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코로나19로 휴업한다더니 잠적…치과 피해자 속출

입력 2020.04.29 (08:33) 수정 2020.04.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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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 강남의 한 치과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휴업한다며 한 달째 잠적 중입니다.

이미 치료비를 냈는데 갑자기 치료를 못 받게 된 환자들. 피해자만 무려 800명 가까이됩니다.

피해자들은 이번 일이 코로나19는 핑계일 뿐 계획적인 사기라며 소송을 준비 중인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문 닫은 치과를 둘러싼 의혹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서초구의 한 치과.

병원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문 앞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휴업한다는 문구만 붙어있습니다.

3주간 휴업한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문 열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건물 입주자/음성변조 : "환자분들께서 갑자기 오셔서 문을 닫았다고 그 얘기만 전해 들었죠. 혹시 아는 거 있느냐고……."]

원장인 이 씨는 일부 환자들에게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되었다며 죄송하단 문자만 남기고 사라졌는데요.

임플란트나 교정 등 2~3년씩 걸리는 시술 중이었던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병원 휴업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해당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 중이었던 50대 남성 김 모 씨.

10개의 치아를 발치한 상태에서 치료가 멈춰버렸습니다.

이가 없어 음식을 씹지 못하고 목으로 넘겨야 하는 상태.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본 지가 까마득합니다.

[김00/피해자 : "집에 가면 누룽지 사다가 끓여 먹고, 간장이나 찍어 먹든지 이런 상황인 거고. 제대로 먹질 못하니까 내 몸이 안 좋아지는 거죠."]

한 달에 20일 가량 나가던 일용직 일도 최근엔 열흘도 채 나가기 힘듭니다.

[김00/피해자 : "그냥 앉았다 일어나면 요즘 빈혈이 생기니까. 먹질 못하니까. 그냥 뭐 하루 이틀 나갔다가 한 며칠 쉬고……."]

김 씨는 지난해 여름, 치아 모델을 하면 비용을 깎아준다는 광고를 보고 해당 치과를 찾았다고 합니다.

[김00/피해자 : "(다른 치과는 견적이) 2,200만 원, 2,400만 원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광고 보니까 저렴하다 그러길래 그쪽으로 가게 됐습니다. 40% 정도는 저렴했다고 봐요."]

대부분 환자들이 김 씨처럼 광고를 보고 이 치과를 찾았는데요.

당시 치과에선 상담 과정에서 당장 계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송민아/피해자 : "원래 치아교정이 500~600만 원 정도 하면 치아 모델을 해 주면 한 300만 원 정도로 해 주겠다고 해서 지금 결정해 주셔야 치아 모델로 해서 돈을 그렇게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광고 효과 때문인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요.

하지만 막상 치과를 다닐때는 성의없는 진료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윤대만/피해자 : "점점 의사 선생님이라든가 치위생사분들이 건성으로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브래킷(교정 장치)이 떨어졌는데도 이거는 지금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붙여 주지도 않았고……."]

최근 다른 치과를 찾은 윤 씨는 처음부터 다시 교정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윤대만/피해자 : "충치도 많으시고 지금 스케일링도 전혀 안 돼 있으시고 지금 정중선이 완전히 비뚤어졌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올라와 1년 반동안 교정을 했다는 A 씨.

매번 바뀌는 담당의가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놓습니다.

[A씨/ 피해자/음성변조 : "의사분이 계속 바뀌는 거예요. 저만 해도 총 4번이 바뀌었어요."]

자주 의사가 바뀌다 보니 치료도 일관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정이 마무리될 무렵, 세 번째 의사가 발치를 권유했고 결국 이를 뽑은 뒤 추가로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한 달 뒤에 또 갔죠. 병원에. 그랬더니 발치하라고 했던 의사가 없어졌어요. 네 번째 의사는 (치아를) 보고 ‘왜 했지?’ 라는 그런 표정인 거예요."]

A 씨 역시 최근 다른 치과에서 상태가 심각하다는 얘길 들었다고 합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한 군데에서는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식으로까지 얘기하시더라고요. 자기가 맡아서 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정도라고. 돈도 날리고 이도 날리고 엉망진창이 된 거예요."]

현재 피해자 단톡방에 모인 사람만 780여 명. 그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피해액도 적게는 몇 백만 원에서 크게는 천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 일부는 원장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황.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피해자들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피해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폐업은 핑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치기공사에게 지불한 돈도 밀린 데다 병원도 오래전에 내놓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인근 부동산/음성변조 : "저기는 벌써 한 2년 전부터 내놨었어요. (폐업이) 예견됐다고 봐야지."]

[김용범/피해자 측 변호사 : "이미 작년 말 정도부터 정상적인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저희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이 이 사람들한테는 병원의 진료를 그만둘 수 있는 좋은 어떤 핑곗거리가 됐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또 정황상, 사무장 병원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용범/피해자 측 변호사 : "임대차 계약에 직접 당사자가 치과 의사가 아니라 그 사무장인 것이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장소에서 치과의 상호가 4번이나 변경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치과의사는 변경됐지만, 상호도 변경됐지만 해당사무장은 계속 동일 인물로 파악이 됐습니다. 이것이 사무장 병원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상이기 때문에……."]

취재진은 이 모든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병원 측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해당 치과는 휴업 신고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피해자들은 진료기록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휴업 신고는 들어와 있는데 구비 서류 미비로 해서 지금 수리는 안 되는 상태고 그래요. 저희도 계속 독촉은 많이 하고 있는데 원장님이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예요."]

진료기록이 없다 보니 소비자 피해구제신청 역시 진행하기 힘듭니다.

이른바 ‘먹튀’ 치과 사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김경례/소비자원 의료팀장 : "치료 기간이 2년이다 3년이다 이렇게 이제 예상을 하면 3년까지는 어느 정도 진료비가 되고 그 이후에는 매달 비용을 낸다든지 굉장히 세부적으로 상세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원칙이에요. 이벤트라든지 할인 뭐 이런 광고에는 한 번 더 생각을 해봐야 하고요. 장기적인 진료가 될 경우는 현금으로 납입하지 말고 신용카드로……."]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먹튀 치과 사건.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환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 대책도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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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코로나19로 휴업한다더니 잠적…치과 피해자 속출
    • 입력 2020-04-29 08:34:40
    • 수정2020-04-29 09: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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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 강남의 한 치과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휴업한다며 한 달째 잠적 중입니다.

이미 치료비를 냈는데 갑자기 치료를 못 받게 된 환자들. 피해자만 무려 800명 가까이됩니다.

피해자들은 이번 일이 코로나19는 핑계일 뿐 계획적인 사기라며 소송을 준비 중인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문 닫은 치과를 둘러싼 의혹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서초구의 한 치과.

병원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문 앞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휴업한다는 문구만 붙어있습니다.

3주간 휴업한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문 열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건물 입주자/음성변조 : "환자분들께서 갑자기 오셔서 문을 닫았다고 그 얘기만 전해 들었죠. 혹시 아는 거 있느냐고……."]

원장인 이 씨는 일부 환자들에게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되었다며 죄송하단 문자만 남기고 사라졌는데요.

임플란트나 교정 등 2~3년씩 걸리는 시술 중이었던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병원 휴업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해당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 중이었던 50대 남성 김 모 씨.

10개의 치아를 발치한 상태에서 치료가 멈춰버렸습니다.

이가 없어 음식을 씹지 못하고 목으로 넘겨야 하는 상태.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본 지가 까마득합니다.

[김00/피해자 : "집에 가면 누룽지 사다가 끓여 먹고, 간장이나 찍어 먹든지 이런 상황인 거고. 제대로 먹질 못하니까 내 몸이 안 좋아지는 거죠."]

한 달에 20일 가량 나가던 일용직 일도 최근엔 열흘도 채 나가기 힘듭니다.

[김00/피해자 : "그냥 앉았다 일어나면 요즘 빈혈이 생기니까. 먹질 못하니까. 그냥 뭐 하루 이틀 나갔다가 한 며칠 쉬고……."]

김 씨는 지난해 여름, 치아 모델을 하면 비용을 깎아준다는 광고를 보고 해당 치과를 찾았다고 합니다.

[김00/피해자 : "(다른 치과는 견적이) 2,200만 원, 2,400만 원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광고 보니까 저렴하다 그러길래 그쪽으로 가게 됐습니다. 40% 정도는 저렴했다고 봐요."]

대부분 환자들이 김 씨처럼 광고를 보고 이 치과를 찾았는데요.

당시 치과에선 상담 과정에서 당장 계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송민아/피해자 : "원래 치아교정이 500~600만 원 정도 하면 치아 모델을 해 주면 한 300만 원 정도로 해 주겠다고 해서 지금 결정해 주셔야 치아 모델로 해서 돈을 그렇게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광고 효과 때문인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요.

하지만 막상 치과를 다닐때는 성의없는 진료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윤대만/피해자 : "점점 의사 선생님이라든가 치위생사분들이 건성으로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브래킷(교정 장치)이 떨어졌는데도 이거는 지금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붙여 주지도 않았고……."]

최근 다른 치과를 찾은 윤 씨는 처음부터 다시 교정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윤대만/피해자 : "충치도 많으시고 지금 스케일링도 전혀 안 돼 있으시고 지금 정중선이 완전히 비뚤어졌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올라와 1년 반동안 교정을 했다는 A 씨.

매번 바뀌는 담당의가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놓습니다.

[A씨/ 피해자/음성변조 : "의사분이 계속 바뀌는 거예요. 저만 해도 총 4번이 바뀌었어요."]

자주 의사가 바뀌다 보니 치료도 일관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정이 마무리될 무렵, 세 번째 의사가 발치를 권유했고 결국 이를 뽑은 뒤 추가로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한 달 뒤에 또 갔죠. 병원에. 그랬더니 발치하라고 했던 의사가 없어졌어요. 네 번째 의사는 (치아를) 보고 ‘왜 했지?’ 라는 그런 표정인 거예요."]

A 씨 역시 최근 다른 치과에서 상태가 심각하다는 얘길 들었다고 합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한 군데에서는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식으로까지 얘기하시더라고요. 자기가 맡아서 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정도라고. 돈도 날리고 이도 날리고 엉망진창이 된 거예요."]

현재 피해자 단톡방에 모인 사람만 780여 명. 그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피해액도 적게는 몇 백만 원에서 크게는 천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 일부는 원장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황.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피해자들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피해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폐업은 핑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치기공사에게 지불한 돈도 밀린 데다 병원도 오래전에 내놓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인근 부동산/음성변조 : "저기는 벌써 한 2년 전부터 내놨었어요. (폐업이) 예견됐다고 봐야지."]

[김용범/피해자 측 변호사 : "이미 작년 말 정도부터 정상적인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저희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이 이 사람들한테는 병원의 진료를 그만둘 수 있는 좋은 어떤 핑곗거리가 됐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또 정황상, 사무장 병원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용범/피해자 측 변호사 : "임대차 계약에 직접 당사자가 치과 의사가 아니라 그 사무장인 것이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장소에서 치과의 상호가 4번이나 변경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치과의사는 변경됐지만, 상호도 변경됐지만 해당사무장은 계속 동일 인물로 파악이 됐습니다. 이것이 사무장 병원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상이기 때문에……."]

취재진은 이 모든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병원 측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해당 치과는 휴업 신고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피해자들은 진료기록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휴업 신고는 들어와 있는데 구비 서류 미비로 해서 지금 수리는 안 되는 상태고 그래요. 저희도 계속 독촉은 많이 하고 있는데 원장님이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예요."]

진료기록이 없다 보니 소비자 피해구제신청 역시 진행하기 힘듭니다.

이른바 ‘먹튀’ 치과 사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김경례/소비자원 의료팀장 : "치료 기간이 2년이다 3년이다 이렇게 이제 예상을 하면 3년까지는 어느 정도 진료비가 되고 그 이후에는 매달 비용을 낸다든지 굉장히 세부적으로 상세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원칙이에요. 이벤트라든지 할인 뭐 이런 광고에는 한 번 더 생각을 해봐야 하고요. 장기적인 진료가 될 경우는 현금으로 납입하지 말고 신용카드로……."]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먹튀 치과 사건.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환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 대책도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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