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건강 톡톡] ‘손주병’ 앓는 황혼 육아…“절반이 우울증 위험”

입력 2020.01.03 (08:40) 수정 2020.01.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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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손주병' 들어보셨습니까?

황혼 육아 탓에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얻은 상태를 일컫는 말인데요.

과연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수를 돌보는 게 건강에 꼭 나쁘기만 한 걸까요?

좋은 점은 없을까요?

황혼 육아 논란에 대해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박 기자, 먼저 황혼 육아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할머니, 할아버지 손잡고 등·하원 하는 아이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7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4%인데 2026년에는 20%를 차지할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맞벌이 가구도 계속 증가해 맞벌이 부부의 비율은 45%에 달합니다.

실제로 맞벌이 등의 이유로 자녀를 맡기는 경우 돌보는 사람이 누군지 살펴보면 84%가 조부모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령화와 맞물려 맞벌이는 늘고 있고 보육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이 틈을 할머니·할아버지가 메워주는 겁니다.

[앵커]

노인이 아이를 돌본다, 일단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손주병도 그래서 생긴 말이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나이 들어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데 육아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자녀로부터 손주를 봐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차마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육아는 상당한 체력이 필요한 고강도 노동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이가 어릴수록 손이 많이 가는데요.

때마다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아이 쫓아다니며 매 끼니를 챙겨야 하죠.

또, 아이가 울거나 보챌 때는 십여 킬로그램이 넘는 아이를 안거나 업으면서 달래야 합니다.

이렇게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면 손목, 무릎, 척추 관절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말하는 게 모두 '손주병'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앵커]

정말 힘든 일이긴 하지만, 또 한편 아이 봐주실 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정신적으로는 좋을 것 같기도 한데요.

[기자]

사실 손자녀 육아와 관련해 조부모 건강을 살펴본 연구를 보면 '좋다' '나쁘다.' 결과가 다양해 논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계명대병원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손자녀 육아를 하는 조부모는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정하건대 손자녀와 함께하면서 재롱도 보고 키우는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본인이 옛날에 자녀를 키웠을 때 추억도 떠올릴 수 있고요.

또 손자녀의 보호자의 역할을 맡다보니 비슷한 환경에 놓인 어르신들과 교제하면서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앵커]

박 기자, 육아가 기본적으로 힘든데 이렇게 마냥 정신적으로 좋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예리한 질문인데요.

계명대 연구팀도 연구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왔지만, 황혼 육아는 그 주변 여건에 따라서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경우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주변 여건이 뭐길래 정신건강을 좌지우지할까요?

자녀를 맡긴 맞벌이 부부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내용인데요.

먼저 조부모가 황혼 육아에 대한 부담 탓에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우울 증상이 심해집니다.

또 자녀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손자녀 육아를 맡게 된 경우 부정적인 느낌을 갖기 쉽습니다.

게다가 육아에 투입되는 육체적 노동강도가 높고, 본인 여가 시간을 갖지 못한 경우에도 정신적으로 우울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덧붙여 할머니·할아버지께서 만성 질환이 있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못할수록 황혼육아 관련해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황혼 육아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정확히 보셨습니다.

누군가는 황혼 육아가 그래서 정신건강에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단정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데요.

핵심은 황혼 육아를 하더라도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게 원만한 가족관계입니다.

조부모와 성인 자녀와의 좋은 관계가 손자녀 육아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육아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경제적 측면인데요.

황혼 육아를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받지 않고 무급봉사하는 경우가 49%에 달한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경제적 지원 같은 보상이 있어야 손자녀 양육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할머니·할아버지에게도 시간은 소중합니다.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거나 아니면 여가를 즐기거나 나아가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황혼 육아 노동 시간을 줄여주거나 강도를 낮춰 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이 어우러져야만 황혼 육아가 스트레스가 아닌 손자녀를 돌보는 쏠쏠한 재미로 오롯이 남아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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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3 08:42:17
    • 수정2020-01-03 08: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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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병' 들어보셨습니까?

황혼 육아 탓에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얻은 상태를 일컫는 말인데요.

과연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수를 돌보는 게 건강에 꼭 나쁘기만 한 걸까요?

좋은 점은 없을까요?

황혼 육아 논란에 대해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박 기자, 먼저 황혼 육아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할머니, 할아버지 손잡고 등·하원 하는 아이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7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4%인데 2026년에는 20%를 차지할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맞벌이 가구도 계속 증가해 맞벌이 부부의 비율은 45%에 달합니다.

실제로 맞벌이 등의 이유로 자녀를 맡기는 경우 돌보는 사람이 누군지 살펴보면 84%가 조부모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령화와 맞물려 맞벌이는 늘고 있고 보육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이 틈을 할머니·할아버지가 메워주는 겁니다.

[앵커]

노인이 아이를 돌본다, 일단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손주병도 그래서 생긴 말이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나이 들어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데 육아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자녀로부터 손주를 봐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차마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육아는 상당한 체력이 필요한 고강도 노동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이가 어릴수록 손이 많이 가는데요.

때마다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아이 쫓아다니며 매 끼니를 챙겨야 하죠.

또, 아이가 울거나 보챌 때는 십여 킬로그램이 넘는 아이를 안거나 업으면서 달래야 합니다.

이렇게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면 손목, 무릎, 척추 관절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말하는 게 모두 '손주병'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앵커]

정말 힘든 일이긴 하지만, 또 한편 아이 봐주실 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정신적으로는 좋을 것 같기도 한데요.

[기자]

사실 손자녀 육아와 관련해 조부모 건강을 살펴본 연구를 보면 '좋다' '나쁘다.' 결과가 다양해 논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계명대병원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손자녀 육아를 하는 조부모는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정하건대 손자녀와 함께하면서 재롱도 보고 키우는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본인이 옛날에 자녀를 키웠을 때 추억도 떠올릴 수 있고요.

또 손자녀의 보호자의 역할을 맡다보니 비슷한 환경에 놓인 어르신들과 교제하면서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앵커]

박 기자, 육아가 기본적으로 힘든데 이렇게 마냥 정신적으로 좋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예리한 질문인데요.

계명대 연구팀도 연구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왔지만, 황혼 육아는 그 주변 여건에 따라서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경우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주변 여건이 뭐길래 정신건강을 좌지우지할까요?

자녀를 맡긴 맞벌이 부부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내용인데요.

먼저 조부모가 황혼 육아에 대한 부담 탓에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우울 증상이 심해집니다.

또 자녀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손자녀 육아를 맡게 된 경우 부정적인 느낌을 갖기 쉽습니다.

게다가 육아에 투입되는 육체적 노동강도가 높고, 본인 여가 시간을 갖지 못한 경우에도 정신적으로 우울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덧붙여 할머니·할아버지께서 만성 질환이 있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못할수록 황혼육아 관련해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황혼 육아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정확히 보셨습니다.

누군가는 황혼 육아가 그래서 정신건강에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단정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데요.

핵심은 황혼 육아를 하더라도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게 원만한 가족관계입니다.

조부모와 성인 자녀와의 좋은 관계가 손자녀 육아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육아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경제적 측면인데요.

황혼 육아를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받지 않고 무급봉사하는 경우가 49%에 달한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경제적 지원 같은 보상이 있어야 손자녀 양육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할머니·할아버지에게도 시간은 소중합니다.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거나 아니면 여가를 즐기거나 나아가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황혼 육아 노동 시간을 줄여주거나 강도를 낮춰 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이 어우러져야만 황혼 육아가 스트레스가 아닌 손자녀를 돌보는 쏠쏠한 재미로 오롯이 남아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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