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 美 FDA 최초 승인

[앵커]

땅콩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미국 식품의약국이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 시판을 승인한 건데요.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미국 어린이 13명 중 1명은 식품 알레르기를 갖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전체 미국 어린이의 2.5%가 시달리고 있는 '땅콩 알레르기'입니다.

땅콩은 다른 식품보다 알레르기 반응이 더 심해 소량만 섭취해도 급성 호흡 곤란, 의식 소실 등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세를 유발합니다.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요.

[마가렛 윌슨/사망 어린이 어머니 : "아이의 죽음을 통해, 땅콩 알레르기로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문제는 주변에서 매일 접하는 음식에 땅콩이 많이 포함되고, 조리과정에서 다른 음식과 섞여 들어가는 경우도 잦아 아무리 조심해도 피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겁니다.

매년 땅콩 알레르기를 앓은 어린이 4명 중 1명은 급작스러운 노출에 응급실을 찾고 있는데요.

평생 땅콩 알레르기로 마음 졸리며 살아온 니나 니콜스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니나 니콜스/땅콩 알레르기 환자 : "2살 때 제게 땅콩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죠. 수영장에서 친구가 건넨 땅콩과자를 먹은 뒤 몇 분 지나지 않아 반응이 일어났어요."]

땅콩 알레르기는 천천히 땅콩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치료법입니다.

앞선 실험에서 1년 동안 점차 땅콩 복용량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실험 대상자의 3분의 2가 최소 두 알의 땅콩을 견딜 수 있게 된다는 결과를 얻었는데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은 이와 같은 방식의 땅콩 알레르기약 '팔포지아(Palforzia)'의 시판을 승인했습니다.

땅콩을 사용해 제조되는 경구용 치료제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 청소년을 땅콩 성분에 서서히 노출시켜 면역력을 갖게 하는 약입니다.

분말을 요구르트, 푸딩 등과 섞어 섭취할 수 있는데요.

[헤만 샤르마/국립 어린이 병원 알레르기·면역학과 박사 : "땅콩 알레르기의 치료제가 아닙니다. 약을 통해 치료받는 환자들은 계속해서 땅콩을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적응 과정에서 부작용이 적지 않아 초반에는 병원에서 전문 의료진의 감독하에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임상 시험 중 약을 먹은 어린이의 약 9%가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 치료를 중단해야 했는데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은 비교적 부작용이 덜한 패치 형태의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 승인을 검토 중입니다.

[스콧시 처러/식품 알레르기 연구소 박사 : "소량의 땅콩 단백질을 항상 몸에 붙이고 다는 거죠.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면, 구강 면역 치료제만큼 강하지 않지만 꽤 좋고 부작용도 매우 적습니다."]

완벽히 안심할 순 없지만 매번 음식을 점검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던 환자와 가족들은 그래도 약 덕분에 한시름 덜었다고 하는데요.

[니나 니콜스/땅콩 알레르기 환자 : "약 덕분에 마음이 아주 편해졌어요. 기본적으로 돌발적인 노출로부터 저를 지켜줄 수 있으니까요."]

팔포지아는 4세에서 17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만 판매되며 한 달 치 약값은 우리 돈 약 106만 원으로 관련 증상이 줄어드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은 매일 복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