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자리 붕괴’ 시작…무너진 ‘대한민국 관문’ 영종도

입력 2020.04.20 (21:13) 수정 2020.04.2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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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 세계적인 고용 위기에 대해 국제노동기구 ILO는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실업이 쏟아지는데 실업 급여로 커버가 안되는 난감한 상황."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도 난감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달 통계가 보여줬죠,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0만 명 가까이 줄었는데, 임시직과 일용직은 60만 명 감소했습니다.

충격은 가장 약한 곳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입증된 거죠.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겁니다.

이미 초토화된 항공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일용직, 비정규직은 여전히 정부 지원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변진석, 정연우 두 기자가 현장을 점검해봤습니다.

[리포트]

인천공항에서 수하물을 나르던 김정남 씨.

얼마 전 회사로부터 내용 증명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정리해고 통보였습니다.

[김정남/인천공항 수하물 노동자 : "(물품을 정리하라는 얘기도 있고요.) 예, 패스(출입증) 반납. 저희는 패스가 있어야 들어가니까 패스 반납하면 끝이거든요."]

그나마 유급휴직으로 버텼는데, 해고 통보에 결국 노동청을 찾았습니다.

[김정남 : "청장님한테 한시적(으로) 해고를 막아달라고 요청하러 왔습니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면담, 표정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김정남 : "((면담 결과에) 기대가 많이 되세요. 어떠세요?) 지금 입장이 물에 빠져서 지푸라기라도 하나 건져야 하는 심정이기 때문에..."]

김 씨가 일하던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희망퇴직과 유급휴직으로 사람을 줄이다, 결국 8명에게 해고를 통보한 겁니다.

[김정남 : "집에서도 그냥 일손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 생계도, 2~3개월 더 가면은 이루 말할 수도 없죠. 앞이 캄캄한…."]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공항부터 생채기를 냈습니다.

인천공항 관련 노동자 7만 6천여 명인데요.

이중 1/3, 2만 5천 명이 휴직 중이거나 희망퇴직을 했습니다.

대형 항공사들은 무급휴가와 휴직을, 이스타 항공은 350명 구조조정을 발표했습니다.

일자리는 더 약한 곳부터 무너졌습니다.

지상조업사, 하청업체 노동자 절반은 일을 못 하고 있고 면세점, 식료품점 직원도 30%가 휴직 상탭니다.

정부 대책에서도 소외된 하청 노동자들, 무급휴직을 하느니 차라리 사직을 선택합니다.

[조상훈/한국공항노동조합 위원장 :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권고사직을 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우리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고용지원금도 무용지물, 자기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업체들도 많습니다.

[이상욱/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 "(고용유지지원금을) 사업주만 신청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자들도 신청할 수 있게 정부가 제도 개선을 해야 된다."]

공항, 호텔, 식당 할 것 없이 영종도는 이미 활기를 잃은 지 오래.

고용위기지역 지정 논의는 아직도 제자립니다.

KBS 뉴스 변진석입니다.

무너지는 일자리…충격은 아래부터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일감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이내 거리는 대기자들로 가득 차지만 이중 대다수는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 A씨/음성변조 : "일이 없으면 집에 돌아가고 다른 날에 나오고 또 일 없으면 또 집에 들어가고."]

[일용직 건설 노동자 B씨/음성변조 : "일이요? 굶어 죽어요. 우리. 없는 게 아니라 한 90% 정도 줄었죠. 일주일에 여기 많이 나가야 하루씩 가고 그래요."]

남구로역 일대에서는 승합차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차량을 타고 일터로 떠나는건데 문제는 일터로 떠난 사람들 보다 일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겁니다.

하루를 공치면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일용직 노동자들.

고용보험에 가입 안된 탓에 실업 급여, 받지 못합니다.

방과후 교사, 대리운전 기사 등 250만 명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코로나19로 수입은 뚝 떨어졌는데 같은 이유로 실업 급여, 그림의 떡입니다.

회사에 고용돼 있다면 괜찮은 걸까?

5인 미만 영세업체 종사자는 603만 명.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생입니다.

3명 중 2명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는 업체에 주는 지원금도, 실업급여도, 다 남의 얘기인겁니다.

[최윤수/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조직국장/전화녹취 : "사회 안전망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겠다는 고민이 있는 거고요. 고용보험 미가입자라고 하더라도 실업수당이나 이런 것들을 별도로 고민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일감이 없어도, 일자리를 잃어도, 정부 지원을 못받는 사각지대에 내몰린 노동자들.

전체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1200만 명에 달합니다.

KBS뉴스 정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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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0 21:20:11
    • 수정2020-04-20 22: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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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 세계적인 고용 위기에 대해 국제노동기구 ILO는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실업이 쏟아지는데 실업 급여로 커버가 안되는 난감한 상황."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도 난감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달 통계가 보여줬죠,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0만 명 가까이 줄었는데, 임시직과 일용직은 60만 명 감소했습니다.

충격은 가장 약한 곳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입증된 거죠.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겁니다.

이미 초토화된 항공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일용직, 비정규직은 여전히 정부 지원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변진석, 정연우 두 기자가 현장을 점검해봤습니다.

[리포트]

인천공항에서 수하물을 나르던 김정남 씨.

얼마 전 회사로부터 내용 증명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정리해고 통보였습니다.

[김정남/인천공항 수하물 노동자 : "(물품을 정리하라는 얘기도 있고요.) 예, 패스(출입증) 반납. 저희는 패스가 있어야 들어가니까 패스 반납하면 끝이거든요."]

그나마 유급휴직으로 버텼는데, 해고 통보에 결국 노동청을 찾았습니다.

[김정남 : "청장님한테 한시적(으로) 해고를 막아달라고 요청하러 왔습니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면담, 표정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김정남 : "((면담 결과에) 기대가 많이 되세요. 어떠세요?) 지금 입장이 물에 빠져서 지푸라기라도 하나 건져야 하는 심정이기 때문에..."]

김 씨가 일하던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희망퇴직과 유급휴직으로 사람을 줄이다, 결국 8명에게 해고를 통보한 겁니다.

[김정남 : "집에서도 그냥 일손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 생계도, 2~3개월 더 가면은 이루 말할 수도 없죠. 앞이 캄캄한…."]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공항부터 생채기를 냈습니다.

인천공항 관련 노동자 7만 6천여 명인데요.

이중 1/3, 2만 5천 명이 휴직 중이거나 희망퇴직을 했습니다.

대형 항공사들은 무급휴가와 휴직을, 이스타 항공은 350명 구조조정을 발표했습니다.

일자리는 더 약한 곳부터 무너졌습니다.

지상조업사, 하청업체 노동자 절반은 일을 못 하고 있고 면세점, 식료품점 직원도 30%가 휴직 상탭니다.

정부 대책에서도 소외된 하청 노동자들, 무급휴직을 하느니 차라리 사직을 선택합니다.

[조상훈/한국공항노동조합 위원장 :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권고사직을 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우리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고용지원금도 무용지물, 자기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업체들도 많습니다.

[이상욱/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 "(고용유지지원금을) 사업주만 신청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자들도 신청할 수 있게 정부가 제도 개선을 해야 된다."]

공항, 호텔, 식당 할 것 없이 영종도는 이미 활기를 잃은 지 오래.

고용위기지역 지정 논의는 아직도 제자립니다.

KBS 뉴스 변진석입니다.

무너지는 일자리…충격은 아래부터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일감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이내 거리는 대기자들로 가득 차지만 이중 대다수는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 A씨/음성변조 : "일이 없으면 집에 돌아가고 다른 날에 나오고 또 일 없으면 또 집에 들어가고."]

[일용직 건설 노동자 B씨/음성변조 : "일이요? 굶어 죽어요. 우리. 없는 게 아니라 한 90% 정도 줄었죠. 일주일에 여기 많이 나가야 하루씩 가고 그래요."]

남구로역 일대에서는 승합차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차량을 타고 일터로 떠나는건데 문제는 일터로 떠난 사람들 보다 일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겁니다.

하루를 공치면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일용직 노동자들.

고용보험에 가입 안된 탓에 실업 급여, 받지 못합니다.

방과후 교사, 대리운전 기사 등 250만 명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코로나19로 수입은 뚝 떨어졌는데 같은 이유로 실업 급여, 그림의 떡입니다.

회사에 고용돼 있다면 괜찮은 걸까?

5인 미만 영세업체 종사자는 603만 명.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생입니다.

3명 중 2명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는 업체에 주는 지원금도, 실업급여도, 다 남의 얘기인겁니다.

[최윤수/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조직국장/전화녹취 : "사회 안전망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겠다는 고민이 있는 거고요. 고용보험 미가입자라고 하더라도 실업수당이나 이런 것들을 별도로 고민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일감이 없어도, 일자리를 잃어도, 정부 지원을 못받는 사각지대에 내몰린 노동자들.

전체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1200만 명에 달합니다.

KBS뉴스 정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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