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열린 재판…‘아내 살해’ 치매 노인, 항소심서 집유

입력 2020.02.11 (08:48) 수정 2020.02.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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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흉기를 휘둘러 아내를 숨지게 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던 60대 남성에 대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어 보석 상태로 입원해 있던 중이라 재판은 법원이 아닌 병원에서 열렸습니다.

법원은 판결을 통해 이 남성이 치매 전문병원에만 머물며 5년 동안 치료를 받도록 했습니다.

처벌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치료적 사법'이 적용된 결과입니다.

최유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병원 회의실에 간이 법정이 마련됐습니다.

아내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는 휠체어를 타고 피고인석에 앉았습니다.

69살인 이 씨.

구치소를 찾은 딸에게 "왜 엄마는 같이 오지 않느냐"고 물을 정도로 중증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실형 5년이 선고된 이 씨에 대해 재판 중이던 지난해 9월 보석을 결정했습니다.

치매 전문 병원에만 머무는 조건이었습니다.

치료 기회를 먼저 주기 위해섭니다.

그렇게 다섯 달이 지났고, 재판부는 그간의 경과를 살핀 뒤 이 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정수진/서울고등법원 공보판사 : "5년 동안 계속하여 보호관찰관의 감독하에 외출제한상태로 치매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위반하면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다시 수감됩니다."]

재판부는 "이 씨에 대해 실질적인 치료가 어려운 교정시설에서 징역형을 집행하는 것이 현재나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하지 않다"며 "이 씨가 계속 치료받도록 하는 게 모든 국민이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룬다"고 밝혔습니다.

[김선옥/이 씨 측 변호인 : "매일매일 피고인 치료 경과를 관찰해서 보석 조건 준수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을 매주 했는데요. 재판부나 피고인 가족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저도 같이 감동을 받고..."]

무용한 처벌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치료적 사법'.

같은 재판부는 지난해 음주 뺑소니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석 달 동안 금주 약속을 지키자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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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에서 열린 재판…‘아내 살해’ 치매 노인, 항소심서 집유
    • 입력 2020-02-11 08:49:39
    • 수정2020-02-11 08: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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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흉기를 휘둘러 아내를 숨지게 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던 60대 남성에 대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어 보석 상태로 입원해 있던 중이라 재판은 법원이 아닌 병원에서 열렸습니다.

법원은 판결을 통해 이 남성이 치매 전문병원에만 머물며 5년 동안 치료를 받도록 했습니다.

처벌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치료적 사법'이 적용된 결과입니다.

최유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병원 회의실에 간이 법정이 마련됐습니다.

아내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는 휠체어를 타고 피고인석에 앉았습니다.

69살인 이 씨.

구치소를 찾은 딸에게 "왜 엄마는 같이 오지 않느냐"고 물을 정도로 중증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실형 5년이 선고된 이 씨에 대해 재판 중이던 지난해 9월 보석을 결정했습니다.

치매 전문 병원에만 머무는 조건이었습니다.

치료 기회를 먼저 주기 위해섭니다.

그렇게 다섯 달이 지났고, 재판부는 그간의 경과를 살핀 뒤 이 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정수진/서울고등법원 공보판사 : "5년 동안 계속하여 보호관찰관의 감독하에 외출제한상태로 치매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위반하면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다시 수감됩니다."]

재판부는 "이 씨에 대해 실질적인 치료가 어려운 교정시설에서 징역형을 집행하는 것이 현재나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하지 않다"며 "이 씨가 계속 치료받도록 하는 게 모든 국민이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룬다"고 밝혔습니다.

[김선옥/이 씨 측 변호인 : "매일매일 피고인 치료 경과를 관찰해서 보석 조건 준수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을 매주 했는데요. 재판부나 피고인 가족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저도 같이 감동을 받고..."]

무용한 처벌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치료적 사법'.

같은 재판부는 지난해 음주 뺑소니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석 달 동안 금주 약속을 지키자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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