죠.

하지만, 위급한 사고 현장 뒤에 숨겨진 시민 영웅들의 활약도 많았습니다.

한치 앞도 모르는 순간,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위험 속에 뛰어든 이들.

뉴스따라잡기 올해의 결산, 오늘은 올해를 빛낸 용감한 우리 이웃들을 다시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2월, 3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친 대구 사우나 화재.

주민들에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서용규/인근 주민 : "나와 보니까 4층서 펑 하면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거죠."]

[정성근/인근 주민 : "연기는 확확 나지, 펑펑 소리는 나지, 뭐 당황했죠."]

당시 화재 현장입니다.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이후 나오시는 이분, 마지막으로 사우나에서 나왔던 이재만 씨입니다.

당일 아침, 목욕을 마친 이 씨는 직원과 얘기 중이었습니다.

[이재만/대구사우나화재 의인 : "불났다고 (하면서) 주인이 그 매표소에 있다가 문을 여는 순간에 불길이 무슨 태풍 부는 거처럼 연기하고 휘몰아치고 들어오더라고요."]

그 순간, 이 씨는 한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재만/대구 사우나 화재 의인 : "그때는 뭐 무슨 계획도 없고 아무것도 없죠. 무조건 안에 자는 사람들 깨워야 하겠다는 그거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휴게실에서 자는 사람을 깨우고 헬스장과 탕 안을 바쁘게 오간 이 씨.

마지막으로 사우나 안을 보고 나올 때 그만 천장이 무너지고 맙니다.

[이재만/대구 사우나 화재 의인 : "사람이 이렇게 죽는 거구나. 죽을 때 이렇게 죽는 거구나. 누구한테 하나 알리지도 못하고. 그때 내 주위의 가족들이나 이런 게 떠오르는 모습, 그땐 정말 공포가 심했죠."]

손님 한 명과 사우나 안에 갇히고 만 이 씨. 전기까지 나가 어둠 속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재만/대구 사우나 화재 의인 : "(유독 가스 때문에) 수건을 두껍게 해서 입을 막았는데 호흡이 가쁘지. 정말 마지막 그 순간에는요, 죽더라도 숨 한번, 심호흡하고 죽자 하는 그런 생각까지도……."]

그렇게 갇힌 채로 30여 분을 버텼고 다행히 이 씨는 살아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씨의 용감한 행동이 아니었으면 더 큰 사상자가 나올 수 있었지만, 이 씨는 그 때를 떠올릴수록 아쉬움이 남는다고 합니다.

[이재만/대구 사우나 화재 의인 : "조금 더 잘했으면 더 좋았을 건데 하는 생각도 나고 돌아가신 분들이나 다치신 분들한테는 미안한 마음도 있고……."]

철인 3종 경기 도중 1명이 실종돼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안타까운 사고, 기억하십니까?

한강에서 수상레저 전문점을 하던 이요한 씨는 당시 상황을 기억합니다.

[이요한/철인3종경기 의인 : "평소대로 저희는 수상스키나 같이 운동할 준비하고 있었고요. 그 시간에 이제 철인 3종 경기가 저의 업장 앞에서 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반환점 근처에서 사람들이 허우적거리더니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곧바로 회원들과 함께 배 세 척으로 구조에 나섰다는 이 씨.

당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고 합니다.

[노재원/함께 구조한 회원 : "체력이 다 빠진 상태에서 배가 보이니까 건져달라, 도와달라, 살려달라 이렇게 수십 명의 사람이 그렇게 외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요한/철인3종경기 의인 : "뭔가 그래도 지탱할 수 있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사람들이 거기 막 다 매달려있었습니다. 매달리지 못한 사람은 사람을 잡고 있었고……."]

구명조끼를 던지고 3대의 배로 3번 왕복한 끝에 구조한 사람은 모두 100여 명.

[이요한/철인3종경기 의인 : "당시 어떤 생각을 하고 움직였다기보다 본능적으로 아, 저건 지금 당장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그냥 먼저 했어요."]

모든 참가자가 구조된 줄 알았지만 나중에야 결국 실종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 씨는 이후 실종자 수색에도 적극 나서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계할 수 있었습니다.

[문민선/함께 구조한 회원 :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해서 현장을 다 둘러봤는데 결과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을 했어요. 그런 점에 대해서 우리가 한 번 더 돌아봤으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후회감이 더 들더라고요."]

지난 2월 새벽의 동부 간선도로. 승용차 한 대가 불길에 휩싸입니다.

심야 영화를 보고 돌아가던 최창호 씨는 그 모습을 보고 차를 세웠습니다.

[최창호/동부간선도로화재 의인 : "차 한 대가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아 있었고 운전석 앞 보닛 쪽에서 불이 붙어서 나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 옆으로 다가간 최 씨는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진 걸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고 합니다.

[최창호/동부간선도로화재 의인 : "불길 때문에 유리가 갈라지는 소리, 그런 게 사실 좀 되게 위급한 상황으로 저한테 좀 다가왔었던 것 같고……."]

최대한 빨리 차에서 운전자를 꺼낸 뒤, 함께 현장을 급하게 벗어났다는 최 씨.

다행히 바로 소방차가 도착했고 운전자도 생명엔 이상이 없었다고 합니다.

[최창호/동부간선도로화재 의인 : "(운전자가) 휴가 나오셨던 상병이셨고 소속 군단의 헌병대에서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감사의 인사로 표창장 같은 걸 주러 오셨어요."]

최 씨는 7년 동안 종합 격투기를 배운 준 선수급 실력이라고 하는데요,

위험한 상황에서 선뜻 나서게 된건 이런 친구 덕분이라고 합니다. 어떤 친구일까요?

[최창호/동부간선도로 화재 의인 : "친구가 5년 전인가 버스에서 성추행범을 잡아서 표창도 받고 그런 모습을 봤는데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도 나중에 누가 좀 위험에 빠지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몸을 던진 우리 이웃 의인들. 이런 질문을 똑같이 드려봤습니다.

[최창호/동부간선도로화재 의인 : "진짜 그러면 안 되겠지만 비슷한 상황이 오면 저도 최대한 최선을 다해야겠죠."]

[이재만/대구사우나화재 의인 : "형제나 가족들이 자제하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과감히 한번 할 것 같아요. 현장에 뛰어들 것 같습니다."]

[이요한/철인3종경기 의인 : "생각 안 하고 바로 행동으로 구조 나설 것 같습니다."]

우리 이웃 의인들 새해 포부는 어떨까요?

[이요한/철인3종경기 의인 : "한강에 계신 분들한테 미리 위험을 좀 말씀드리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겠다. 앞으로 더 그런 것들을 좀 많이 이야기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재만/대구사우나화재 의인 : "인정을 받은 만큼 자신 있게 용감하게 주위를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최창호/동부간선도로화재 의인 : "좀 더 주변을 더 돌아보면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있으면 제가 가능한 부분에서는 도우면서 같이 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면부지의 이웃을 위해 맨손으로 차를 들고, 사람들을 구출하고 불을 끄는 등 몸을 던진 이웃 의인들.

오늘 방송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그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셨던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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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그들은 몸을 던졌다…2019년 ‘이웃 의인’을 만나다
    • 입력 2019-12-27 08:24:42
    • 수정2019-12-27 13: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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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 한해도 참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죠.

하지만, 위급한 사고 현장 뒤에 숨겨진 시민 영웅들의 활약도 많았습니다.

한치 앞도 모르는 순간,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위험 속에 뛰어든 이들.

뉴스따라잡기 올해의 결산, 오늘은 올해를 빛낸 용감한 우리 이웃들을 다시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2월, 3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친 대구 사우나 화재.

주민들에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서용규/인근 주민 : "나와 보니까 4층서 펑 하면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거죠."]

[정성근/인근 주민 : "연기는 확확 나지, 펑펑 소리는 나지, 뭐 당황했죠."]

당시 화재 현장입니다.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이후 나오시는 이분, 마지막으로 사우나에서 나왔던 이재만 씨입니다.

당일 아침, 목욕을 마친 이 씨는 직원과 얘기 중이었습니다.

[이재만/대구사우나화재 의인 : "불났다고 (하면서) 주인이 그 매표소에 있다가 문을 여는 순간에 불길이 무슨 태풍 부는 거처럼 연기하고 휘몰아치고 들어오더라고요."]

그 순간, 이 씨는 한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재만/대구 사우나 화재 의인 : "그때는 뭐 무슨 계획도 없고 아무것도 없죠. 무조건 안에 자는 사람들 깨워야 하겠다는 그거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휴게실에서 자는 사람을 깨우고 헬스장과 탕 안을 바쁘게 오간 이 씨.

마지막으로 사우나 안을 보고 나올 때 그만 천장이 무너지고 맙니다.

[이재만/대구 사우나 화재 의인 : "사람이 이렇게 죽는 거구나. 죽을 때 이렇게 죽는 거구나. 누구한테 하나 알리지도 못하고. 그때 내 주위의 가족들이나 이런 게 떠오르는 모습, 그땐 정말 공포가 심했죠."]

손님 한 명과 사우나 안에 갇히고 만 이 씨. 전기까지 나가 어둠 속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재만/대구 사우나 화재 의인 : "(유독 가스 때문에) 수건을 두껍게 해서 입을 막았는데 호흡이 가쁘지. 정말 마지막 그 순간에는요, 죽더라도 숨 한번, 심호흡하고 죽자 하는 그런 생각까지도……."]

그렇게 갇힌 채로 30여 분을 버텼고 다행히 이 씨는 살아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씨의 용감한 행동이 아니었으면 더 큰 사상자가 나올 수 있었지만, 이 씨는 그 때를 떠올릴수록 아쉬움이 남는다고 합니다.

[이재만/대구 사우나 화재 의인 : "조금 더 잘했으면 더 좋았을 건데 하는 생각도 나고 돌아가신 분들이나 다치신 분들한테는 미안한 마음도 있고……."]

철인 3종 경기 도중 1명이 실종돼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안타까운 사고, 기억하십니까?

한강에서 수상레저 전문점을 하던 이요한 씨는 당시 상황을 기억합니다.

[이요한/철인3종경기 의인 : "평소대로 저희는 수상스키나 같이 운동할 준비하고 있었고요. 그 시간에 이제 철인 3종 경기가 저의 업장 앞에서 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반환점 근처에서 사람들이 허우적거리더니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곧바로 회원들과 함께 배 세 척으로 구조에 나섰다는 이 씨.

당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고 합니다.

[노재원/함께 구조한 회원 : "체력이 다 빠진 상태에서 배가 보이니까 건져달라, 도와달라, 살려달라 이렇게 수십 명의 사람이 그렇게 외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요한/철인3종경기 의인 : "뭔가 그래도 지탱할 수 있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사람들이 거기 막 다 매달려있었습니다. 매달리지 못한 사람은 사람을 잡고 있었고……."]

구명조끼를 던지고 3대의 배로 3번 왕복한 끝에 구조한 사람은 모두 100여 명.

[이요한/철인3종경기 의인 : "당시 어떤 생각을 하고 움직였다기보다 본능적으로 아, 저건 지금 당장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그냥 먼저 했어요."]

모든 참가자가 구조된 줄 알았지만 나중에야 결국 실종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 씨는 이후 실종자 수색에도 적극 나서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계할 수 있었습니다.

[문민선/함께 구조한 회원 :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해서 현장을 다 둘러봤는데 결과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을 했어요. 그런 점에 대해서 우리가 한 번 더 돌아봤으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후회감이 더 들더라고요."]

지난 2월 새벽의 동부 간선도로. 승용차 한 대가 불길에 휩싸입니다.

심야 영화를 보고 돌아가던 최창호 씨는 그 모습을 보고 차를 세웠습니다.

[최창호/동부간선도로화재 의인 : "차 한 대가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아 있었고 운전석 앞 보닛 쪽에서 불이 붙어서 나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 옆으로 다가간 최 씨는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진 걸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고 합니다.

[최창호/동부간선도로화재 의인 : "불길 때문에 유리가 갈라지는 소리, 그런 게 사실 좀 되게 위급한 상황으로 저한테 좀 다가왔었던 것 같고……."]

최대한 빨리 차에서 운전자를 꺼낸 뒤, 함께 현장을 급하게 벗어났다는 최 씨.

다행히 바로 소방차가 도착했고 운전자도 생명엔 이상이 없었다고 합니다.

[최창호/동부간선도로화재 의인 : "(운전자가) 휴가 나오셨던 상병이셨고 소속 군단의 헌병대에서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감사의 인사로 표창장 같은 걸 주러 오셨어요."]

최 씨는 7년 동안 종합 격투기를 배운 준 선수급 실력이라고 하는데요,

위험한 상황에서 선뜻 나서게 된건 이런 친구 덕분이라고 합니다. 어떤 친구일까요?

[최창호/동부간선도로 화재 의인 : "친구가 5년 전인가 버스에서 성추행범을 잡아서 표창도 받고 그런 모습을 봤는데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도 나중에 누가 좀 위험에 빠지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몸을 던진 우리 이웃 의인들. 이런 질문을 똑같이 드려봤습니다.

[최창호/동부간선도로화재 의인 : "진짜 그러면 안 되겠지만 비슷한 상황이 오면 저도 최대한 최선을 다해야겠죠."]

[이재만/대구사우나화재 의인 : "형제나 가족들이 자제하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과감히 한번 할 것 같아요. 현장에 뛰어들 것 같습니다."]

[이요한/철인3종경기 의인 : "생각 안 하고 바로 행동으로 구조 나설 것 같습니다."]

우리 이웃 의인들 새해 포부는 어떨까요?

[이요한/철인3종경기 의인 : "한강에 계신 분들한테 미리 위험을 좀 말씀드리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겠다. 앞으로 더 그런 것들을 좀 많이 이야기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재만/대구사우나화재 의인 : "인정을 받은 만큼 자신 있게 용감하게 주위를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최창호/동부간선도로화재 의인 : "좀 더 주변을 더 돌아보면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있으면 제가 가능한 부분에서는 도우면서 같이 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면부지의 이웃을 위해 맨손으로 차를 들고, 사람들을 구출하고 불을 끄는 등 몸을 던진 이웃 의인들.

오늘 방송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그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셨던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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